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클리앙에서 댓글전쟁이 벌어졌다.
UX 특허에 대한 사람들의 몰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댓글 사례다.
애플이 이루어낸 각종 UX 요소들은 얼핏 보기에는 당연하고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그 당연함을 위해 얼마나 오랜 연구가 필요했는지 저 사람들은 모른다. 슬라이드 투 언락, 바운싱 스크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자동으로 사라지는 스크롤 인디케이터 같은것들이 하나하나 다 모이고 모여서 쾌적한 UX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꾸밈 요소들이 없어도 기능은 동작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는 저런걸 안넣는게 속도 면에서는 더 이득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건 FRAND 특허와는 별개로 생각하고 볼 문제다.
슬라이드 투 언락(밀어서 잠금해제)
가로로 한정된 공간과 물결처럼 움직이는 텍스트 하이라이트를 통해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밀어야 할지 직관적으로 가이드해준다. 아무 방향으로나 움직여서 락을 풀 수가 없기 때문에 주머니속 오동작을 방지할 수 있다. 거기에 버튼이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므로, 실제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런건 화장실 문고리를 보고 떠올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UI 디자인은 대게 실세계에 존재하는것을 모방하는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참조 요소가 있는 이러한 것들은 이해하기가 쉽다. 이런 여러가지 장치들의 조합으로 인해 사람이 인지하는 쾌적함이란 이루 말할데가 없다. 거의 완벽한 잠금 풀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위 동영상에 보이는 Neonode N1의 가로 스와이프로 잠금 해제를 들어 영국 법원이 애플의 특허를 무효화시켜버렸는데, 참담하다. 아무런 가이던스도 없는 화면에서 화면 문질렀다고 잠금 해제하는거, 그냥 좌에서 우로 스와이프 한 것으로 잠금해제하는걸 갖고 애플의 특허를 무효화시켰다니 이런 몰인식도 없다. 저 영상에서 뭘 떠올릴수가 있는가? 저 방식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다. 사용자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없는 그냥 막만든 인터페이스다.
애플의 방법이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진영의 각종 제조사는 그것을 모방하려 했을 것이다. 아마 같은 이유로 안드로이드의 9점식 패턴 잠금해제는 애플이 꽤나 탐을 냈을 것 같다. 저번에 클리앙에 애플이 본사 안에서 패턴락이 적용된 아이폰을 시험하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요새는 쏙 들어갔더라.
뭐 여튼 정리하자면 나는 '밀어서 잠금해제'는 대단한 걸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의 모토롤라 Xoom의 잠금 해제 방법을 걸고 소송거는건 정말 웃긴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선 인정받고 어느 나라에선 무효화 되었지만 Neonode N1이랑 아이폰의 방식이 완전 다르듯, 안드로이드의 것도 차이가 나지 않나. 이미지가 따라다니고 따라다니지 않고의 차이지만 정말 애매한 것이 UX특허인것 같다. 갤럭시S1의 화면을 '움직여서 잠금해제'가 제일 병맛이었다고 생각하고, 이후에 나오는 HTC 센세이션이라던가, 팬텍 제품이라던가 보면 저 이미지 움직여서 잠금 해제하는걸 엄청 다양하게 편리하게 응용하고 있다. 이런것도 다 태클걸 소재는 아니라 생각하는데, 정말 혼란스럽다. 특허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하는가?
바운싱 스크롤
화면을 터치해서 스크롤 할 때, 화면 끝에 닿을 때 탄력있게 튕겨내서 더이상 그쪽 방향에 내용물이 없다는 인지를 주는 효과다. 마치 고무줄이 늘어났다 되돌아오는 느낌처럼 시각적으로 아주 깔끔하게 처리했다. 당장 우리는 바지자락만 손으로 땡겨봐도 이런 요소를 실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말 UX 요소 중 걸작이라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진저브레드에서 불빛 효과를 넣었다. 화면 끝에 도달하면 거기서 불빛이 번쩍 하는 것이다. 정말 병맛이었다. 현실세계와 아무 연관도 없는 SF의 상상력이었다. 구글 역시 저게 병맛이었다는걸 인지했는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였나 허니컴이였나.. 거기부터는 아예 페이지를 반투명하게 들리는 효과를 넣었다. 그건 좀 나은것 같다.
저절로 사라지는 스크롤 인디케이터
이건 우리가 흔히 PC에서 볼 수 있는, 마우스로 잡아당겨 조작할 수 있는 스크롤바가 아니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 페이지의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기만 하는 스크롤 인디케이터다. 다시 말해 윈도우의 스크롤바라던가, OSX의 스크롤바랑은 좀 다른 것이다.
원래 스크롤바는 마우스나 스타일러스 등으로 조작하기 위해 크기가 아주 큼직했다. 윈도우의 스크롤바라던가, 예전 그 병신같았던 윈도우 모바일 폰의 스크롤바를 떠올려보라. 애플이 이번에 취득한 저 특허는 약간 다르다. 애플은 맥북의 터치감도 호평에 뒤따른 아이폰/아이패드 등 터치 디바이스의 성공 이후로 터치를 전사적으로 밀고 있다. 심지어는 매직 트랙패드 같은 제품도 내놓고 있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선 자동으로 사라지는 스크롤 인디케이터를 넣었고, 이에 따라 OSX 라이언에선 그 막대사탕같던 푸른색 스크롤바를 회색 스크롤바로 깔맞춤 했다.
아이폰에서 스크롤 인디케이터를 자동으로 사라지게 하면 예전처럼 스크롤바가 페이지 가로 사이즈를 차지하고, 보기 후줄근하다던가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슷한게 구글 크롬인데, 구글 크롬에서 링크 위에 마우스를 얹으면 화면 좌하단에 링크를 살짝 보여준다. 평소에 그 영역은 페이지 크기를 차지하지 않고 숨어있다. 이런것 하나하나가 다 모여서 편리하고 직관적인 제품을 만든다. "이딴걸 특허로 등록한다"라고 폄하할 수 있는 부분도 신경써서 지금의 애플이 있는것이다. 이 회사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UX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출판하던 회사다.
나는 UX 특허가 인정받았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특허공격으로 진흙탕이 된 지금 상황이 씁쓸하기도 하다. 어차피 돈 많은 애플은 UX 특허를 타사에게 빌려주어 돈받고 쓰게 해주기보다는 아예 쓰지 않게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다. 미국 정부보다 현찰이 많은 애플은 자기 제품의 UX 차별화를 강점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합의금이니 이런 푼돈 노리지 않고 그냥 자기들이랑 비슷하게 만들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 대 고소 시대가 언제 끝날지 암담하다.
여러 판사들이 애플과 다른 IT 기업들간의 고소 싸움이 특허법의 존재가치를 뒤흔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아마 근시일 안에 각국 특허 기관들이 한데 모여서 FRAND같은 새로운 특허법 조항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 다소 지루하고 답답하고, 삼까 애까 삼빠 애빠 등등이 모여서 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게 진짜 지긋지긋 하지만.. 어떻게든 끝은 날 것이다. 솔직히 이런데다 대고 덕담 해줄 그건 없고, 난 그저 UX에 대한 고민과 가치가 폄훼되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뭇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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