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나는 결벽증 환자인가

MIRiyA☆ 2010. 5. 8. 18:25

요즘만 그런게 아니라, 예전부터 쭈욱 고민해오고 있던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어제 구글 관련 글을 쓰면서 저의 지독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사용할 PC의 청결성

요즘에는 교통지도상황실의 윈도우2003 서버 컴퓨터를 이용해서 블로깅을 하고있습니다. 제 개인 노트북을 꺼내서 블로깅을 할라 하면 랜선을 꽂아야하고, 인천 시청의 관용 네트워크에 접속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망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하려면 반드시 보안 프로그램 'Net Helper 6.0'을 깔아야합니다. 이 프로그램 좀 문제있어요. 프로세스는 동시에 7개 이상을 처먹고 있고, 부팅은 5분 이상 느려지게 만듭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서 제 노트북에 깔린 각종 프로그램들의 리스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격조종도 가능하고, 원격 화면 감시도 가능한것 같습니다. 인천시청의 전산 담당하는 사람이 제 노트북의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제가 무슨 작업을 하고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는거죠. 


그래서 이걸 지우려고 했더니만, 언인스톨은 존재하지도 않고 삭제하려면 관리자에게 연락해야한다네요. 제 성격 더럽잖아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강제로 지워야죠. NHCA로 시작하는 프로세스 6개는 닫아도 닫아도 계속 서로서로 살려주더라구요. 그래서 6개를 동시에 죽이지 않으면 도저히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초유의 Del + Enter 신공으로 6개를 다 닫아버리는데 성공했지만, 저절로 프로세스가 다시 살아나더군요. 아, 히든 프로세스로 숨겨놓은 프락치가 있었던겁니다. 그래서 피씨방에 게토 프로그램같은거 종료할때 쓰던 Anti-Rootkit 프로그램 "Ice Sword"를 사용했습니다. 이걸 쓰면 작업관리자 프로세스 목록에 보이지 않는 히든 프로세스도 보이거든요.. 근데 이 악질적인 Net Helper는 Ice Sword를 차단 프로그램에 등록해놨는지, 실행하자마자 바로 닫히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G모 프로그램을 써봤더니 이건 미처 막지 못한것 같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제 메모리상에 떠있는 NHCA 관련 모든 프로세스를 다 지우고, 레지스트리 편집기로 레지스트리 상의 모든 흔적들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깔린 폴더에 들어가서 G모 프로그램을 이용해 숨김 폴더를 깡그리 날려버렸지요. 지독하데요 이거.. 일반적인 폴더 옵션에서 숨김 해제 해도 보이지 않게 만들어놨습니다. 컴퓨터의 모든 곳에 거미줄 마냥 남겨놓은 흔적을 결국엔, 다 지웠죠. 뭔가 프로그램에게 지는 기분이라서, 이를 악물고 청소해버렸습니다. 결국 이긴거에요.


뭐 암튼, 이런 무지막지한 프로그램을 까느니 그냥 관용 네트웍으로 인터넷 안하기로 하고, 제 아이폰을 꽂아서 테터링으로 인터넷을 했습니다. 근데 너무 느리더라구요.. 뭐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용하면 엄청 빠른데요, 제가 앉아있는 교통상황실은 전파 수신이 별로 안좋아서 속도가 느리더군요. 에.. 뭐 암튼 그냥, 사무실 PC를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바탕화면은 무진장 더럽게 늘어놓지만, 컴퓨터 내부 자체는 아주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5분 안에 복구할 수 있도록 고스트 이미지를 떠놓고, 이상한 프로그램을 깔지 않기 때문에 퍼포먼스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요. 재미있게도 남들에게 컴퓨터 맏기면 일주일도 안되서 느려지고 이상한게 깔리잖아요.. 그리고나서 뭐 이런걸 다 깔았냐고 물어보면 자긴 모른데요 ㅋㅋ 제 생각에는 뭔가 공돌이의 DNA가 있는 사람은 컴퓨터를 써도 깔끔하게 쓰는것 같습니다.



스크린샷의 퀄리티

전 웹 서비스의 스크린샷 한장을 찍어도 그냥 못찍습니다. 그림판에서 JPG로 저장하면 화질 열화가 너무 거슬려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입니다. 




위는 PNG, 아래는 JPG로 저장한 모습입니다. 화질 열화된게 보이나요? 특히나 이런 화질 열화는 흰 바탕에 빨간 글씨 등을 사용할 때 눈에 확 띕니다. 픽셀 단위로 신경쓰는 제겐 JPG 압축률 조차 지정할 수 없는 그림판은 정말 최악의 프로그램이지요. 그래서 그림판을 사용할땐 화질 손상이 없는 PNG 파일로 저장합니다. 근데 대부분 웹 사이트가 가로 1024px이다보니 가로 사이즈가 580px 정도인 제 블로그에 사용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큽니다. 뭐 다음 블로그의 사진 첨부 기능을 이용하면 알아서 리사이즈해서 들어갑니다만, 이 경우 이미지 리사이즈 알고리즘 문제가 대두됩니다. 다음 블로그에서 리사이즈한 모양새를 보면 너무 블러가 심해서 또렷해보이지 않는거에요.




위는 다음 블로그 자체에서 리사이즈한걸 캡쳐한거고, 아래는 제가 포토샵 CS4의 "Bicubic Sharper" 알고리즘으로 축소한겁니다. 텍스트 등등에서 확실히 티가 나지요? 자동으로 윤곽강조가 적당히 되기 때문에 또렷하게 줄일 수 있어요. DSLR 초보들이 자주 사용하는 포토웍스의 다단계 리사이즈를 이용해서 줄여봤는데, 이건 PNG 형식으로 저장할때 결과물이 안만들어지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더군요. 오로지 JPG 아니면 TIFF 밖에 안되더라구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사무실 컴퓨터에서 스크린 캡쳐한 후, 그림판에서 붙여넣어 PNG 파일로 무손실 저장하고, USB에 넣어서 노트북으로 옮긴 다음, 노트북에서 포토샵으로 열어 리사이즈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USB로 사무실 컴퓨터로 옮긴 다음 포스팅하는거죠-_-;; 


뭐 사무실 컴퓨터에는 포토샵이나 하이퍼스냅이 설치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아, 그리고 생각나서 쓰는건데, 그림판의 사용성에 상당히 거시기한 문제가 있답니다. Print Screen 키를 눌러서 캡쳐한 다음, 그림판에서 붙여넣고 새 이름으로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른 화면을 캡쳐해서 붙여넣고 새 이름으로 저장을 하는 식이죠.. 근데 여기서 Ctrl+Shift+S를 눌러서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림판 자체가 Ctrl+S만 인식하고, Ctrl+Shift+S를 누르면 그냥 저장을 해버리거든요. 다른 이름으로 저장 기능 자체에 단축키가 없습니다. 그래서 망친 스샷이 여럿 되네요. 에휴.. 


참다 못해 크롬 확장 기능중 스크린 캡쳐 기능이 있는 확장기능을 몇개 깔아봤습니다. 크게 두가지가 있더라구요. 하나는 Webpage Screenshot, 하나는 Aviary Screen Capture인데, 둘 다 쓰지 못할 물건입니다. 

Webpage Screenshot은 정상적으로 화면 전체가 캡쳐 되긴 하는데 색상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아하니 JPG 처럼 손실 압축을 하는것 같아요. 경계선 등이 번져보입니다. 캡쳐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퀄리티가 딸리는 부분은 용서할 수 없는 결함이죠. Aviary Screen Capture의 경우, 캡쳐 버튼 누르면 한참 후에 어디 쓰레기 더미같은 새창이 떠서 에디터까지 지원해주는데, 너무 느리고 번거로워서 못쓰겠더군요. 그리고 전체 영역 캡쳐가 안되고 눈에 보이는 화면만 캡쳐됩니다. 뭐 파이어폭스엔 좋은 캡쳐 툴이 있지만 제가 파이어폭스를 지금 안쓰고 있기 땜시.. 아무튼, 그냥 Print Screen 눌러서 그림판에 붙여넣고, PNG로 저장후 노트북에 가져와서 가공합니다. 피곤한 성격이죠?




그리고 포토샵에서 편집하고 난 후의 이미지는 반드시 1px의 #D6D6D6 색상의 테두리를 넣어서 저장합니다. 원래는 그냥 검정색 선을 넣었는데, 너무 튀는 느낌이라 톤을 많이 낮췄지요.


그거뿐인가요.. 예전에 "블로그에 글 쓸 때 꾸미기 서식의 규칙"이라는 글에서 적었지만, 링크 걸린 글은 무조건 파랑에 밑줄긋고, 사진 아래 캡션 글은 무조건 녹색에 볼드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강조하는 단어나 문장은 붉은색 글씨를 사용하죠. 그리고 돋보이게 쓰는 단어나 문장은 보라색을 사용합니다. 빨강이랑 파랑이랑 겹치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거든요. 녹색이나 노란색은 가독성이 떨어져서.. 그리고 인용한 글은 노란색 점선 글상자를 사용합니다. 주의사항/공지사항은 붉은색 점선 글상자를 사용하죠. 소스코드는 회색 점선 글상자.. 뭐 이런 식의 제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글을 씁니다. 이거 안지키면 무진장 죄스럽지요. 바로 어제 썼던 구글 관련 글에 넣은 스크린샷 아래 캡션 글을 녹색으로 쓰지 않은것 때문에 이 글 쓰면서도 엄청 껄쩍지근하네요.


뭐 이게 저 혼자만의 기준인지라 여태까지 개인적인 블로깅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글 하나 쓰는데 7~8시간씩 걸리는게 문제라고 할수는 있겠지만요.. 근데 걱정이에요. 나중에 어디 회사 취직해서 협업하는데 저 때문에 속도가 지체되지 않을지 이런게 걱정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말하길, 정도가 심하면 강박증이나 강박성 성격장애일 수 있다네요. 그리고 어제는 제 글 보고 저보고 결벽증 있냐는 댓글까지 달렸네요. 그래서 좀 검색해봤습니다.


강박성 인격장애.pdf


강박성 성격장애의 임상적인 특징

정리 정돈에 몰두하고, 완벽주의, 마음의 통제와 대인 관계의 통제에 집착하는 광범위한 행동 양식으로서, 이러한 특징은 융통성, 개방성, 효율성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게한다.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고 여러상황에서 나타나며, 다음 가운데 4개 이상의 항목을 충족시킨다.

 

1. 사소한 세부사항, 규칙, 순서, 시간 계획이나 형식등에 집착하여 일의 큰 흐름을 놓치고 전체적으로 볼수있는 안목을 잃게된다.

2. 지나친 완벽주의로 인해서 오히려 일을 완수하는것이 힘들어진다.

   (예: 자신의 지나치게 높고 엄격한 기준에 집착하느라 일을 마칠수 없게된다).

3. 여가 활동이나 주의 사람들과 친분을 나눌만한 시간을 갖지 않고 지나치게 일에 몰두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4. 도덕, 윤리 또는 가치 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고지식하며 융통성이 없다.

   (문화적 또는 종교적 배경에 의해서 설명되지않는다).

5. 감정적으로 전혀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닳아빠지고 무가치한 물건을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6. 타인이 자신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에 타인에게 일을 맡기거나 같이 일하는것을 꺼린다. 

7.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인색하다. 돈은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서 저축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8. 경직성과 완고함을보인다.


대략 1번, 2번은 확실하고, 3번이나 6번은 흐릿하게나마 흔적이 남아있네요. 제가 퀄리티에 너무 신경쓰다보니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좀 있지요.. 보통은 밤을 새가면서 완성하고 혼자서 흐뭇하게 생각합니다만.. 꼼꼼해서 이런거라 생각합니다. 3번의 경우, 제가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거의 나다니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대신 일주일에 두세번은 데이트하러 돌아다니니 그때그때 다른듯. 


6번의 경우, 카페 운영할때 휘하 운영자들에게 이런 적이 몇번 있었던것 같아요. 공지 양식이라던가, 디자인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뭐 운영자들은 제가 시키는데로 하면 확실히 결과물이 좋기 때문에 절 믿고 따릅니다만, 전 이걸 '권한위임'의 문제라 생각해서 가능한한 휘하 운영자에게 위임하고자 노력합니다. 


제가 손대면 모든 분야에 걸쳐 100%의 결과물을 내놓고, 운영자에게 시키면 60%의 결과물을 낸다 칩시다. 최고의 방법은 저같은 사람이 10명 정도 복제인간이 있어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다 맡아서 하는거겠지만, 현실적으로 저는 한명이고 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은 지체되고 흐지부지해지는 경우가 다반사. 결국에는 100%의 결과물은 커녕 0%도 달성 못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방안은 이겁니다. 


"내가 100% 퀄리티로 느릿느릿 할 바에야 그걸 남에게 맏기고 60%에서 80%로 향상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내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자."


이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대로라면 한명이 도맡아서 100% 퀄리티로 5개 작업을 하는데 50일 이상이 걸리는 것에서 1명의 지휘 하에 5명이 80% 퀄리티로 작업을 해서 10일이 걸리게 할 수 있겠지요. 작업 기간 단축 이외에도 학습에 의해 휘하 운영자의 평균 스킬이 매번 늘기 때문에, 조직 전체적으로는 결과물 퀄리티의 지속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휴.. 뭐 아무튼 저는 블로그에 글 쓰는걸 보면 유달리 완벽에 집착하곤 합니다. 그냥 슬쩍 훑어봐도 1px 어긋난게 제겐 너무 잘 보입니다. 새로운 웹 서비스가 디자인이 엉망이거나 그리드를 안지켰다던가 하면 눈에 엄청 거슬리지요. 전 아무래도 강박성 인격장애가 있는것 같다고 진단하고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이런게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날카로움이고, 예민한거고, 안테나가 높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제가 인생을 걸쳐 터득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스킬은 시간관리 능력입니다. 암만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해도 시간만 지체시키지 않는다면 제일 좋은거잖아요. 그리고 협업 할때는 가능한한 남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아야겠지요. 온라인에서는 엄청 까칠하고 날카롭습니다만, 실제로 만나보면 생각보다 친근하고 정상적이라는게 공통적인 반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