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 이야기/기타 웹 관련

순진하기 짝이 없는 블로거들 - 루이비통 고소 헤프닝

MIRiyA☆ 2010. 9. 9. 11:32

독자 여러분들에게 고백할게 하나 있습니다. 저는 사실 국회의원이자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의 손자입니다. 그동안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가지 기사 글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원래 정치란 본인 의도랑 다르게 왜곡되고 공격당할 수 있는거니 다 그러려니 합니다. 그리고 제가 공익 왜 갔겠습니까? 끝발이 있어서 현역 안간거죠. 외삼촌이 원스타라 일이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동안 촛불 집회 관련 글도 쓰면서 진보인 척 해서 죄송합니다. 전 사실 이런놈이었어요. 


동대문 의류시장 안쪽 먹자골목에는 빈대떡과 막걸리를 많이 팔고, 한쪽에는 마약김밥이라는 유명한 김밥집도 있습니다. 하지만 붕장어빵의 존재를 아는 분들은 아주 드뭅니다. 3층짜리 보세 매장 앞에 작은 노점이 있는데, 붕장어빵이라는건 붕어빵이 길게 늘어난 형태입니다. 길이가 팔뚝만하지요. 가격은 700원 선이라 그리 비싸지는 않은 편입니다. 문제는 이게 길이는 긴데 안쪽에 팥앙꼬가 거의 없다는겁니다. 거의 머리쪽이나 배쪽에 치중되어있는데, 배쪽에 팥이 들어가면 이 붕장어빵의 허리가 부러지곤 합니다.


인천에 삼화고속이라는 버스 회사가 있습니다. 주로 인천에서 서울간 버스를 운행하고, 다른 지방 내려가는 시외버스도 운행합니다. 그중 강릉행 시외버스에서는 이색적으로 버스내 주류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맥주와 말린 오징어를 5000원에 팔고 있는데, 버스 회사들의 고질적인 적자 운영 때문에 생각해낸 묘책이죠. 웃기게도 버스 운전기사분들은 운전할때 방해가 되므로 판매를 몹시 귀찮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지도 않는 운전석 구석에 걸어놓은 터라 사람들은 이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습니다.


사설 헬기 운행사가 존재한다는걸 아시나요? 택시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도저히 시간을 맞출수 없는 급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단이 있다면 헬기 수송입니다. 그렇게 빠를수가 없어요. 저가 운행사인 제주항공의 새로운 수익 모델인 헬기 운행은 민간 항공 사진 촬영 업체인 ML Avionics와 합작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천 시청 정문쪽 공터, 강남 교보타워 옥상, 신촌 현대백화점 옥상 등 넓은 공터에 착륙할 수 있으며, 요금은 편도 20만원입니다.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 불러야겠지요.


저는 아파트 14층에 삽니다. 예전에 전설적인 태풍 루사의 상륙으로 2주 내내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때, 저희 아파트가 9층까지 물에 잠긴적이 있습니다. 아랫집 사람들은 차마 대피도 하지 못하고 옷가지만 챙겨서 위로 올라와 복도에 앉아 잠을 청했고, 배고픈 그분들에게 저희 어머니는 라면을 끓여주었습니다. 커다란 냄비에 대량으로 만든터라 면발이 왕창 불어있었지만,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그 대 재난의 와중에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집 근처까지 들어와서 구호물자를 내려놓고 갔습니다. 아버지는 지겹도록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지요. 


라고 말하면 와 이거 대박이다 하고 믿을만한 분들 여럿 계십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전직 집배원이고 위에 말한건 다 뻥입니다. 어제 버스 타고 가다가 SLR클럽 자유게시판 글을 보는데, 짜증나는 글이 하나 보이더군요. 루이비통에서 어떤 블로거를 고소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는겁니다. 한번 읽어보시죠.


아내가 만들어 준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 가난한 부부 울린 루이비통의 고소횡


요약하자면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가 있었고, 임신한 아내가 고생 많은 남편에게 십자수로 루이비통 모노그램이 박힌 지갑을 선물해줬다네요. 그래서 남편은 너무 기뻐서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자랑했는데, 뷰 추천평에 루이비통이라는 놈이 "판매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표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법적처리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데요. 그리고 머지안아 글이 다음 메인에서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루이비통 비난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제가 짜증나는 포인트는 3곳입니다.


1. 블로거의 교묘한 언플

'가난한 부부' vs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대립 구도로 글을 적어놓고, 내용에는 루이비통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적 강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루이비통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게 되지요. 가난하다니 동정이 가고, 루이비통이 참 나쁜놈 같아보이거든요. 이런 대립 구도에 자기랑 비슷한 쪽을 지지하고 감정 이입시키는건 선동가들이 잘 쓰는 방식입니다.


2. 익명 댓글을 덮어놓고 신뢰

닉네임만 루이비통이지 그게 진짜 루이비통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가 위에서 이상득 손자라고 적어놓고 그걸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는데도 믿는거랑 같은 등급입니다. 그럴싸하게 적어놓으면 그냥 믿는거죠. 제가 위에 적어놓은 다섯가지 개드립중 몇개나 믿었던가요? 이 사람들은 제가 이명박이라는 닉네임으로 "내일 새벽 4시까지 지하철 타고 동대문 경찰서로 출두해서 조사받으라" 적으면 언론사에 제보할 기세입니다.


3. 빈약한 전투력의 블로거

블로그 좀 쓸 정도면 인터넷상의 온갖 악플과 개드립에 어느정도 저항력이 있어야 할텐데, 이분들은 그게 안됩니다. 세상 물정을 완전 몰라요. 세상 수많은 초딩들이 절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한다고 적어놓고, 실제로 고발 화면을 스크린샷 캡쳐해서 보여주기까지 하더군요. 이런 자식들은 그냥 개인정보 털어서 부모님에게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전화 한통 주면 질질 짭니다.



자.. 일단 기업이 이런 이슈로 고발을 할 때는 먼저 피해 액수를 추산해서 정식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고소장을 넣지 댓글로 찌질대지는 않습니다. 법원 같은데서 법적인 문제로 개인에게 연락을 할때는 우체국 특별 송달로 본인만 받도록 보냅니다. 본인 부재중일 경우엔 3차까지 방문하고 반송시키거나 우체국 직접 와서 찾아가게 만들어요. 근데 연락처도 없이 적은 댓글을 어떻게 신뢰할까요? 


그리고 루이비통 하면 루이비통 모노그램이 그려진 비닐봉지도 있고, 온 천지에 짭이 널리고 만들어 파는 놈이 널렸습니다. 근데 법무 담당자가 한가하게도 개인 블로그에 부부간 선물 준거 갖고 상표법 위반이네 하면서 댓글 달고 있다니 웃기지 않나요? 그 사람은 루이비통 법무 담당이기 이전에 한 인간입니다. 인간은 응당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심성이 있고, 상식적으로 부부간에 수제로 선물 준거 갖고 댓글로 법적 대응 운운한다니 말이 되는지요? 그보다는 지나가는 초딩이 장난쳤다는게 더 설득력 있지요.


이번 고발글 쓴 분은 무려 '정치 블로거'랍니다. 이런것도 사실 관계 확인 안하고 덮어놓고 믿는데다가 절묘하게 강자 대 약자 구도로 글을 쓰십니다. 고발 너무 좋아하는것 같아요. 제가 이런 글까지 올리는것도 어이없고 웃기지만, 제가 진짜 황당한건 써놓으면 다 믿고 따르는 네티즌들이 웃겨서에요. 그 글이 벌써 540개나 추천 찍혔네요. 사람들이 이지경이니 다단계 판매가 극성이고, 사이비 교주에게 털리는게 가능하겠죠. 면역력좀 기릅시다. 애꿎은 루이비통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다음 메인에서 내려간거? 글 쓴게 언젠데 일년 내내 올라가있을거라고 생각했나요? 루이비통에서 대응했다면 글이 메인에서 내려간게 아니라 블라인드 처리되었겠죠.




ps. 이 글도 그럼 사실 관계 확인 안하고 거는게 아니냐 할것 같아서 알아봤다. 일단 나도 태클 방어는 해야지.

루이비통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더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가 전화해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좀 이해도 안가고 어이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루이비통 코리아쪽으로 검색해서 전화를 해봤다. 내선 14번이 법무팀인데, 부재중이라 메시지를 남겨달란다-_-; 마케팅쪽, 홍보쪽도 다 전화를 안받는다. 고객센터 전화번호 만들고서 전부 연결을 끊어놓은걸까? 


그래서 이번에는 루이비통 코리아 인사 담당자 직통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해봤다. 우리 회사에는 법무팀이 없다, 그게 진짜 루이비통 측에서 댓글 달았다는 근거가 있냐, 인터넷에 그런 일이 한두번 일어나냐며 방실방실 웃더라. 이딴걸 사실 확인을 해야하는지도 참 뻘짓인것 같고, 인사 담당자가 웃는것도 이해가 간다. 아 쪽팔려. 그와 별개로 명품 회사에 법무팀이 없다는것이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아무튼, 인터넷 너무 믿지 말자.





예전에 단 저작권 관련 엄포글은 사라지고, 다른 블로거에게 아는척하며 찌질대는 댓글이 올라와있네요. 뭐야 이게. 진짜 루이비통이 저러고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