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HW 이야기/애플

아이패드 출시, 그리고 애플의 야망

MIRiyA☆ 2010. 1. 28. 12:40

나 자고있던 사이 애플이 아이패드라는 새 장난감을 내놓았다. 오늘 이 글에서는 애플 아이패드의 출시 목적과 그들의 무서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애플은 예전부터 비싼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단 하드웨어. 기존 하드웨어 오타쿠들이 아쉬워할 수 있는 9.7인치, 1024x768이라는 해상도는 다분히 480x320으로 동작하는 아이폰 어플을 쓰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된 해상도다. 480x320을 두배 뻥튀기 하면 960x640이니 1024x768안에 쏙 들어오지 않나. 두배 키웠기 때문에 인터폴레이션에 따른 픽셀 뭉개짐 등의 문제 없이 칼같이 깔끔하게 뽑아낼 수 있는 적절한 해상도다. 그리고 대부분의 웹페이지가 가로 사이즈 1024px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있으므로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해상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TN 패널이 아니라 나름 값 좀 나가는 IPS 패널을 사용하여 시야각이 괜찮다. 시크한 외관과 쾌적한 성능을 추구하는 애플로서는 좋은 선택이다.


기존 아이폰/아이팟 터치에서 돌아가는 어플들은 이런식으로 1x, 2x 모드를 지원한다.


타사 휴대폰은 800x480 해상도를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아이폰은 3GS에 와서까지 여전히 480x320이다. 그 이유는 낮은 CPU성능에 괜히 무리하지 않고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적당히 타협을 본게 아닐까 생각된다. 옴니아2가 스펙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라. 내가 예전에 쓰던 캔유 파파라치폰도 800x480 해상도였는데, 해상도가 높다보니 기본 UI가 몹시 버벅거리더라. 결국 나중에 업데이트된 펌웨어에선 메뉴 폰트를 저해상도로 줄여서 속도를 올려버렸다. 해상도와 CPU의 불균형으로 전체 시스템의 속도가 떨어진 것이다. 그런 삽질 하느니 차라리 낮은 해상도를 쓰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나올 아이폰 4세대의 방향도 예상할 수 있다. 차후 나올 4세대에서도 480x320 해상도는 그대로 유지될것같다. 디스플레이 종류가 AMOLED 등으로 변하는건 문제가 안되지만, 480x320에서 800x480 등의 디스플레이로 올라서면 고려해야할 점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나온것처럼 800x480 디스플레이 가운데에 덩그라니 480x320 해상도의 기존 아이폰 앱을 띄우느냐, 아니면 인터폴레이션해서 약간 픽셀이 번지더라도, CPU 자원을 사용하더라도 꽉 채워서 쓰느냐.. 내가 애플이라면 아이폰 정도 사이즈의 기기에서는 이정도로 만족하고 다음 세대를 향해 나갈것 같다. 화면 크기는 같은데 해상도가 높아지면 글씨 크기가 작아지는 문제점도 있어서 나이든 세대가 사용하기 힘든 점 또한 있다.


그럼 멀티 태스킹은? 

기존 아이폰의 600MHz대 CPU에서 1GHz의 애플 A4 칩으로 판올림한 아이패드에서도 멀티 태스킹을 지원하지 않고있다. 예전 아이폰 3G의 경우 메모리 자체가 부족해서 멀티태스킹이 힘들었지만 아이폰 3GS에 와서는 해킹 후 멀티태스킹에 큰 문제가 없다. 아이패드의 RAM 크기는 아직 알려져있지 않지만, 1024x768 해상도를 고려할 때 아이폰 3GS 정도는 될 것 같다.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제한한 이유가까? 아이폰의 경우 작고 대중적인 기기의 특성상 최대한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뽑아내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는것 같다. 홈 버튼 누르면 어플 종료하고 바탕화면으로 나가니 얼마나 간단한가. 이런 간단한 설계로 말미암아 아이폰은 기존 피쳐폰에 버금가는 안정성을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내가 기술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하나씩만 띄우는 방식이 보안성에도 도움될것 같아 보이는데, 더 잘 아시는 분들은 댓글로 보충 부탁한다. 아이패드는 보나마나 애플이 돈 아낀다고 RAM을 1GB 정도 넣은것 같고,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 브라우징과 책읽기, 게임에 최적화된, 꽉 짜여진 시스템 특성상 심플하게 만들고 싶은 듯 하다. 뭐 어차피 이것도 해킹되면 멀티태스킹 되겠지만-_- 확실한건 아이패드가 지향하는 바는 노트북이 아니라는 것이다.


첨언하는데, 애플은 굉장히 깔끔한걸 중시하는 회사다. 아이폰 배경화면이 왜 잠금화면에만 보이도록 했을까? 오밀조밀 모여있는 어플 아이콘 뒤로 약간 비쳐보이는 바탕화면을 허용하느니, 그냥 시커먼 바탕에 어플만 띄워서 강조하는게 보기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이패드는 아이콘 사이의 거리가 듬성듬성하다보니 바탕화면을 허용해주었다. 글쎄, 아이패드의 출시 이후 등장할 아이폰 OS 새 버전에서는 바탕화면을 바꾸는걸 허용해줄지도 모르겠다. 애플은 항상 이런식이다. 최대한 기계에 칼을 대지 않고 깔끔하게 뽑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폰의 경우 배터리 교체를 허용하지 않았고, 안면 접촉 센서나 환경광 센서 같은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강화유리 뒤편에 숨겨넣었다. 거기에 외장 메모리 지원 안하는것도 이 이유인것 같다. 아이팟 터치의 경우 볼륨 조절 버튼 달아달라 달아달라 노래를 부르니 겨우 달아주었다. 그리고 신형 아이팟 나노는 그 정도가 심해 리모컨 버튼을 두번 누르면 빨리감기, 세번 누르면 되감기, 꾹 누르면 노래 이름 들려주는 식이다. 버튼 하나 추가할때도 신경 곤두세울 놈들이다. 신형 맥북의 경우 알루미늄을 이음새 없이 통으로 깎아내는 공법을 개발해서 적용할 정도로 몹시 지독한 놈들이다. 우리 생각보다 애플은 이런 '심플' 자체에 엄청 신경을 쓰는것 같다. (참고로 나는 애플이 DSLR 만드는 모습을 보고싶다.) 당장 잡스형의 PT에서 심플이라는 단어가 몇단어 나오는지 세어봐라. 딱 보인다. 아이패드 같이 커다란걸 들고 셀카 찍는건 병맛 오타쿠 같아 보인다고 생각했겠지.



아이패드가 지향하는 방향

아이패드는 애플의 기존 전략을 보수적으로 계승한 기계다. 아이팟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서 음악 팔기 위해 만든 기계고, 아이폰은 뮤직스토어랑 앱스토어에서 음악이랑 어플 팔기 위해 만든 기계다. 그리고 이제 아이패드는 뮤직스토어, 앱스토어, 북스토어에서 음악이랑 어플이랑 책을 팔기 위해 만든 기계다. 애플은 이제 기계 자체를 파는데는 크게 비중을 두는것 같지 않고, 기계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려서 많이 판 다음, 이미 퍼진 마켓에 컨텐츠를 중계 판매하는데 더 집중할것 같다. 생각해봐라, MP3 플레이어 하나 팔아먹고 땡인 회사, 휴대폰 하나 팔아먹고 땡인 회사, 노트북 하나 팔아먹고 땡인 회사.. 그에 비해 애플은 아이팟 팔아먹고 음악도 팔고, 아이폰 팔아먹고 어플도 팔고, 아이패드 팔아먹고 ebook도 판다. 빼먹을데로 다 빼먹는 이런 신공에 지금 애플 수익률이 35%를 넘어서고 있는것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만들어서 시장 개척해놓으니까 팔짱끼고 구경하던 애플이 "오오 돈 되겠군!" 하고는 냉큼 달려드는것이다. 참고로 아마존은 1월 말에 킨들 일단 사보고 맘에 안들면 공짜로 주겠다는 발표도 했다. 애플이 뛰어들기 전에 미리 뿌려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애플은 언제나 컨텐츠 제공사들의 기득권을 보장했다.

애플만 돈을 벌어들이는게 아니다. 애플은 항상 컨텐츠 제공자들에게 두둑한 보상을 약속해왔다. 아이팟 시절에 음반사들과 손잡고, 아이폰 나오자 어플 개발자들의 수익을 보장해주었다. 그리고 이젠 출판사와 신문사 차례다. 계속 유료화 깔짝대다 실패를 거듭하던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하여, 각종 신문 매채들이 성장을 멈추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현재 상황에서 애플은 구세주나 다름 없을것이다. 애플은 신문사들에게 이젠 그 넙데데한 종이 쪼가리에서 뛰쳐나와 드넓은 인터넷에서 1억 2500만명의 소비자들이랑 만나라고 외치고있다. 시대가 변했다, 몇십년전 당신들의 고객이 이젠 이 아이패드로 당신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PT가 노골적이고 상스럽지 않나. 

1억2500만명의 유료 소비자가 앱스토어와 뮤직스토어에서 컨텐츠를 120억번 다운로드했는데, 이제 신문사와 출판사가 뛰어들어 이 시장에서 장사를 해보라는것이다. 님들 신문 사서 읽던 사람들은 이제 신 시장에 있으니 애플 아이패드를 통해 여기에 뛰어들라는거다. 아마 여태까지 그랬던것처럼 애플에게 몇퍼센트 수익을 내놓는 댓가로 말이다. 아마 앞으로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아이패드와 i북스토어에 매달릴것 같고, 애플이 ebook 시장과 신문 시장을 몽땅 삼킬것 같다.



위 동영상중 책을 구매하는 장면을 잘 봐라. 4분부터 4분 30초까진데, 저 매끈하게 이어지는 구매 동선이라니! 구입 버튼을 누르면 책이 슈욱 날아와 내 서재에 탁 들어앉고, 바로 터치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거다. 구매자들의 돈은 초스피드로 빠져나가는거다. 충동구매, 그냥 훅가는거다. 


아이폰이랑 다른 세상이 열렸다. 그냥 폄하하자면 좀 더 커진 화면에 다운그레이드된 넷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보자면 엄청나게 쉽고 간단하게 컨텐츠 소비를 할 수 있는, 빠른 소비에 최적화된 새로운 매체가 된 것이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다가 MP3p를 만들었고, 휴대폰을 만들더니 이젠 기존의 미디어 시장을 다 먹으려고 하고있다. 50만원 위의 가격대.. 이건 넷북을 멸종시키려는 불순한 가격이다. 또한 약간 어려운 맥북으로 사람들을 스무스하게 끌어들이는 저렴한 빨대이기도 하다. 저번 옴니아2 vs 아이폰 논쟁처럼 CPU 사양 들이댈 멍청이들은 정신좀 차려라! 당장 체감상 끊김 없이 빨리 돌아가는데 사양 높으면 어디 쓸건가?? 성능을 보장하는 선에서 최대한 저렴한 부품을 써야 경쟁력이 있을것 아닌가. 최고 성능만 지향하는 그런 마인드로 살면 앞으로 돈 못번다.


정말 무섭다. 컴퓨터 시장에서 IBM 호환 PC에 밀려 마이너로 전락한 애플, 매니아들만 쓰던 애플.. 뒤에서 아이팟을 시작으로 무섭게 시장을 장악하더니 아이폰을 통해 어플리케이션 다운받는 맛을 알려주고, 이젠 아이패드를 통해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기존 PC 시장은 노트북 시장이 역전했고, 노트북 시장이 넷북의 출현으로 혼란 상태인 틈에 아이패드라는 몹시 간단한 대안이 나온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이폰과 대결하던 구도, 거기 더해 구글 크롬 OS가 아이패드와 대결하는 구도로 확장되었다. 구글맵의 내비게이션과 아이패드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충돌하는것도 마찬가지. 이번에도 애플이 선빵을 치고 구글이 따라오는 행보다. MS는 무엇하고있나? 윈도우 모바일 6.1에서 거의 쓰레기 소리를 들으며 시장을 뺏기고, 안드로이드에게 기존 고객들을 다 날리더니만, 이젠 저 위에서 안드로이드랑 아이폰 OS끼리 싸우고있다. MS는 아마 윈도우 모바일 7에서 엄청나게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10년 안에 회사 자체가 망할수도 있을것 같다. 


아이패드 vs 넷북 : 그 성능의 넷북 살 값에 아이패드 산다

아이패드 vs 콘솔 : PS3, XBox360, Wii, 이미 Wii는 아이폰 게임에 긴장하고있다.

아이패드 vs 내비게이션 : 거치대로 차량에 끼우면 이미 내비게이션

아이패드 vs 킨들 : 컬러에 거의 준 노트북인데 그 값이면 아이패드 산다


정말 너무 빠르고 압도적이라서, 가만 손 놓고 있으면 주머니를 몽땅 털리게 생겼다. 그냥 스펙 나오는데로 기존의 기계를 짜맞춰서 내놓는 제조업체들은 이제 경쟁력이 없다. 우리는 신세기의 전쟁을 목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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