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 이야기/네이버

네이버 블로그 시즌2, 과연 성공할까?

MIRiyA☆ 2006. 11. 30. 15:44

네이버 블로그 시즌2, 성공할까?

 

역시 네이버는 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블로고스피어의 양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고공 행진하던 네이버 블로그에 다음이 테터툴즈와 합작하여 2006년 5월 17일 티스토리 알파로 도전.

 

티스토리는 그동안 설치형 블로그 유저들의 최대 난점이던 트래픽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었으며, 설치형 블로그와 동일한 스킨 편집의 자유를 주었고, 플러그인은 한정적으로 제공.

 

다음은 자체 서비스형 기성품 블로그로는 스킨이나 플러그인등의 다양한 유저 욕구를 충족시키기 힘들다고 판단, 양질의 파워블로거를 유혹하기 위해 티스토리를 런칭했다고 본다.

(그 외에도 티스토리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스토리가 많이 있을것이다.)

 

초대권이라는 멋진 아이디어로 스팸블로거도 막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켰으며, 초기 테스트시 예상된는 과중한 트랙백 부담이나 세팅 문제를 초대권 추가 배포로 적당히 조절.

(덕분에 수많은 블로거들이 티스토리 초대권에 목을 매는 현상 발생.)

 

티스토리가 네이버 자체의 폐쇄적인 거대한 블로고스피어를 흔들기는 힘들었지만, 메타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모인 상대적인 아웃사이더 블로그들은 충분히 흔들고도 남았다 생각.

(아웃사이더라는 명칭에 흥분하지 않기를.)

 

자체 웹호스팅으로 블로그를 설치해 사용하며 트래픽 문제에 시달리던 파워 블로거들은 동영상 및 파일 첨부도 무한정 가능한 티스토리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대거 이동.

 

물론 네이버의 공고한 블로고스피어를 다 흔들지는 못했지만 네이버 블로거 중에서도 상위에 속했던 블로거들은 상당히 혹했을것으로 예상.

 

 

2006년 11월 22일, 네이버의 반격 시작.(제;; 제국의 역습)

네이버 블로그 시즌2 클로즈드 베타를 시작했는데, 공개된 이미지는 다소 충격적.

마우스 드래그앤 드랍으로 레이아웃 및 디자인을 유연하고 편리하게 수정 가능.

(코딩하던 개발자들에게 묵념을..)(AJAX인줄 알았는데 rpl에 의하면 플래시라는 말도...)

 

티스토리나 테터툴즈 등의 설치형 블로그의 최대 진입 장벽이던 ‘꾸미기의 어려움’을 상당히 해소. 차후 플러그인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함.

 

네이버는 시즌2로 인해 서비스형 블로그에서도 디자인의 자유와 편의성을 크게 이끌어내는 파워 과시. 이는 1차적인 서비스 기반 완성 후 점진적인 마이너 업데이트로 일관하던 다음 블로그로서는 큰 충격으로 와닿았을거라 생각됨.

 

선도 주자이며, 압도적인 선점자이지만 고착화되거나 템포가 느려지는 일 없이 줄기차게 신규 서비스를 끌고가는 네이버의 저력을 엿볼 수 있음.

 

2007년 내내 온 에어라 하니 일년 내내 단기 목표를 잡아놓고 계속 런칭할듯.

이미지광고의 형태처럼 완벽한 편의성을 구현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모습.

 

 


애초에 네이버는 블루문님 말대로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을 자투리 광고 수입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검색용 소스 제공 및 사이버 공간 형성을 위한 컨텐츠 팩토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실제로 네이버 카페 랭킹 집계 요소에 검색 노출이라는 항목이 있다.)

비록 그것이 실질적인 이익의 본질일지라도,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한 설계는 이익 달성 목표를 위해서는 필수이며,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미지에도 좋다.


이익을 중시하고 고객을 두번째에 두면 고객이 떠나고 그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고객을 중시하고 이익을 두번째에 두면 고객은 늘어나고 이익을 낼 소지가 늘어날 것이다.

일단 네이버 블로그 시즌 2는 이런 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해보인다. 돈내 풍기지 않는 모습이랄까.

(반면 이동통신사들 이벤트 보면 구역질이 난다. 어디에든 적당히  주는 이벤트 없이 이벤트를 무선인터넷에 연결시켜 데이터 통화료 뜯으려는 수작 뿐이다. 참여 안하는게 이익이다.)

 


다음의 경우 티스토리를 이용해 자체 서비스형 블로그와는 어느정도 차별성을 둠으로서 자연히 블로고스피어를 분단해 수질관리를 이루어내었으나, 네이버의 경우 예전부터 대두되던 일상화된 펌 블로그 및 저질 블로그의 문제가 남을듯.
(필자도 티스토리로 못넘어가고있음-_-)

 

블로그 수질의 경우 어떤식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 측은 시장 선도자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듯. 글쎄 모르겠다. 워낙에 블로고스피어가 두껍고 넓다 보니 대부분의 연령층을 포용하고있어 이는 사실상 작은 사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인 1블로그 시대가 찾아오면서 블로고스피어는 사회의 한정적인 축소판에서 서서히 사회가 웹상에 옮아온 형태로 변해갈 것이다. 따로 수질 혹은 분위기를 관리하지 않고(관리하기도 힘들지만) 사회의 축소판으로 사회와 같은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걸까.. 인터넷 이용 문화의 성숙을 기다리는 것일까..


하지만 인터넷 문화 성숙은 선도자가 이끌어나가고, 누군가 자극을 줄때나 일어난다.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넘버원 블로그 리더이고, 선도자로서 이런 문화를 이끌 의무가 있다.



우리 머릿속에는 블로그 하면 일인 미디어나 블로그 저널리즘 등의 멋진 단어가 떠오른다.

헌데 제주 컨퍼런스 명찰에 붙어있던 필자의 이름 아래에 '블로거'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선배가 "블로거?" 하면서 피식 웃었다. 인식이 이렇다. 블로그의 진가를 모르는 대중들은 블로거를 그저 네이버에 붙어있는 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으로 볼 뿐이다. 


나는 남이야 블로그를 뭐라 하건 상관 하지 않고, 블로그는 표현의 도구, 소통의 도구라 생각할 뿐이지만, 적어도 블로그 만큼은 미니홈피와 구분된 모습으로, 컨텐츠로 승부하는 플랫폼으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이런 미래는 네이버가 만들어갈 수도 있고, 네이버 블로거들이 만들어나갈 수도 있고, 타 업체나 타 블로거가 만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스스로 낮춰놓은 블로거의 지위를 네이버 스스로 회복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네이버는 그저 "블로그에 펌문화 정착시킨 악당"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다. 포탈의 1위, 블로그의 1위, 1위라는 이유로 네이버는 너무나 많은 공격을 당해왔다. 1위에게 기대하는게 크기에, 이용자들의 실망도 크다. 포탈이 뭘 해도 요즘 이용자들은 무슨 거대 권력의 폭거를 보는 양 반응한다. 기대한 만큼 보여주는게 열쇠다. 물론 매우 어렵다.



그리고 기다린듯이 2006년 11월 29일 티스토리 오픈베타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12월 6일에 오픈 베타 시작)

티 스토리도 상당히 공들이고있는 시스템으로 알고있는데, 여태까지 플러그인 부분에서 보여주었던 성의는 크게 실망이다. "플러그인의 안정성을 검증한다음 허용한다"는 답변만 무성하고, 여태까지 300개가 넘는 플러그인이 나와있는데 그중 지원하는 플러그인은 고작 11개가 다다. 안정성 검증은 하고있기는 한건가? 300개중에 건질게 11개 밖에 없었는지가 의문이다. 일단 오픈베타때는 뭔가 더 추가될거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티스토리 스킨 설정이 너무나도 힘들다.

다음 블로그의 정해진 규격 내에서는 극한까지 스킨의 응용성을 추구하고, 더 높은걸 바라지만 그렇다고 티스토리로 가려하니 내게는 아무런 배려가 되어있지 않은 파일올리기 창과 CSS 편집 창이 커다란 벽으로 다가온다. 설명? 그런게 어디있나? 메뉴얼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메뉴얼이 필요없게, 편리하게, 직관적으로 만드는게 더 낫지 않나?


물론, 테터의 스킨공작소에 있는 강좌를 보고 열심히 공부하면 곧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중딩때부터 나모 웹에디터로 무식한 테이블 코딩을 하던 필자도 저 딱딱한 창들을 보면 어께가 쳐진다. 다른 이용자라고 다르겠나? 저들 천원 선불내고 피씨방 끊는 초딩부터 고대비 적용하고 침침한 눈으로 윈도우 쓰는 어르신들까지 수많은 연령층이 블로그를 쓰고싶어할텐데, 티스토리와 테터툴즈는 이용자를 너무 가린다. 테터와 티스토리는 원래 쓰던 사람들을 위한 블로그다.


글쎄다. 다음이 정책적으로, 위에 언급한것처럼 수질 분리를 위해 티스토리를 하이엔드로, 다음 블로그를 엔트리로 구분해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쉬운것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 블로그 시즌2를 기대한다. 서비스형블로그의 편의성과 설치형블로그의 자유도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은 모델이 나올것 같다. 편의성은 그대로 유지한채 자유도를 높이는것. 더군다나 주최자는 국내 최대의 블로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포탈이다.


지금 밥이 넘어가나, 가뜩이나 덩치 큰 네이버가 설치형블로그에 혹하던 유저들을 묶어놓고, 신규 블로그 유저들도 다 쓸어담을것 같은데. 파일 첨부도 안되는 다음 블로그는 좀 뛰어야 한다. 남이 길 가다가 식당 들러서 밥먹을때 걸어가며 먹어도 부족하다.


블로그가 물론 디자인에 편의성이 다가 아니다. 글? 어떤분의 블로그만 봐도 앞글, 뒷글 이동버튼만 달랑 달아놓은 무지무지하게 불편한 인터페이스지만, 글 하나로 승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엔드유저들에게는 "디자인과 편의성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은 오만으로 들릴 뿐이다. 일단 선택에서의 감점 요인이 되기에. 블로그를 돈주고 사는것도 아니고 기능이 떨어지는건 처음부터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C2를 언급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닐것 같다. 싸이월드의 불안한 미래를 예상하고 뭔가 의욕적으로 하는것 같은데,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것 없이 홍보 블로그에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쓰니 답답할 따름이다. 주변에 싸이월드 쓰는 민간인들 붙잡고 "야 너 C2가 뭔지 아냐?"하면 아무도 대답 못한다. 싸이월드는 슬슬 방명록이 주 용도가 되어간다.


C2가 제대로 뜨지 못하면 네이트 닷컴은 파란처럼 된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긴장하고있나?

과연 C2는 싸이월드 전성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블로그 문파싸움 2라운드에서 조커로 등장하여 어떤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C2가 지향하던 바가 네이버 블로그 시즌2의 컨셉과 비슷하기에.


그리고 이건 약간 벗어났지만, SK에도 불만이다.

SK 때문에 우리나라 휴대인터넷이 이모양이다. 다들 네이트로 벨소리나 받고 컬러링이나 지정하고, 준으로 뮤직비디오 보는게 다다. 우리나라에서도 좀 모바일2.0 같은 소리좀 들어보자. 시장 다 독점해놓고 뭐하는건가? 언제까지 데이터 통화료 안드로메다급으로 물려서 이용자 삥뜯을건가? 언제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 쓰면 "와 너 돈 많냐?" 소리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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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대 문파가 한합씩 주고받으며 자웅을 겨루는걸 보니 한권 걸쭉한 무협지를 보는것 같다.

아 무래도 혈기 왕성한 도전자와 초심을 잃지 않는 챔피언의 대결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티스토리는 소스인 테터툴즈가 많이 바뀌지 않았으니 네이버 시즌2 처럼 뭔가 급진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듯 하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없는, 테터툴즈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티스토리만의 '알파'를 잘 살려서 프리미엄으로 거듭나길. 기왕 하이엔드/엔트리로 구분하려면 티스토리에만 올인하지 말고 다음 블로그도 신경 써달라. 물론 여태까지 행보를 보면 다음도 만만치 않아 어떤 수가 나올지 모르겠다.


드라이하게 시작했지만 중간에 불만 토로성 글도 섞이고, 다소 뒤숭숭해졌다.

CSS Design Korea 2nd 모임에 간다.


이상 두 신선 장기두는 모습을 보며 주제넘게 평하며 도끼자루 썩히는 웬 대학생의 몇마디였다.




ps.

흥, 그래도 역시 블로그의 본질은 글이다.

좋은 글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