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HW 이야기/모바일 이야기

안드로이드와 앵그리버드, 구글의 속내는?

MIRiyA☆ 2010. 10. 18. 14:25


만날때마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에서 주구장창 게임만 붙잡고 있어 친구간의 우정을 저해하는 몹쓸 게임인 앵그리 버즈가 안드로이드용으로 나왔습니다. 이번에 아이폰4 53차로 예약하고 바로 오늘 받기로 되어 있는 친구놈이 아이폰4를 사게 된 이유도 사실 앵그리버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제 아이폰/아이패드는 거의 뺏긴거나 다름 없더군요. 그 녀석에게 커피 사라고 할걸.. 남의 오락기 공짜로 빌려쓰는데.. 



자.. 잡설은 이정도로 하고..

이번 앵그리버드 발표는 구글 안드로이드, 그리고 안드로이드 마켓의 향방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될겁니다. 기존에도 몇몇 게임들이 안드로이드 마켓에 발표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다릅니다. 일단 앵그리버드는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몇달간 부동의 1위였고,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안드로이드 마켓에만 공짜로 풀렸거든요. (아 왜 아이폰 쓰는 사람만 유료로 써야하는데?) 그리고 공짜로 풀린 앵그리버드에는 구글 광고가 들어갑니다. 광고 보는 댓가로 앱을 공짜로 받아 쓸 수 있는거죠.


예전에 "안드로이드 마켓과 아이폰 앱스토어의 비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수익성 문제로 안드로이드 어플을 개발자들이 거의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구글이 불법 다운로드 문제를 방기하여 개발자들이 돈을 못벌고 있다는거죠. 


이 때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구글에게 방만한 개자식이라고 욕을 할수도 있겠지만, 구글이 무뇌충이 아닌 이상 오히려 이런 부분을 조장하는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구글은 다들 아시다시피 원래 검색으로 뜬 다음에 그걸 광고 수입으로 연결시켜서 잉여 자본을 창출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남의 회사를 사버리거나, 회사 안에서 일 외에 많은걸 하게 만들죠. 일단 광고 회사인 구글 입장에서 자기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 자체를 돈 주고 팔기보다는, 앱에 구글 광고를 달아서 돈을 벌기를 원하는거죠. 그래서 애플의 앱스토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거고,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방치하여 유료 판매 문화를 죽여놓고 광고 탑재한 애드웨어만 팔게 유도하는거지요. 


구글의 수익 구조


예전부터 애드몹이라는 모바일 광고 회사가 애플 플랫폼에 광고를 공급해왔고, 이 회사의 덩치가 점점 커지자 애플은 모바일 광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회사를 인수하려고 시도합니다. 근데 애플의 인수 코앞에 구글이 뒷돈을 찔러 7억 5000만 달러에 기습적으로 인수했지요. 짜증이 난 애플은 꿩대신 닭으로 쿼트로 와이어리스라는 회사를 2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iAD를 발표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모두 모바일 광고 시장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광고로 돈 버는 구글은 그렇다 치고, 하드웨어로 돈 버는 애플은 왜 이렇게 광고 못해서 안달일까요?



애플은 과연 앱 팔아서 돈 많이 벌까?

현재 애플 앱스토어는 30만개의 앱이 등록되어있고,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은 10만개 정도의 앱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애플이 상당한 우위에 있지만, 앱스토어는 애플 돈벌이에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되고 있습니다. 2010년 6월 말에 나온 정보를 요약해보죠..


- 전체 앱 판매중 유료 앱의 비율 : 약 19%

- 50위권내 유료 앱들의 평균 가격 : 약 $1.49

- 매일 다운로드 되는 앱의 수 : 약 1,660만개

- 유료 무료 합쳐서 평균 앱 하나 받을때마다 애플이 버는 돈 : 약 $0.29


- 앱스토어 오픈 이래 애플이 벌어들인 모든 돈의 합 : 약 $3370억

- 앱스토어 오픈 이래 애플이 앱스토어로 벌어들인 돈 : 약 $4.29억

-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돈과 카드 요금을 제외하면.. : 약 $1.89억

- 애플이 벌어들인 모든 돈중 앱스토어로 번 돈의 비율 : 약 1%


- 아이튠즈 스토어로 애플이 벌어들인 돈 : 약 $360억

- 아이튠즈 스토어 대비 앱스토어로 번 돈의 비율 : 약 12%


수익의 1%라니.. 앱스토어는 애플 제품에 대한 모객용으로의 존재가치는 대단하지만, 위의 자료만으로 볼 때 애플에게 그닥 많은 돈은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워낙에 하드웨어를 많이 팔아 돈을 버니 회사를 지탱할 수 있는거죠. 근데 구글은?


구글의 경우, 자기네가 OS만 개발했지 제품 자체는 팔고 있지 않습니다. 레퍼런스 폰으로 넥서스원을 하나 만들어는 놨지만, 그거 얼마 안팔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애플 같은 하드웨어 수입이 없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앱을 팔아도 애플처럼 수익의 30%를 가져가지 않습니다. 이통사에게 그 수익을 주고 있죠. 한푼도 벌고 있지 않은거에요. 그런 마당에 안드로이드만 개발해놓으면 삼성, HTC, 모토롤라 이런 회사들만 득되는거고, 구글 입장에선 거의 돈이 되지 않습니다.



뭐 어쨌든 애플이나 구글이나 하는 짓은 같다.

애플의 경우, 국가 2위 이통사랑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식입니다. 앱스토어 수익 배분중 30%는 자기가 먹고, 이통사에겐 아무것도 안주고 있죠. 반면 구글은 여러 이통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익 30%를 이통사에게 적선(?)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구글이 이통사 배 불려주니 이통사 입장에서 좋을 수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이통사에겐 이거 완전 껌 판 돈이죠. 이통사가 안드로이드 광고해주는 TV광고비도 못뽑을걸요?


그리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을 판매하는것에 대해 별 욕심이 없습니다. 많이 팔아봐야 자기들한테 도움도 안되는건데, 그거 많이 안팔려도 상관 없다 그거죠. 지금 안드로이드 폰도 많이 팔리는데 뭣하러 신경쓰겠어요. 이번 앵그리 버드 광고 탑재 무료 배포를 통해 봤을 때, 구글 녀석들은 일단 안드로이드 폰을 많이 배급하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앵그리 버드가 하루만에 100만 카피를, 아주 뿌리는데 성공했고, 앞으로 광고 수익이 어느 정도 나왔는지 발표가 될겁니다. 그리고 앵그리버드 광고 수익이 이슈가 되면서 안드로이드 마켓의 성공 방정식이 될겁니다. 그리고 앞으론 유료 앱보단 무료 광고 탑재 앱이 더 많이 올라오겠지요. 개발자 입장에서도 참 답 안나오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돈 벌 기회가 생기는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통사는 유료 앱이 줄어들면서 먹을 돈이 적어지는거죠. 애플이나 구글이나 이통사에게 하는 행태는 사실상 똑같다는겁니다. 지가 1억 벌면서 돈 한푼 안주나 100원 주나 사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결국엔 이겁니다. 애플은 지금 앱스토어에서 조금이나마 돈을 벌고 있고, 유료 앱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앱을 떡밥으로 사람들에게 아이폰을 팔고 있지요. 반면 구글은 유료 앱을 통신사에게 떡밥으로 주고 나중엔 광고로 돈 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말고는 선택권이 안드로이드밖에 없으니까 여태까진 가만 놔둬도 알아서 잘 팔렸습니다. 제조사, 그러니까 삼성이나 HTC 등은 윈도우 모바일 폰만 만들다가 아이폰에게 개털렸지요. 그리고 구글을 반쯤 쥐어짜다시피 재촉해서 미완성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폰을 만들어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켓 확장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나서서 해주고, 구글은 돈을 쓸어담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죠. 구글의 계획대로라면 안드로이드 2.2 프로요가 나오고, 이번 앵그리버드부터 해서 광고 탑재 무료 앱을 본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정복이 진행되어야 맞습니다. 역시 철저한 하드웨어 회사와 광고회사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무슨 최홍만A와 최홍만B의 전투를 관전하는 기분이군요. 



문제는 세상엔 너만 있는게 아니거든..

근데 이 와중에 MS가 윈도우폰7을 발표하고 나왔지요. 그걸 보고 엄청 짜증난 구글의 앤디 루빈은 이런 말을 했죠.



"I think the screen shots I've seen are interesting, but look, the world doesn't need another platform. Android is free and open; I think the only reason you create another platform is for political reasons."

"스크린샷은 흥미롭지만, 세상은 또 다른 플랫폼을 원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는 무료에 열린 플랫폼이다. 

내 생각에, 또 다른 플랫폼을 만드는건 그냥 정치적인 이유 뿐이다."


누가 더 정치적인지 모르겠네요 ㅎㅎ 구글 입장에서 MS는 정말 커다란 눈엣가시입니다. 경쟁상대가 오직 애플만 있었던 시점에는 구글이 시장을 키우고, 무료앱에 광고를 탑재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는데, MS가 윈도우폰7을 발표하니 제조사와 이통사가 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거죠.


자.. 생각해보세요. 구글 안드로이드, 지금 몹시 취약합니다. 

게임? 이번에 나온 앵그리버드 등 잘 만든 게임은 거의 없어요. 반면에 MS?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판을 치던 게임 콘솔 시장에 XBox라는 듣보잡 기계를 만들어서 순식간에 시장을 엎어버렸습니다. DirectX 등 PC 게임 시장에서도 굉장한 노하우와 저력을 갖고 있는 회사죠. 구글이 제일 못하는 부분을 제일 잘하는 회사입니다. 오히려 애플보다도 더 잘할거에요. 검색? 구글과 MS의 Bing이 검색으로 크게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죠. MS가 윈도우폰을 만들면 기본 검색엔진이 Bing이 될건 뻔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개발자들, MS 친화적인 개발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MS만큼 개발자에게 잘해주는 회사도 없을걸요? 결국 구글과 MS가 하는 일이 똑같은거에요.


안드로이드 마켓이 굉장히 취약한 와중에 MS가 고품질 앱들로 강공을 펼쳐옵니다. 시작할때부터 자사가 제작한 2000개의 앱과 수많은 베스트 셀러 게임들을 함께 오픈하기로 되어있거든요. 당장 이것만 해도 안드로이드 마켓의 앱보다 더 괜찮은게 많을겁니다. 구글이 그간 반쯤 일부러 유료 앱 시장을 죽여놨기 때문에 부실해져있던 앱의 품질이 이젠 발목을 잡게 된겁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미완성이지만 많은 회사가 갖다 쓸 수 있고, 애플 iOS는 잘 관리되고 있지만 애플 혼자서만 만들수 있지요. 근데, MS의 윈도우폰 역시 많은 회사가 갖다 쓸 수 있으면서 앱의 품질이 좋을 수 있는겁니다. MS가 구글같이 무단 복제를 방기하지 않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순식간에 많은 개발자들이 MS에게 몰리게 됩니다. 당장 MS의 등장으로 안드로이드 마켓 확대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이 온거고, 앤디 루빈이 정치적이네 뭐네 하면서 짜증 드립을 친거죠. 그러게 애초에 마켓 관리 잘 하지 그랬니.



앞으로 MS의 행보는?

애플이나 구글이나 가지고 있는 큰 패는 다 꺼내 썼습니다. 이제 남은건 MS의 행보입니다. 앞으로 MS는 단말기 제조사에게 윈도우 모바일을 돈받고 팔까요? 이에 관해서는 광파리님이 "윈도폰7 호평? MS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에서 정리해주셨습니다. 올해 2월 15일에 스티브 발머 회장이 윈도우폰7도 라이센스 돈받고 팔거라고 이야기 했었지요. 하지만 대충 계산해보면 윈도우폰7 OS 팔아봐야 MS가 푼돈벌이 밖에 못합니다. 이런 마당에 MS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OS 가격을 올리자니 후발주자인 부분도 있고, 안드로이드 OS는 공짜니 비교되죠. 제작사 입장에서 선택권이 늘어나니 아주 좋습니다. MS 입장에서 이렇게 푼돈 벌이 하면서 시장 점유율 상승에 도움 안되느니 라이센스를 아주 싸게 풀거나 공짜로 풀고, 차후에 구글이나 애플처럼 광고로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애플은 짱이에요. 지들이 OS도 만들면서 단말기를 팔기 때문에 이런 푼돈 장사를 하고 있는거구요, 구글은 단말기 없이 장사를 할라니 광고로 밀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안드로이드 마켓 관리를 소홀히 해서 개발자들이 다들 짜증을 내고있는거구요, 그 와중에 MS가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따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구글과 MS는 서로 정면으로 대결할 수 밖에 없는 수익 구조입니다. 이 공룡들 앞에선 전 그냥 생태계에 기생하는 캐시카우에 불과하군요.





ps. 구글이 앵그리버드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를 위해 당근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검색해도 잘 안나오네요. 이 부분 알고 계신 분 댓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