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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사악하지 않다고?

MIRiyA☆ 2011. 4. 15. 13:48

구글은 예로부터 "Don't be evil"을 외치며 착한 이미지를 관리해왔지만.. 요즘 들어서 보는 구글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오픈소스의 이면에서 문제 있을땐 책임지지 않고, 잘 될때는 생색내는 회사가 구글이다.



이번 카카오톡 사태를 봤을 때 구글의 못된 짓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KT에서는 별로 말이 안나오는데, SKT에서 카카오톡에 대해 볼멘소리 해대는건 다 이유가 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을 위해 통합 푸쉬 서버를 지원해준다. 그래서 카카오톡 같은 어플 20개를 쓰나 200개를 쓰나 단말기와 통신망이 받는 부담은 최소한으로 유지된다. 애플쪽 푸쉬 서버에서 다 통합해서 받고, 뭔가 변동 사항이 있을때만 개별적으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선 개별 서비스마다 다 따로 서버에 접속해서 상황 보고를 하고, 변동 내역이 있는지 알아온다. 이런 식이니 아이폰이 많은 KT쪽에선 말이 덜 나올 수 밖에 없고,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대다수인 SKT 망에서는 문제가 커진다. 구글이 자기들 서버 운영비 든다고 푸쉬 서버 운영 안해주니 앱 개발자만 삽질하고 통신사랑 싸우면서 저 모양 저 꼴이 된 것이다. 


지금 내 갤럭시S만 봐도, DaumOnService, Lookout NotificationService, Lookout CloudpushService, DMService, 카카오톡 MessengerService, 문자 수신용 EventReceiverService, SecSmsReceiverService, Google 메시징 서비스, AlarmService, SnsService 등등이 떠있다. 이런 서비스들이 뒤에서 돌면서 몇초 혹은 몇분 간격으로 서버 문 두드리며 "서버야 문자 온거 있어?", "서버야 누가 나한테 말걸었어?", "서버야 살아있니?"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물어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매번 서버에 접속해서 문 두드려 정보를 얻어내는 방식을 사용하다가, 카카오톡 서버가 뻗어버릴 경우 "야, 왜 응답을 안하니,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어이, 살아있어? 살아있냐고" 하면서 천만 카카오톡 유저가 계속 물어보니 중간에 낀 통신사 서버가 돌아버리는것. 


이게 망 부담만 문제가 되나? 배터리 소모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폰의 푸쉬 서비스의 경우엔 "아 니들 전부다 좀 닥치고 있어, 뭔 일 있으면 내가 따로 알려준다니까" 식이다. 구글도 아이폰처럼 통합 서버를 운영해서 이런걸 다 관리해줘야 이상적인데.. 관리 비용이 크기 때문에 여태 안하다가 2.2 프로요에 들어서야 푸쉬 같은 C2DM 서비스라는걸 시작했다. C2DM은 2.1 이클레어 이하에선 사용이 불가능하고, 그나마도 횟수 제한이 있어 대량으로 사용하려면 구글측과 협의해야한다. C2DM이 점점 좋아질거지만.. 단말기 파편화 문제도 있고 해서 금방 쓸만해지긴 힘들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개별 앱이 서버와 통신하여 폴링해오는 방식을 써야한다. 다들 그렇고, 내가 개발중인 앱도 마찬가지다. 여튼 이번 카카오톡 사태는 구글이 미리 대비했으면 없었을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글이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 인수해서 찔끔찔끔 운영하다가 부숴버리는 꼴을 너무 많이 봤다. 그리고 최근의 텍스트큐브 인수와 블로거 닷컴 통합을 보면 아주 씹어먹어버려도 시원치 않은 꼴이다. 명작 블로그 툴인 텍스트큐브를 서비스형으로 내놓은게 텍스트큐브 닷컴인데, 이걸 TNC에서 인수해서 구글이 잠시 운영하다가.. 자기네 원래 있던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 닷컴에 통폐합시켜버렸다. 그리고 알다시피 블로거닷컴은 입장 1초만에 쓰레기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최악의 서비스다. 훨씬 멋진 툴이라 생각하는 텍스트큐브 닷컴이 그모양 그꼴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니 구글의 커뮤니티 서비스 인수에 대해 안좋은 생각이 굳어갈 수 밖에 없다.


구글이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돌았고, 작년 말에는 트위터가 구글의 100억달러 인수 제안을 무시했다는데.. 뭐 어차피 구글이 인수해도 순식간에 말아먹고 고자로 만든 다음 대충 짜게 식어가는 루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글 그룹스, 구글 버즈, 구글 웨이브.. 최근에만 해도 이렇게 대충 망해가는 서비스가 많다. 뭐 트위터 자체야 돈이 후달려가니 서드파티 앱도 만들지 말라 제한하고, 공식 앱에 광고도 넣고, 공식 계정 돈 받고 팔고 이것저것 해보고 있지만 딱히 자생할 능력도 안보인다. 앞으로도 사진 따위를 올리는데 타사 서비스를 써야한다던가 하는 삽질을 계속할것 같으니 조만간 엄청 가격 까인 다음 만만한 곳에 인수되리라. 구글에 인수된다면 아마 유튜브와 비슷한 유형으로 나가는게 제일 이상적이지 싶다. 유튜브 역시 돈먹는 하마에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형태로 운영하다가, 구글에 인수되어 제대로 시너지가 일어나고 날개를 펼치고 있으니까. 여튼 뭐 구글 나쁘다고.



그 외에 안드로이드 마켓을 보면, 구글 애들 자체가 애플처럼 유료 앱을 파는데 중계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여태 이모양이다. 구글의 생각은 온통 광고 수익에 쏠려있어서, 유료앱은 죽여놓고 무료앱 광고 띄우기로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게 evil 아니면 뭔가? 끝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앱들도 유료 앱으로 만들면 쉬운 불법 복제에 노출되기 때문에 금방 털리기 일쑤이다. 앵그리버드처럼 무료+광고 모델이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그건 그 게임 이야기지 이 양반아.. 앵그리버드야 게임 자체가 가볍고 무난하기 때문에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거고, 몰입감이 중요한 3D 게임이라던가, 비즈니스적인 앱의 경우 광고를 탑재하기 힘들다. 광고를 탑재하더라도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구글이 마켓에 대해 뚜렷한 비전이 있었다면, 최소 1년 전에는 유료 결제 시스템이랑 마켓 기본 앱의 허접한 부분을 다 채워서 내놨을 것이다. 아니 목록 보다가 가로로 돌리면 목록 초기화 되어버리는 병신같은 부분이 아직도 존재한다. 마켓은 취미로 만드냐? 이건 일부러 지연하면서 웹 앱이랑 무료 앱을 밀고 있는 아주 evil 한 행동이라 본다.




또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인 앤디 루빈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폰 7을 내놓자 "오픈 플랫폼은 하나면 족하다. MS는 정치적인 의도로 WP7을 내놓은것" 이렇게 말했다. 근데 실상은 애플과 안드로이드만 있으면 안드로이드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부각되지만, 윈도우폰7이 마켓 관리도 하면서 기기를 통합하여 세를 불리면 안드로이드가 찌그러질게 염려되니 견제하는 것이다. 대체 누가 정치적인지 모르겠다.


아주 못되고, 언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오픈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좋다고 생색내고, 언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구글이 모든 책임이 있는게 아니라고 발뺌하고.. 아주 편하게 장사하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인데, 구글은 그 중에서도 아주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니 대부분의 책임과 오너십을 그들이 갖고 가야 하는 것이 맞다. 자기 유리한 방향으로 오픈소스의 단물만 빼먹지 말고 사용자가 좋은 방향으로 책임감을 보여라.


나는 구글이 허니컴을 오픈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evil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허니컴을 내놓으면 온갖 잡동사니 얼치기 쓰레기 제조사들이 기존 휴대폰에다 태블릿용 허니컴을 쑤셔넣어서 생색내고 광고하고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그 꼴 보다는 나중에 오픈하는게 훨씬 낫다. 폰은 폰대로, 태블릿은 태블릿대로 따로 승인 받고, 거지같은 시도는 못하도록 실력 행사를 해줬으면 한다. 태블릿용 허니컴 버전 공개는 휴대폰용 아이스크림 버전 발표 이후에 하자.




구글의 안드로이드 무료화는 아주 evil 하면서도 효율적인 경영 전략이다. 

단말기의 스펙을 일정 범위 안으로 통일화를 시키면, 제조사의 자유도가 떨어지고 안드로이드폰의 확산 속도가 늦춰진다. 구글의 목표는 일단 타사에 대항하여 온 세계에 안드로이드폰을 깔아서 차기 N스크린 시장에서의 지배권을 강화하는것이다. 그래서 거대하게 세를 불리는데 최대한 집중하고, 동시에 그 단말기 들에서 광고 수익을 뽑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파편화를 방관하고 유료 어플 시장을 찍어 누른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닥 좋은 모습이 아닌것이다. 뭐 공짜폰이 많아져서 좋다면 할 말은 없다.


앞으로도 구글은 확장 정책을 꾸준히 이끌어갈거고, 이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 깔리면 구글이 미리 깔아둔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바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확산의 와중에 안드로이드 OS의 완성도는 아이폰과 경쟁할 수 있을만큼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또한 단말기의 성능도 개선되어 대부분을 따라잡았고, 일부는 역전도 했다. 분명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시장의 수적 다수가 될 것이고, 지금 역시 그렇게 되었다.


애플은 구글처럼 광고 시장에 대한 텃밭 만들기에 열망이 적기 때문에, 단말기 판매 확대와 수익성 보전에 계속 힘을 쏟을 것이다. 애플이 원한다면 저가형 아이폰을 만들어서 엄청나게 뿌릴수도 있지만, 그게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하고, 그에 비해 얻어낼만한 마진이 크지 않을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난 좀 부정적이다. 안드로이드와 시장의 패권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기보다는 적당히 팔면서 많이 버는 정책을 유지하겠지. 결국엔 구글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시장의 윈도우가 되고, 애플 iOS는 스마트폰 시장의 맥이 되는 것이다.


근데 거기 속이 다급해진 MS가 윈도우폰을 내놓으며 뛰어들었고, 구글이랑 비슷하게 각 제조사들이 OS를 갖다 쓸 수 있게 열면서 애플처럼 마켓 물관리를 하려고 드니 구글이 짜증을 내는 것이다. 우리 식당 옆에 왜 니네 식당 개업하냐고, 우리 동네 사람들에겐 우리 식당 하나면 충분하고, 너는 정치적인 의도로 식당을 개업한거라고. 누구는 이런 말을 한 앤디 루빈이 옆집 아저씨같은 이미지라 좋다는데, 참 순진해보인다.


여튼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들 유리한것만 진행하면서, 착한척은 엄청하는 구글의 이미지 메이킹은 대단하다. 애플은 대놓고 막대하고 안하무인으로 놀지만, 구글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살랑살랑 부담 전가해가며 대충 하면서도 어수룩하고 착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이 놀랍지 아니한가. 구글이 전반적으로 이쁜짓 대단한짓 많이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얘들이 돈만 많고 어수룩한 애들은 아니라는걸 잘 알아두자. 이거 이외에도 안드로이드 개발하다보면 구글이 조금만 더 신경쓰면 수많은 개발자들이 편해질만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구글이 과연 매사에 착한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덧. 댓글로 별 구글 매니아 염병 찌질이들이 다 덤벼대는데, 내가 여기서 구글만 유달리 사악하다고 적은게 아니다. 나는 구글의 '착한척'하면서 나쁜짓을 종종 해대는 모양새가 싫었던거고, "Don't be evil"에 문자 그대로 감화되어 믿어주는 사람들이 답답했던 것이다.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고민해야한다고? 그건 맞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가 기업의 그것까지 고려해주며 넘긴다면 기업은 제 멋대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지탄받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가 받는 피해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그걸 기업 입장에서 감싸주는건 필요 이상의 아는척이다.


또한 구글이 왜 그렇게 했는지 공대 졸업생이면 경영에 관심을 갖고 MBA 도서를 읽어보라고 선생질하는 양반도 있는데, 내가 힘껏 뺨을 때려줄테니 심리학 도서 읽어보고 내 큰 뜻과 의도를 짐작해보라. 여러분, 여기 예수가 있습니다.


구글 까도 의도가 있고, 삼성 까도 의도가 있고, 애플 까도 의도가 있는거니 나는 정말 더러운 의도가 가득한 사악한 놈이다. 부인하진 않겠다. 이 글은 구글 까는 글이 맞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