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폰 발표는 발표 전에 워낙에 많은것들이 유출되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우징은 물론이고 지문 센서니 로직보드 레이아웃이니 이런것들까지 모든 부품이 탈탈 털려서 좀 김이 샌 감이 있다. 그나마 지문 센서 정도가 발표 1주일 전까지 루머만 나돌고 모습은 안보이다가.. 막판에 부품이 유출됨.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팀쿡이 유출되었다.
여튼 오늘 발표는 미리 실망부터 하고 시작했지만 몇가지 애플의 전략과 향후 미래 모습을 다소나마 예측해볼 수 있었다. 이제 밑에 썰 풀어본다. 일단 건조하게 팩트부터 쭈욱 정리.
iOS7
- 9월 18일부터 정식 배포. 업그레이드 무료.
- 아이폰4, 아이패드2,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터치 5세대 이후 기종부터 지원함.
- iWork, iPhoto, iMovie 앱들 모두 공짜로 품.
- 나머지는 예전 WWDC와 동일. 디자인 바뀌고 뭐 다 바뀌고.
아이폰 5C
- 녹색, 흰색, 분홍색, 하늘색, 노란색 다섯가지 색으로 나옴
-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에 하드 코팅, 내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강화.
- 아이폰5에 사용된 A6 프로세서 등 대부분의 스펙이 아이폰5와 유사.
- 지원하는 LTE 주파수가 13개로 늘어남
- 100mbps 다운로드 속도
- 1080p 동영상 촬영 가능, 3배 줌
- 페이스타임 HD 카메라 탑재. BSI 센서로 화질 좋음.
- 2년 약정 하고 16GB가 99달러, 32GB가 199달러. 64GB 버전은 없음.
아이폰 5S
- 실버, 블랙, 샴페인 골드 세가지 색으로 나옴
- 아이폰5와 디자인적으로 많이 비슷함
- 신형, 64비트 A7 AP 탑재, 기존 A6보다 2배 빠른 CPU와 GPU
- 동작 감지 전용 코프로세서 M7 칩 탑재.
- 배터리 시간은 아이폰5와 동일하거나 약간 나음. 250시간 대기, 10시간 통화
- 카메라 화소는 동일하게 800만화소, 센서 15% 커짐, f/2.2 렌즈 탑재
- 듀얼 플래시, 색온도 조절 가능.
- 홈버튼에 Touch ID 지문센서 탑재
- Open GL/ES 3.0 지원
그럼 이제 주요 관전 포인트 하나씩 정리를 해보자.
1. 저가 라인업 분화
기존 애플은 항상 신기종이 등장하면 구형, 구구형 기종을 200달러, 100달러씩 싸게 팔아왔다.
하지만 이번 5C/5S 발표로 인해 기존 아이폰5가 완전히 단종. 라인업은 이제 5S > 5C > 4S 식으로 재편되었다.
제일 비싼 5S는 기존 5와 마찬가지의 가격으로, 5C는 100달러씩 싸게, 그리고 4S는 8기가만, 공짜로.
앱 개발하는 입장에서 4S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존 화면 비율을 유지한채 앱을 개발할 기간이 좀 늘어난 셈이고.. 아이폰 4S가 생각보다 많이 팔려서 효자 기종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이번에 5C가 그 위치를 대신하게 되었고, 아무래도 4S보다 5C의 플라스틱 하우징이 저렴할 것이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선 상당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이 미친놈들은 플라스틱도 밀링으로 뚫고 있어서 많은 차이는 없을것 같지만서도.
2. 중국시장 이야기
5C의 C는 Cheap, China, Color 여러가지 거시기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애플은 아마 Color라고 이야기할듯. 하지만 중국에 아주 엄청 풀겠지. 애플이 5C를 내놨고, 5S에는 금색 버전을 내놨는데.. 금색은 중국에서 상당히 먹히는 색상인데다가.. 요새 중국에 애플스토어를 엄청 짓고 있는 애플 입장에선 이번에 중국에 올인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것이다. 게다가 이번 아이폰 출시국 1차 리스트에 드디어 중국이 들어갔다. 중국시장 집중 공략은 100%고, 지금 이순간에도 5C를 어마어마하게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다행인건 애플이 아이폰5S 레드 버전 안내놓은거. 여기 금색 테두리 두르면 아이언맨 되는건가? 중국은 금색과 붉은색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3. iWork 무료 배포
애플이 아주 강하게 질렀다. 드디어 오피스 시장에 완전 침공을 시작한것 같다. 저번 WWDC에서 발표했던 웹 버전 iWork에 이어 이번에는 iWork 앱 버전을 무료로 풀어버렸다. 구입 아직 안했기에 망정이지.. 이 말은 마치 MS가 윈도우 사면 오피스를 공짜로 넣어준다는 말이랑 비슷한거다.(실제로 MS가 자기네 윈도우8 태블릿에 오피스 끼워주는 이벤트도 했긴 했다.) 이번 발표에서 팀쿡이 "iOS는 정보 소비 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좋을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볍게 볼게 아니다. MS 입장에선 자사 윈도우8의 핵심 메리트를 공격당하는 셈이니까. 이렇게 iWork로 오피스 흔들기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MS는 윈도우라는 핵심 기반마저 흔들리게 되는거다. 물론 오피스가 워낙 강력해서 힘들겠지만. 오피스 뿐만 아니라 당장 게임쪽도 iOS에서 치고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근미래에 큰 접전이 예상된다. 나에게 있어서 윈도우는 엑셀과 게임, 인터넷뱅킹의 머신이기 때문에 이걸 iOS가 대체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보고 있다.
+ iMovie와 iPhoto도 공짜로 풀었지만 임펙트는 iWork가 갑인듯.
와 키노트를 공짜로 쓸 수 있잖아! 심지어 윈도우에서도.
4. M7 코프로세서의 정체성
위의 iWork 무료 배포가 SW에서의 전장이라면, 이번 M7 코프로세서는 HW에서의 전장이다.
M7은 가속도, 각속도, 지자기 센서를 전담하는 보조 프로세서 같은건데, 이건 A7같은 AP, 뭐 CPU 이런게 아니라 ASIC이다.(추정) 진짜 소프트웨어를 돌리는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회로란 말이다. 마치 현관문 도어락같이 정해진 입력값에 반응하는 회로라는거다. 그럼 그 단순한 M7이 왜 따로 탑재되었는지 궁금할것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광탈의 원인은 주로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 두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나머지 하드웨어 부분에선 상대적으로 배터리를 많이 먹지 않는다. 자, 예를 들어 우리가 만보계 앱을 만든다 치자. 가속도 센서를 사용해서 사용자가 걸어가며 흔들거리는걸 체크해야한다. 몇시간 내내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그 시간 내내 폰이 돌아야 하니 배터리 소모량이 상당하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냥 화면을 꺼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가속도 센서를 체크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AP를 항상 돌리고 있어야한다. M7 코프로세서는 이런 가속도, 각속도, 지자기 센서 등의 정보를 넘겨받아 처리하기 때문에 AP 부담을 덜고 쉬게 하는게 가능해진다. M7은 A7같은 AP와 달리 아주 단순한 회로이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극히 적다. 이렇게 되면 유사한 작업을 할 때 배터리 소모량이 제법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재미있는건 이런 '상시 센서링 컨셉'을 애플이 이번에 처음으로 들고 나온것도 아니고, 그 전에 구글/모토로라의 모토X 폰에서 먼저 탑재해서 나왔다는거다. 예를 들어 모토X 폰은 그냥 책상위에 놔둔 상태에서 "오케이 구글 나우" 하고 부르면 구글 나우가 뜬다. 대기상태의 폰을 쥐고 흔들면 카메라가 실행된다. 이렇게 항시 센서링을 하면서 특정 자극에 반응하여 AP를 깨워주니 대단한거다. 이런 코프로세서가 없던 예전 같았으면? 그냥 화면만 끄고 AP는 계속 돌면서 외부 소리 다 듣고 처리하고, 가속도 센서 처리하고 배터리 광탈하는거지.
근데 우리가 왜 이런 대단한 모토X 폰의 정보를 못듣고 있을까? 폰 자체가 묻혔기 때문 -_-;; 얘들 웃기는게.. 한창 갤럭시S4가 옥타코어니 뭐니 나올때 철지난 듀얼코어 AP달고 나와 메리트가 없었고.. 색상 조합을 골라 주문 생산을 받고 있다. 2주나 걸리는데 누가 그걸 사나. 그냥 주문하는 옵션조차 없다고 한다. 팔 생각이 있기는 하나.. 맨 먼저 달고 나온 모토X폰이 이딴 병크를 저지르고 있으니, 이런 항시 센서링 분야에선 앞으로 당분간 애플의 유행 선도/독주가 예상된다.
이건 또한 아이워치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요새 한창 갤럭시기어다 스마트워치다 말이 많은데, 삼성의 경우 실망스럽게도 기껏해야 25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루이틀에 한번은 충전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시계같이 배터리 한번 갈아서 몇일이고 몇달이고 묵혀놓을 수가 없다. 반면 이런 M7 같은 코프로세서를 쓸 경우 조본업 같은 심박측정, 가속도 센서 등을 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액정만 안켜면 꽤 오래 쓸 수 있을걸로 기대된다.
5. Touch ID 지문 인식 센서
애플이 이번엔 홈버튼에 지문 센서를 넣었다. 그리고 지문 센서를 터치하면 지문을 읽어다가 잠금을 해제한다던가, 앱스토어 결제를 한다던가 이런 비밀번호 입력할만한 일을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터치 센서는 예전에 모토로라 아트릭스에서 이미 넣은 바 있다. 아마 많이들 써봤을 것이다. 나도 아트릭스 신제품 발표회때 만져봤으니.. 하지만 아트릭스의 지문센서와 아이폰5S의 지문센서가 기계적으로 다소 다르다. 아트릭스의 것이 스캐너와 같은 라인센서라면, 아이폰의 지문센서는 카메라와 같은 것이다. 라인센서는 지문을 인식할라면 쓸어넘겨야 하기 때문에 인식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렇게 평판 센서가 달려있으면 정확도와 속도도 좋지만, 제스쳐 인식을 기대할만하다. 가령 홈버튼을 좌측으로 쓸어넘기면 뒤로가기 제스쳐가 동작하도록 할 수 있다는 말. 내년에 아이폰 사이즈가 커질 경우 좌상단의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기 힘들어지는데, 이때 홈버튼에서 제스쳐 인식을 받을 수 있다면 피해갈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과연 이건 애플의 복선일까? 이 홈버튼 제스쳐 인식 기능의 경우 내가 2년 전에 쓴 아이폰5 홈버튼 변경 예상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아주 기대된다. 애플 과연 화면 크기를 키울 것인가.
6. 카메라의 지속적인 발전
아이폰은 언제나 뛰어난 카메라를 장착해왔다. 아이폰4에서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던 500만화소 BSI센서, 즉 이면 조사식 센서를 탑재하여 비약적인 화질 향상을 이끌어냈다. 아이폰4에서부터 디카를 따라잡는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었다는거다. 그 이후 4S/5 까지도 항상 동급 대비 최강 내지 약간 쳐지는 정도의 상위권 성적을 항상 유지했다. (불쌍하지만 판매량상 노키아 카메라는 무시한다 ㅠ)
요 글을 읽어보면 대충 화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이번 아이폰5S에서는 센서 면적이 15% 커졌는데, 렌즈가 뭐가 들어갔다 조리개가 어떻다보다 이게 더 큰 변화다. 센서가 크면 클수록 화질이 좋다는건 불변의 진리니까. 뭐 그래봐야 15%지만. 아무튼 기존 아이폰5보다 화질은 조금 좋아졌을거다. 필쉴러가 픽셀보다 면적이 중요하다고 한마디 했는데, 이건 아마 요새 나오는 1300만화소 카메라들 까는 말 같다. 출시 이후에 카메라 비교가 아주 볼만할것 같다. 나라면 1300만화소 카메라랑 800만화소 카메라중 고르라면 800만화소 카메라를 고를거거든. 쓸데없이 용량 큰건 싫다. DSLR 대체할게 아니라면야. 쥐콩만한 센서로 화소만 올려가며 낼 수 있는 카메라 싫어하는건 예전에 이 글에서부터 누누히 강조했다.
당시엔 폰카 화소수를 100~200만 정도로 제한하자는 말까지 했다니 재미있다 ㅎㅎ 저 글 썼던 2009년에는 BSI 센서에 대해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이후에 아이폰4가 나오고 굉장한 충격이었다.
뭐 여튼 애플은 LG 이런 놈들관 달리 카메라에선 항상 집중해왔다.
심지어는 플리커에서 카메라 점유율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아이폰이다.
여튼 여기까지 주요 관전 포인트들 정리해봤는데, 사실 어제 삼성 언팩 2013 시즌2를 까는 글을 쓸라고 했다.
삼성은 이번 행사 보면서 반성좀 해야 할 것이다. 좀 영상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은 주지 않아야 할거 아닌가. 아무튼 굿나잇. 회사 출근 시간이 변경되서 두시간 후에 일어나야 한다.
다음 폰은 갤럭시노트3로 갈 것 같지만, 아 아이폰5S에 뽐뿌가 좀 온다. 역시 둘다 사는게 진리인건가.
IT기기에 돈 투자하면 항상 몇배 이상으로 보상이 돌아온다. 우리는 IT 업계 사람들이니까 기계 지르는데 죄책감 느끼지 말자. 지르는게 아니라 나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빠른 경험은 곧 나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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