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안개 가득 낀 아침

MIRiyA☆ 2006. 10. 19. 21:43

 

 

인생 경험이 짧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안개는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다.

 

평소에 거인같이 서있던 건물들이 다 숨어버렸다.

 

주위의 시계가 차단되고,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내면 울린다.

 

 

뿌옇게 낀 안개는 일단 느낌이 색다르지만 냄새는 그닥 맘에 안든다.

 

 

자취방에서 비실비실 나오는데, 횟대 위에 올라간 수탉이 울어댄다.

 

왜 닭 울음 소리를 "꼬끼요!"라고 쓰는지 확실히 알게되었다.

 

카메라를 꺼내니 까치 한마리가 바닥에서 나무 위로 푸드득 올라선다.

 

 

학교로 와서 과방에 노트북 펼치기 전까지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사람은 다 사라지고 세상속에 오직 새들만 남은것처럼 보인다.

 

잔디밭을 만져보니 축축하게 젖어있다.

 

 

과 PC실에 들어가보니, 선배들 몇몇이 HP를 다 소진하고 곳곳에 쓰러져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하얀 모니터 불빛에 귀신처럼 얼굴을 밝히며 키보드를 두드리고있다.

 

 

 

 

얼마전 학교에 내가 만든 아지트다.

 

조명 : 매우 밝다.

 

소음 차단 : 만족스럽다.

 

멋지다.

 

하얀 방.

 

(문득 언덕위의 하얀 집이 연상된다.)

 

 

 

나중에 어느날 비가 오면, 우산 없이 걸어나가 떨어지는 비에 옷을 적시고싶다.

 

그리고는 드라이하게 말한다.

 

"Enjoy your life"

 

이때 유념할것은 발음과 포즈이다.

 

드라이의 드라이는 쥬롸이, 혹은 즈랴이, 듀롸이 등으로 느끼한 발음을 연상하자.

 

영화속에 등장하는 지평선을 향해 길게 뻗은 도로의 중간에 서서 엄지손가락을 들듯,

 

90도 각도로 팔을 세우고, '인죠-욜라잎' 해주자.

 

억양에 유의하도록.

 

 

셔터속도를 길게 맞추고 셀카를 찍어볼 것이다.

 (but 지금 내 카메라로는 셔터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재채기는 좀 나겠지만 재미있을것 같다.

 

어느 비온 다음날부터 미리야의 포스팅이 한동안 안올라온다면..

 

독한 감기에 걸려 병마와 씨름하다가 훨훨 날아갔다고 간주하라.

 

훗.

 

간혹 쓰다보면 안드로메다로 빠진다.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북 부둥켜 안고 잔 사연  (0) 2006.10.24
오늘 비가 왔는데,  (0) 2006.10.23
살짝 맛이 간 키보드.  (0) 2006.10.12
지상 최강의 야식  (0) 2006.10.12
군바리에게 편지가 왔다.  (0) 200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