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사용성 이야기/불편함,사용성

정용진 부회장이 바보라서 못했을까

MIRiyA☆ 2010. 7. 6. 16:47

비록 이 글의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이번 헤프닝은 시사하는 점이 아주 크다.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해외 출장중에 갤럭시S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가 로밍이 안되서 된통 고생을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고, 삼성전자가 나서서 트위터에서 사과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해당 문제는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나와있었는데, 미처 깔지 못했나보다"라고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는 "트위터에서 노가리깔 시간에 제조사 홈페이지 들러서 펌웨어 업데이트나 하지 그랬나" 등의 핀잔성 댓글까지 눈에 띄었다.(이렇게 심하진 않고 대충 분위기가 사용자 탓하는 분위기더라.)


이건 UX를 논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될 말들이다. 생각해보자. 정용진 부회장 정도 되는 사람이 바보일까? 업데이트를 안한 그의 잘못일까? 다시 돌려서 일반화 해보자. 사용자들은 모두 그것도 못하는 바보일까? 뭔 문제 생기면 이미 해결해둔 업데이트 안한 사용자 잘못일까? 답은 No다. 이건 전달의 문제다. 암만 해당 휴대폰의 문제점을 수정한 업데이트가 나와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온줄 모르면 쓰일 방법이 없다. 여름이 몇번 지나도록 냉동실의 아이스크림을 못먹은 이유는 아이스크림이 눈에 안띄어서 그런거지 아이스크림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런식으로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고 바보취급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일을 했으면 일한 티를 내고 인정받으란 말이다.


전달의 문제는 가끔 개념없는 디자이너나 정신없는 개발자들의 작품에서도 눈에 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쥐콩만하고 흐릿한 영어 단어 버튼을 달아놓은 자기만의 웹사이트라던가, 뭔가 기능은 파워풀하게 넘쳐 흐르는데 도통 쓸 방법을 알수가 없는 소프트웨어들.. 그리고 그런 점에 대해 지적하면 설명서 보지 않고 유심히 살피지 않은 탓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작품들이 '너만의 취미생활'이 아닌 이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한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데 공통적인 삽질의 패턴이 보이면 그게 어디 그들 잘못이겠나. 헤프닝이 반복되면 헤프닝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된다. 결국 만든 사람 잘못인것이다. 항상 자기탓 하는 습관을 가지자.


제조업/휴대폰에서 넘어가 웹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카페 게시판에는 공지사항이라는게 기능으로 있다. 특정 게시글을 선택하여 게시판 맨 위에 항상 보이도록 지정하는것이다. 



게시판 맨 위라는 말은 '눈에 띄는 위치'라는 뜻이다. 나같은 경우 카페 운영을 할때 "자유게시판에 질문하지 말라"고 공지를 했다. 근데 사람들이 다들 자기 목적에만 충실하다보니 글만 쓰고 게시판 위의 공지사항을 굳이 눌러주지 않았다. 그 결과 자유게시판에 엄청난 양의 질문글이 올라와 게시판 관리가 무척 힘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글 쓸때 나오는 자동 서식 기능을 응용해서 공지사항으로 사용했다. 글 쓰는 사람이 안볼 수가 없는것이다. 펌웨어 업데이트나 게시판 공지나 다 같은 꼴이다.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점은 푸쉬 방식으로 떠먹여서 알려줘야한다. 굳이 사용자가 그걸 알아서 협조하리라곤 기대하지 말아야한다.


공지는 1. 잘 보이는 곳에 2. 간단명료한 말로 3. 반드시 전달하자.



이건 SLR클럽 사용기 게시판의 공지고,


이건 작년쯤 네이버 카페의 인상깊은 공지 방식이다. 이 페이지를 거치는 이상 못볼 수가 없다.


갤럭시S의 펌웨어 업데이트도 홈페이지에 슬쩍 올려놓지 말고 SMS나 통신사 팝업 등으로 알려줬으면 휴대폰 사용하다가 반드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업데이트가 PC랑 연결할 필요 없는 OTA 방식이면 더 좋은거고. 그 결과 사용자들은 제조사 홈페이지 들어가서 일일히 확인할 불필요한 시간을 트위터에서 너 오늘 뭐 먹었냐고 노닥거리는데 더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될것이다. 사용자 눈앞에 잘 보이게 들이밀어주자. 어디 너만의 집구석에 처박아놓고 못본 니 잘못이라고 탓하지 말고. 고객 삽질은 전부 니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