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청와대에서 온 편지

MIRiyA☆ 2006. 12. 28. 12:57
방학 내고 집에 토시고 앉아있는데, 어머니가 편지 하나를 건낸다.


으미~ from 청와대~~

긴장 살짝살짝 되지 않는가?

 

내용물의 뒷면이다.

적당한 여백을 살려놓았다.


 

데코레이션 속에 노무현-권양숙 커플의 사진이 보인다.

 

음.. 이런 합성 사진이었다.

한장 넘겨보자.


 

아항~ 저번 청와대 방문때 남긴 주소로 보내준거구나.


전문은 이렇다.



청와대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와대의 명물, 녹지원 반송나무를 기억하십니까?


푸르고 기품 있는 녹지원 반송나무처럼


항상 국민 여러분의 바람을 마음에 간직하고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나라의 주인임을 잊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청와대 방문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대통령 노무현

          권양숙



몇달 전 청와대 경호실의 초청으로 있었던 유비쿼터스 학회 세미나 들으러 간다고 청와대에 가게 되었는데,

기차 시간이 삑싸리나서 총알택시를 탄 끝에 간발의 차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청와대 춘추관까지 가는데 중간에 바리케이드 3개인가 4개인가가 막더라.

마치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는 검문 요원 같은 사람이 택시를 세우고,

"무슨 용무이십니까?"

하고 질문한다.

"유비쿼터스 학회 세미나가 뭐 웅얼웅얼"

전화기로 몇번 확인을 하더니 차단기 올라가고 한단계, 또 한단계, 또 한단계...

그런식으로 해서 춘추관 입장중인 행렬 뒤에 겨우 붙게 되었다.

먼저 청와대 홍보 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작은 상영관 안에서 내가 진짜 놀랬던 것은 프로젝터의 성능.

두개의 스크린이 1cm 간격으로 딱 붙어있는데, 이게 프로젝터 빔으로 그려진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선명해서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LCD화면을 보는듯 한 느낌이었다.

머리 위에 프로젝터가 두대 있긴 한데 화질이 이토록 좋으니 놀랄 일이다.

예전 삼성 글로벌 휴대폰 광고 홈페이지 처럼 두 화면이 연동되며 보여주는데, 신경좀 썼다는 느낌 단단히 받았다.

그 다음 차례로 청와대 내부를 쭈욱 거닐며 관광아닌 관광을 했는데,

수목이 아주 울창하고 푸르러서 뭔 국립공원같은 분위기.

청와대 녹지원에 있는 반송나무, 다른 잔디가 겨울이라 누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송나무 아래의 둥근 잔디만 새파란걸 보고 안내원에게

"저거 인조 잔디는 아니죠?" 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뭔 외국의 늘푸른 잔디 품종이란다.

북악산 바위를 이음매 없이 통채로 깎아 만들었다는 2층 높이의 거대한 기둥을 보면서 전두환의 추진력에 감탄.

건물들은 무척 낡아보였지만 데코레이션들이 화려해서 일국 대통령의 거처라는걸 알만했다.

청와대 본관 앞을 지날때 2층에서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있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 :)

쭈욱 훑어보니 수목 사이사이 곳곳에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있다.

워낙에 잘 감추어져있어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이 울창한 나무 사이 어딘가는 카메라도 여럿 있으리라..

경내를 다 훑어본 후 세미나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협찬해준 경호실의 홍보비디오를 봤는데, 아웅산 폭탄 테러부터 케네디 암살 사건까지 쭈욱 컬러 비디오로 보여준다.

선혈이 낭자한게 그대로 보이는게 섬뜩하다.

그런식으로 경호의 중요성을 알여주는듯 하더니 경호실 훈련 모습을 틀어주는데,

중간에 "자살 폭탄 테러 상황"에 경호 요원 대여섯명이 폭탄을 두르고 달려드는 범인을 덮쳐서 샌드위치처럼 막는 장면에서 살짝 씁쓸했다.

경호원들은 항상 저런 각오로 일을 하겠지..

세미나 들어가서 여러 사람들의 강연을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강연 품질이 떨어지는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특히 KISA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국내 스팸메일에 옵트아웃이 아닌 옵트인이 유지되고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많이 충격받았다.

옵트아웃 아니냐고 직접 물어봤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며 확인해보겠단다.

나도 긴가민가해서 확인 해봤는데, 메일에 한해서만 옵트아웃이 유지되는게 맞다.

KISA 사람이 이걸 모르면 대체 어쩌자는건가?

그 외에 리눅스쪽 커뮤니티에서 나온 분이 u시티나 전자정부의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해주셨는데, 평소 본인의 생각이랑 일치해서 한번 말을 나누어보려고 했으나, 빡빡한 강연 일정 속에 짬시간에 나가보니 아쉽게도 이미 가신듯.

필자도 몇시간 후에 ㄷ모사에서 인터뷰가 있어서 서둘러 나갔는데, 남아 있어봐야 연령차이 엄청 나는 분들이랑 명함 교환이나 볼 것 같았음.



허허.. 쓰고나니 본의 아니게 세미나 후기가 되어버렸다.

아무튼 청와대에서 연하장 아닌 연하장이 온것 같아 기분은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