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사용성 이야기/불편함,사용성

왜 집보다 카페에서 집중이 잘되는걸까

MIRiyA☆ 2010. 7. 8. 23:11

최근 컨디션 난조로 글을 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3달 이상 지속되는 심한 눈밑 떨림, 그리고 손만 들어도 바들바들 떨리는 손떨림, 소금물 1.5L를 들이켜도 해소되지 않는 변비와 축축 쳐지는 심신 무력증, 더위까지 겹쳐서 뭘 하고싶은 마음이 안드는 것이다. 일터에서 맨날 민원인들 욕전화 받느라 피로해진것도 있고 해서, 6시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자서 저녁 11시쯤 일어나 글을 쓰는데, 예전과 다르게 도통 집중이 안된다. 


몸의 문제는 아무래도 마그네슘 결핍 문제인것 같다. 

눈밑 떨림, 수전증, 변비, 심신무력.. 다 마그네슘 결핍에 해당한다. 몸 문제 있으면 민간요법 쓰지 말고 의사 찾아가는게 내 지론인데, 검색해본 결과 모발을 뽑아서 성분 분석을 하는 검사는 12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그리고 가게에서 파는 마그네슘 재제는 가격이 만 얼마에서 오만원까지 나가더라. 그래서 따로 돈 들이지 않고 마그네슘이 많이 포함되어있는 다시마, 아몬드, 두부 등을 많이 먹어서 상황이 호전되는가 지켜본 다음, 해도 안된다 싶으면 병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월급 20만원 나오는 공익이 11만원 정도를 아이폰 요금에 퍼붓고 있고, 남은 9만원중 4만원 정도는 교통비로 사용하니 한달 생활이 잘 안된다. 게다가 요즘 아이패드를 사느라 무리를 했으니 거지 신세.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지금 하고있는 일을 마치고 해야한다 생각해서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되는거다. 물론 내 약해빠진 정신력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옆에서 누가 빠따 들고 서있으면 바짝 집중이 되긴 하겠지. 근데 나는 어쩔 수 없는 사용성 불평쟁이라 내 정신보다는 주위에서 원인을 찾기로했다.


일단은 집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 

집은 쾌적하고 선풍기도 있고, 공짜 밥도 나오고, 냉동실에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업 마감 시간도 없고, 잠 오면 자버리면 되는곳이다. 근데 희한하게 방 책상 앞에 앉으면 집중이 안된다. 왜 이렇게 나는 Armorgames에서 플래시게임을 하고, 미투데이와 트위터와 SLR클럽과 레드몬드파이, 펜탁스포럼, 디피리뷰, 포토존, 유팩, 이말년씨리즈, 구뎅피, 낙장불입, 4인조 웹툰 등등을 순례하는걸까. 이거 한번 순례하면 2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공익 사무실은 덥고 전화받느라 짜증난다 쳐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조용한 집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건 문제가 있다.


대충 계산해보니 나는 하루 24시간중 거의 10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것같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2시간이라 치면 그중 83%를 낭비하고있는 것이다. 이게 하루 이틀 쌓여서 일년 365일이라 치면, 그중 302일을 버리고 63일만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큰 문제다. 공익 생활 2년동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면 내 인생의 미래는 없다. 뭔가 개선해야한다. 10분이 6개 모이면 1시간이다. 1시간은 은근히 짧다. 집중하려면 뭐가 필요한걸까. 


일단 목표를 세워야한다. 오늘 어떤 일의 어디까지 끝낼지, 다 끝냈을 경우 보상으로 뭘 할지, 다 못끝냈을 경우 어떤 패널티가 주어질지 정하고 앞만 보고 달려야한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다음은 환경적 방해요소 제거다. 휴대폰을 이불속에 처박거나 랜 케이블을 뽑아버리고, 바탕화면에 훈계 문구 등을 적자. 책상위의 너저분한 잡동사니는 모니터 밖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니 싹 치워버리고 안보이게 감춰버리자. 방안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외부 소음을 차단하자. 목표를 세우고 방해요소를 제거했으면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 하지만 사람 심리가 참 간사한게, 한 일만 하면 집중력이 빠져버린다. 그래서 2차, 3차로 할 일을 생각해놓자. A일을 하다 질리면 B일을 하고, B일을 하다 질리면 C일을 하자. 몇바퀴 돌다 보면 어쨌든 일은 완성하고 쓸데없는 일은 안하게 되는거다.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A일에 올인해서 끝내버리면 참 좋지만 안그럴때를 대비해서 차선을 생각하자는거다.


음, 일단 방법론에 대해서는 위에 적은대로다. 이건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고, 이게 효과를 못본다면 방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정신적 헤이의 문제라 본다. 



잠시 까먹었던 글 제목으로 넘어가보자. 왜 집보다 카페에서 집중이 잘되는걸까.. 

나는 희한하게 집보다 카페에서 집중이 더 잘된다. 집에서 일을 하다가 영 딴생각만 나고 집중이 안될때 굳이 돈을 써서 멀리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사놓고 일하면 희한하게 잘 되더라. 아무래도 돈을 써서 보상심리가 작용한걸까.. 


카페는 집보다 여러 면에서 안좋다. 

값비싼 커피 값을 내야하고, 자리를 못잡으면 노트북 전원 꽂을 곳도 없다. 인터넷도 느리고, 잠시 화장실 가면 누군가 내 물건을 훔쳐갈것 같아 걱정된다. 어떤 매장은 냉수도 비치해놓지 않았다. 페리에나 에비앙을 사먹으라는거지.  흡연실에서 새어나오는 담배연기가 심한 매장도 있다. 그리고 여름철이랍시고 프라푸치노 만드는데 지이이잉 믹서기 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매장의 경우 믹서를 간 다음 플라스틱 통을 탕탕 두드리는데 그 저음이 어찌나 씨끄러운지 아이폰의 데시벨 어플로 재어보니 100db가 넘어간다. 니들이 암만 잔잔한 음악을 틀어봐라. 부엌에서 탱크가 굴러다니는데.


사람들이 더 문제다. 옆에는 트롤같이 생긴 여자들이 우주 딱따구리같은 음색으로 떠들어댄다. 도저히 남자친구를 만들 수 없을것 같은 그들의 목소리는 제정신으로 커버가 안될 지경이다. 같은 원리로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에서는 방청객에 여자만 앉힌다. 남자를 섞으면 여자들이 잘 웃지 않기 때문이다. 다 괜찮으니 으흐하허 으흐하허 웃을때 박수만 안쳤으면 좋겠다. 간떨어질것 같다. 저들은 아마 중딩, 고딩때도 저런식으로 웃어재꼈으리라. 그리고 커서는 아줌마가 되어서 격조없이 웃어대겠지. 저런 예비 아줌마들이 지나가면 술에 거나하게 취해 톤을 조절하지 못하는 양복쟁이가 나타난다. 들리는 말로는 자기가 정몽준이랑 골프를 쳐본 사이라고 한다. 니가 그런놈이면 난 공익이야 새꺄.



소음으로 가득찬 매장이지만 미묘하게 일이 잘되는 비결은 탁자와 의자에 있었다. 

의자의 높이는 내가 앉았을 때 무릎과 엉덩이가 평행이 되거나 엉덩이가 미묘하게 더 낮은 정도였다. 만약 의자의 높이가 너무 높을 경우 엉덩이를 의자에 걸친 꼴이 되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다리가 기울기 때문에 엉덩이가 의자 앞으로 이동해서 허리 건강에 안좋다. 이건 뭐 피씨방 소파도 아니고.. 의자와 테이블의 사이는 한뼘 반 정도였는데, 내가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놓았을 때 팔꿈치가 손바닥보다 약간 낮게 위치한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손목이 고정되어 좋다. 만약 테이블이 너무 낮으면 팔꿈치가 떠버려서 노트북 위에 손이 편안하게 놓이지 않는다. 흔들리기 쉽다는 말. 또한 의자가 완전 고정되어있어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테이블이 엄청 넓기에 노트북과 마우스를 놓고 적당히 간격 세팅하는데 무리가 없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이게 키보드 서랍이 달린 책상이라 상판 높이가 너무 높았다. 의자와의 간격은 두뼘정도였고, 책상이 너무 높아서 보는데 부담이 가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간격을 매꾸기 위해 의자 높이를 올리면 이번에는 하반신에 문제가 생긴다. 의자에 엉덩이를 걸친 꼴이 되어버리니 역시 집중력이 떨어지는것이다. 나는 내 방을 포기하고 군대간 동생방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방금 갔다온 카페베네보다는 책상이 높은 편이지만, 내 방보다는 낫기에. 그리고 나는 굉장히 만족하고있다. 이 방에서 일하면 생산성이 부쩍 올라갈것 같다.


앞으로 가구 살때는 이런 높이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사야겠다. 그리고 집의 방 배치를 내방, 동생방, 부모님방 등의 인물 위주로 나누지 말고, 작업방, 노는방, 자는방 식으로 목적에 따라 나누는게 좋을것 같다. 방 배치와 가구 높이가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면, 그게 생산성과 학습 효율에 영향을 줄 것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을것이다. 


"인체공학적인 가구는 자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게 오늘의 결론으로 적당할까나? 


카페의 의자/탁자 높이 비율은 황금비다. 나는 집의 책상/의자 높이비를 유사하게 조절해서 카페와 비슷한 수준의 집중력을 내려고한다. 물론 평소에 정신 똑바로 차리는게 가장 중요하다.





ps. 네이버가 직원들에게 100만원짜리 에어론 체어를 보급하고, 사무실 조명을 간접조명으로 바꾸는것들이 이런 생각의 일환일까. 일하기 편한 환경은 정말 중요한것 같다. 내방 책상은 정말 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