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 이야기/구글

구글 크롬, 단편적인 소감

MIRiyA☆ 2008. 9. 4. 10:50

어젠가 엊그젠가 구글 크롬이란놈이 튀어나와 메타블로그며 RSS를 온통 휘저어놓았습니다.

저도 거기 함께 동참하는것 같아 썩 기분은 좋지 않고, 자존심도 상하는 감이 있지만 뭐 어떻겠습니까.

부디 이 소인배의 가벼운 글로 여러분들의 피드 목록을 더럽히는것에 대해 이해해주시길.


일단 구글 크롬.. 본인은 구글이라는 조직은 디자인이고 뭐고 다 갖다버린 양키센스 공돌이 집단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크롬 나온다는 말 들릴때 별로 기대를 안했습니다. 게다가 이름이 크롬이라니.. 마치 은색 크롬도금으로 떡칠하기로 유명한 삼성차 디자인(예: SM7)을 보는 기분이 들까 걱정했지요. 하지만 일단 막상 써보니 환상적이더군요. 예전에 제가 포스팅에서 씹고 조롱했던 구글어스의 로고 화면이랑은 다른, 구글 그 자체의 철학이 묻어나는 디자인입니다. 구글리더나 구글닥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구성이죠. 기능 위주의 디자인이면서 과하게 촌스럽지 않고, 깔끔함과 스피드를 유지하는 그런.. 어떤 면에서는 완전 제 취향이라 양손 잡고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특히 상단 바의 구성은 완전 호감형이에요. 일단 기존 FF3이나 IE7의 경우 전체화면으로 띄웠을때 맨 위 닫기버튼, 최소화버튼이 몰려있는 그 뭐시기냐.. 상단 바가 그대로 남아있고, 파일, 편집, 보기 등의 메뉴 버튼이 달린 메뉴 바가 하나 더 달려있었지요. 물론 IE7에서는 alt를 눌러야 메뉴가 보이도록 수정했지요. 일단 필수요소인 주소창과 네비게이션 버튼, 그리고 탭 영역, 그리고 저같은 경우 연결 버튼들.. 구글 크롬은 탭 영역으로 상단 바를 대체해서 세로 공간을 혁신적으로 절약해주고있습니다. 지금도 뭐.. 연결 버튼 높이가 3px 정도 낭비되는것 같아 더 줄이고싶지만 저것만 해도 어디에요. 그리고 탭이 주소창 위로 올라간것도 대환영입니다. 구글 크롬으로 저런 구성을 접해보니까, FF3나 IE7의 방식보다 크롬의 방식이 의미론적으로 더 맞다고 생각되네요. 주소는 탭의 구성요소이지 탭의 상단에 있으면 뭔가 싱크로가 안맞잖아요. 그리고 역시 하단의 상태표시줄도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별일 없을땐 안보여주다가 링크에 마우스를 얹거나 하면 살짝 튀어나와 보여주지요. 이 부분도 완전 제 취향. 오ㅠㅠ


그리고 색감의  경우.. 파란색이 촌스럽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정말 맘에듭니다. 이 블로그 바탕색 한번 보시죠. ♡♡♡♡♡ -_-;; 저는 원래 파이어폭스3의 어설픈 기본 테마 모양새를 싫어했고, 대신에 BlueQute를 선호했지요. 제가 싫어했던 포인트는 구질구질한 아이콘 모양이기도 했지만 중구난방의 색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크롬은 전체적으로 푸른톤에 일관성있는 아이콘 구성을 했네요. 정말 맘에듭니다. 아마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통틀어 가장 호감형으로 디자인된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속도. 속도는 뭐 더 말할 필요가 없을것 같습니다. 새 탭을 눌렀을때 슉슉 튀어나오는 모습은 그 자체로 청량감이 들게 하지요. 랜더링 속도를 대충 알아보고싶다면 이 페이지에 들어가서 마우스로 태그 목록을 휘저어보세요. 바로바로 반응속도가 느껴지죠. IE7은 상당히 안습입니다. MS분들은 좀 분발해야할듯. FF3와 크롬은 시각적 오차범위 안에서 납득할만한 속도를 보여주네요.


그리고 이용 편의성의 경우.. 맨날 FF를 쓰면서도 별 불편 없이 서핑했던 저는 크롬이나 FF나 그게 그거로 느껴집니다. 주로 접속하는게 다음, 네이버, 미투데이, SLR클럽, 다나와, DPreview 등등.. 다음이나 네이버나 웹표준의 최전선에 서있는 모범적인 사이트고, 미투데이는 회사에서 아예 PC를 쓰지 않을 정도니 말할 필요 없지요. SLR클럽 역시 사이트 개발자분이 상당히 크로스브라우징에 신경 많이 쓰는 분이고, 다나와도 뭐 많이 불편한건 없습니다. 정말 불편한건 옥션이겠죠. 이건 뭐-_-;;; 그 외에 뱅킹은 그냥 IE열어서 쓰는걸로 만족하고있고요. 말이 좀 샜는데 아무튼 FF나 크롬이나 별 차이가 안나니 크롬의 출시로 가장 타격을 받은 브라우저는 FF가 맞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IE탭과 마우스제스처만 되면 바로 갈아탈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글.. 구글이 만들거라던 구글 OS는 구글 크롬 그 자체인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허해지는게, "그래 MS, 너는 니가 잘만들던 OS를 만들어라. 우리는 그냥 거기에 브라우저를 얹겠다."라고 구글이 외치는것 같더군요. 뭐랄까.. 생각이 잘 정리는 안되지만 구글이 어떻게 해나갈지 예상할 수 있을것 같아요. 이미 MS가 꽉 잡아놓은 OS시장에서, 구글이 완전 새로 만드는 하드한 일은 하지 않을겁니다. 가령 PC에서 구글 OS로 SupremeCommander: Forged Alliance나 Crysis같은 초고사양 게임을 돌리는건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부분은 앞으로도 쭈욱 MS의 고유 영역이고, 침범당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티맥스 소프트처럼 MS 윈도우랑 호환되는 OS를 만들어서 정면승부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대신에.. 



이 모습을 보니 뭔가 나오네요. 위는 제가 Google Docs를 웹어플리케이션 바로가기로 만들기로 띄운 창인데요, 주소창이 사라지고나니 마치 MS오피스의 간략화 버전을 보는 기분입니다. 이대로 OS자체는 MS보고 만들라고 한 다음, 정작 모든 일은 브라우저 안에서 하도록 한다는거죠. 앞으로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구글닥스의 기능이 점점 강력해지면 오피스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흡수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도비의 포토샵 익스프레스나 기타 여러가지 웹기반 저작도구들을 보면 그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걸 알 수 있지요. 모든 문서를 다 웹에 보관하면서 집, 회사, PC방 등등에서 접속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문서를 열람하고 수정할 수 있다면 대단하지않겠습니까?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도 마찬가지죠. 동영상도 스트리밍으로 보는 세상, OS는 그저 PC하드웨어를 동작하게 하는 본연의 임무만 실행하게 하고, 웹브라우저로 모든걸 해결하게된다면 아마 미디어플레이어도, MSN메신저도 남아나지 않을것 같습니다. CPU와 GPU가 통합되고, SSD가 치고올라오는 현재의 PC는 웹기반으로 신속하게 재편될것 같습니다. 워낙에 제가 머리가 나빠 현업 종사자들의 바쁜 손놀림을 따라가긴 힘들지만 굉장한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는 기분입니다.


뭐 아무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