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마존 웹 서비스(AWS) 설명회를 갔었는데, 끝나고나니 저녁 한 10시쯤.
생각해보니 내일이 바로 아이패드 미니 시판 날짜인거에요. 얼레 나도 한번 줄서서 사볼까? 요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저는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에 종종 똘짓을 해주지 않으면 성이 안차거든요..
가령 예를 들어 저녁 12시에 지하철이 막 끊기기 전에 친구가 제게 백암 왕순대에서 순대국을 먹자는거에요. 귀찮아서 싫다 했죠. 그러다가 새벽 3시에 갑자기 막 땡기는거에요. 그래서 막 자전거, 그것도 스트라이다 미니벨로를 타고 나가서 2시간동안 빗길을 뚫고 달려서 친구집 가서 근처의 백암 왕순대에서 결국 먹었습니다. 그게 새벽 5시. 뭐 이런식으로 충동적으로 삽니다.
오늘도 뭐 그냥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확 가버렸습니다. 고민 하는거 자체가 갈 생각이 있다는거니 고민할 바에야 그냥 확 질러버리는거죠. 물론 뭐 엄청 고생할거라는건 알고 있었습니다. 내일 새벽 온도가 영상 1도 수준이라 겁나 추울것 같았거든요. 거기다가 맥북 어댑터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추위야 뭐 얼어죽거나 동상걸리진 않을테니 걱정 없었는데 배터리 다 되면 정말 무지 지루하고 잠도 오지 않을것 같아서 걱정했거든요. 뭐 암튼 그냥 명동 프리스비에 갔습니다.
우왕 가보니까 이미 사람들이 몇명 있긴 했는데 우려했던것처럼 무척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방 놔두고 잠시 편의점 들러서 월동 장비를 사왔어요. 수건 2매, 고무장갑, 초코바, 물 이정도..
12~1시 사이에 순번표를 주더라구요. 저는 7번.
저 고무장갑.. 아주 좋습니다. 확실한 바람막이 성능을 보여주지요. 우리 어머니들이 괜히 설겆이 할 때 고무장갑 끼는게 아니죠.. 완전 땀차게 좋아요.
그리고 이렇게 박스를 주워서 밑에 깔고, 하나는 앞과 양옆에 벽을 세워 바람을 막고, 하나를 위에 덮어서 마감해줍니다;; 그럼 바람도 잘 들어오지 않고 아주 좋아요. 약간 따뜻함이 느껴질 정도.. 기자들이 이거 겁나게 많이 찍어갔는데 뉴스엔 나오지 않더군요. 제가 옷을 좀 부실하게 입고 와서.. 나머지 부분은 수건을 덮거나 해서 가려줍니다. 수건 정말 좋았어요 ㅠㅠ
모양이 겁나 병신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병신 인정합니다. 그냥 오후쯤 슬렁슬렁 나와서 사도 되는데 줄서는건 뭐 하는 짓이람. 전 다만 "헉헉 얼른 사야겠어! 참을 수 없군! 우아앙" 이게 아니라 줄 서는것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나도 이 병신짓 더 늙기 전에, 유행 가기 전에 해봐야겠다.. 요정도? 근데 옆에 계신분들이랑 이야기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제 말에 동의하시며 "맞아요 저는 나이 40먹고 이러고 있음 ㅋ" 이러시더군요 ㅎㅎ 근데 그분은 번호표 받고 앞에 세워둔 본인 차량에 들어가서 히터 틀고 주무셔서;; 진정 승리자 아닐까 싶습니다-_-;; 본인 차 끌고 나오면 정말 해볼만할것 같아요. 저는 그냥 오들오들 떠는 땅개.
이게 처음 12시 ~ 2시 이럴땐 별로 안 추운데, 새벽 4시부터 6시 이때가 가장 춥더군요. 해 뜨기 시작하는 그런 즈음이 제일 춥습니다. 진짜 가만 있어도 덜덜덜 떨릴 정도..
사발면 갖고 와서 먹는데 완전 피크닉 분위기입니다 ㅎㅎ
애플 노숙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기사도 엄청 났네요.
제가 워낙 상자로 구조물을 짜놔서 엄청들 찍어갔습니다.
저기 상자가 또 접니다. 사람들 처음엔 다들 서서 이야기하고 별로 적극적으로 방한 대비를 안하더니만 나중엔 돗자리에 뭐에 다 긁어모아서 쑥쑥 들어가 숨어버리더군요.
어 그래서 프리스비에 들어왔습니다. 화장실 간다 하고 매장 들어왔는데, 화장실 문 잠그고 잠수타버리니 직원 분이 잊어버린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한시간 좀 넘게 앉아서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나왔습니다.
나오는 길에 보니 2층에 이렇게 아이패드 미니의 케이스들이 DP되어있었고,
1층에도 다 세팅 끝.
바깥에선 한창 프리스비 겉에 커다란 현수막 같은걸로 아이패드 나왔다고 공사중이더군요.
첫차 시간 되니까 사람들이 뒤에 슬슬 모이더군요.
밤 샌 사람들은 저 포함 25명 정도였는데, 순식간에 줄이 늘어납니다.
드디어 들어갑니다.
이건 뭐 아주 난리 바가지 ㄷㄷㄷ
1번 아저씨는 얼굴이 뚫어져라 사진 세례..
기자분이랑 직원이랑 손님이랑 거의 1:1:2 비율인듯;; 엄청 많아요.
함께 밤샌 용자들은 25명 정도 되는것 같은데 아침 첫차 타고 우르르 모인듯. 한 삼백명 정도 모인것 같습니다.
뭐 아이폰 출시 이런때보단 반응이 세진 않은것 같네요.
아무튼 사무실로 돌아와서.. 사람들 잘 안쓰는 1층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밤새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 다음, 아침으로 베이글이랑 커피 하나 먹고...
아이패드 미니의 패키징 모습부터 봅시다.
세로 길이가 손 한뼘 정도 크기입니다. 옆에 스카치 테이프랑 크기 비교해보세요.
역시 애플 제품들은 뚜껑 열자 마자 딱 보이는 제품이 인상적이죠.
빼내기 쉽게 손잡이도 있습니다. 아유 딱 맘에 드는 패키징.
일단 뜯기 전에 한번 들어봅니다. 헉헉;;
예전 9.7인치대 아이패드는 겁나 커서 저렇게 들기 힘들었죠.. 이건 무게감이 다릅니다. 아주 가볍습니다.
뒷면. 저 검정색은 미묘하게 진한 회색이라 해야하나.. 완전 새까만 무광이 아니라 무광 금속 재질이긴 한데 미묘하게 푸른 빛도 도는 듯한 신비한 색입니다. 근데 지문 엄청 잘 찍힙니다. 맥북의 그 은색 알루미늄의 경우 지문이 거의 묻지 않는 최상의 재질인데, 이놈은 그거랑은 좀 다르네요. 아이폰5의 재질과 거의 동일합니다.
일단 비닐 뜯고.. 레이저 커팅된 측면.. 이건 아무리 사진으로 보여주려 해도 보여주지 못할 디테일이 있습니다.
아주 고급스럽게 절삭되어있어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냥 플라스틱 테두리같은거랑 비교도 못할 재질감.
지문이 좀 보이긴 하지만 다른 각도로..
쥐었을 때 크기는 이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제 손은 약간 작은 편이라 여자 손 크기와 비슷합니다.
뒷면. 미묘하게 푸르스름하죠? 애플 로고는 조금 더 진한 색인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절제된 매력이 있습니다.
양복 입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이폰5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이 무광 컬러로 올해 밀어대는군요.
카메라와 각종 버튼 부분 디테일. 아주 깔끔합니다. 마감 100%
애플 로고 부분 확대.
바닥에 놓으면 이런 느낌,
아이패드 미니에 들어간 스테레오 스피커 부분입니다.
아이패드 미니에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넣어주는데, 큰 아이패드나 아이폰에는 왜 안넣어주는지 원..
아마 내년 아이패드도 디자인이 요런 식으로 가지 싶습니다.
앞면 모습.. 아아 얇습니다.
아이패드 꺼내고 남은 모습.
이어폰 이런거 안넣어줍니다. 그냥 본인 갖고 있는 이어폰 쓰거나 따로 사거나 해야합니다.
저기 보이는 간략 설명서 빼내면 라이트닝-USB 케이블 나오고, 옆에는 어댑터 보이네요.
그 문제의 어댑터. 이게 10W냐 5W냐 엄청 설전이 오갔었는데 5W로 나오는거 확정입니다.
근데 이게 출시 국가별로 와트수가 다른가봐요. 뭐 괜찮습니다. 저는 이미 10W 어댑터 있어서 상관 없음.
켜놓고 한번 놔 봤습니다. 켜자마자 아이패드라고 떡하니 나오니 참 ㅋㅋ;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작아지니 아이패드의 예전 모습이랑 사뭇 다릅니다.
일단 5분 만져본 소감으로는 레티나가 아니라고 해서 별로 그렇게 이상해보이지는 않는다는겁니다.
물론 제가 레티나 아이패드를 거의 안써봤기 때문에 이런 말 하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픽셀 피치상 아이폰 3GS만할텐데, 멀리서 봐서 그런지 픽셀이 그렇게 많이 튄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그 문제의 시계 앱이지요 ㅎㅎ 덕분에 몬데인 시계만 유명해졌네요. 잘좀 하지 애플..
저도 이번에 손목시계를 사게 된다면 몬데인의 저 하얀 기본 라인 구입해볼까 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 심플합니다.
아이패드 미니의 쇼킹함은 가로 모드로 했을때 제일 잘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뭔가 본것 같으면서도 생소한 느낌이 듭니다.
이건 함께 구입한 스마트 커버.
연두색, 분홍색, 진회색, 연회색, 붉은색 등의 색상이 준비되어있는데, 저는 때 제일 안탈 색상을 골랐습니다. 붉은색이 땡기긴 했는데 나중에 붉은색만 둥둥 떠 보일것 같아서 패스하고 그냥 참고 무난하게 가기로 했네요. 가격은 55000원. 더럽게 비싸네.
뒷면은 이렇게 부들부들한 천 재질로 되어있기 때문에 액정 닦기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예전 아이패드 스마트 커버와 달리 접촉하는 지점이 알루미늄이 아니라 저렇게 코팅이 한번 되어있습니다. 붙일때마다 아이패드에 흠집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 점점 좋아지네요.
앞면. 화면의 색상처럼 저렇게 미묘하게 보라색이 돌거나 하진 않습니다. 약간 더 연한 색입니다.
옆 팀 분이 준 도넛과 크기 비교. 아유 이뻐요 이뻐..
체결하면 요런 모양.
여튼 뭐 아이패드 미니 만져보고 느낀거.
1. 애플이 요새 경량화로 초점 맞추고 아주 달리는것 같다.
아이폰5도 그렇고, 아이패드 미니도 그렇고.. 특히 옆에 있던 아이팟 터치 신형을 만져봤는데 너무 가벼워서 비현실적인 느낌이 날 정도다. 한번 잡아 보고 뽐뿌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2. 레티나가 그렇게 필요한지 의문
물론 레티나가 좋긴 한데 내년에도 아이패드 미니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레티나 아이패드의 발열량이랑 전력 소비량 못잡은것 같은데(그래서 두껍고 배터리 충전 속도가 느리지) 이걸 더 찌그러서 미니에? 말도 안되는거다. 일단 1~2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닌것 같다. 적어도 3세대 쯤에서 기대해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3. 타이핑 할 때 아주 좋다
키보드의 가로 폭이 줄어들어서 세로 상태에서 아주 쾌적흐게 쓸 수 있음.
아 뭐 여튼 겉 핥는 리뷰는 여기까지만 하고 저는 일단 잠좀 자러 가보겠습니다. 죽겠네요.
ps. 애플 지도에 독도 표기명 문제는 정말 유감. 일본에서 요새 매출좀 건진다는데 섭섭하군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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