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이야기/소니

노이즈 괴물 소니 HX-1 출시

MIRiyA☆ 2009. 4. 3. 08:34

얼마전에 소니코리아의 DSC-HX1 신제품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DSLR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더 나아가 스펙을 비교하여 연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에 만족을 못하는 점이 있으니 이 점 염두해주시고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념품으로 MP3p 하나를 받았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제 느낀 바 대로만 서술할까 합니다.




이 날 갑자기 뒤에서 제 카메라가 오작동을 일으켜서 사진을 차분히 찍지 못했습니다. 행사장 사진은 요정도로 하고 그냥 제품에 대한 이야기만 쭈욱 하지요.





이번 제품은 소니의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인 H50의 후속 기종인 HX1입니다.

평소 보던 누님의 디지털 카메라가 H50이라서 느낌상 비교하기 참 좋았습니다. H50에 상당한 실망감을 느낀터라 있어서 HX1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으니 어디 한번 훑어봅시다.


후속기답게 디자인은 H50과 거의 동일한 모양이었고, 몇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날 찍어온 아래 제품 사진 봐주세요.




일단 제일 눈에 띄는 점은 렌즈 경통 옆에 붙은 G 마크(이 사진에는 안보입니다.), 그리고 상단의 스테레오 마이크 구멍이었습니다. 이들 외관상 식별점을 보면 H50에 비해 HX1이 달라진 모습을 금방 알 수 있지요.





일단 상단의 스테레오 마이크는 이 제품이 HD동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카메라라는걸 보여줍니다. 저 모양은 얼마전 파나소닉에서 발표한 DMC-GH1을 연상케하네요. 1080p(1440x1080) HD 동영상 촬영이 되는 기종입니다. 그 외에 우측 모드 다이얼에 보면 추가된 스윕 파노라마 모드가 길쭉하니 눈에 띕니다. 스윕 파노라마라는건 꽤 괜찮아보입니다. 기존 파노라마가 무식하게 카메라를 돌려가며 여러장 찍어서 붙여주었던 기능인데 반해 이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한번 누른 다음, 빙 둘러서 다시 한번 누르면 자동으로 파노라마를 찍어주는 방식이더군요. 좋은 개선입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데, 소니가 해줘서 기쁘네요. 다른데도 좀 본받길. 그리고 셔터 빙 둘러 앞에 꼭다리 하나 달린 레버는 줌인/줌아웃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맘에듭니다. H50은 저 위치가 아니라 카메라 뒤쪽에 달려있었지요.(잡았을 때 엄지손가락이 닿는 위치)


추가 보충을 하자면, 2009년 초 현재 1080p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기종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1920x1080이 아니라 1440x1080이라 비록 1080p지만 full HD라고 말할 수는 없는게 아쉽습니다.




렌즈

소니측 말로는 이번 제품부터는 컨트라스트가 높고 해상력이 우수한 G렌즈를 채용했다하는데, 제 멋대로 해석하면 그동안 쓰던 칼짜이스 T* 인증렌즈는 가격이 비싸니 얼마전 인수한 미놀타의 G렌즈를 사용한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옛날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미놀타라는 회사는 '공돌이' 근성으로 유명한 회사였습니다. AF기능과 센서쉬프트 손떨림보정을 가장 먼저 가져온 회사고, 노출계를 만드는 유일한 DSLR메이커이며, ADI로 대표되는, 플래시 컨트롤에 대한 상당한 기술력이 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미놀타 렌즈중 최고급 렌즈 라인업이 바로 G렌즈입니다. 그리고 소니가 작년에 미놀타를 인수하면서 G렌즈 기술을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에도 적용하고있는 중이지요. 좀 삐딱하게 해석하자면 칼짜이스 렌즈가 비싸서 G렌즈로 바꾼거고, 좋게 말하자면 G렌즈 역시 만만찮은 렌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 렌즈야 칼짜이스가 맨날 잘만든다고 말하기도 뭣합니다. 요즘 여러 벤치마크를 보면 메이커만 보고 렌즈 성능을 재기는 힘들더군요. 아무튼 정확한 비교 자료가 없으니 렌즈의 화질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힘듭니다.


스펙만 따지자면 기존 H50의 경우, 35mm 필름 규격 환산 31-465mm f/2.7-4.5의 15배 줌 렌즈를 달고있었고, 이번 HX1은 28-560mm f/2.8-5.2의 20배 줌으로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15배 줌에서 20배 줌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보다, 줌 시작점이 31mm에서 28mm로 넓어졌다는게 더 큰 메리트입니다. 환산 28mm라면 일반 입문용 APS-C DSLR의 번들렌즈인 18-55mm 렌즈의 18mm에 상당하는 화각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여자친구 앉혀놓고 찍었을때 다리가 적당히 길게 나온다는 뜻이죠. 최근 나오는 디카들의 24~28mm 광각 대세를 따라 HX1도 28mm 광각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요약하면, HX1은 기존 H50보다 더 넓게 찍고 더 당겨 찍을 수 있습니다.



제품 PT는 다소 초보 유저용 설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G렌즈의 왜곡이 적다고 하지만 기준이 될만한 TV distortion등 수치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적다'는게 어느정도 수준인지 믿을 수 없었고요, 실제로 HX1을 들고 최대광각에서 명함을 화면에 꽉 채워서 실험해보니 불룩한 배럴디스토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눈대중으로 대충 예상컨데 최대광각에서 TVdistortion 값은 -3%에서 -5% 사이일것 같습니다.


위는 Panasonic Lumix G Vario 14-45mm f/3.5-5.6 ASPH OIS 렌즈의 최대광각 왜곡 형태입니다.

TV distortion 값이 -5.46% 정도 됩니다. 이 렌즈는 예전 제품 출시때 말했듯 굉장히 심각한 왜곡을 가진 렌즈입니다. 파나소닉이 그만큼 렌즈 설계를 못한다는거죠-_-; 이상 왜곡이 발생하면 거의 어안이랑 비교해야합니다.


이건 Tamron AF 18-270mm f/3.5-6.3 Di II LD [IF] Asph. VC macro렌즈의 최대광각 왜곡 모양입니다. 이게 TV distortion 값이 -3.88%니 대강 이것이랑 비슷하거나 높고, 앞의 14-45 렌즈의 -5.46%보다는 낮다는 말입니다. HX1에 장착된 20배 광범위 줌렌즈의 특성상, 플랜지백이 짧고 사이즈가 작은 센서상.. 이정도 왜곡은 최상은 아니지만 무난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가:

DPreview에 HX1의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왜곡 부분을 보니, 광각에서 0.4%, 망원에서 -1.9%라는 정말 훌륭한 수치를 보여주고있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한 -3.88% ~ -5.46% 는 근접 접사 촬영 했을때로 한정되어 적용되는 문제더군요.




연사

그리고 기계식 셔터로 초당 10연사를 낸다고 하는데, 기존 전자식 셔터에 비해 기계식 셔터가 가지는 장점을 듣지 못했습니다. 1/4000 정도의 빠른 셔터속도를 낼 때 전자식 셔터를 사용하는 니콘 D70 DSLR은 고질적인 블루밍 현상이 있었습니다. 블루밍 현상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은 당장 폰카나 디카를 꺼내서 밝은 빛을 겨냥해보십시오. LCD화면으로 볼 때 상하로 빛이 쭈욱 스며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겁니다. 이런 부분 설명이 들어갔다면 기계식 셔터가 왜 좋은지 사람들이 이해하기 좋았을겁니다.


그 외에 초당 10연사라는 스펙은 이미 카시오의 EX-F1이라는 무지막지한 괴수가 초당 60장을 찍어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조사해보니 이번 HX1은 해상도 제한 없이 초당 10장이라고 합니다. EX-F1의 경우 200만화소로 제한된 상태에서 초당 60장이 찍힙니다. 그 외에 10연사 이상을 지원하는 디카가 많지만, 해상도 제한 없이 초당 10장을 찍는 녀석은 이게 유일한것 같습니다.



노이즈

그리고 오늘 제가 강조할 이 제품의 특장점은 변태적인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입니다.

이날 PT에 야경 사진이 하나 등장했는데, 저는 컬러 노이즈가 잘 안보이니.. DSLR기준으로 ISO400 정도의 노이즈라고 생각했는데, 그거 알고보니 ISO3200이더군요. 아니 소니 녀석들이 어디서 UFO를 주워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무지막지한 고감도 저노이즈는 말로만 하면 별로 실감이 안되니 사진을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변태를 넘어 사이코적입니다.



이건 건너 테이블에 앉아있던 칫솔님이 찍은 테이블 아래 사진입니다.

조리개 2.8 최대 광각에 ISO3200의 초고감도, 셔터속도는 1/6초 나오던 과격한 어둠인데, 이번 기종에 들어간 Handheld Twilight 기능으로 찍은겁니다. 사진의 EXIF정보 확인해보세요. 무보정 리사이즈에서도 컬러 노이즈가 보이지 않습니다.






100% 크롭한 사진입니다. 컬러노이즈를 아예 멸종시켜버렸습니다. 후보정을 많이 해본 분들은 아시지만, 그 많은 노이즈중에서도 가장 잡기 힘든 노이즈가 바로 컬러노이즈입니다. 물론 위 사진은 DSLR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소니측 말로는 "우리는 저노이즈보다는 디테일을 살린 사진을 추구한다"라고 말하지만, DSLR수준의 디테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바꿔말해 DSLR만큼 뭉개지도 않았습니다.


더 쉬운 말로 말하면.. 허니컴 CCD를 사용한 Fuji S5pro DSLR이나 Canon EOS 30D DSLR이랑 비교하여 고감도 디테일 면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바디는 고감도에서 노이즈 잡는다고 디테일 뭉개기로 소문난 소프트 카메라들입니다. 하지만 그 DSLR에 비해 뒤지지 않을만한 디테일을 보여주네요. 컬러노이즈 특성은 오히려 우월하고요. 이번에 새로 들어간 Exmor CMOS 센서가 제법 성능이 좋은것 같습니다. 예전 제품인 H50은 1030만 화소고, 이번 HX1은 910만 화소인데 줄어든 화소에 비해 좋아진 화질이 눈에 띄네요. 저는 예전부터 블로그에 반복해서 강조해왔습니다만, 화소=화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기존 제품과 비교를 하기 위해 H50의 고감도 노이즈 샷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위는 이전 모델인 H50의 ISO800 샷입니다. 확대하지 않아도 잎에 얼룩덜룩한 컬러노이즈가 보입니다.



이건 H50의 ISO3200샷입니다. H50의 경우, ISO1600부터 고감도 노이즈 리덕션 강도가 올라가 컬러노이즈를 완전히 억제합니다. 대신 입자가 매우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확보한 사진들을 쭈욱 살펴봤는데, 3200이하 감도에서도 H50처럼 컬러노이즈가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다른분이 촬영한 ISO250 사진이니 참조하세요.



광범위 줌렌즈를 탑재한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상 엄청 작은 1/2.4인치 센서를 사용하게되는데, 작은 센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감도 노이즈를 극단적으로 억제한 점이 대단합니다.


그 외에 그날 알게된 정보 중 DSLR유저로서 엽기적이었던 사실 하나. 그 전 똑딱이들은 마름모꼴 조리개를 사용했군요. DSLR렌즈들은 대부분 조리개날 수가 5~8개 사이의 둥근 조리개를 쓰고, 최근의 고급 렌즈들은 조리개날을 둥글게 가공하여 어떤 조리개값에서도 오므려진 모양이 원형이 되는 원형 조리개를 채용합니다. 근데 똑딱이의 경우 그동안 마름모꼴 조리개를 사용했고, 이번에야 둥근 조리개를 사용한다니 좀 놀랐습니다. 조리개가 둥그면 둥글수록 배경흐림이 부드러워지고, 빛망울이 예뻐집니다.


정리하자면..


쇼킹한점

  1. 작은 센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감도 노이즈를 극단적으로 억제하였음.
  2. 기존 H50에 비해 광각 성능, 줌 범위가 더 강화되었음.
  3. 최초로 해상도 제한 없이 10연사 달성
  4. 1080p Full-HD동영상 촬영 가능
  5. 환율 대비 저렴한 편인 80만원의 출시 가격


그저그런점

  1. H50에 비해 수동기능 조작성이 나아진게 없음.
  2. SD카드 말고 소니 전용의 메모리스틱 사용 - 이 부분은 소니 디카인 이상 영원하리라 봄
  3. 하이엔드 정도면 RAW촬영 기능은 끼워줘야지..


소니는 캐논의 G10과 같은 수동기능이 강력한 하이엔드 모델 라인업이 없습니다. 예전에 F717이나 F828 처럼 큼직한 기종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 상태라 이 라인업은 보급형 DSLR에 비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에 퇴출된것 같네요. 그렇다면 HX1이 현존 소니 디지털 카메라중에서 가장 높은 라인업인데.. 수동 기능을 조작하는게 몹시 불편합니다. 이 부분은 아예 수동 이용자층을 버리고 쉽게 나간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가격의 경우, "80만원이면 보급형 DSLR을 하나 사겠다! 저게 뭐가 싸!" 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그건 옛날 일입니다. 지금은 환율 때문에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암흑기입니다. 바로 얼마전 출시된 캐논 EOS 500D같은 보급형 DSLR은 120만원에 출시되었습니다. 옛날처럼 80만원대에 초기가가 형성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입니다. 500D를 시작으로 타사의 신기종들도 가격이 한 급 높게 조정될 것이며, 이미 출시된 기종들은 가격이 인상된 바 있습니다. 캐논의 각 DSLR 기종들이 10% 가격 인상, 소니는 a900을 제외한 다른 기종이 전부 올랐고, 니콘은 D90 가격이 10% 올랐습니다. HX1의 이전 기종인 H50은 현재 40~50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되고있네요. 아무튼, 렌즈, 센서, 기능 모두 향상된 HX1이 초기 출시가 딱 80에 나오니 당연히 초기 판매 가격은 70 근처에서 형성될 것입니다. 한두달 지켜보면 자연히 알겠지만 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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