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HW 이야기/모바일 이야기

카카오톡, 이젠 미워하지 않을게.

MIRiyA☆ 2011. 8. 3. 12:58

내가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아주 씹어먹어버리고 싶은 카카오톡"이라는 글로 카카오톡을 아주 강하게 비난했었다. 당시 자동 등록..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주소록에 있는 연락처중 카카오톡 쓰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내것에 목록이 뜨는거고, 상대방에게 함께 등록이 되는건 아니었다. 당시에 나는 아마 상대방에게도 등록이 되는 줄 알고 어이가 없었던것 같다.(차단 버튼 눌러서 목록에서 안보이게 만들면 해결된다.)


아마 나에게 누구냐고 놀라서 대화를 건 키보드 구입한 사람, 택배 아저씨 등등은 카카오톡의 친구추천 기능을 보고 놀라서 그랬으리라. 지금은 예전이랑 UI가 많이 바뀌었는데, 아마 근 1년 사이에 '친구추천 기능 사용 안함' 기능이 추가된것 같다. 남에게 내 존재를 알리지 않고, 동시에 남의 그것도 보지 않겠다는거다. 이 기능 꺼놓으면 분쟁 소지가 다 사라진다.


난 솔직히 차단 버튼도 맘에 안든다. 나는 단지 목록에서 안보이게 하기 위해 차단 버튼을 사용했는데, 차단된 상대방에게서 대화가 오면 "읽음"으로 표시되고 알림이 안오는거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이번에 자취방을 계약했는데 방 주인이 나에게 카카오톡으로 계좌번호를 보낸거다. 나는 이미 그 방주인을 카톡에서 차단했던거고.. 방 주인은 내가 읽은걸로 나오는데 왜 못봤냐고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그 사람 차단했다고 말하기도 어색하고.. 뭐 여튼 대충 무마했지만 다소 불쾌한 경험이었다.



- 결국 어플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화나게 되는건 UX의 문제다.

제작사 입장에서 여러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제휴사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특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앱의 마케팅을 위해 특정 기능을 강요할수도 있다. 카카오톡의 예를 들어보자면 대화 수신 체크를 0.5초마다 하게 해서 엄청 빠릿하게 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줄수는 있지만 통신사 회장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는 사람도 문제지만 불필요한 트래픽을 유발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더 큰 문제" 이러면서 막 갈굴수도 있는거고(실제로 저렇게 말했다), 카톡 처음 등록할때 주소록 초기 동기화를 고지하지 않고 그냥 밀어붙여서 진행한다음 뒤에 환경설정에서 수습하게 만드는것도 일단 한번 써보시라는, 앱 마케팅을 위한것이리라.


이렇게 여러가지 직접 이야기하기에 모양새가 구린 무대 뒤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감추고 덮고 축소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사용자들에게 털어놓으면 인간적으로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게 흔히 말하는 스토리텔링이 들어갈 지점이다. 기능이 개발상 문제 때문에 좀 불편할수는 있지만, UI적으로 그 충격을 흡수해서 사용자에게 전달을 해야한다. 그게 바로 interface의 원래 취지 아니겠는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달아준다던가,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한다던가, 일관성을 지켜서 학습할 소지를 줄인다던가.. UX는 중요하다.


당시에 내 대화목록에 왕창 강제 등록된 전 썸씽녀, 새벽에 전화걸던 스토커, 카페의 강퇴회원들.. 나는 막 회사 망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저주를 했다. 그게 그저 내 목록에만 보이고 상대의 목록에 보이는게 아니라는걸 나에게 알려줬더라면 나는 안도했을것이다. 초기 설치시 자동 친구 추천 기능을 기본으로 꺼놨더라면 남들이 놀라서 내게 대화를 걸지 않았을거고, 내가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건 다 UX의 문제다.


뭐 여튼 그렇게 흥분하고 짜증낸게 거의 10개월이 지났는데, 정작 지금은 카카오톡을 아주 잘 쓰고 있다. 자주 방문하는 학교 커뮤니티 회원들이랑 카카오톡 그룹 채팅으로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어제는 카카오톡으로 생일 파티 일정을 잡았고, 아는 분에게 카카오톡 선물 기능으로 피자를 선물 받기도 했다. 엄청난 문자 비용을 아끼는건 참 쏠쏠하고.. 이젠 생활과 아주 밀접한 어플이 되었다. 아무리 증오를 했어도 결국에는 실천으로 보여주는건가보다.


지금은 내가 개발중인 앱이 출시를 하루 이틀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앱 안에 카카오 링크로 앱 추천하는 기능을 넣다 보니 왠지 카카오톡에게 너무 막말한것 같아 미안해지더라. 해당 카카오 링크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곳곳을 너무 잘만들어놨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으로 깔끔하게 API 정리해놓은 것 때문에 우리 개발자형이 프로토타입을 10분만에 만들어내었고, BI 다운로드 받는 부분을 만들어놓아 내가 UI 디자인하는데 수고를 많이 덜게 되었다. 


카카오링크 뿐만 아니라 앱 디자인들도 전체적으로 흠잡을데 없는것 같고, 특히 설정에 공지사항 UI는 굉장히 맘에 들어 앞으로 내 앱 만들때 벤치마크 하고 싶다. 참고로 내 앱 초기 구동 화면에서 약관 체크 하는 부분은 카톡과 마이피플 등 5개 이상의 앱의 약관 화면을 비교해보고 장점만 취합하여 만들었다. 카카오톡은 참조할게 참 많은 앱이다. 선도적으로 이렇게 뭔가 뚫어놓으면, 후발 주자들은 그거 보고 다 뒤따라가고 뭔가 유행이 생기게 된다.(표절 이야기는 아님)


전에 그렇게 회사 망하라며 nProtect에 비교하며 극악하게 까댔지만 자꾸만 좋은 점을 보다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말도 취소하고 싶고 그런거고, 그렇다고 예전 글을 말없이 삭제하자니 그건 좀 아닌것 같고. 당시에 내가 화난건 정황상 당연한 부분이었으니까. 10개월 지난 지금은 카카오톡을 굉장히 잘 쓰고 있고, 실 생활이나 앱 개발이나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 아직도 UX 부분은 아쉽지만(위에 이야기한거) 많이 나아진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건승하길 빈다. 종종 남의 대화만 오고 내건 보낼 수 없이 먹통 되는 현상은 빨리 좀 수정되었으면 한다. 내 앱은 카카오톡과 아무 상관 없는 주제의 앱이지만, 이 분야에서 카카오톡에 준할만한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by  출시 앞둔 MoLock 서비스 기획자 이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