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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 주인공은 멍청한가.

MIRiyA☆ 2010. 7. 26. 01:38

정말이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은 대부분 머저리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만화 심슨가족에 나오는 심슨은 그 자체로 인간인지 짐승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나쁘고, 사회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멍청하다. 수많은 시즌을 거듭하며 매번 직장에서 잘리는 에피소드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 아내인 마지 심슨은 매번 심슨이 머저리짓을 할때마다 열받고 관계가 틀어지다가도 장미꽃 이벤트 한번에 마음을 다잡고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간다. 결혼 전에는 무척 똑똑하고 아름다웠던 마지 심슨은 심슨을 만나 결혼하며 한방에 희망 없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특히 우주세기 건담 맨 첫화에 나오는 주인공 아무로도 이상한 성격이다. 거의 매 회 멍청하고 똑똑치 못한 행동으로 따귀를 맞고 구타를 당하는데, 아무로가 뺨 맞는 장면은 영화 8mile에서 'fuck' 대사 만큼이나 많다. 시간나면 내 필히 우주세기 건담의 아무로 따귀 장면만 편집해서 동영상 파일로 만들어 공유해드리리라. 아무튼 아무로도 멍청하고 자제력 없는, 하지만 숨겨진 재능이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인 나루토에 나오는 주인공 나루토도 멍청하다. 이놈은 도시의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장난 중독증 환자나 마찬가지다. 재능도 지지리도 없어서 매번 시험은 못치고, 잘 하는건 아마 라면 먹는것 하나 정도려나. 나루토가 태생적으로 구미호를 속에 봉인하고 있으면서 그 힘을 이용하게 되고, 점점 성장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되어가기 망정이지, 그 전에는 정말 대책없는 존재였다. 내가 나루토를 보다 말았는데, 아마 사쿠라짱은 잘생기고 똑똑한 사스케보다는 멍청한 주인공인 나루토에게 가겠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인 둘리, 둘리도 멍청하다. 둘리는 생긴게 귀엽고, 그냥 주인공일 뿐 하는 행동을 놓고 보면 죽여서 구워먹어도 시원찮을 악마다. 집을 몇번이나 부수고, 고길동의 머리를 진공청소기로 밀기도 하고.. 하지만 그 보호자라 할 수 있는 고길동은 신선에 가까운 인덕으로 매번 참아 넘기고 이웃의 모든 재산 피해를 자기 돈으로 변상한다. 어릴땐 그냥 둘리 편을 들었지만 나이 조금 먹고 둘리를 다시 보니 이건 정말 끔찍한 재앙이더라. 아 아버지 고길동이여..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내가 즐겨보는 야한 애니메이션이나 야한 만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 역시대부분 얼굴이 평범하고 찌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냥 주인공이라서 수많은 예쁜 여자들을 섭렵하게 되고, 누릴건 다 누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뭐 하나 제대로 계획해서 하는게 없다. 그냥 다 뽀록으로 여자들을 얻게 된다. 둘이 함께 공부하다가 여자애가 물을 쏟아서 가슴 윤곽이 드러나는데, 남자가 발을 헛디뎌서 여자를 덮치게 되었다던가.. 아오 유치하고 뻔해.


무협지는 어떠한가. 상중하 3권에 공장처럼 찍어내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무협지들.. 대부분 상단의 아들이라던가, 아무 능력 없는 남자가 뭔가 비급을 얻게 되어 절세 미인들을 차지하게 되고 무림 쟁패를 하게 된다. 이런 무협지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도 독자 대부분이 별로 특별한게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 능력 없는자들이 여자를 취하는 이유, 즉 성공을 하는 이유는 역시나 풍부한 시청자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주인공이 특출난게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다. 만약 주인공이 똑똑하고 잘생겼다면 시청자들은 주인공을 사랑할 수 없겠지. 세상은 다 통계로 돌아가기 때문에 극소수의 몇명을 제외하면 시청자의 대부분은멍청하거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특출난건 없지만 뽀록으로, 혹은 어느날 갑자기 기회를 갖게 되어 엄청 강해지고 모든걸 얻게 되는 전형적인 시나리오에 사람들이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슨이 마지의 생일에 자기 이름이 새겨진 볼링공, 사실 지가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럼 안돼지, 저럼 안돼지, 아유 바보같은놈.."하면서 가슴을 치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는, 심슨이 모든 시청자를 통틀어 가장 멍청하기 때문이다. 가장 멍청하니 누구나 다 조롱할 수 있는거고, 대중적으로 공감하며 사랑받을 수 있는것이다. 왜 주인공들은 다 멍청하고 시험 칠때마다 낙제를 면치 못하는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보다 낮은 위치의 캐릭터를 보며 공감하고 응원해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글은 내 인문학적인 빈 자리를 채워주는 gogigui님과 대화를 조금 정리해서 적은거다. 내가 딱히 애니를 많이 보는것도 아니고, 이런 가정을 염두해두고 따져가면서 보는것도 아니기에 레퍼런스가 몇개 없다. 심슨, 건담, 나루토, 둘리, 야애니, 무협지 등등.. 생각해보니 슬램덩크의 강백호도 또라이고, 원피스의 루피도 좀 또라이다. 흠. 생각해보니 다들 밝고 명랑하네.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은 똑똑하지만 이건 장르의 특수성이 약간 있다. 흠, 김전일도 또라이인건 마찬가지이긴 하군. 대부분의 만화 주인공이 머저리라는 가정을 세워볼 수 있으려나? 내가 가진 인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서 글이 결론도 없고, 영 흐지부지하지만 일단 미완성으로 남겨두련다.



3줄 요약.

모든 만화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여러 만화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척 밝고 명랑한 성격이 주인공이고, 걔가 약간 멍청하고 사고뭉치라는 기본 틀이 있다.

그리고 이런 틀에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하게 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