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미투데이가 씨끄럽습니다.
올해 2009년 9월 19일부터 이용자들이 기존에 미투데이에 올렸던 사진들이 다 잘려서 보이지 않는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오늘은 미투데이/플리커 미투포토 사건의 경위, 그리고 더 나아가 이와 관련된 메쉬업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오픈 API, 그리고 메쉬업
제 블로그는 딱딱한거 싫어하니 굳이 기술적인 내용 설명없이 예로 들어봅시다.
오픈 API란걸 이용하면 뭐가 가능하느냐.. 사용자가 자기 컴퓨터의 MS 워드로 글을 쓴 다음, 네이버 블로그 오픈 API를 통해 원격으로 자기 블로그에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MS워드 뿐만 아니라 스프링노트나 라이브라이터 등등 원격으로 글 올릴 수 있는 서비스는 많아요. 또 유명한 예로는 구글 맵의 오픈 API를 이용해 부동산 서비스가 자기 사이트에 구글 맵을 띄우고 거기 지도 위에 매물 정보를 표시해주는 등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각 서비스간 짬뽕하는 이런 행태를 메쉬업이라고 부릅니다.(굳이 오픈 API를 안써도 서로 엮으면 메쉬업이라 부릅니다.) 요즘 Web2.0이다 뭐다 하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대세이자 유행이지요. 이 밑에서 더 많이 알아볼테니 천천히 이해해보지요.
2. 미투데이와 미투포토
미투데이는 예전부터 야후 플리커의 Open API를 이용하여 미투포토를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휴대폰 등으로 찍은 사진을 미투데이에 휴대폰 문자로 첨부해서 보내면, 야후 플리커 계정으로 사진이 올라가 미투데이에서 볼 수 있었던거죠.
미투데이는 국내에서 오픈 AP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웹 서비스입니다.
현재까지 미투데이가 공개한 미투API를 이용하여 수많은 사람/회사가 개발한 63개의 게임이나 글등록 부가기능, 그 외에 여러가지 소소한 웹기반 서비스와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 등이 공개되어있습니다. 전체 목록은 me2APP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투데이가 API를 공개한만큼, 미투데이 역시 상당히 많은 회사의 공개된 API를 이용하여 서비스들을 엮어놨습니다.
미투데이에서 글을 쓸 때 글감 찾기 기능을 이용해 글을 등록할 수 있는데,
책/영화는 네이버 책/영화 서비스에서, 음악은 알라딘으로, TV/드라마는 tv.co.kr에서, 맛집은 윙버스, 건강은 비타민MD 등 각 사이트에 엮여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미투포토는 야후의 플리커를 이용하여 서비스되고있고요, 미투비디오는 구글의 유튜브를 이용하여 서비스되고있습니다. 또한 모바일에서 글 쓸 경우 나오는 지도에는 구글 맵을 사용하고있습니다. 흐음.. 일단 제가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바는 이정도네요. 이 정도면 거의 국내 Web2.0 서비스의 대표라 할만합니다.
미투 포토 서비스의 시작
2007년 8월 22일부터 휴대폰으로 미투데이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미투 포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휴대폰으로 모바일 미투포토를 올리면 사진이 미투데이가 아니라 플리커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플리커에 올려진 사진을 미투데이에서 볼 수 있는거고요.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플리커에 올리지만, 마치 미투데이에 올린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미투데이 입장에선 초기에 이미지 관리 기능을 개발하는 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지속적으로 엄청난 이미지 서버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플리커는 저장용량 다 차면 사용자들에게 프로계정 유료 결제를 유도할 수 있어 좋았지요. 미투데이 이용자들은 플리커 계정에서 자기 사진들을 통합 관리하고 전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7월달에는 미투데이와 야후 코리아가 플리커 프로계정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제 미투데이와 야후 플리커 둘이 공생하는 선순환의 작은 생태계가 조성된거죠. 이게 다 플리커의 오픈 API를 통해 매쉬업한 결과고요. 이런게 오픈 API의 장점이지요. 초반에 미투데이와 플리커의 이런 형태는 꽤 바람직해보였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날벼락이..
근데 이게 2009년 9월 19일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날부터 미투포토가 올라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고, 기존에 올려두었던 사진들이 하얀색 화면으로 나오지 않게된거죠.
일단 초기 공지는 이랬습니다.
두 줄 요약하면..
1. 사용자가 많아지며 9월 19일부터 플리커에 me2flickr라는 공용 계정으로 업로드가 중단되었다.
2. 플리커 개인 아이디 만들어서 그 계정을 미투데이에 연동해라.
딱 보면 뒤에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있는지 내용은 빠져있습니다. 그 결과 밑에 댓글로 여러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항의가 있다랐지요. 그 이후로 미투데이 운영자들이 개인적으로 포스팅한 내용들로 양해 댓글들을 달다가, 9월 23일 새벽 1시에 대표자 만박님이 자신의 미투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뭐랄까, 약간 늦긴 했지만 운영 주체가 이렇게 공감을 구하는 내용을 적는건 한줄 블로그 서비스의 매력이지요. 댓글열어보면 힘내라는 응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성격 급한걸 아는지 바로 이날 아침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지요.
세 줄 요약하면..
1.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 빨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2. 여러분들의 고민과 걱정에 대해 이해하고 사과한다.
3. 플리커가 계정블락 먹였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중이다.
이렇게 되고, 문제 해결 방법에
1. 의미 있는 변동사항이 있을때마다 추가 공지를 하겠다. 최선을 다 하고있다.
2. 새로 올리는 미투포토 서비스는 계속 정상적으로 제공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3. 개인 계정을 연동해놨는데 아직 플리커에 전송되지 않은 사진들은 금주 중 일괄 작업 하겠다.
4. 플리커 외에도 믿고 쓸 수 있는 사진 저장 관리 대안 서비스를 추가하도록 하겠다
라고 알찬 공지를 올려주었네요.
아래는 공지에 언급된, 9월 22일 화요일에 플리커 미국 본사에서 날아온 회신 메일의 일부입니다.
“The account in question had 140,000+ photos from thousands of individuals all in the same account. Given the extent of the Yahoo! Terms of Service and Flickr Community Guideline violations, the API key was disabled and the Flickr account terminated.”
플리커 미국 본사는 어떤 이용자가 계정 오용 사례로 신고를 했다는 이유를 들며 아무런 통보도 없이 계정을 삭제(terminate) 해버렸고, 지금 복구에 관련하여 기술적으로 굉장히 꼬여있나봅니다. 아니 뭔 사진 14만장이 여태 올라올때까지, 심지어 야후 코리아와 플리커 프로 계정 이벤트 할 때까지 가만 놔두다가 지금 와서 이렇게 아마추어같이 잘라버리다니 참 어이없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10월 9일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야후 플리커 팀과의 협의현황
플리커 측과 계속해서 이야기중, 그쪽에서 고려할 사항이 많아 아직까지 최종 답변을 주지 못하고있는 상태. 이로 인해 공지가 늦어져서 죄송하다.
2. 일부 사진 복구
미투데이에서 보관하고있던 28,000장의 일부 사진들은 10월 15일부터 복구 진행하고, 개개인별 복구 상황과 내역을 메일로 알려주겠다.
3. 대안 마련
사건 일어난 날 이후 업로드 하는 사진은 미투데이 자체 서버를 통해 서비스하고있어 문제 없음.
앞으로 별도 플리커 개인 아이디 연동 설정을 안한 사람들은 네이버 포토 서버를 통해 서비스하겠음. 11월에는 플리커 계정 외에도 네이버 N포토엘범도 선택 가능하게 하겠음
4. 추가 업데이트
야후 플리커 팀과 협의되는 내용이 업데이트되는데로 다시 알려주겠음. 미투데이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함. 여러분의 소중한 하루가 담긴 사진 서비스가 조속히 복구될 수 있도록 미투데이는 최선을 다하겠음.
일단은 최종 결과가 나온게 아니라서 제가 추측해서 뭐라 뭐라 할 단계는 아니네요. 모쪼록 힘내시라는 말만 할 수 있을것 같아요.
3. 메쉬업의 한계와 부작용
오픈 API를 이용한 메쉬업은 사용이 편리하고 여러 서비스들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만, 이번 미투포토 사건처럼 근본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 주체간 의사소통 문제, 그리고 어떤 서비스가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좀 더 자주 발생하는 케이스로는 상대 서비스의 장애로 이쪽 서비스 유저들까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게 불거진건 이번 한번이 아닙니다. 예전에도 몇가지 소소하게 문제가 보였지요.
미투데이-야후 플리커의 경우 야후쪽이 일방적으로 차단해버린 케이스고,
예전 2008년 10월 30일에 미투데이-오픈아이디 건의 경우 myid.net의 장애로 미투데이 유저들이 자기 계정에 로그인을 못해버린 케이스,
2008년 12월 10일에 잠시 있었던 미투데이-구글맵 건의 경우 구글맵의 로딩속도 저하로 미투데이 유저들까지 로딩속도 저하를 겪은 케이스입니다.
거기에 더해 외국의 경우, 니코니코동화가 이용하던 구글 유튜브의 오픈 API를 유튜브쪽에서 일방적으로 차단해 니코니코동화가 사이트를 닫고 자체 계정으로 다시 오픈한 경우도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오픈 API는 딱딱한, 기술적인 '수단'과 '방법'이지만, 메쉬업은 이렇게 오픈API를 이용해서 구축한,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될 수 있는 소프트한 '교류'이자 '관계'입니다. 서비스와 서비스간, 회사와 회사간.. 더 나아가 인간대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때, 관계라는건 어떤 믿음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지요. 저는 실무자가 아니라 말이라도 쉽게 하지만, 같은 Web2.0기업이라고 믿음과 신뢰만 하지는 말고, 해당 회사가 실수할 경우 항상 대처 방안을 마련해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여력이 있는 NHN에 인수되었으니 당연하지요.
앞으로 미투데이와 야후 본사가 이 문제는 알아서 가장 바람직한 방면으로 해결해가겠지만, 당사자들은 이로 인해 메쉬업의 한계, 더 나아가 Web2.0의 한계에 직면한게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간의 비즈니스이고, 이 역시 인간관계의 연장인 만큼 실수에 대한 대비만 철저하다면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사람이나 서비스나 그게 그거란거죠.(제 나이에 하기엔 너무 멍한 표현입니다.)
비단 Web2.0기업 운영 주체 뿐만 이런걸 느끼는건 아닙니다. mncast때, 이미 일반 이용자들은 메쉬업의 한계에 대해 느꼈습니다. 자기가 mncast에 올리고 다음 카페에 올리는 행위 자체가 이미 메쉬업입니다. mncast가 망하고, 데이터의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계를 실감한거지요. 과연 데이터를 웹에 올려 저장하는건 절대 영속적이지 못한걸까요?
사람의 기억은 영속적이지 못합니다. 자주 떠올리지 않는 기억들은 머릿속에서 잊혀지게 됩니다. 오프라인에 저장되어있는 사진 앨범 역시 영속적이지 못합니다. 언제라도 불에 타거나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에 저장되어있는 사진은 실체가 없어 안전하지만 무한정 복제하여 사실상 무한정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해당 서비스 내부의 백업, 만약을 대비한 백업에 한정되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에 비해 이용자가 자체적으로 백업본을 가질 수 있는 TTXML같은 것은 서버가 폭발하든, 회사가 망하든 다른 컴퓨터에서 언제든 재생해낼 수 있습니다.
필수 기능을 타사에 맏기는 행위.. 그리고 데이터 영속성. 이번 미투포토/플리커 건은 생각할 점이 참 많은 경우입니다. 구독자분들의 의견도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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