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중고나라에서 사기꾼 만난 이야기

MIRiyA☆ 2014. 2. 3. 11:25

에.. 나는 평소에 관심있어 하는 제품들을 중고 장터 자동 알림 어플에 등록해두고 모니터링하다가 쿨매가 등장하면 낚아채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오늘 있었던 중고 장터 이용기를 올려보자.

자.. 오늘 새벽 3시쯤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까 하다가 문득 알림이 떠서 확인해봤더니, 아니 맥북 에어 11인치 2011년형이 50만원에 올라온거다. 올 ㅋㅋ 중고 평균가 70만원에 비해 제법 싸다! 하고 바로 열어봤는데 이게 하자가 좀 있다. 일단 유럽형 키보드라 엔터키가 다르게 생겼다. 뭐.. 이건 일본형 키보드만큼 지랄맞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쓰면 된다 치고.. 문제는 RAM이 기껏 2GB 밖에 안된다는거다. 거의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아서 이건 사도 거의 못쓰는 정크라 생각. 약간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잘라 하는데, 10분후 또 알림이 울리는거다. 이번엔 뭐야- 하고 봤는데.. 아니 미친.. 맥북에어 11인치 2010년 후기형이 40만원(!!!)에 올라왔다. 상태도 좋고, 게다가 RAM이 4GB라 실사용 가능할 정도! 오오오오오 훌륭해.. 바로 간단한 조사후에 냉큼 예약 완료. 그날 저녁 회사를 일찍 마치고 나와 직거래를 했는데, 제품 상태 완전 깔끔하다. 아 이거 쓰다가 1년 후에 팔아도 똑같은 가격에 팔아먹을 수 있겠다.. 하면서 완전 좋아했지.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도 맥북 에어로 쓰고 있지.


거래 마치고 카페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들고 습관처럼 또 중고 장터 앱을 확인했다. 음, 소니 RX100이 올라왔네? 잉? RX100 mk2잖아? 거기다가 네셔널지오그래픽 가방까지 주네? 잉? 가격이 30만원??? 또라이 아님?



 


참고로 RX100은 45만원 전후로 팔리고 있고, RX100 mk2는 65만원 전후로 팔리고 있었다. 거의 반값인 것이다. 와 시발 대박이다.. 하고 이거 나만 본거지? 하면서 급히 연락할 준비를 한다. 당장 안쓸거라도 이렇게 저렴하다면 그냥 사는게 나을 정도.


장소는 수도권이 아니라 청주였다. 내가 조치원 살던 당시가 생각나서 후배에게 바로 전화해서 근처에 애들 있는지 물어봤다. 후배에게 한 10만원이라도 주고 대리 구매 시킬 요량이었는데, 하필이면 이날 근방에 아무도 없더라구. 아 뭐 다 상관 없으니까 내가 버스 타고 내려가면 되겠지. 마침 2호선 라인이었는데 고속터미널에서 타고 청주터미널 가면 한방이니.. 구매자에게 연락을 했다. 이 구매자가 집에 애기가 있다면서 통화는 안된데. 그래서 카톡 아이디를 적어놨더라. 카톡으로 예약 할 수 있냐고 하니까 바로 입질이 온다.



내가 내려가겠다고 하니까 "출발하세요 지금" 이러는거다. 흠.. 뭔가 이상한 응답이다.

이때부터 뭔가 입질이 왔다. 보통이면 얼마나 걸리는지, 어디서 출발하는지 물어보지 않는가. 거기다가 청주 어디 쯤이냐고 물어봤는데, 확인만 하고 답장이 안온다. 1이 안없어져. 이새끼 뭐하는거지? 킁킁킁 냄새가 난다. 

일단 차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두었는데, 친구가 차비만 주면 태워주겠다며 잠시 후에 다시 연락 준단다. 그때부터 나는 뒷조사를 시작했다. 일단 네이버 아이디와 카카오톡 아이디로 검색해봤다.




오호라 이거 봐라.. 그 네이버 아이디만 파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그 흔한 네이버 블로그 조차도 없다. 이 말은 인터넷 생활 거의 안하는 사람 혹은 아이디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역시 이상해.




카톡 아이디도 그렇고 뭐 딱히 검색되는게 없다. 영 수상한데...


내가 휴대폰을 두개 들고 다니는 관계로.. 세컨 폰을 이용해서 카톡 아이디를 새로 팠다. 대충 여자 같아보이게 강아지 사진 같은거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고, 닉네임도 바꾸고. 그리고 일부러 "~여"체를 이용해서 말을 건다.




이새끼 보소.. 아까 내 폰에는 확인만 하고 말은 없더니만 이번에 여기는 번개같이 응답을 하십니다 그려?

자연스럽게 택배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목포같은 먼 거리를 부르고, 택배 거래 가능하냐고 하니까 바로 한댄다. "구럼 계좌번호 불러주세요" 와 이놈 비용도 지가 부담한데.. 뭐냐 이게 ㅋㅋ 60만원도 넘는걸 30만원에 팔면서 지가 택배비도 부담한데요. 천사 났다 아주 ㅋㅋ 




근데 잘 보면 저놈이.. "보내는 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다. 뭐 보내는 드려? 영화 신세계에서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래 보내는 주겠지. 




벽돌 이런거 넣어서 보내는 주겠지.




대충 네이버 지도 검색해서 목포 주소 아무거나 만들어 붙여넣고, 이제 원래 폰으로 돌아가자. 여기까지 요약하면 이 새끼가 지금 직거래 하겠다고 차타고 오는 사람 놔두고 다른 사람한테 돈 입금 시킨거다. 완전 미친놈 아닌가. 이미 여기서부터 예의/어이 상실. 과연 어디까지 가나 보자.


다시 원래 휴대폰으로 돌아간다.




내 세컨 아이디엔 응답하는데 본 아이디엔 응답이 없어서 확 보이스톡을 걸어봤다. 역시나 예상 100%로 끊어버리더라 ㅋㅋ 그래 이 잡놈이 받을 리가 없지.




보이스톡 끊더니 바로 응답 온다. 뭐 임마 도착? 시발 니가 내가 어디서 출발한줄 알고 벌써 도착이여 ㅋㅋ 10분도 안지났는데.. 거기다가 다른 사람이 이미 입금한다더라 그런 말도 없다. 이쯤 가면 사기 확정이지. 그래서 이번엔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봤다.



 


아따 요새끼 발끈하는거 보소. 아까부터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일단 "머지." 이거.. 10~20대에 교육 못받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표현으로 경험상 알고있다. 그리고 아까 세컨 아이디랑 이야기한거랑 똑같은 '보내는 드릴수 있는데'라는 표현을 또 씀. 하 이 또라이새끼.. 계속 가보자. 재미도 있고.


이놈 또 비용 부담해서 보내드린데. 천사라니까! 이번에도 과천 뭐시기 주소 대충 적어서 보냈다. 근데 입금자 표시명에 왜 아무것도 적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음. 나중에 지급 정지 같은거 먹였을 때 입금자 이름 적으면 피해자에게 유리한거라도 있나?



걍 이 거래는 사기로 확정하고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친구에게 전화걸어 사기꾼 걸렸다면서 낄낄대는 와중에 이놈에게 세컨 아이디로 다시 연락이 왔다. 다른분 문의 들어왔데 ㅎㅎ 입금 하는데 7분을 못기다리네 ㅋㅋ 요새는 액티브엑스때문에 워낙 복잡해서요 ㅋ 이놈 4분 지나도 내가 씹고 응답을 안하니까 바로 욕을 한다 ㅋㅋㅋ




그리고 본 아이디로도 연락이 왔다. 6분 지났는데 오래 걸린데 ㅋㅋ

3분만에 분위기 변함. 그래서 한번 판을 깨보기로 했다.




바로 요 스샷을 보내줬다. ㅇㅋ! 그래 ㅇㅋ!



그래 바로 욕 나오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누구보다 더 화려하고 이상한 표현의 욕을 할 자신이 있지만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폰으로 타이핑하기 귀찮아 대충 대꾸해줬다. 니미 회를 뜨란다 ㅋㅋㅋ 이놈 어디 조선족인지 어휘가 저것밖에 안나온다. 아유 무식한놈.. 니미 회를 횟횟횟 뜨면 니는 똘똘이를 믹서에 갈갈갈 갈던가. 마지막 이모티콘이 내 기분을 대변함.




나중에 보니까 아이디 삭제했는지 저렇게 나왔다. 위에 중국 국기 떠있는거 보니 어디 조선족이 사기칠라 한거라던가, 아니면 아이피 주소 우회했나보다. 



 


그날 이후에도 하루 이틀 정도 더 영업을 하고 있더라. A1212 붙어있는 글이 저놈이 올린거다. 스크롤 내리니까 사기꾼이라는 글도 보이네 ㅎㅎ 재미있다.


이런놈은 신고해봤자 잡히지도 않고, 아이디 차단 먹이면 다른 아이디 만들어 나오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한다. 경찰에 신고해봐도 못잡는다. 다 대포통장 대포번호 써서 수작부리는거라서 잡는건 불가능하다. 그냥 당하는 사람이 바보인거고.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만무하다.


예전에 카페 운영할 때 내 눈앞에서 10억 넘게 사기친놈 만나봤는데, 말 진짜 잘하고 믿음 가게 이야기한다. 이번에 이녀석의 경우 너무 무리수를 뒀고, 말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어수룩한 사람들은 다들 속을것 같다. 애 아빠라 전화가 안된데요 ㅋㅋ 아따 가정적일세. 저 프로필 사진도 어디서 주워온 사진일거고, 거래용 사진들도 다 남의거 배낀거겠지.


중고 거래 할 때는 반드시 직거래를 하고, 지방이라 부득이하게 택배 거래를 해야 한다면 안전거래를 이용하자. 그리고 구매 전에 반드시 작성자의 이력을 확인하자. 내 경우 스샷은 못찍었는데 저놈새끼 스키복이랑 이런것들 한 세네가지 정도 같은날 올렸더라구. 중고 업자가 아닌 이상 동시에 여러개를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저렇게 편의를 많이 제공해주는것도 어이없고. 저 가격이면 내가 부산까지 내려가서 사와도 남을 지경이다.


가격 싸다고 입금부터 먼저 하고 예약하는 인간들 있는데, 송장 번호 받아도 나중에 도착한거 보면 안에 벽돌 들어있고, 신문지 들어있고, 패트병 들어있기 일쑤다. 사기, 조심하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중고나라에서 가짜 물건 온거 참조 : http://travelfacebook.tistory.com/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