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 이야기/네이버

네이버 블로그정책, 더 뜯어볼까?

MIRiyA☆ 2008. 10. 13. 15:58


얼마전에 mepay님의 "네이버 블로그 정책, 이건 너무 심했어"라는 날카로운 비판 글이 올라왔다.

이거 관련해서 "네이버 블로거들은 왜 불만 제기를 안하는거야? 우물안 개구리들이라 자기가 이용당하는걸 모를까?" 라고 아는 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저거 대로라면 네이버 직원들은 예전 네이버 간담회때 말한 파워블로거 지원에 대한 말을 송두리째 엎어버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한것이리라.. 그래서 뜨거운 물에 손 한번 담가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겉보기만 보면 안에서 돌아가는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으니.. 누구 편 들 생각도 없고,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네이버의 모양새가 궁금해서 한번 뜯어보고싶었으니 유쾌하게 보자.(네이버는 캐도 캐도 끝이 없는 나의 연구대상이다.)



1. 네이버 키친

일단 문제가 된 네이버 키친을 보자.

키친 탑에서 [레시피 올리기]버튼을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요리법]옵션을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을 비교해보았다.


네이버 키친 탑 - 레시피 올리기


네이버 블로그 - 글쓰기 - 요리법


보는 바와 같이, 샘플보기, 측면의 DB들, 아래의 몇가지 설정등을 제외하면 블로그와 완전히 동일하다. 키친에서 쓸 경우, 블로그로 보내기 기능이 있고, 블로그에서 '요리법'을 클릭하면 네이버 키친으로 보내기가 자동으로 체크된다. 아래의 [글보내기]가 핵심인 셈. 이제 글 쓰기 말고 글 보기도 한번 보자.


네이버 블로그 - 글 보기


네이버 키친 - 키친 레시피 - 글 보기


이거 좀 열받는 부분인데, 출처 표시 좀 짱인듯. 태그 위에 쥐콩만하게, 그것도 흐릿하게 회색으로 나와있다. 이게 바로 네이버 서비스 내부에서 블로거의 위상인가보다. 글을 제공해줘도 블로거는 그냥.. '블로거'. 직접 링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좀 강조를 한다거나 그냥 놔두는것도 아니고 흐릿하게. 출처 인식은 그냥 흐릿해져가는것 같다. 이게 바로 욕먹는 이유다. 흠.. 보아하니 에디터에 요리법 말고 다른것도 많이 있는데 한번 클릭해보자. 키친 말고 다른것도 저렇게 하고있을까?



2. 네이버 여행

요리법 바로 우측에 있는 여행기 탭, 그리고 네이버 여행 탑, 여행 탑에서 본 블로그 포스트와 블로그에서 직접 본 블로그 포스트의 차이를 보자.


네이버 여행 - 여행 탑


네이버 블로그 - 글쓰기 - 여행기


네이버 여행의 경우, 여행 탑에서 바로 블로그로 글 쓸 수 있는 부분은 없어보인다. 그리고 내부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뭔가 분위기가 올드한 느낌이 풍기고, 글쓰기 클릭하니 지원 안되는 브라우저라 나오는걸 보니 아직 이쪽은 스마트 에디터가 적용되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 조만간 스마트에디터를 지원하도록 갈아엎고 다른 서비스와 비슷한 스타일을 띌 가능성이 높다. 하긴.. 여행 탑도 구성이 너저분한게 현재 네이버 UI디자인상 한세대 쯤 지나보이기도 하다. 최대한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뽑아내고, 큼직큼직하고 동시에 예쁘게 박아넣는게 요즘 스타일이니..


네이버 여행 - 커뮤니티 - 블로그/전문가 포스트


네이버 블로그 - 글 보기


네이버 여행에서 보는 블로그 게시글은 위아래에 원문보기 링크와 출처 표시가 어느정도 되어있다. 위의 원문보기 링크는 파란색으로, 게다가 눈에 잘 띄는 '▶' 특수기호까지 써주었다. 참 착하지. 하지만 이건 최소 권고사항이다. 아래쪽에 출처는 역시 파란색으로 잘 적어주었고, 글쓴이 프로필까지 넣어주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잘 했구만.. 근데 대체 어떤 양반들이 저걸 흐릿한 회색으로 안보이게 덮어다가 싹 감춘거야?



3. 네이버 책

이번에는 리뷰쓰기 항목중 책에 대한 부분을 보자.



네이버 블로그 - 글쓰기 - 리뷰쓰기 - 책 리뷰


네이버 책 - 네티즌 리뷰 - 글쓰기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리뷰 쓰기 부분은 책과 영화, 드라마, 음악, 상품이 합쳐져 뭉뚱그려 들어가있다. 각각 탭으로 나눠서 안쪽에서 검색을 통해 주제를 정하면 맨 아래에서 네이버 서비스로 글 보내기가 자동으로 선택된다. 글의 활용성을 상당히 중시하는듯. 검색이 안되는 주제는 아예 쓰지도 못하는데, 희귀한 음반이나 서적의 경우, 검색 안되면 아예 쓸 수 조차 없다. 하긴.. 저 검색 기능 자체가 사진과 지은이, 옮긴이 등을 자동으로 넣어주기 위해 만든 편의 기능이니 저기서도 검색 안되면 그냥 일반 글쓰기로 넣으라는 무언의 신호인것 같다. 하지만 검색이 안될 경우 그냥 알아서 넣도록 딱 한줄이라도 배려해주면 좀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


네이버 책에서 본 네티즌 리뷰쓰기의 경우, 이것도 에디터가 좀 낙후되어있다. 한 세대 전인듯. 여기도 아직 개편의 쓰나미가 밀려오지 않은것 같다. 아래쪽을 보니 작성한 리뷰는 자동으로 리뷰로그에 등록된다고 나와있다. 책에서 블로그로 자동 등록할지 말지, 블로그에서 책으로 자동 등록할지 말지는 선택할 수 없다. 이건 임의로 제한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다소 억지스럽고 행태가 괴씸해보일 수 있지만 만약 내가 만들더라도 저렇게 만들었을것 같다. 활용하지 못하는 블로그 포스트는 트래픽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일 뿐이니까. 놀라울정도로 차갑고 컨셉이 뚜렷하다.



네이버 블로그 - 글 읽기


네이버 책 - 네티즌 리뷰 - 글 읽기


블로그에서 볼 경우 책 이미지와 제목을 클릭하면 네이버 책으로 이동한다. 네이버 책에서 볼 경우 출처는 글 상단에 작게 '원문보기'로 표시된다. 이 역시 그렇게 강조된 부분은 아니다.



4. 네이버 영화

이번에는 리뷰쓰기 항목중 영화에 대한 부분을 보자.


네이버 블로그 - 글쓰기 - 리뷰쓰기 - 영화 리뷰



네이버 영화 - 커뮤니티 - 영화리뷰 - 글쓰기


이것 역시 별로 특별한 부분은 없다. 앞서 책과 마찬가지로 검색하면 자동으로 채워주는 부분, 그리고 서비스 연결.. 영화 쪽 직접 가서 쓰면 이미지 삽입이 가능하다. 리뷰로그에 등록되는것도 마찬가지. 다만 측면에 죽 늘어선 리뷰 관련 촉진재들이 눈에 확 띈다. 참여, 추천, 많이 본 리뷰.. 베스트 리뷰어까지.. 이런 요소들이 뭉쳐서 네이버 블로거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안내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 - 글 보기


네이버 영화 - 커뮤니티 - 네티즌 리뷰 - 글보기


이 역시 앞서 책과 별 다른게 없다. 다만 덧글 수가 블로그에는 16개, 영화 채널에서는 53개라는게 참 재미있다. 출처 표기의 경우, 아래쪽에 파란색으로 강조되어있다. 위쪽에는 원문보기로 되어있는데, 그렇게 신경쓴것 같진 않다.



6. 네이버 드라마 & 음악 & 상품

신기하게도 드라마와 영화, 상품는 선택 및 검색만 될 뿐 서비스 연결 부분이 없다. 네이버 뮤직 서비스에 직접 들어가보니 리뷰 써서 블로그랑 연동하는 부분은 있는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연결이 안되는걸 보니 아직 연동 작업을 안끝낸것 같다. 상품 부분 역시 사용 방법이 무궁무진할텐데 아직 안되는걸 보니 이 부분 역시 준비중인듯.



7. 네이버 비디오

보면서 다소 의아하게 느낀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음이나 네이버나 다 똑같다. 다음 역시 간단하게 출처 표시만 하고 갖다 쓰는건데, 동영상과 레씨피의 차이가 뭘까?


네이버 블로그 - 글쓰기 - 동영상 첨부시


네이버 비디오 - 동영상 올리기


비디오를 올리면 자동으로 네이버 비디오에 체크가 되는건 앞서와 같다. 재미있는건, 네이버 비디오에서 동영상 올릴때는 블로그에 등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좀 블로그랑 연관이 없다고 판단한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 - 글 보기


네이버 비디오 - 비디오 보기


네이버 비디오상에서는 블로그 원문 보기가 나와있는데, 블로그에서 볼때는 네이버 비디오로 연결된 동영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 아래쪽의 네이버 비디오 버튼을 누르면 그냥 비디오 탑으로 간다. 오히려 네이버 비디오에서 링크 등을 누르면 블로그 주소를 퍼갈 수 있는 메뉴가 나오는데 꽤 의외.


아무튼 여기까지 네이버 블로그랑 연결된 여러가지 네이버 서비스를 다 헤집어보았다. 그 외에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했으니 패스하고..


네이버가 예전에 스마트 에디터를 개편하며 전사적으로 사용되는 에디터를 하나로 통일했다고 들었는데, 이 작업은 아마 이런식으로 네이버 각 서비스별로 블로그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일것이다. 뭐 문자 쓰면 한 글자 나오지. "씨너지".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지식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블로그 컨텐츠를 생각한것 같다. 네이버다운 스마트하고 큼직한 행보인듯. 지금 네이버 내부에서는 mepay님 포스팅으로 완전 뜨악한 상태일거고, 조만간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사실 외형만 놓고 보면 저거 못된짓 아닌가.


네이버 블로그 탑 (구)


네이버 블로그 탑 (신)


네이버 블로그탑 개편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일을 진행하는지 알 수 있다. 블로거가 생산하는 글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 에디터를 기획할 당시부터 최대한 데이터 구조화가 가능하게 설계하고, 다 만들어진 다음에는 전사적으로 거미줄처럼 연결시킬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하긴 뭐 공급자 입장에서는 블로그 서비스 이용자가 쓸데없이 떠벌여놓은 글은 그냥 그 블로거가 내 회사 서비스 계속 쓰게하는 양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테니까. 블로그 서비스를 하는 이유가 블로거가 생산해낸 컨텐츠 어떻게 엮어다가 돈 만들어보려고 하는거 아니겠나. 사단법인 NHN, 사단법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아닐테니까.


네이버는 저렇게 블로그 컨텐츠를 수집해서 딱 짜서 보여주는게 보기에도 좋고 소모하기에도 좋다 생각했을 것이고, 올라오는 글의 퀄리티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만족하고있을것 같다. 블로거들 반응 역시 그다지 나쁘지 않고. 네이버 외부에서는 저렇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네이버 내부에서는 아닌 이유가 뭘까?


좀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mepay님은 네이버라면 이를 가는 분들중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한 분이니 더욱 더 눈에 잘 띄었을것 같다. 나 역시 그 글 보고 네이버가 간담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쇼였냐고 분통을 터트렸으니..

내 글이 내 블로그에서 소모되는게 아니라 밖에서 소모되는데, 트래픽이 내 블로그로 오지 않는게 이상하지 않은걸까? 잘 다독여서 리뷰왕 이런거 달아주면 만족하는걸까?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문화적인 특징인것 같기도 하다. 네이버 블로거와 외부 블로거의 차이? 외부 블로거는 상대적으로 직접 링크에 더 익숙해서? 내부적인 반발은 정말 없는걸까? 아니면 그냥 만족하고있는걸까? 추천등을 받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게 좋아서 그러는걸까? 내 블로그와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해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남고싶어하는걸까? 네이버만 저러는걸까? 생각해볼 문제다.


난 가끔 생각해본다. 네이버가 요리요리 하고싶은데, 외부 블로거들의 눈치를 보고있는게 아닌지.. 난 참 궁금하다. 내부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저런게 탄생했는지.. 조금만 더 강조 표시해주고 생색내주면 조용할걸 흐릿하게 감추고 서비스로 쌈싸먹을걸 티를 팍팍 내니.. 반면 다음에 대해서는 참 유감이다. 테마 기능같은건 다음이 훨씬 먼저 오픈하고 지금 이게 뭔가? 정작 서비스화 제대로 하고 시너지효과를 내는건 네이버가 다 했다. 이번 다음 에디터 오픈 후 테마 기능을 아직 닫아놓은 모습을 보니 다음도 뭔가 비슷한 장치를 만드는게 아닌가 짐작된다. 욕 좀 먹어가면서 챙길건 다 챙기는 네이버, 욕은 덜 먹어도 겨우겨우 따라오며 꼼꼼치 못한 다음.. 뭐냐 이 능력치 불균형은.. -_-;;


결론 좀 내보면.. 네이버는 이용자가 글을 쓰고 만족감을 자기 블로그가 아니라 밖에서 찾을 수 있도록 기획한것 같다. 직접 링크가 아니라 프레임 쌈싸먹기로 표현한것도 외부 시선에서 보면 의롭지 않은 행동으로 보이지만, 아예 문화를 바꿔서 다른곳에서 만족감을 얻게 하면 그건 무마된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네이버는 블로그를 그냥 블로그로 보지 않는다. 블로그 본연의 기능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놀이의 개념을 넣은게 네이버 블로그다. 리모컨 기능은 블로그 꾸미는걸 놀이로 승화시켰고, 아이템 팩토리에서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스킨을 공유한다. 네이버 붐을 보나 영화를 보나 거기서 다 1위 경쟁 하면서 하악하악 거리며 서비스에 충성하는것이다. 알아서 터 잡아놓으면 올망졸망 모여서 웃고 떠들고 싸우며 문화를 만들고, 거기서 컨텐츠가 펑펑 솟아난다. 계산기나 엑셀의 차트 한장을 보는 느낌이다. 이런 의미에서 네이버야말로 진정한 최종병기형 포탈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블로그만 놓고도 해석이 이렇게 다르다니..


다만 예나 지금이나 강조하는거지만 티좀 내고 살길. 아 다르고 어 다르니 UX에 쓸 센스 다른데도 좀 써주면 좋지 않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에디터좀 강화하고 네이버 로고 뺄 수 있게 해준다고 [진정한 개인화 블로그 서비스]가 완성되는건가? 나는 이용자가 블로그 안에서 만족을 얻든, 밖에서 만족을 얻든 상관 안한다. 블로그로 트래픽이 들어오는건 블로그 안에서 만족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밖에서 만족을 얻으면 그 역시 일종의 보상이라 할 수 있으니까. 다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투사하는 요소를 집어넣지 않은게 네이버가 욕먹을 부분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신을 내세우고 우쭐하고 싶어하니까. 내가 기획했다면 그 본문 글 밑에 바로가기 링크 하나 딸랑 넣는게 아니라 작성자 프로필을 근사하게 넣는 기능을 넣어주었을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다음 블로그 고객센터에 CK의 정용민 부사장님처럼 저렇게 프로필 넣는 기능 넣어달라고 제안한 적이있기도 하다. 아웃룩이나 지메일 쓸때도 아래에 서명 넣잖나. 얼마나 멋져.


글쎄 모르겠다. 내 글도 엄청나게 공격당할지 모르겠다. 내 이미지가 2년 전 물정 모를때 썼던 쓰레기블로그 논란 글 처럼, 시각이 이기적인 공급자 중심이고, 저딴 자식이 성장해서 서비스 만들면 네이버2,3,4 만들만한 축출 대상, 싹수가 노란 놈으로 찍히지나 않을지 매우 무섭긴 하다만.. 자, 나같은 소인배는 철학을 논할만큼 실력은 되지 않는다. 그냥 현실 분석가적인 시각에서 네이버가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네이버의 컨셉이 왜 저런지 얕게 짚고 넘어가련다. 아마도 더욱 넓은 시각을 가진 분이 보충 설명 해줄 수 있지 않은지 멋진 댓글이나 트랙백을 기대해본다. 나 싸우자고 글 쓴거 아니니 방문해주는 귀하신 분들의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댓글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