모바일 HW 이야기/삼성

삼성 스마트 카메라들의 부진에 대해.

MIRiyA☆ 2013. 10. 31. 16:10

어제 아주 강한 어조로 갤럭시 S4 Zoom과 갤럭시 NX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그렇게 망할게 뻔한 제품을 내놨어야 했을까? 오늘 그것에 대해 썰을 풀어보련다.


일단 삼성전자는 카메라도 만들고, 센서도 만드는 회사다.

컴펙트 카메라는 위로는 하이엔드 EX2F부터 아래로는 MV900F 미러팝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시스템 카메라로는 NX시리즈 라인업이 즐비하고 뛰어난 광학계의 NX 마운트 렌즈들이 포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부는 원래 삼성 테크윈 소속이었지만, 삼성 디지털 이미징으로 분사하여 삼성전자에 흡수통합 되었다. 그게 2010년 일. 


원래 펜탁스 빠인 내게는 펜탁스와 협력해서 쌍둥이 DSLR 제품을 내놓았던 삼성 카메라는 이복동생 같은 느낌이었고, 애착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내가 NX10 체험단을 하면서 삼성전자의 카메라에 대한 진지한 비전을 접하고 더욱 호감이 갔지. 플러스로, 삼성이 미러리스 카메라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다들 "광학 기술이 하루아침에 되는줄 아느냐" 이러면서 삼성의 렌즈 기술을 비웃었지만, 삼성은 보란듯이 타사대비 가격적으로나 성능적으로나 월등한 NX 마운트 렌즈들을 줄줄이 발매해줬다.


근데 시발 왜, 왜 갤럭시 카메라니 갤럭시 S4 Zoom이니 갤럭시 NX니 하는 이상한 똥컨셉 제품을 내놓아서 이미지를 박살 내냐고. 찬찬히 살펴보자.



일단 컴펙트 카메라부터 조져보자.

타겟은 갤럭시 카메라와 갤럭시 S4 Zoom이다. 왜 얘들은 이런 병신같은 수퍼줌 컨셉의 카메라를 내놨을까? 왜 EX2F 같은 하이엔드 기종 기반이 아니라 WB800F/WB30F 같은 20배/10배 수퍼줌 기반으로 내놨을까. 



이런 EX2F 같은 하이엔드 기종으로 내놨으면 폰카의 화질 문제는 쑥 들어갔을 것이다. 일단 이놈의 경쟁 모델 자체가 파나소닉 LX 시리즈이기 때문에... 일단 문제는 EX2F의 센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제공하는 자사 CMOS 센서 카탈로그를 보면, EX2F의 1240만화소대 1/1.7인치 센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인즉슨, EX2F에 들어가는 센서는 삼성제 센서가 아니라 타사에서 사온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아마 동일한 스펙의 니콘 P330과 형제격일것이다. 분명 소니 제품일거고. 그건 아마 IMX144CQJ일것이라 추정한다. 1200만화소대 큼직한 센서도 보이지 않고, 1600만화소대 이상의 센서 역시 APS-C 같이 거대한 센서 말고는 1/2.33인치짜리 일반적인 디카 센서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이 갤럭시 카메라나 갤럭시 S4 Zoom에 자사 센서를 넣는다면 1600만화소 1/2.33인치의 S5K2P1 밖에 선택지가 없다. 아마 분명 "자존심 문제다, 타사에서 사서 쓰지 말라" 혹은 "보안을 위해 타사에서 사서 쓰지 말라"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아무튼 이런식으로 1600만화소 1/2.33인치의 S5K2P1 센서를 쓴다 치자. 그럼 마케팅적으로 끌어다 쓸건 "1600만화소" 이정도의 키워드 뿐이다. 1/2.33인치 센서는 1/3인치 센서(소니의 IMX135, Exmor RS)를 사용하는 갤럭시 S4에 비해 그닥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좀 더 크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카메라 성능으로 경쟁할 노키아 808 퓨어뷰는 1/1.2인치 3800만화소의 괴물 센서를 사용한다. 이건 파나소닉 LX7의 1/1.7인치 센서보다도 큰거다. 어떻게 내놔도 1/2.33인치 센서로는 노키아를 재낄 수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아예 렌즈 줌비로 나간게 아닐까 싶다.


그럼 이제 삼성 카메라중 줌 잘되는게 뭐가 있는지 보자.



이건 초기에 나온 갤럭시 카메라와 그의 원형이라 생각하는 WB30F. 둘다 20배줌 렌즈고, 렌즈 스펙이 판박이다. 완전 동일한 렌즈 모듈과 센서를 썼을거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건 최근에 나온 갤럭시 S4 Zoom과 그의 원형이라 생각하는 WB800F다. 둘 다 10배줌 렌즈고, 렌즈 스펙이 판박이다. 완전 동일한 렌즈 모듈과 센서를 썼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1/2.33인치 1600만화소 센서를 쓸 수 밖에 없으니 렌즈라도 줌비 높은걸 쓰자는 오판을 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라면 이렇게 내놨을 것이다.


1. 욕심부리지 않고 미러팝처럼 5배줌 렌즈 정도 넣어 슬림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2. 거대한 액정을 넣으면서 컨트롤을 희생했다. 조금 더 작은 액정을 넣었어야 했다.


항상 휴대해야 할 폰카가 두껍고 묵직하다니 정말 멍청한 기획이다. 1번의 욕심으로 인해 무게가 무거워지고 부피가 커졌다. 이건 겉으로 보이는 문제고, 고배율 줌 렌즈 탑재로 인해 필연적으로 화질이 급락하여 카메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 고배율 줌 탑재 = 저화질 // 이건 거의 만고 불변의 진리다. 고배율 줌에 센서를 큰걸 쓸 수 없는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아무튼 카메라 컨셉으로 나온 제품이 일반 폰카에게 밀리다니? 말이 안되는거다. 이게 2번의 컨트롤 문제와 합쳐져서 완벽한 괴작이 되었고 시장에서 참패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합은 아래와 같다.


DV150F, 즉 한효주 디카 내지는 미러팝으로 불리는 이놈의 폰카 버전을 내놨어야 했다. 똑같이 1600만화소 1/2.33인치 센서 넣을 수 있지만 렌즈를 5배 줌으로 소박하게 나갔다. 대신에 굉장히 슬림해졌다. 미러팝의 엄청난 판매량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렇게 내놨어야 했다. 대체 누가 20배 줌, 10배 줌이나 되는 카메라를 원하겠는가. 야구장 가서 야구 찍을건가? 아니면 여행갈때 만능으로 쓸라고? 평소에 부담없이 쓸 수 있게 얇은, 에브리데이 카메라. 거기다가 화질은 당연히 좋아야지. 디카를 완전히 대체할 용도로서의 갤럭시 미러팝이 나와야 한다.


삼성이 지금 어떤 센서를 개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의 제한적인 시장 점유율 상 앞으로도 1/1.7인치나 1인치대 대형 센서를 개발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이런건 파나소닉이나 소니같이 고정 고객 많이 확보해둔 회사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다. 삼성은 2000만화소대 1/2.33인치 센서를 개발하여 얇고, 가볍고 사진 잘 찍히는 폰카를 만들면 된다.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될 것이고.



센서/렌즈는 이런식으로 간다 치고, 그럼 컨트롤은? 역시나 다른 삼성 카메라에 답이 있다.



삼성 MV900F 멀티뷰라는 놈인데, 보면 홈버튼과 리뷰 버튼이 있다. 저런식으로 꾹꾹 눌리는 버튼을 세개 밑에 붙여놓으면 해결될 부분이다. 안드로이드의 뒤로가기 버튼만 홈버튼 위쪽에 넣으면 안드로이드 조작에 문제 없을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카메라 모드시 손으로 잡을 엄지손가락 공간은 확보하는게 핵심. 액정 틸팅은 안해도 되니까 좀 더 슬림하게 뽑을 수 있을거고, 셔터 아래쪽에 다이얼 하나만 넣어주면 디카 유저들이 아주 좋아할것이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이나 모드 다이얼 등이 있으면 좋지 싶지만 가장 중요한건 메인 다이얼로 노출 조절하고 조리개 조절하는거다. 거기서부터 카메라라고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 것이다.


삼성 폰카가 이런식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