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좀 다쳤습니다.

MIRiyA☆ 2007. 7. 31. 04:47
안녕하세요, 한참 또 잠수를 탔던 미리야입니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현재시각 새벽 4시, 한손에는 노트북을, 한손에는 바퀴달린 링거 병을 들고 오른손에 주사를 놓은 채 휴게실 창가에 서있습니다. NetStumbler로 신호를 겨우 잡은 후 간신히 포스팅이 가능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제가 이미지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있는데, 이번에는 알바하고있는 회사의 사장님이 알려준 강남역 근방의 만 칠천원짜리 미용실에 가보려고했습니다. 블루클럽의 4000원이나 학관 미용실 3000원에 희비가 갈리던 제게 컷트 따위에 만 칠천원의 안드로메다 같은 투자는 정말 엄청난 돈입니다. 물론 이날 아침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십만원짜리 옷을 제 돈으로 샀기에 뭔가 변화는 예고되어있었지요. 사실 옷-헤어스타일-안경-피부-몸매 순으로 업그레이드 수순을 밟고있었답니다. 나루 사용기 당첨금 받으러 선릉 가기 전에 강남에 들러서 머리를 깎으려 했는데, 제 본능이 아무데서나 튀어나와서 문제죠. 허구한날 달리기를 좋아해서 이번에도 달리다가 높이 120츠 정도 되는 난간에서 빗물에 미끄러져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키가 170근처니 거의 2m정도 높이였네요. 머리부터 떨어졌어요. 미끄러지는 순간은 기억나는데 꽝 하는 그 순간은 기억 안나더군요. 정신차려보니 인상쓰고 피가 줄줄 흐르는 귓구멍에 휴지를 대고있었습니다. 아니 대체 어디서 휴지가 생긴걸까요^^;

119 구급차를 타고 근처 병원을 거쳤다가 CT기기가 고장났다는 소리를 듣고 집근처 병원에 와있습니다. 뭐 엑스레이도 찍고 CT도 찍고 MRI도 찍고 제가 아는 기계에는 모두 다 손을 데더군요. 응급실에 오니 옆 침대에서는 기관지에 뭔가 걸렸는지 sucktion을 하는 소리부터 해서 저 구석에서는 헛것이 보이는지 두 딸 이름을 외치고 간호사를 부르며 욕지기를 하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간호사들은 저만 봤다 하면 주사를 새로 놓더군요. 링거 놓는 자리가 부었다며 자꾸 뺐다 꽂았다 하니 죽을 맛입니다. 귀 안쪽 뼈가 골절되었는지, 깁스도 못하고 애매한 상황이에요. 신경을 건드렸는지 오른쪽 얼굴에 다소 마비 증세가 와서 웃을때마다 자동으로 썩쏘가 지어집니다. 화장실에서 보니 너무 섬뜩하네요. 밥 먹을때도 제대로 씹지를 못하고있고, 오른쪽 귓구멍은 고막이 나갔는지 아무것도 안들립니다. 4일동안 씹던 끈적한 풍선껌을 깊숙히 밀어넣어둔 기분이에요. 누워서 한다는게 오로지 먹고 자는것밖에 없으니 정말 괴롭습니다. 이건 거의 무능력함의 절정을 보여주는거죠. 병원이 싫어요. 이 나이 되어서까지 발 한번 헛디뎌서 이렇게 데미지 입을줄은 몰랐습니다. 0을 사망이라고 봤을 때 HP 60 정도 된 기분이에요.

노트북은 액정 절반이 깨져서 왼쪽 액정으로만 사용중입니다. 배터리가 얼마 남았나 보이지를 않네요.방학 알바 월급 선불해서 산 K10D 그랑프리 수상기념 한정판 카메라는 세로그립이 왕창 깨져버렸네요. 2일은 제 생일이고 3일은 네이버쪽에서 블로그 간담회 한다던데 미치겠습니다. 8일에는 원래 일본 가기로 했다구요. 기획하고있던 프로젝트가 이빨이 나가버렸어요. 사고 한번 나니 모든 일정이 다 뒤틀어져버렸습니다. 원망스럽고 화가나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온 몸을 데이터화해서 네트워크로 사라지고싶습니다. 타인과 교감하는 낭만도 없으니 이딴 영양가 이상의 의미가 없는 밥도 먹기 싫어요. 시공간은 그냥 장애물만 됩니다. 육체는 이 순간 제게 짐만 될 뿐이군요. 머리스타일은 쩐의 전쟁에 나왔던 하우젠 스타일이 되어버렸네요. 아주 네추럴하게요. 목적지를 10m 앞둔 200m 단거리 주자처럼 최단시간에 회복하여 네트워크로 복귀하겠습니다. 저는 무능력이 가장 밉습니다. 안철수 연구소 오픈아이디 사진 정리랑 태터캠프 사진, 올블로그 사진 등이 뒤를 잇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인터넷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요. 여기 꽤 안좋네요. 외부에 나온 컴퓨터는 죄다 간호사 전용입니다. 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