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시민을 '도둑놈' 취급하는 서울시

MIRiyA☆ 2010. 10. 5. 17:17


시민을 '도둑놈' 취급하는 서울시


어제 조선호텔에서 발표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던중, 참 더러운 일을 하나 겪었습니다.

제가 아이폰을 쓰고 있습니다만, 이게 배터리가 굉장히 빨리 소모됩니다. 그래서 그때 거의 배터리 4% 남아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이 꺼지기 직전인거에요. 급한 나머지 저는 소공동 지하 상가 벽의 콘센트를 찾아 충전기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대략 10분 정도 배터리를 충전했지요.



근데 저쪽에서 검정색 관리자 잠바 입은 사람이 걸어오더니, 제 근처의 배전반을 자꾸만 열었다 닫았다 하는겁니다. 한 3번 정도 왔다 간것 같아요. (나중에서야 그게 저한테 눈치주려고 온건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제게 오더니, 언제까지 전기 쓸거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표정이랑 말투가 참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았습니다. 나 급해서 여기다 휴대폰 충전하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 그게 그렇게 싫나..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요는 이거에요. 시민이 급해서 충전하고 있는데 이렇게 타박을 하나. 그리고 결국엔 이런 대단한 말까지 나오더군요.




"허락없이 전기 썼으니 도둑놈이나 마찬가지다"


"허락 없이 전기 썼으니 도둑놈이 아니고 뭐냐", "당신 몇살이냐" 이러는겁니다. 저는 귀를 의심했지요. 와, 내가 지금 도둑놈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나한테 지금 도둑놈이라 그랬나, 내가 도둑놈이라 들은거 맞나, 한 세번 정도. 계속 반복해서 저보고 도.둑.놈이랍니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표현하는데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하지 않았지요. 절대 사과하지 않았어요.




"당신 몇살이냐?"


이건 나이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때 더 이상 할 말이 없을때 비논리적으로 윽박지르기 위해 꺼내는 말입니다. 여기서 제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휴대폰 충전하고 도둑놈 소리를 듣는 마당에. 이 관리자가 진정 떳떳했다면 이런 말 안하고도 타이르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자기 논리의 바닥에서 나이에 기대는 말이 바로 이 "당신 몇살이냐?"죠. 저 어립니다. 근데 휴대폰 충전했다고 도둑놈 취급 받는건 참지 못하겠어요.




"경찰 부르자"


"허락 없이 전기 쓴거니 도둑놈이랑 마찬가지다, 경찰 부르던가" 이러더군요. 발언 수위가 갈때까지 갑니다. "그래 경찰 불러라, 휴대폰 충전좀 했다고 쇠고랑 한번 차보자." 이게 무슨 피씨방 동전 자판기도 아니고, 휴대폰 좀 충전했다고 와서 그렇게 눈치주고 심지어는 도둑놈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할 일일까요? 아니 무슨 공공 시설물이 그렇게 거창하다고, 구차하게 급한 사람 벽에다 휴대폰 충전도 못합니까? 낸 세금이 얼만데. 제가 무슨 전기 자동차 충전한것도 아니고, 거기 옷 가져와서 다림질한것도 아니고.. 좀 큰 노트북이면 말도 안합니다. 그냥 쪼매난 휴대폰 하나 충전한건데 전기 얼마나 쓰는지 걱정되서 배전반까지 열어보고 도둑놈이라 몰아붙이고 생 난리를 치나요?


어이가 없어서 그 사람 가슴팍의 회사 로고를 확인했습니다. 그랬더니 뭘 보냐고, "여기 이름 적혀있으니 신고할테면 신고해라" 이런식이데요. 아 글쎄 이름은 못봤고 이상하게 한자로 써있는 관리 대행 업체 로고만 봤습니다. 죄송해요. 요즘 사람들이 한자를 잘 못읽어요. 흥분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아 그래, 신고하라니 신고하자. 그래서 이 글까지 쓰는겁니다.




 "왜 시설을 부수고 그러냐" 


제가 콘센트에서 충전기 뽑을때 콘센트 덮개가 떨어졌습니다. 그걸 보고 하는 말이 "왜 시설을 부수고 그러냐" 이러덥니다. 제가 정말 콘센트 덮개 부쉈다면, 공공 시설물 훼손 맞고, 제 죄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콘센트 덮개는 딱 물리는 부분이 없이 그냥 걸쳐져 있었던거라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질 정도의 상황이었죠. 근데 그걸 제가 부쉈다는거에요. 만들려면 똑바로 만들어놓던가, 마포자루 톱으로 썰어 놓고 제가 손대니 부숴졌다 이런 맥락이잖아요. 와 정말 억울하네.



잘 보시면 알다시피 그냥 대충 헐렁하게 걸려있던겁니다. 코드 뽑다 저게 떨어지니 부쉈데요.


그리고 계속해서 언쟁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 사람은 좀 불안함을 느꼈는지, 사과도 없이 도망가버렸습니다. 돌아오라고, 당신 이름 뭐냐고 소리치는데도 가버리더군요. 거기 경비 담당하는 할아버지 2명이 있었는데, 이분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더군요.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하니 서울 시설관리공단 전화번호를 알려주더군요. 


전화 걸어봤습니다.



"서울시 시설은 아무나 맘대로 쓰면 안된다."


처음에 받은 사람은 이러더군요. "우리가 경비 직원들 정기 교육도 하고 하니 그때 주의를 주겠다. 내가 사과드린다"이러더라구요. 뭔 정기 교육이냐고요 지금. 그냥 대충 넘기고 씹고 넘어가자는겁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연결해달라, 그 사람에게 사과 받고싶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시설은 그렇게 아무나 맘대로 충전기 꽂아서 쓰면 안된다"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아오, 내가 무슨 거기 전기 꽂아서 마약 재배하거나 시민 혈세 축내서 이익보나요? 그 전기 제가 끌어다 개인적으로 판매라도 합니까? 저는 그냥 휴대폰을 충전한겁니다. "서울 시민에게 봉사하는 서울 시설관리공단"이라는데, 아 그래 휴대폰 충전했더니 도둑놈이라 몰아붙이는 그게 봉사인가보네요. 




"누군지 모르겠다", "이해 해달라"


두번째로 전화온 경비 팀장이라는 사람은 이러더군요. "우리 경비원도 아니고, 누군지 모르겠다.", "배전반 판넬 열쇠 갖고 다니는 사람이니 당연히 알것 아니냐" 암만 말 들어봐도 계속 담당자로 연결을 회피합니다. 이 사람은 나중에 이런 말도 합니다.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달라, 내가 사과하겠다." 뭘 이해해요? 담당자가 사과 안하는거? 제가 원하는건 계속 말했지만 해당 담당자의 사과입니다. 중간에서 은근슬쩍 넘기려는 이런 행동이 아니라구요. 계속해서 담당자 연결을 요구했지만 이 사람이 자꾸만 대충 넘기려고 노력하더군요.


...


그래서 블로그에다 글 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 지하철 보면 역사마다 손 세정기도 구비하고, 휴대폰 충전기도 구비하며 서비스 향상에 노력하고 있지요. 근데 지하상가는 시민이 가져온 충전기로 휴대폰 조금 충전했더니 허락 안받고 사용했다고 도둑놈이랍니다. 그리고 사과를 요구하니 사라지고, 담당자마다 쉬쉬하며 넘기려고 합니다. 그 공공 시설물이라는게 얼마나 거창한건지, 내 충전기로 급히 휴대폰 충전할때도 눈치보고 몇분까지 쓴다고 양해를 구해야합니다. 이건 길가다 남의 집 초인종 눌러 화장실 쓰겠다고 부탁하는 꼴이네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봅니다. 시민에게 봉사? 봉사가 아니라 군림하는거 아닌가요?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시설물이고, 시민이 쓰라고 만들어놓은겁니다. 근데 관리자랍시고 우리 세금 받아먹는 사람이, 기껏 10분 넘게 휴대폰 충전좀 했다고 도둑놈이라 매도합니다. 식객 났네요 식객 났어.. 그러면서도 담당자 찾아달라니 쉬쉬하고 넘깁니다. 


자.. 지하상가에서 휴대폰 충전했더니 도둑놈이랍니다. 그리고 사과를 요구했더니 쉬쉬하고 대충 넘기려고 합니다. 얼마나 높은 사람이기에 경비 팀장이라는 사람이 슬금슬금 넘어가려고 할까요. 그 사람은 누구였기에 신고할테면 신고해보라고 으름장 놓았을까요. 이 상황은, "등신같은 민원인이 되도 않는 소리로 전화했으니 대충 참으라 하자" 내지는 "전기를 왜 맘대로 써, 우리 관리인이 참 잘했네. 이놈은 내가 막아줄게. 시민? 시민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런 느낌입니다. 가만 놔두면 앞으로도 시민들은 식객이고, 손님 만도 못하게 대우받아야할겁니다. 


밑에 다음 view 버튼도 많이들 눌러주시고, 밑에 트위터 RT 버튼 눌러서 많이들 알려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