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HW 이야기/삼성

대박, 크리스 뱅글이 삼성전자로, 그리고 삼성 디자인

MIRiyA☆ 2011. 3. 11. 12:28



제목만 적어놓아도 확 와닿는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BMW에서 일하던 리드 디자이너, 살아있는 신 같은 크리스 뱅글이 무려 삼성전자로 온다고 한다. [관련기사]


휴대전화, 가전, 넷북 등의 디자인을 맡게 될거라고 하는데, 매번 삼성전자의 엉성한 디자인이 싫었던 나는 매 블로그 포스팅마다 디자인 까는 글 올리기 바빴다. 매년 천재급 디자이너들이 입사하지만 나오는 결과물은 실망스러운 삼성이었다. 삼성 다니는 사람, 삼성 다녀본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모 임원 한명 눈에 안들면 다 아웃인지라 그 사람 취향에 맞춰서 디자인을 해야한단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름 디자이너 출신이라 프라이드가 굉장히 높아서,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단다. 에휴..


게다가 삼성은 외부에서 딱 봐도, 부서별로 융합이 안되고 각개 전투하는 모습이 보였다. 각자 자기 물건만 만들고, 다른 부서의 제품과 어떻게 역할을 나눠야 할지 공유가 안되는것 같았다. 그 결과물에 저번에 씹었던 보급형 안드로이드폰 4종이고. 서로서로 마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마냥 상관 없는 제품이 나와버리고, 제품이 다 거기서 거기, 디자인은 여기에서 저기.. 일관성이 없고, 거기다가 특색이 뚜렷한것도 아니고.. 매주,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해당 부서 책임자가 모여서 상황을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아마 자기네 인사 고과 생각하느라 우리게 제일 많이 팔리라고 기도하고 있겠지 싶다.


난 정말 삼성이 안타깝다. 삼성은 기계 뽑아내는데 있어서는 천재적이다. 개별 기계를 보면 개성이 없지만 타사 기계랑 비교해보면 가격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대안이 없게 만든다. 가장 작고, 가장 얇고, 가장 가볍고, 가장 강력하게 만드는건 잘한다. 하지만 이건 만만한 다른 회사들 상대할때나 그런거고, 애플같이 기계도 잘 만들면서 추가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까지 일관성 있게 엮어가는 회사랑 비교하여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래 스크린샷 한장 봐라. 내가 욕을 안하게 생겼나.



디자인이라는건.. 모름지기 디자이너 아닌 일반인에게 까이지 않을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하는거다.

나는 저 스크린샷 한장에서 씹을걸 20개 이상 끄집어낼 수 있다. 프로필 사진, 문자 박스, 내용입력창으로 떨어지는 왼쪽 라인을 쭈욱 살피면.. 옆라인이 제각각인게 그리드 따위는 모르는 척 하고있고, "내용 입력" 글씨 크기는 필요 이상으로 커서 너무나 유치하고, 그 글씨 위아래 여백의 높이가 제각각이고, 전송 버튼은 못생긴데다 위 여백이 아래 여백보다 크다. 0/80 byte 라고 적혀있는 부분은 쓸데없이 위치만 차지하고 있는게,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어보인다. 저건 좀 아니지 않나. 내용 창과 전송 버튼의 모서리 라운드 처리가 미세하게 다른건 애교로 보자. 02/14 오후 1:49 등 날짜/시간 표시한 부분은 문자 갯수 안맞춰서 앞 라인이 안맞고, 아래 여백이 다르다. 수신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문자 박스에 붉은색 라운드 처리한건 어찌나 투박한지 미국 슬래셔 무비 느낌이다. 위쪽 문자 박스의 하단 라운드 처리는, 가로가 세로보다 길다. 그래서 못생겨보인다. 그리고 일단 검정 바탕에 누릿한 문자 박스 색감 자체가 너무 유치하다! 아오 여기까지. 깔것도 한두개여야 까지. 내용 입력창 뒷바탕 검정색 그라데이션에 디더링 티나는것까지 씹으면 사이코 취급 받겠지. 사전 만들 일 있나.. 그래도 어떡해, 내 눈에는 저런게 너무너무 잘 들어오는데.


저 스샷을 보고, 그리고 삼성 전자 입사 직원 포트폴리오 보니 너무너무 비교되더라. 삼성에는 인적 자원을 갈아마시는 HR 그라인더가 있나 싶었다. 소프트웨어 UI 디자인 뿐만 아니라 갤럭시S라는 제품 기계 자체도 그닥 예쁘지 않다. 이것도 까볼까?


원래 오른쪽과 같이 나왔어야 할 놈이 왼쪽처럼 나와버렸다. 아무리 국내 유저들이 전면 로고 빼는거 좋아한다 하지만, 이 답답한 사람들아, 사람 얼굴에서 코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 코를 지워버리면 얼굴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겠나? 차라리 나는 저기 T나 SHOW 로고를 박아도 상관 없다. 저런 어색한 빈공간 어떻게 할건가.


역산해보자.. 디자이너는 삼성 로고가 들어갈걸 생각하고.. 해외판 vibrant 기준으로 디자인했겠지. 근데 막판에 국내 유저들이 애플처럼 앞에 로고 빼달라고 징징대니 윗분이 "야 그냥 앞에 로고 빼라"하고 지시했겠지. 근데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했겠지 "공간이 비어서 이상해보이는데요?" 그럼 이런 말 돌아오겠지. "그럼 지금 설계를 수정하라는거냐? 애플도 로고 안넣잖아!" 안봐도 상황이 뻔히 보인다. 원래 디자인이 뭉개지고 망가져가는 과정이..


옆동네 애플이나 HTC가 소재 선택으로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굳혀가는 와중에 갤럭시S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싸구려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그나마 이후에 출시되는 모델은 수정되어 나오는것 같은데.. 대체 왜 출시 전에는 그게 싸구려같다는걸 몰랐을까? 이해가 안간다 정말.. 


갤럭시S 뒷판 모습인데, 사진빨을 잘 받아서 그렇지.. 미끄덩한 플라스틱이 참 밉다. 그리고 난 스피커 구멍 부분이 안타깝다. 원래 저 디자인인데, 국내 출시판은 스피커 구멍 안쪽에 타공망 부분이 은색으로 비쳐보인다. 왜 그랬을까?? 갤럭시S의 하드웨어의 기능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꼼꼼하게 만들었다. 스피커 구멍 가운데에 살짝 튀어나온 뽕을 만들어서, 툭 튀어나온 갤럭시S 뒷판 하단과 조화되어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놨을때 살짝 뜨기에 뒤쪽이 쓸리지 않는다. 상단의 데이터 케이블 연결용 슬라이딩 도어도 못생겼다 뿐이지 기능적으로는 완벽하다. 스트랩 구멍과 배터리 커버의 조화도 멋지다. 


다만 측면에 붙어있는 락 버튼.. 이건 참 맘에 안드는데, 삼성은 아직도 깨닿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버튼은 예기치 못하게 누르지 않도록 설계 되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갤럭시S를 사용하다보면 여러가지 작업을 하다가 측면의 락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너무 잦다. 이건 내 손이 삐꾸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버튼을 잘못 만들어서이다. 버튼이 너무 쉽고 가볍게 눌리게 디자인되어있고, 버튼이 튀어나와있기 때문에 역시나 쉽게 눌린다. 이런 버튼은 애플의 이어폰 버튼을 참조하면 답이 나온다. 얘들 이어폰 버튼은 재생/정지 버튼이 볼륨 업 다운 버튼 사이에 움푹 들어가있어서 우연히 눌리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삼성은 저 버튼을 애플처럼 움푹 들어가거나, 적어도 평평하게 디자인했어야한다. HTC도 그렇거든. 뭐? 아이폰도 튀어나와있다고? 아이폰은 락 버튼이 위에 달려있어서 손이 잘 안닿잖아.


삼성의 PUI에 대한 고민 부재는 스크린샷 기능에서도 씹어볼 수 있다. 스크린샷 찍을때 뒤로가기 버튼과 락 버튼을 눌러야 찍히는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다보니 앱이 종료되거나 화면이 전환되어버리기 일쑤다. 이건 이미 내가 물소의 똥이나 하마의 방귀같다고 신랄하게 까댄 적이 있고. 이런 모든것들이 하나 하나 모여서 삼성이란 회사의 제품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는것이다. 작은 여백과 정렬, 간단하지만 섬세한 배려.. 이런게 왜 없냔 말이다. 답답하다. 답답하다. 이건 윗분이 디자인에 대한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어서 실버 제품만 나와서가 아니라, 제품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디자인의 신, 크리스 뱅글님, 삼성에 왔다면 분명 100억 이상 받으며 좋은 조건으로 왔을테지요. 부디 당신 명성에 걸맞게, 제 실력 내서 진짜 멋진것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처럼, 삼성의 크리스 뱅글은 활약할 수 있을까.. 부디 NC가 데려왔던 리처드 개리엇처럼 명예에 먹칠하지 않기를. 삼성 역시 스타급 디자이너를 데려왔으면 더 이상 핑계 거리가 없다. 간섭하고 가위질 하지 말고 신에게 맏겨라. 이젠 당신이 유일한 희망이다.




애플 & 조나단 아이브


vs


삼성 & 크리스 뱅글




난 게이가 아니지만.. 생긴것만 봐도 있어보이네. 자기 얼굴도 디자인하나보다. 사람은 정말 생긴대로 산다.


ps. 제목만 보고 놀래서 글 클릭한 사람들은 댓글로 자수하시길. 

삼성과 크리스 뱅글의 만남이라니,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