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요구하는 감각

현 시점에서 시장에 나와있는 상품은 대게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인식과 욕구를 바탕으로 집대성된 '구매욕구'와 타협하여 기획된 제품일것이다. 구매 욕구는 유행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인식과 욕구는 변하는것이고,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감각 역시 변해간다.

오래된것은 현 시점에서 봤을 때 낡아보이기 마련이고, 어떨때는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기도한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한다. 어떤 것은 과거를 돌아보며 '시대를 잘못 타고난 대작'이라 평가받기도 하지만, 역시 이는 변하지않는 패배자다. 호평은 호평이고 돈은 돈이다.

돈을 버는 사람은 전위 예술을 추구하기보다는 시대와 타협하여 실익을 얻는다.

예술가는 대게 배고프다. 하지만 개중에는 상업성을 강하게 적용하여 실익 역시 챙기는 이들이 있다.

낸시랭의 강연을 들어보면 그녀의 방향성과 컨셉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매력을 상품화하여 돈을 버는것이다.

정통 예술파들은 보수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외설이라는 단어로 혹독하게 매질하지만,

낸시랭은 그런 사람들을 'loser'라고 불렀다. 양자의 말 모두 각자 입장에서 맞는 말이다. 각각 어디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있느냐, 현상을 어떤 시각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른것이다.

감각,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것인가..

너무나도 주관적인것이기에 그것은 정량화하여 점수를 매기거나 명확한 해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이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나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감각의 차이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를 보고 역시 그런 차이를 느끼고있을수도 있다.

내가 그 위치에 올라서기 전에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센스의 차이가 있는것이다.

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공통적인 감각의 선이 있다고 본다.

너무 앞서나가면 외면당하고, 너무 뒤쳐지면 공격당한다.

자신의 감각이 시대의 감각과 일치할때 그것이 최상의 상태라 본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이런 면에서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공통적인 美를 파악하여 적시에 상품을 공급하여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그가 예술가가 아니라 마케터이고 CEO인 이유다.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었을 때, 그 이후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돌아보면 미진한 점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그건 내가 느낀만큼 더 감각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장 혹은 대가, 혹은 선수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계속 감상하며 내 마음에 충격을 주는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픈건 정말 아프다만 그 이후 더 발전할게 보이기에 변태적인 매질을 계속하는것이다.

공부도 하면 할수록 모르는게 느껴진다고, 이런건 태어날때부터 계속해서 겪는게 아닌가?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이런 아픔이 느껴지지 않거나 스스로 외면하고 피해간다면.. 나는 아마 내가 혐오하는 '잉여인간'으로 변질되가고있다는 증거가 될것이다.

계속 알바생활 그만하고 4급 병역 특례 업체를 찾던지 공익근무요원이 되던지 둘 중 하나 선택해야겠다.

지금 생활에 안주하고싶지만 피해갈수는 없지않겠나. 안그러면 잉여인간이 되어버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