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서해상 초계함 침몰 원인 분석

MIRiyA☆ 2010. 3. 27. 01:32

저는 웹이나 카메라 이전에 밀리터리, 특히 해군 전력쪽에 흥미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좀 뜸하지만 역시 이쪽에 관심은 많습니다. 예전에이런 글도 쓴 적이 있지요. - 이젠 이지스함 보유국, 대한민국


오늘 저녁 긴급히 들어온 서해상 초계함 침몰 속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요약 분석해드립니다.


- 백령도 근해에서 초계함이 침몰중이다


이 속보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몇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해군에 초계함이라 부르는건 1200톤급 포항급밖에 없습니다. 이전 동해급 이런건 거의 빠진 상태고, 울산급은 훨씬 크지요. 참고로 포항급은 박정희 정권 시절 북한의 간첩선 침투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만든 해군의 연안 방어용 초계함입니다. 울산급이 아무래도 너무 크니까, 김종곤 제독이 싼거 여러대 만들어서 지키자 하고 나온 로우급이 동해/포항급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대우조선 일할때 포항급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네요. 간첩선이 주요 전술 목표이므로 상당히 고속 항진이 가능합니다. 34~36 노트(시속 72정도..) 낼 정도면 거의 함수가 들릴 수준이죠.



이번에 침몰한 PCC-772 천안함은 포항급 후기형 16척중 6번째로 건조된 배입니다. 포항급 후기형은 배수량 1220톤, 전장 88m에 폭 10m, 승무원은 95명(장교 10명) 정도 됩니다. 76mm 오토멜라라 단장포 2문에 브레다 40mm 2연장포 2문, MK46 MOD1 3연장 어뢰튜브 둘에 대잠용 폭뢰가 들어갑니다.


이번에 침몰된 천안함은 104명이 타고 있었다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기사 볼때 58명 구조했다고 나왔습니다. 일단 생각해봐야 할 것이.. 어뢰 맞았으면 포항급 정도의 1200톤밖에 안되는 배는 '침몰 중'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완전히 가루가 됩니다. 비 인도적인 생각이지만 104명 탄 배가 침몰해서 58명 구조했다면 정말 많이 구조한겁니다. 군사적인 공격을 받고 순식간에 침몰할 경우 이렇게 많이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만약 북한이 어뢰를 발사했다면 위 배가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성/신흥/세르센급 어뢰정입니다. 탄두 중량이 200kg에 달하는 어뢰를 맞았을 경우, 1200톤의 경량 콜벳인 포항급 천안함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면 되었지, 오랜 시간을 두고 침몰하진 않았을겁니다. 실제로 7000톤도 넘는 구축함들도 어뢰 앞에서는 장사 없습니다. 아.. 그리고 어뢰발사체로는 로미오급 잠수정도 운용하지만 잠수함이 활동하기 힘든 서해상에서 무유도 어뢰를 제대로 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얕은 지식에서 추정한겁니다.


또한 북한은 무유도 어뢰를 운용하기 때문에, 예측 사격에 의존해야하고 어뢰의 짧은 사거리를 생각해봤을때 어뢰정이 그만큼 가까이 접근하게 허용했을지 의문입니다. 수상함 위치는 그때그때 다 파악하고있으니까요. 예전 서해교전때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협도가 낮은 고속정들이라 그만큼 가까이 붙었다가 기습당한겁니다.


일단 제 생각에, 명중률이 극히 낮은 어뢰를 맞았을리도 없을거고, 맞았으면 바로 가루가 될텐데 '스크류 근처를 통해 물이 들어오고 있다'라는 기사가 올라올 정도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니 침몰 원인은 어뢰가 아닐겁니다. 또한 어뢰를 쏜다는건 "저 배에 탄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라는 무서운 의도가 들어있는겁니다. 함포가 아니라 일격 필살의 어뢰인 만큼 사용하는 북한 입장에선 굉장한 부담이 있습니다. 어뢰 공격했다가 함대함 미사일로 반격당하고, 이에따라 북한 해안포가 불을 뿜고, 백령도와 김포에 배치된 국군 포병이 대응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렇게 사태가 천천히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원하는건 체제 유지와 목숨 보전입니다. 굳이 전쟁을 내서 도박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내부 붕괴를 막으면서 남한과 공갈 줄타기를 하는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게 그들이 원하는겁니다. 어뢰는 아무래도 너무나 큰 도박일것 같네요.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가 어뢰 발사를 명했다면 당장 목을 따야 할 만큼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아주 미쳤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겁니다.


일단 1. 북한 어뢰는 무유도라 명중률 낮음. 2. 맞으면 굉침했지 오랫동안 떠있을 수가 없다. 3. 어뢰는 사용시 부담이 아주 크다. 이 세가지 이유로 어뢰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어뢰를 진짜 맞았다면 그건 아마 불발탄일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겠는가..

제 예상은 북한의 기습 포사격 아니면 수중 폭뢰 오발, 기뢰와 접촉입니다. 기습 포사격은 아직 확실치 않고, 기뢰와 접촉 역시 제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포항급의 경우 전 함정 함미 부분에 수중 폭뢰 투하장치가 있습니다. 좀 전근대적이지만 아직 운용하고있죠. 어떤 사고에 의해 수중 폭뢰가 오발되었다면 함미에 데미지를 받고 침수될 수 있을겁니다. 아무래도 어뢰보다는 약하니까요.



- 일견에서 나오는 반잠수정 같은건 액티브한 공격 수단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므로 원인이 될수도 없습니다. 다만 탑재 기뢰를 흘려놨다거나.. 이럴수는 있겠네요. 근데 생각해보면 뻘짓 아닙니까?


- 26일 오후 9시 45분 서해 백령도 서남방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 스크루 부분에 구멍 뚫려 침수. 승조원 상당수가 폭발 당시 뛰어내림. 104명중 58명 구조했고, 46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군요. 폭발 당시 뛰어내린건지 튕겨나간건지.. 그 많은 인원이 배 밖에 나와있었을 리 없고 뭔가 사전 징후가 있어서 뛰어내렸겠지요? 이 부분은 외부 공격 등의 가능성이 될 수 있습니다.


- 인근에 있던 PCC-778 속초함에서 북쪽의 미상 타겟을 향해 76mm포로 경고사격 하였으나 새떼로 추정된다는군요.. 아 정말 저질 레이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이 빨리 배치되면 이런 일은 없겠지요. 지금은 북한에서 대함미사일 쏴도 포항급 차원에선 대공 레이더가 없어 미사일 접근을 알아채고 채프를 뿌리고 회피할능력이 없습니다.


- 북한이 이날 육상에서 수십여차례에 걸쳐 포사격 훈련을 했다네요. 관련성 없음.


- 밤 9시 30분부터 20분 정도 대포소리가 났다는 주민의 제보, 이 부분은 구조를 위한 조명탄 소리인걸로 확인되었습니다.


- 동생이 지금 바로 그 서해 바다에서 해군 복무중입니다. 참수리 고속정 의무장으로요. 말 들어보니 정말 정말 너무 힘들게 근무하더라구요. 부디 이 사건으로 인해 해군 장병들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최대한 많은 인원이 구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이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바다가 찹니다. 불안한 안보 상황과 난감한 정치꼴이 너무나 안타깝네요.


추가.


http://stoo.asiae.co.kr/news/stview.htm?idxno=2010032709190522893

이 글이 훨씬 나은것 같네요. 역시 전문가들은 세세하게 잘 알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