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반성문 쓰는 법

MIRiyA☆ 2014. 1. 19. 03:31

요새 카페 뎀셀브즈의 어처구니 없는 영업 행태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들이 시끌시끌하다. 


크리스마스 개념없는 커피숍.

http://pann.nate.com/talk/320651699


오늘 명동 커피숍 글올렸던 사람입니다.

http://pann.nate.com/talk/320675074


상황은 이런데..

1. 크리스마스날 어떤 커플이 카페 뎀셀브즈에 가서 케익과 함께 커피 두잔을 머그잔으로 시켜 마셨다.

2. 커피를 다 마시고 더 마시고 싶었는데, 좀 있다 나갈 것 같아서 테이크아웃 잔으로 두잔 더 시켰다.

3. 잠시 앉아 마시고 있었는데 종업원이 면박을 주며 쫒아냈다.

- 그 와중에 옆자리에선 다른 커플이 커피 한잔을 머그잔으로 시켜서 둘이 나눠 먹고 있었다.

4.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니 테이크아웃 잔으로 장내에서 커피 마시는 "룰을 지키지 않는 자격 없는 손님"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


이 논리대로라면 머그잔으로 20잔을 마셔도 테이크아웃잔으로 1잔 시키면 망신 당하고 쫒겨나는 상황. 온 커뮤니티들이 손님이 엎드려 커피 받아야 하는 카페라며 마구 비난하는 와중이었다.


거기다가 이번에 사장 양반이 "크리스마스 개념없는 커피숍이올시다" 라는 제목의 패기 넘치는 공지사항을 올리면서 사람들 속을 뒤집어놨다. 


크리스마스 개념없는 커피숍이올시다

https://www.facebook.com/CaffeThemselves/posts/566223923459604


일단 글 읽어보면 밑에 별의 별 댓글이 다 달리고 있다. 굳이 내가 까지 않아도 지금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반응 아주 뜨겁다 ㅎㅎ


내가 성격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카페 사장 기분 대충 이해하는데 말이지. 벼멸구같은 고객년놈들이 내 하라는대로 안하고 플라스틱 컵으로 처 마시다가 쫒겨나고, 뭐 잘했다고 인터넷에 땍땍거리냔말이야. 오지말던가 이 시발것들! 대충 뭐 이런 기분일테지.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년이나 저놈이나 갖고 있는 천원짜리는 다 똑같은 천원짜리니 최대한 손님 많았으면 싶을거다.(마셨으면 지체없이 빨리 꺼졌으면 좋겠고) 그러니까 이 사건은 최대한 빨리 덮고 여론을 좋게 돌리는게 좋을거다. 아니면 진짜 집에 재산 100억쯤 있어서 매장에 파리 날려도 데미지 안받는 사람인가보지. 내가 생각할때는 이 사장은 이미 돈이 많아서 손님 같은거 연연하지 않나보다. 예를 들어 쿠팡 같은 굴지의 기업은 메일주소를 적어주지 않으면 물건 구경도 안시켜주고, 거기다 투덜거리면 남의 블로그 글까지 지워버리지 않나. 멘탈 갑이다.


난 많은 사람들이 까는건 까기 싫으니깐 이번엔 반성문 쓰는 법에 대해 글을 쓸까 한다.

그니까 여기까지가 내 서문이었다. 이 글은 내가 2년 전에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던 칼럼 비슷한 글인데 블로그에도 소개해볼까 한다.




참 반성할 일이 많은 세상이에요.

다들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들을 저지르고 살아가지요. 

물론 잘못한 사람을 옹호할 생각도 없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학교 커뮤니티의 다른 일과 관련이 있지는 않습니다. 이거 뭐 요새 하도 일이 많아서 저도 몸을 사리게 되네요. 

여튼 오늘은 방법론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잘못은 저질러진 상태, 큰 피해 없이 뒷수습을 하는 법이 참 중요합니다. 

두가지 예시를 들어 반성문 쓰는 법에 대해 강의해볼까 합니다. 


내용의 성격상 반말체로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예시1. 통닭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어요

분위기 : 불매운동 해야하는거 아니냐, 닭을 어디 썩은걸 쓰길래 바퀴벌레가 나오냐? 미친거 아님?


생각만 해도 암울한 상황이다. 이걸 그냥 넘기면 당장 커뮤니티에서 들고일어나 큰폭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 뭐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학교 앞 모 감자탕집의 경우 구더기가 나오고도 아직 영업중이다.

"음식은 맛있어서 먹는게 아니라 맛있게 드셔서 맛있는겁니다" 이런 멘탈의 광고문구를 보여주면서..(구더기 나와도 맛있게 드시면 맛있다)


나라면 해명 내지는 반성문을 아래와 같이 적었을것 같다.




여기 반성문에서 핵심 포인트를 짚어보자. 

일단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 사과한건 굉장히 신속한 대응이다. 게다가 점장이 직접 나서서 이름을 까고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들어간다. 일단 사람이라는게 이름을 까면 당당해보이고 뭔가 적극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알게 모르게 알게 있다. 게다가 바퀴벌레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아니라 이물질이라는 단어로 슬쩍 바꾸어 혐오감을 줄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확실히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수 있고, 진짜 바퀴벌레라는 사실에 기겁했던 사람들도 마음을 약간 누그러뜨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거기다가 점장이 자신의 매장 위생 상태에 대해 일관성 있게 강한 확신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창문가에 닭 반죽을 담아두었는데 바퀴벌레가 날아들었다는건 솔직히 점장 입장에선 재수 정말 없었겠구나- 요정도로 비치지 않겠는가. 아 저 사람의 잘못은 아니군, 위생상태는 깨끗했지만 그냥 엄청 엄청 재수가 없었군.


자세한 내막은 누구도 모르지만, 여기서 사람들은 여러번 속게 된다. 일단 반죽된 닭을 창가에 담아두었는지 사실 관계는 누구도 밝혀낼 수 없다. 사실 매장 내부가 하도 드러워서 바퀴벌레가 여러번 들어가서 알을 깠다 해도 이건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점장은 사건을 덮기 위해 그날 즉시 매장을 기깔나게 닦아놓고 랩을 씌운 닭반죽통을 진열해놓고 사진 몇장 찍어서 포샵처리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놔도 누구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 사과문중 내용 묘사를 디테일하고 실감나게 적어놨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인천의 모 광역 버스 회사에선 버스 안에서 말린 오징어를 팝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무도 속지 않겠지만, "이번에 ㅇㅇ고속 파업한거 봤지? 기사가 수입도 없고 하루에 몇분 쉬지도 못하며 일을 한다. 그래서 암암리에 그렇게 장사를 하는 행태가 있다.. 이게 단속하기 힘든게, 맥주 냉장고를 갖다놓고 파는것도 아니고 그냥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갖고 돈통 옆에 후줄근하게 걸어놓으니 내가 공익 생활할 때 대중교통 관리부서에서 단속 나가봐도 운전기사 간식이라 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는거 아니겠냐" 라고 아주 개 소설을 써서 말해버리면 뭔가 내용이 살게 되는 식이다. 안먹힐것 같나? 표정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이 드립 성공률 꽤 높았다. 내가 평소에 거짓말 연습할때 쓰는 주제다. 역삼역 스타타워 지하 4층에 해수 풀장이 있는거 알아?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럴싸하다는거다.


자 여튼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원칙적으로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들통날 경우 아주 끝장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적당히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 안에서 양심껏 치자. 솔직히 당신이 위생좀 드럽게 관리했다. 그래서 정말 바퀴벌레가 있었던거야, 우글 우글 했던거야. 재수없게 닭속에 들어가서 그게 튀겨져버려 먹은 사람 입안에 반쪽, 닭에 반쪽 이렇게 발견이 된거지. 영업 접을거야? IMF때 정리해고 당하고 퇴직금이랑 은행빚이랑 모아서 겨우겨우 치킨집 하나 세워갖고 딸 둘을 대학 보내놨는데 여기서 바퀴벌레 한마리때문에 권리금이고 인테리어 비용이고 십억인가 빚 내 놓았는데 이번 한방에 망할거야? 빚더미로 거리에 나앉아 갖고 큰딸 결혼 못시키고 막내 아들  대학 중퇴시키고 공장보내는 꼴을 봐야하나? 지금부터라도 좀 경고받았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청소 열심히 해서 다시 재개하는게 낫다. 만약 그게 가벼운 거짓말이나 사실 언급 안하는걸로 끝난다면.


거짓말은 부수적인거고, 사실 원칙적으로는 하면 안된다. 사과문에서 가장 중요한건 진실성, 그리고 발생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이다. 거짓말이 좀 들어갔든 말든 원인은 밖에서 날아든 바퀴벌레라 밝혔고, 그게 재발하지 않게 랩을 씌워 잘 간수할 것이라 재발 방지 약속도 했다. 그리고 열심히 청소하고 마스크랑 두건 착용하고 있다 하니 신뢰감이 들지 않겠는가? 그리고 반성문 마지막에 사장의 주름 많은 얼굴 사진이 들어가면 좋을것도 같다. 뭔가 미묘하게 글을 읽을 사람들의 아버지를 닯은 얼굴이 나온 사진이 있으면 감정 이입도 되고 아주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다. 잘 생각해보라, 읽는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연민을 느낀다. "네이버가 나쁜짓 했다"이러면 상대적으로 강력한 네이버를 가운데 놓고 아주 흠신 두드려 팰 수 있지만, 해당 부분 담당한 같은 동네 네이버 신입 여직원이 나와서 울먹이며 손이 발이 되도록 사과하면 사람들은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튼 거짓말 이야기가 좀 나와서 애매해졌지만, 부디 내가 강조하는 요지를 곡해하지는 말자.

사과문은 신속하고 진실되게,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서 믿음을 주자. 그리고 몸을 낮추자.

카페 뎀셀브즈 점장은 정말 고자세다. 사실 사과문도 아니고. 맞기 딱 좋은 상황. 

쟤 재수없어, 더 때리고 싶어져 으으으.. 네티즌들은 이런 기분. 차라리 안썼으면 잊어버리기나 했을텐데. 쩝.





예시2. ㅇㅇ학과 학생회장이 만취 상태에서 타과 신입생을 폭행함

분위기 : 학교 커뮤니티 완전 난리. ㅇㅇ과 학생회장이 술처먹고 누구 때렸대 피 흘리고 그러던데 회장새끼는 도망갔다네, ㅇㅇ과 학생들은 부끄럽고 짜증나는 상태


거의 뭐 수습이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당사자 입장에선 술먹고 뻗었다 일어나보니 자신이 사람치고 튄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딱 까이기 좋은 위치, 과 학생회장이다. 아까 말했다 시피 강하면 강할수록 매를 번다. 아주 좋은 떡밥이 되어 술먹고 개가 되었느니 위치에 안맞는 처신을 했다느니 도망갔다느니 고소를 해야한다느니 아주 그냥 좌절스러울정도로 신나게 뜯기고 있을 상황이다. 이때는 머리를 마구 굴려서 자기가 뭔가 어쩔 수 없이 이랬어야 했다- 이런걸 찾아보고, 아니라면 180도 돌아서 무조건 사과하는게 좋다. 


흠, 그럼 취김에 사람을 폭행할 '그나마' 그럴싸한 이유는 뭐가 있었을까? 대충 극단적인건 이런게 있겠다.

저놈이 니 어미는 갈보년이고 니 여친은 걸레년이라 외치며 내 뺨을 쳤다. 이런 말을 듣고 선빵까지 맞은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여친도 없다고! 혹은 내 보는 눈앞에서 과 여학우 가슴을 grab 했다. 이 상황에서 과 학생회장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뭐 이런거 있었으면 상황은 조금만 말 잘하면 확 반전시키거나 최소한 1:1 비등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건으로 볼 때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내가 그냥 술 먹고 개가 된거라 이건 뭐 어디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다. 


아, 물론 과 학생회장이 아니라 정치인정도 되면 거짓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뻔뻔한 수작이지만 쉽게 사용하는게 오해다, 몰랐다, 기억안난다. 이런 단어들이다.

사실 내가 누굴 쳤는데 그 전에 저놈이 날 먼저 쳤다, 부모욕 했다, 그래서 난 정당방위한거다 이런 말 해버리면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내편으로 쏠리게 된다. "이야! 우리가 마녀사냥했었네! 알고보니 저놈도 문제있네!" 뭐 이런 식이다. 실제로 그게 완전 뻥이더라도 이런 효과는 일단은 성립한다. 정말 무서운거다. 상대편에서 난 그런적 없다고 주장하면, "저놈이 거짓말을 한다, 과의 대표인 내 불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여론몰이 하려 한다" 라고 어처구니 없이 몰아세우면 된다. 그럼 제 3자들은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머리를 굴리고 추리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는 지지자와 안티들이 서로 뭉치고 싸운다. 대리전을 한다. 이때 진짜 증인이 나타나서 학생회장이 그냥 먼저 쳤네- 이렇게 나오면 적당히 상황 봐서 "오해가 있었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하면 되는것이다. 아니면 계속 "저놈은 저격수네, 저놈이 얼굴에 철판 깔고 있지도 않은 말 지어내어 거짓말하네" 그러면서 계속 공방을 이어간다. 와 놀랍도록 뻔뻔스럽지 않은가? 웃기는건 이 정도 되면 여러 날은 지나있는 상황일 것이고, 대중들은 정보의 홍수에 쉽게 피로해져 넌덜머리를 내며 다른 화재를 찾게 된다. 이때 적당한 사건 하나 다른게 터지면 사건이 흐지부지 되며 기억에서 잊혀지는 식이다. 무척 어이없지만 실제로 참 자주 써먹는 수법이니 잘 기억해두고 속지 말도록 하자. 


여튼 정치판이면 이럴 수 있다는거다;; 맨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아래와 같이 썼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솔직히 사과하는거다. 

정말 자신이 지금 어떤 심정이고, 후회하고 있고,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사죄하자. 무조건 사과하고 틈만 나면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자신을 까자. 남이 깔만한 부분은 내가 먼저 까는 것이다. 스스로 까서 스스로 더 불쌍해지고, 이런식으로 돌도 던지기 힘들 정도로 불쌍해지면 그게 스스로 방어가 되는 격이다.


그리고 위에선 술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술 탓으로 여겨지게 돌린거다.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면죄부가 되도록 감정을 건드리자는 것이다. 사람이 죄가 아니라 술이 죄라는 식으로 문제의 대상을 전이시킨다. "저 주정뱅이 폭행 학생회장, 도망간 또라이새끼"이런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술먹고 해까닥 해서 사람 때리냐? 술버릇 진짜 더럽네" 이런식으로 분노의 급이 약간(?)이나마 낮아진다. 


그리고 뒤이어서 술 깬 다음 빠른 사과를 했고, 병원에 함께 가는 등 피해자와 관계를 잘 유지하며 후속조치 잘한 점을 강조한다. 술 깬 다음에도 피해자에게 불손하게 대응하고, 무성의하게 나오면 공격을 당하지만, 여기서 취중과 술깸 사이를 칼같이 그어주면 화살의 '일부'를 술에게만 날릴 수 있다. 그럼 "평소에는 착한 학생회장이 술먹고 어쩌다 사람을 때렸네..."로 약간 뉘앙스가 누그러진다.(누그러질 수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데미지를 덜어내는거다.


- 어이 잠깐, 나는 음주운전 이런거 진짜 싫어하고, 국내 법원이 주폭이나 음주 강간 사건에 대해 관대한 점을 무척 싫어한다. 그리고 술 처먹고 꼴아서 난리치는 인간들은 상종도 안한다. 이건 예제일 뿐이니 나한테 돌 던지지 말자.


그리고 피해학우에게 사과하고, 본인의 과 학생들에게 사과를 반복적으로, 일관성 있게 하면, "저 착한 청년이 술먹고 트러블이 있었군." 정도로 수그러든다. 학생회장이라는 강해보이지만 때리기 좋은 위치에서 내려와 같은 인간으로 대하게 만드는게 큰 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ㅇㅇ과 학생회장 술먹고 병신짓 했나봐. 수습하느라 고생하네 ㅋㅋ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찌질이녀석 ㅋㅋ" 요정도까지 여론을 누그러뜨리면 제법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뭘 해도 아마 술먹고 난리친 이미지는 벗기 힘들테니 말 그대로 자중하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한번 더 실수하면 그땐 끝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핵심 포인트는 사건의 책임을 일부 술로 전가하고, 여러차례의 사과와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계속 분산시키는거다. 단체의 대빵인 '학생회장' 이미지를 벗고 벌거벗은 인간의 이미지로 돌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 그리고 추가로 글 쓸때 유의할 점 조금 더 적어보겠다. 


느낌표 같은걸 막 쓰지 마라. 

가끔 커뮤니티에서 보면 막 제목에다 "느낌표 같은걸 막 쓰지 마라!!!" 이런식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 자, 느낌표를 쓴 다는것 그 자체가 글을 천박하게 만드는데, 느낌표는 자기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한 문장에만 딱 한번 써주는게 좋다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안쓰다가 한번 써줘야 봐줄만하다는 것이다. 영어 문화권에서 문장 전체를 대문자로 안쓰는것과 같은 이치다. 문장 전체를 대문자로 쓰면 소리지르는 느낌이 나고, 주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속된 말로 못배운집 자식들이 그런식으로 문장을 쓰니까- 그렇게 쓰면 천해보인다. 에.. 아니면 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 쓸 때 느낌표 많이 쓰더라. 엄청 노티난다. 여튼 느낌표는 정말 작정하고 쓸데 아니면 쓰지 마라.


문장에 괄호 왠만하면 쓰지 마라. 

긴 문장에 괄호가 들어간 부분(보통 보면 대학교 교과서에 이런식으로 괄호 열기 시작해서 한문장 두문장 세문장 심지어 문단을 처넣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는 외국 책을 번역해올 때 번역한 놈이 머리가 무척 나쁘고 번역 수준이 떨어지는 저렴한 사람이라 그렇다, 영어권 위키피디아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언어 능력이 이상한 사람은 문장을 짧게 쓸 줄을 몰라서 한문장에 거의 5개가 넘는 주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쉼표를 붙여가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이걸 번역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척 고민하다가 고대 영문과 나오고 라스베가스에서 일하는 삼촌에게 물어봤더니 종이를 던지며 "이건 니가 해석을 못하는게 아니라 글 쓴 녀석이 수준이 딸리는거야"라고 웃은 적이 있다.)은 머리가 무척 좋아야 쉽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문장이다. 이거 읽으며 이해가 바로 되나? 괄호 쓰지 말자. 


어렵게 글 쓰지 마라. 

어떤 사람은 본인이 글을 어렵게 적어놓고 읽는 이들이 대충 읽는다거나, 난독증이라던가, 멍청하거나 무식해서 그렇다고 매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예 의도적으로 똥파리 꼬이지 말라고 알아들을 사람만 알아들을 이야기를 기술문서로 적는거랑은 구분해서 생각하자. 대게 일반인들 볼 글인데 이런 글을 어렵게 적어놓고 자신은 쉽게 썼다며 고고하게 생각하는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글을 썼는데 자신만 알아보고 남들이 못알아보게 적는건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중 하나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이성만을 중시한다.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감정 문제로 타인과 싸움이 붙은 경우엔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따라서 그런걸로 오인받지 않을라면 글을 쉽게좀 쓰자. 뭐 니 맘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영어 단어 섞어 쓰지 마라. 

보통 자기 논리가 무척 딸리는 사람이 본판보다 더 있어보이게 하려고 온갖 영어 단어를 섞어 쓴다. 원래 글이라는건 개인이 갖고 있는 머릿속의 모든걸 다 꺼내놓고 진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리고 치장하려 해도 핵심은 보인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면 그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기보다 더 아는 사람은 순식간에 글만 훑어봐도 "참 아는척 하려고 애쓰네 ㅉㅉ" 이런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요새같이 뭔 모르는 단어만 튀어나왔다 하면 구글 검색해보는 참 좋은 세상에선 이런 일들이 너무 쉽다. 게다가 논쟁중에 영어 단어나 좀 많이 어려운 한글/한자 단어 사용해놓고 상대가 못알아먹으면 면박주기 딱 좋기 때문에 요런 병신같은 테크닉을 자주 쓰는 비겁종자들이 종종 보인다. 


살다 보면 뭔 강연에서 한글 문장부호, 조사 이런거 다 빼놓고 모든 명사와 형용사를 죄다 영어로 쓰는 사람도 가끔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유저의 인터렉션에 있어 비주얼 클루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노멀한 에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페르소나 모델에 베이스를 두고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해야지요. 그래서 제가 나이스한 서제스쳔을 드릴게요" 뭐 이 지랄을 하면 진짜 뭐라도 세게 던지고 싶어진다. 근데 일단 이 글에서 말하는 바는 저런 영어권 유학종자의 언어병에 상관 없이, 잘난척을 위해 별것도 아닌 단어를 괜히 영어로 끌고 오는 행동을 짚고 싶은 것이다.


진실성 있게 글을 쓰자.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데 있어 뭔가 뒤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경우, 당연히 예상되는 질문이나 주제를 얼버무리고 넘어가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건 인터뷰 전문 기자나 수준 높은 독자들이라면 금방 파악해낸다. 이놈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다고. 특히나 반성문을 쓸 때 진실성 있게 쓰지 않을 경우 면피를 위해 반성하는 척만 한다고 돌을 맞게 된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반성문 안쓰니만도 못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글에 정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이 아는바에 대해 진실되게 글을 적자. 진실된 척 같은걸 한다면 미리 적어보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수정을 받는것도 좋다. 굳이 진실을 쓰라는게 아니라 진실성 있게 잘 쓰라는거다. 


맞춤법 잘 지키자. 

물론 이 글에도 맞춤법 안맞는 부분은 분명 많이 있었을 것이며, 한글 맞춤법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하지만 정말 틀리면 당장 나가 몸던져 죽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맞춤법 문제는 몇개 있다. "오빠 빨리 낳으세요" 이것이랑, "그런적 없읍니다" 이런것도 있고, OMR 카드를 오회말 카드라 한다던가 이런 생 또라이 새끼들. 

전자의 것은 정말 책한권 들여다보지 않았고, 인터넷을 하면서 한번도 안/않, 나/낳 구분하라는 글을 한번도 못본듯한 미개종자라 말할 수 있다. 난 낳으세요라고 쓰지 말라는 말을 진짜 살아오면서 백번은 본것 같다. 근데 이걸 아직도 쓰는 사람은 대체 뭐하는 종자란 말인가. 

그리고 두번째의 읍니다.. 이 부분은 쓰면 정말 못배우고 나이들어보인다. 거의 60대 정도 넘으면 이런 말을 쓸 것 같은데, 우리같은 20대가 읍니다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고 믿는다. 

세번째의 오회말 카드 이런식으로 상식을 초월하는 병신성은 어... 모르겠다 외국 살다 왔나보다.


물론 위에 나온것처럼 사과문 쓸 때 전략적으로 저학력 코스프레해서 동정표 살라는 셈이라면 진짜 무서운 사람이고.(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나..) 아무튼 뭔가 단체장 같은거 맡아서 공지사항 이런거 쓸 때 맞춤법 틀리고 이러면 진짜 이미지 확 망한다. 조심하자. 


이쯤에서 글을 마칠까 하는데, 다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 하지 않는게 당연히 최우선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정말 피해없이 사태를 모면하고자 한다면 반성문 쓸때 최소한 삼십분은 고민하자.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 날 지켜보고 있는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가진 카드는 뭐가 있는지.





여기까지 예전에 커뮤니티에 쓴 글을 마친다.


위에 정말 못된 테크닉들을 가르쳐준것 같아 마음이 좀 찝찝한데, 일단 잘못을 했고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확실하게 하자. 인간이 불안하거나 분노하거나 당황했을 때 무너지는 모습, 정말 끔찍하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서 상황을 반전시키는게 사과의 기술이니 신속성, 진실성, 낮은 자세, 일관성 있는 메시지.. 이런걸 유념하도록 하자.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도 키보드 워리어라서 이렇게 쓰고 있지 실제 생활 들어가면 맨날 싸우고 문제 일으키고 고생하고 산다. 사과문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사과할 일이 없게 노력하는거다. 여튼 다들 얽히고 설켜 힘들게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뎀셀브즈는 그냥 매장에서 의자 치우는게 좋을것 같다 ㅋㅋ 서서 마시게 하는게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