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 이야기/다음 기타

내 블로그 내 맘대로 못파나

MIRiyA☆ 2010. 3. 12. 12:41

아.. 피드 보고 있다가 "헉, 미리야가 블로그를 팔겠다는거야?"하며 식겁해서 들어온 분이 있을것 같은데, 당연히 제가 판다는건 아니고(사겠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이번엔 블로그의 상업적인 가능성과 판매에 대해 한번 논해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블로그는 굉장히 전파성이 강한 매체입니다. 블로그에서 잘 쓴 글의 경우 포탈 메인에서 노출되기도 하고, 포탈 메인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수십만 조회수가 올라갑니다. 인기 있는 블로그의 일 방문자는 중소 언론사 웹사이트의 방문자와 맞먹기도 하며,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돈이 모이듯, 그곳에 광고를 개제하려는 광고주가 생깁니다. 자기 블로그에 광고를 걸어서 돈을 벌어보려는 블로그가 생기는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독립 블로그들은 개인 광고주들이 직접 연락해서 배너 등의 작은 광고 정도를 진행하고있고, 규모가 커지면 타 회사에서 제품 리뷰를 맏기거나 댓가성 홍보글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게 개개인 블로그가 받아서 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흩어져있는 특성상 큰 힘을 낼 수 없지만, 비슷한 블로그를 여럿 모아 네트워크화 하여 단체로 관리한다면 꽤 돈이 됩니다.

외국의 경우, Weblogs, Inc(http://www.weblogsinc.com/)는 Engadget같은 유명 블로그를 포함한 블로그들을 50~60여개 보유하고 있고, 연간 광고 수익은 구글 애드센스로만 100만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2005년에 AOL에 2500만달러에 매각되었지요.

역시 유명 블로그 네트워크인 Gawker Media(http://advertising.gawker.com/)의 경우, 2009년 1월 기준으로 10개의 블로그를 보유하고 있고, 이 안에는 Gizmodo나 Lifehacker, Kotaku 등 유명 블로그들이 여럿 포함되어있고 연간 광고 수익이 200만달러로 추정됩니다. 

이 외에도 GigaOM(http://gigaom.com/), Web 2.0 Workgroup, Techcrunch Network 기타 등등 수십개의 쟁쟁한 블로그 네트워크들이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Tatter and Media가 제일 두각을 보이고 있고, 현재 180개 정도의 유명 블로그를 모아 비슷한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스킨을 통일하고, 광고를 배정하고있습니다. TNM을 통해 광고를 수주받고, SEO니 스킨이니 신경 쓰지 않고 블로깅에만 전념할 수 있게 관리를 받는거지요.

우리나라에는 왜 Engadget이나 Gizmodo같은 쟁쟁한 블로그가 없을까요? 전 그게 국내 블로그 시장이 외국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블로거들이 영세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돈도 안되는데 취미 삼아 블로그 글을 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야 아이폰 탈옥법 강좌를 8시간 넘게 작성해서 올리고 남 좋은일 시켜주고, 새벽에 전화오고 개피곤해서 블로그에 욕질하고 그러면 되지만, 전 시간 남아돌고 시간 아까운줄 모르는 공익이라 그런거고요.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자기 직장이 있고 평소에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일겁니다. 제 시간 쪼개서 블로깅 하는데 돈 안되는데 피곤하기만 하면 아무래도 지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어느정도 한계를 넘어가는 퀄리티의 글이 나오기도 힘듭니다.

블로그가 국내에 슬슬 대중화 되고, 유력한 미디어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업화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상업화의 가장 스무스한 모델은 블로그 네트워크를 통해 행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조직적으로 함께 커나가는 방향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포탈이 블로그가 개인의 지식재산 및 창의자본임을 인정하지 않고 약관으로 상업성을 제한한것도 블로그가 네트워크를 이루는걸 늦추는데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아래는 다음의 약관입니다.(http://www.daum.net/doc/info.html)


제 13 조 (회원의 의무)
① 회원은 아래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 회사의 서비스에 게시된 정보를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영리 또는 비영리의 목적으로 복제, 출판, 방송 등에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제3자에게 본인을 홍보할 기회를 제공 하거나 제3자의 홍보를 대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전을 수수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양도하고 이를 대가로 금전을 수수하는 행위
- 불특정 다수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여 광고 또는 선전을 게시하거나 스팸메일을 전송할 목적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리미엄 메일 기타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리활동을 하는 행위

제 14 조 (양도금지)
회원의 서비스 받을 권리는 이를 양도 내지 증여하거나 질권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래는 네이버의 약관입니다.(http://www.naver.com/rules/service.html)


제 11 조 ("회원"의 의무)
①"회원"은 다음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8.회사의 동의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행위

제 17 조 (권리의 귀속)
②"회사"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회원"에게 "회사"가 정한 이용조건에 따라 계정, "아이디", 콘텐츠, "포인트"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만을 부여하며, "회원"은 이를 양도, 판매, 담보제공 등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의 경우 "블로그에서 광고 하지 마라", "블로그 돈받고 팔지 마라"가 되겠고,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 쓰면서 돈 벌 생각 하지 마라", "블로그 팔지 마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다음은 회사 캐릭터상 상업적인 글을 올려도 별로 태클은 걸지 않았고, 네이버의 경우 예전에 문성실님이 본인의 책을 광고하는 스킨을 올렸더니 네이버에서 몇차례 무단으로 스킨을 내려버린 무시무시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뭐 그 이후로 네이버 이쪽 기준이 많이 유화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블로그보다는 카페를 운영해왔고, 8년전 카페 운영 초창기부터 카페 매매업자들과 싸워온 끈덕진 경험이 있습니다. 업자들이라는게, 기존에 잘 나가던 카페를 몇천만원 받고 구입한 다음, 카페 주제를 바꿔서 뭔 성형외과 홍보를 한다거나, 미팅 사이트를 만든다거나 해서 카페를 순식간에 듣보잡으로 만들고, 수백만의 회원에게 전체메일로 매일같이 광고를 보내 고혈을 짜내다가 종국에는 홀딱 말아먹습니다. 그거때문에 다음이나 네이버나 매매에 대해서는 아주 진저리를 치는거고요. 가장 이상적인건 카페 운영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선에서 상업성을 허용하는거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지요..

하지만 카페와 블로그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카페는 그 자체로 수십 수백만의 회원들이 묶여있는 형태고, 회원 없이는 카페도 존속할 수 없으며 회원의 뜻과 다르게 주제를 바꾼다는건 배신이자 파괴 행위죠. 허나 카페와 달리 블로그는 그 자체가 개인의 '지적재산'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글들은 개인이 쌓아올린 것이고, 방문자들은 그냥 방문자지 블로그에 글을 쓰는것도 아닙니다. 별다른 기여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특성이 강한 블로그에 한해 매매를 인정해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외국 사례 등을 좀 더 보강해봐야겠지만..)

또한 광고에 대해.. 현재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 등 비 포탈 블로그를 쓰는 블로거들은 기업체로부터 스폰싱 받아 리뷰나 홍보 등의 포스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아주 잦습니다. 네이버/다음 블로그 역시 약관상으로는 제한하고 있지만 광고성 포스팅을 올리는것을 공공연히 묵인하고 있습니다. 괜히 약관으로 블로그를 폐쇄한다니 규제한다니 살벌하게 막지 말고 개방하는건 어떻겠습니까? 또한 더 나아가 포탈이 자체 우수 블로그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네트워크 회사에 필적하는 관리를 해주는건 어떨까요? 아니면 TNM의 광고를 플러그인으로 넣을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준다던가요. 적어도 광고 개제를 위한 소스 편집권 등은 주었으면 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사이드바 요소에 개인이 만든 HTML 요소를 넣을 수 있도록 되어있더라구요. 스킨 전체야 좀 더 고려를 해봐야 하겠지만..

현행법상 야한거 폭력적인거 남 까는거 등등을 올리지 않는 이상 블로그에 어떤 광고글을 올리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지꺼니까요. 정상적인 블로그라면 심하게 광고스러운 글은 제살 깎아먹기라는걸 알고 스스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대놓고 한탕 해먹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쌓아올린 명성 이런걸 생각할것 없이 검색되고 많이 보이게 하기 위해 광고글을 올리지요. 

그렇다면 얘들이 올리는 넘쳐나는 무분별한 광고글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건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광고글이 많아도 서비스 운영상 좋지 않다 생각되는 글들은 검색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되고, 남의 블로그에 찾아와서 광고하고 흔적 남기지 못하게 막으면 되는겁니다. 썼지만 안보이는 글은 없는 글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안그래도 얘네들은 외부 사이트에 광고 올린다음 찾아와서 댓글로 스팸 남기는걸요.

현재 포탈 블로그는 설치형/유사 설치형 블로그에 비해 상업화가 어렵고, 네트워킹이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블로거들에게 좀 더 많은 인기를 몰아주는 것이 포탈 블로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애드클릭스는 애드클릭스대로 한달에 한 700원쯤 들어오던데, 이런 푼돈으론 지하철내 매점에서 까까도 못사먹습니다. 그렇다고 어디 구글 애드센스나 링크 프라이스 같은걸 붙일라면 글 마다 일일히 소스를 넣어햐 하고.. 이런거 좀 배려해주시고요.(하는 김에 서명 기능도 포함해서..) 다음은 다음 따로, 네이버는 네이버 따로.. 끼리끼리만 뭉치고 외부와 연동이 안되니 서럽잖아요.

블로그 글의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준다면, 블로그 자체에 대한 자유도 인정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엄연한 개인의 창의자본이니까요. 혹시 제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