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인 타인의 시각과 달리 덕후는 몹시 우월한 존재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보이는지라, 대부분의 덕후들은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대게는 똑똑하기 마련입니다. 학창시절에는 덕질하느라 정신없어 성적이 좀 내려갈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두뇌 성능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그정도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일 또한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안할 뿐이지요.
덕후의 깊고 얕음을 논해봅시다.
덕후들중 우분투가 어쩌고 크롬이 어쩌고 아이폰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양호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정화될 여지가 있고, 증세가 그닥 깊지 않습니다. 사회생활도 나름 잘 하고, 덕력을 좋은 방향으로 잘 제어하여 능력껏 직장에서 일 하고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재랑 종이 한장 차이죠.
반면 가장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사람들은 애니 덕후들입니다. 코믹에 나가거나 축전 교환하는건 뭐 그럴 수 있다 쳐요. 더 나아가 블로그에 각종 애니 캐릭터들, 특히 야시시하거나 노출 수위가 미묘한 사진을 올리고, 매번 대문을 갈아치웁니다. 뭐 괜찮아요. 그리고 보통 3D보다는 2D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점점 정도가 심해지면서 말투가 과해져갑니다. ~하지 않냐능? (먼산) (퍽) (응?) 등등..
중증으로 가면 어떤 사람은 자기가 고등학생 메이드이며, 중성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이런 사람은 오덕이라고 부르지 않고 십덕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람은 95% 신뢰수준으로 ±5년간 애인이 없을겁니다. 몇년 전만 해도 일본에만 이런 사람들이 있는줄 알았는데 요즘 한국에도 부쩍 많이 늘어난것 같습니다. 흔히들 체중이 좀 많이 나가고 여드름이 있고, 안경을 쓴 사람들이 여기 많이 속하더군요. 안경 여드름 돼지, 줄여서 '안여돼'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글루스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마비노기를 하고 있다면 이런 애니 덕후 부류에 속할 가능성이 거의 반반이라 보시면 됩니다. 페이트 좋아하면 100% 오덕이라 보시면 되겠죠.
이런사람이나(웃음)
이런 사람이 오덕아니냐능?(먼산)
오덕들이 좋아하는 물건은 덕템이라 하고, 오덕들의 대화는 덕담이라고 합니다. 오덕들이 늘상 하는 일은 덕질이라 부르며, 도를 넘으면 십덕이 됩니다. 덕후 혹은 덕질이 어떤 심리에서 비난받을까요? 덕질은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사회 정서에 맞지 않으면 비난을 받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혐오한다 볼 수 있겠네요. 비슷하게 애견인/애묘인들이 비난받기도 합니다.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먼저냐, 신발도 신기고 개껌도 사주고 온갖것 다 퍼준다 등등.. 이런 류의 비난은 보신탕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지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사람이 애니 캐릭터를 사랑하건, 개를 사랑하건 비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오덕의 범주에 넣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이상의 십덕입니다.
가령 애니 캐릭터와 섹스를 원한 나머지 집에 1:1 사이즈의 단백질 인형을 사놨다거나 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혐오에서 공포로 바뀝니다. '더러워'라던가 '무서워'라던가..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뚱뚱하고 개기름 좔좔 흐르는 저런 녀석들이 거시기에서 휴지도 안떼고 집에서 나와 한밤중에 치마 입은 내 뒤를 따라오면서 흐흐흐 웃고 킁킁거리면 그만큼 무서울수가 없는거죠.
이런 십덕후, 얼마나 무섭습니까?
오덕은 외로운 길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기에 주위의 멸시를 받고, 사회와는 점점 멀어집니다. 오덕은 여자친구를 사귀려 해서는 안되는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애니 캐릭터라는 사실을 인지해야합니다. 마음속에서 그걸 끄집어내 버려야 연애를 할 수 있지요.
일단 제 자아비판을 해보겠습니다.
덕력 과거를 열거하자면 저 역시 좋지 않습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아시는 카카오99% 동영상을 찍은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복장 상태를 보면, 일단 호일펌 한지 오래되어 가라앉은 머리에 여드름 투성이, 청바지에 청잠바를 입고 목에는 아이리버 N10과 헤드폰을 걸고 있었지요. 복장만 봐도 언터쳐블 십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영상에서 거의 2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제 구토 소리를 들었지요. 저는 그래도 당시에 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 동영상 밑에 달린 수많은 악플들에 일일히 댓글로 대응해줬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랑 아무 관련이 없지만 저의 추함에 분노하여 악플을 달았으니까요. 그들이 하는 욕은 객관적인겁니다. 제 잘못이지요.
그리고 몇달 후 저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근 25만원을 들여서 장소를 세팅하고 소품을 만들고 뭐 다음에서 동영상 촬영하는 분까지 내려왔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차였습니다. 관련 글을 블로그에 적기도 했는데, 쪽팔려서 지금은 비공개해둔 상태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차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셈이죠. 여태까지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신경을 안쓰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시야가 좁고 열등했는지 알게 된겁니다. 그런 일방적인 사랑은 영원히 짝사랑으로만 남겠지요.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봅시다. 씨를 여러번 뿌릴 수 있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장기간 하나의 생명만 잉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컷은 하나의 짝을 제대로 선택해야합니다. 자기 자손의 영속성을 위해 열성 개체는 배제해야하는거죠. 여성이 열성 개체를 판별하는 기준은 자신의 호불호 및 사회적인 정서입니다. 남자가 키가 작으면 열등하다 생각하고, 남자가 못생겼으면 열등하다 생각하고, 남자가 여드름이 많으면 열등하다 생각합니다. 자손이 키가 작고 못생기고 여드름이 많이 나기를 원하는 여자는 없을테니까요. 키가 크면 체격도 커서 사냥을 잘 해올것 같고, 잘 생겼으면 외모의 이익으로 생활할때 많은 이익을 보겠지요. 자신의 취향에 부합되는 자손을 만들어야 하기에, 여성은 선택을 합니다. 이도경 같은 여자가 키 작은 남자들을 루저라고 말한것도 극히 본능적인 말이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거에요. 전 비난은 안했습니다. 오호호 저 지지배 당돌하네. 스스로 얼마나 우월하면 저렇게 자신감 있는 말을 할까. 은근히 매력적이군.
연애는 간단합니다. 상대방의 취향에 맞으면 대게 성립이지요. 그런 면에서 현대의 애니 오덕들은 사회적인 통념과 여성 대부분의 취향이 애니 오덕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되어야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기가 변하거나, 혹은 상대가 꺼려하지 않을때겠지요.
오덕/십덕들에게 고합니다.
남을 사랑한다고 남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자기가 주고싶은 선물을 주지 말고 남이 받고싶은 선물을 줘야지요. 그리고 자신이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준비 되었는지 확인하십시오. 이런 준비 여부는 보통 자기는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들이랑 밥먹는 앞에서 여드름을 짜거나, 청바지에 청잠바를 입는다거나, 검정 티에 흰 러닝셔츠가 삐져나오게 입는다거나, 여자보다 박스를 못나르거나, 가위를 건내줄때 날이 앞을 향하게 건내준다거나, 행동이 둔하거나 말이 빠르다거나, 자신감이 과하거나 없거나.. 이런게 다 하나의 분위기로 축약되고, ±매력으로 인식됩니다. 이런건 차근차근 관리를 해나가야합니다. 그리고 이건 연애를 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이득으로 와닿을겁니다.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은 타인과 협업을 잘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사 담당자였으면 연애 여부를 적극 반영하고싶습니다. 이것저것 맞춰주고 만족시켜주고 배려해주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조화롭게 어울리고 함께 일하기 좋지 않겠습니까? 탈덕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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