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공개에 대한 공포

MIRiyA☆ 2006. 10. 6. 04:08

다음 블로그가 10월 2일에 인쇄 기능을 추가했다.

 

원래 브라우저에서 기본적으로 되던 페이지 인쇄 기능이 전체 페이지를 인쇄 하기에,

좌우의 쓸데없는 부분까지 나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인쇄 새 창 기능으로 글만 깔끔하게 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헌데 인쇄 기능 추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참.. 원래 있던 인쇄 기능을 어떻게 막아보자고 저렇게 반대들을 하는지 궁금하다.

 

하나하나 반박해보겠다.

 

1. 통하는 블로거에게 읽기만 허용한건데 인쇄하는게 꺼림찍하다.

   관리모드에 인쇄 불가를 넣어달라.

 

- 인쇄는 원래 브라우저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기능이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글이나, 종이에 인쇄된 글이나, 직접 펜으로 쓴 글이나, 프로젝터로 벽에 비춰진 화면이나 매한가지다.

 

인쇄되어서 사람들 손에서 돌거나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거나 그게 그거다.

 

인쇄 불가를 해도 막을 수 없다.

 

스크랩 차단?

 

드래그 금지?

 

그게 다 말그대로 '차단'되고 '금지'되어서 못퍼갈것 같나? 큰 오산이다.

 

따지려면 다음에 따지지 말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에 따져라.

 

 

통하는 블로거에게만 공개된건데 그 사람이 인쇄할 수 있으니 꺼림찍하다고?

 

통하는 블로거를 신뢰하지 않으니 이런 말이 나오는거다.

 

통하는 블로거가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사람 등 뒤에서 다른 사람이 읽거나,

옆에서 종이에 받아적거나, 혹은 타이핑해서 인쇄할 수 있다.

 

심지어는 통하는 블로거가 교수인지라 학생들에게 그걸 프로젝터로 커다란 화면에 쏴서 보여줄수도 있다.

 

눈에 보인다는건 즉 복사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인쇄 뿐만 아니라 훨씬 쉽게 글 링크 주소를 따가서 다른 게시판에 뿌리고는 같이 볼 수도 있다.

 

이런걸 어떻게 막을건가?

 

 

 

2. 인쇄기능이 브라우저에 있는것과 눈에 딱 띄는건 판이하게 다르다.

블로그는 내 글의 연습장도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손에 돌아다니는걸 꺼린다.

 

- 당신의 눈에만 다르다.

 

남들 다 보게 만들어놓고는 그게 공유되는게 싫다고?

 

이미 당신이 웹상에 글을 공개할때부터 모든 불특정 다수가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다.

 

나도 당신 블로그에 들어가봤다.

 

글 쫘악 읽어봤다. 그건 안무섭고 인쇄해서 친구 보여주는건 꺼려지는가?

 

굳이 인쇄 안하고도 보여주려면 방법 엄청 많다.

 

남들이 당신 글 볼 수 있다면 다른 모든 방법으로든 자유롭게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진리를 명심하라.

 

자기가 남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은 글, 부끄러운 글, 사적인 글이면 비공개를 시켜라.

전세계 네티즌 눈에 죄다 까발려놓고 뭘 보호하겠다는건가??

 

당장 검색에 자기 이름이나 아이디를 쳐보고 오라. 세상 얼마나 무서운지 좀 알라.

 

 

 

3. 무차별 인쇄에 누가 인쇄하는지도 모른다.

 

보는건? 누가 보는지 다 알고있나?

 

위에서 계속 말하지만 당신의 글을 볼 수 있다면 모든 방법으로든 구체화할 수 있다.

 

당신의 글이 인쇄되어 쓰레기통에 처박히거나, 구겨져서 휴지없는 사람의 대용품이 되거나,

 

모니터로 당신의 글을 보고 그 감흥을 술자리에서 낄낄대고 털어놓거나, 보면서 비웃거나,

 

다를게 없다. 자기 글에 자신없고 귀에 들리지 않는 비난이 두렵다면 글 왜 쓰나?

 

그리고 왜 공개하나?

 

사회 생활 하면서 뒤에서 누군가 나를 모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마음졸이는것과 뭐가 다른가?

 

 

 

4. 언론사 기사와 달리 개인 블로그의 글은 보호받지 못한다.

 

그럼 개인이 자기 사진 갖고 저작권 운운하며 사람들 삥뜯는건 어떻게 하나?

 

지적 재산권은 거대 권력이던 일개 개인이던 다 평등하다.

 

대한민국 법이 누구를 위해 있나? 제헌절에 우리가 왜 쉬나?

 

 

 

5. 스크랩 금지 기능과 인쇄 기능은 이율배반적이다.

 

스크랩.

 

스크랩의 등장, 스크랩 허불허를 선택 할 수 있게 되어 어느정도 자기 재산이 보호될 장치가 생긴것이다.

 

스크랩 전에는 출처가 기재되지 않고 본인의 허락도 받지 않은 불법 복사가 횡행했었다.

 

스크랩을 이용하면 출처가 정확히 기재되고 스크랩한 원글에 누가 복사해갔는지 다 나온다.

 

또한, 스크랩한 글을 가공할수도 없다.

 

아예 개념 상실한 사람들은 그냥 긁어서 퍼가거나, 좀 더 복잡한 방법을 통해 흔적남기지 않고 퍼간다.

 

심지어는 내용 일부를 가공해 출처를 자신것이라고 싹 우기기도 한다.

 

스크랩을 이용해서 정당하게 퍼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양식있는 사람들 아니면 몰래 퍼가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스크랩 불허라는건 그나마도 싫다는 저작권자의 의사 표현이다.

 

때문에 이건 나중에 글과 관련되서 저작권 분쟁이 생겼을때 저작권자의 의사를 대변해주는 루트가 될 수 있다.

 

카페에 내가 올린 글, 예전에 필자가 운영하던 카페에 올렸던 글을 다른 카페에서 싸그리 퍼가서 자기것처럼 파렴치하게 올려놓은 일이 있었다.

 

필자가 저작권 내세우며 법적 대응하려 했지만, 카페 내에 '퍼가지 말라'는 내용이 없었으므로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없었다.

 

스크랩 불허? 퍼가지 말라는 주인의 뜻이다.

 

 

이렇게 복잡한 뜻이 들어있는게 스크랩인 반면, 인쇄는 이와는 다르다.

 

인쇄는 그저 형태가 없는 글이 실체를 갖추게되는 매체를 바꾸는것에 불과하다.

 

모니터에서 보이는 글이 종이에서 보이는것일 뿐이다.

 

만화나 책 등을 스캔하고 타이핑해서 인터넷에 올리면 저작권에 저촉되지만,

 

인터넷에 있는 글을 개인적으로 인쇄해서 볼 경우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다.

 

물론, 인터넷에 있는 글을 출판해서 돈받고 파는 경우에는 위반이 될 수 있다.

 

인쇄를 막으려 하지 말고, 자기 저작물이 상업적인 곳에 쓰이는걸 막아라.

 

인터넷에 떡하니 올려놓은 글을 인쇄하는게 저작권 위배된다며 운운하는게 어이없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신들이 올려놓은 글을 누가 읽고 가는지는 알고있나?

 

설마 옆에 있는 다녀간 블로거만 열심히 들여다보는건 아니겠지?

 

아아.. 오늘 다녀간 블로거는 열명인데 왜 방문객 숫자는 100일까?

 

90명의 흔적없는 이들은 뭘 보고갔으며 뭘 느끼고 갔을까?

 

내 글로 무슨짓을 했을까? 아유 무서워라..

 

 

훨씬 더 위험한 웹상에서의 노출은 다 열어놓고 다니면서,

 

웹에서 노출되면 차단 절대 불가능한 인쇄만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참 이해할수없다.

 

웹상의 자기 저작물이 물리적으로 실체화되는게 두려운가?

 

웹에서는 누가 읽고 가나 잘 보이지 않기때문에 실감이 안되나?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글을 읽고 비웃을수도 있고, 감동을 받을수도 있다.

 

단지 느낌이 구리다는 이유로 다음의 결정을 번복하게 하려면 관둬라.

 

내가 다음 직원 같으면 이런 근거 빈약한 감정에 기반한 주장은 그냥 몇일 푸욱 묵히고 넘어갈것이다.

 


대체 뭔가? 반대를 위한 반대?

 

다음 블로그만 인쇄가 되는게 아니다. 다른데선 다 된다. 기본으로 다 된다.

 

Ctrl+P 누르면 다 된다.

 

안되면 포멧해라.

 

온 세상 모든 웹페이지가 인쇄 가능하다.

 

인쇄 절대 안되는 페이지가 딱 하나 있지. 빈 페이지.

 

 

 

자기가 전세계에 싸악 다 공개 해놓고는 인쇄되는게 싫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다음 검색에서 자기 글로 검색해봐라.

 

다음이 인쇄 기능 허용 불허용 만들어도, 당신이 허용 하든 말든 Ctrl+P만 누르면 인쇄 된다.

 

나중에 전자종이에서 글을 봐도 인쇄 저작권 운운할건지 참 암담하다.

 

 

인쇄되어 읽히는건 싫고, 모니터로 보는건 좋나?

 

누가 보는지 몰라서? 공개되는게 무서우면 비공개 하라.

 

비공개가 보이는게 안되는 일이지, 공개된 게시물이 퍼지는게 안되는 일이 아니다.

 

 

내 블로그 옆에 다녀간 블로거에 찍히는 사람들 보면 가끔 무서워질때도 있다.

 

아니 누군데 매번 와서 아무런 한마디 말도없이 글만 보고 갈까?

 

뭐 하지만 이 사람은 그나마 다녀간 블로거에 이름이나 남기고 다니지..

 

더 무서운 사람들은 로그인도 안하고 날 찾는 사람들이지.

 

블로그 곳곳에 심어둔 탐지기에 번번히 아이피가 겹치는 사람들 보면 또 무섭기도 하다.

 

뭐 어쩌리. 인터넷인데.

 

내 글을 직접 보던, 열렬히 구독하던, 다른 사람이랑 어께동무하고 같이 보던 무슨 상관인가?

 

내 블로그에 악플달거나, 내 글을 편집해서 책 내거나, 달려와서 때리지만 않으면 되는것이다.

 

정보가 퍼지는게 두려운가? 비공개 하라.

  

나? 얼마전까지 내 개인정보 캐고 다니는 어떤녀석 때문에 신경 꽤나 쓴 적이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첫눈, 엠파스 등에 내 이름과 아이디 입력하며 개인정보 지우고 다녔지만 이제 초연하다.

 

내 이름과 내 소속이 밝혀져서 뭐 어떠하리.

 

나에게 직접 해코지하면 움켜잡아서 합의금 물리면 되는것이다.

 

진정 두려운건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신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온 천지가 개방된 웹의 세상에서 남이 내 글 읽는것까지 일일히 신경쓰다가는 밥먹고 못산다.

 

 

 

 

ps. 위의 글은 저작권법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추석 연휴 끝나면 법무팀 분들에게 제대로 물어봐야겠다.

 

그후 정확히 수정하겠다.

 

 

ps2. 법무팀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스크랩 불허는 저작권자의 의사 표현이며,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웹에 올려진 글을 상업적이 아닌 사적으로 인쇄해서 보관하는 행위는 사적복제의 특례가 적용되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ps3. 인쇄 기능에 대한 외부 블로거들의 의견

http://wooweb.org/rc3/484

http://www.lunedejournee.info/145

http://i-guacu.com/1358

http://goooood.golbin.net/?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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