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A290/A390 출시 안내글에서 다뤘듯, 소니가 꾸준히 신나는 옆그레이드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A200 → A230 → A290, A300 → A380 → A390 이렇게 2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변한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는 A380에서 A390으로 변한건 오직 껍데기 뿐이네요.
자.. 그럼 소니 DSLR의 전체 라인업을 한번 비교해볼까요?
우왕.. 요 근래에 나온 DSLR 바디가 아주 많네요. 스펙은 거의 다른게 없으면서 말이죠..
소니가 이렇게 옆그레이드 할 동안 옆동네의 니콘 역시 D300, D90 이후로 D300s, D5000, D3000 등 1200만화소 센서 재탕 기종들로만 일관하며 라인업이 부실해지고 있지요. 반면 캐논은 7D의 1800만화소 센서를 그대로 사용한 550D 등으로 거침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니와 니콘이 이렇게 신제품 출시에 소극적인 이유는 소니 센서 라인업의 침묵으로 인한 부분이 아주 큽니다.
그동안 소니는 니콘 D300과 소니 A700에 사용한 1200만화소 IMX021센서, 니콘 D90에 사용한 1200만화소 IMX038 센서, 소니 A350에 사용한 1420만화소 센서, 소니 A900과 니콘 D3X에 사용한 2400만화소 IMX028 이후로 별다른 차기 센서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왜 더 화소가 증가된 상위 센서를 내놓지 않고 있을까요?
그나마 최근에 나온 1200만화소 IMX021센서와 IMX038센서는 예전 1000만화소 시절 니콘 D200에 탑재된 ICX483AQA 센서와 니콘 D80, 펜탁스 K10D, 소니 A100에 탑재된 ICX493AQA 센서와 양상이 비슷합니다. 화소 숫자는 비슷하지만 이미지 퀄리티나 기타 등등을 더 끌어올린거죠. 아무래도 소니는 이런식으로 화소만 늘려가는게 아니라 성능을 잡아가며 센서 세대 조절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 결과 A500/A550의 화질은 대단히 훌륭하게 나왔지요. A350에 들어갔던 1420만화소 센서도 비슷한 수순을 거쳤을테니, 이제 뭐가 남았을까요?
소니에겐 두가지 갈림길이 있습니다. 캐논처럼 1800만화소 센서로 나가느냐, 아니면 BSI(Back-Side Illumination, 후면조사식) 센서로 나가느냐.. 전자처럼 화소를 증가시키면 일단 마케팅 하기가 쉽고 일반 유저들 끌어오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후자처럼 후면조사식 센서를 DSLR용으로 만들 경우, 저광량에서의 이미지 퀄리티를 부쩍 끌어올릴 수 있지만 후면조사식 특유의 수율 문제 때문에 수지 타산이 안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이런 부분은 센서 지존인 소니가 알아서 할 문제지만, 관전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흥미로워요. 전 사실 이번에 소니가 DSLR 라인업에서 보급기들은 다 접어버리고 NEX 하이브리드 라인으로 올인할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급기용 APS-C 사이즈 센서가 새로 나와서 캐논 등과 경쟁하게 될 줄 알았지요. 하지만 A290과 A390으로 DSLR 보급기의 명목은 지켜내었네요.
중요한건 이번에 나온 애들이 소니 DSLR 보급기의 대를 이어주긴 했지만 미래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부쩍 향상된 성능은 커녕 아주 미미한 옆그레이드를 단행한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건 새 세대를 준비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벌어보려고 내놓은 기종이라고 진단할수도 있는거죠. 사실 소니는 NEX3, NEX5 개발하느라 기존 DSLR 보급기를 제대로 잡고 개발할 여력이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NEX를 개발하는 동안 쌓은 라이브뷰 AF의 노하우만 얹어서 페이스리프트 모델만 내놓은거겠죠.
DSLR 보급기가 완전히 단종되고 미러리스 NEX 모델로 합쳐질거라는 제 예상은 접지 않겠습니다. 원래 이번에 그렇게 될 줄 알았지만, 옆그레이드 모델인 A290과 A390이 나왔으니 내년쯤 되면 더이상 후속기종이 안나오지 않을거에요. 마침 웃기게도 A290, A390으로 각각 더 이상의 모델명이 들어갈 공간이 없네요.. 10 얹으면 A300과 A400일텐데, A300은 이미 있고, A400은 A450이라는 라인업이 얼마전에 나왔지요. 더이상 숫자를 늘리다간 니콘처럼 암흑의 라인업이 되어버립니다.
니콘 라인업 유명하잖아요.
입문기는 D40, D40x 이렇게 나가다가 D50이 먼저 나와있으니 한칸 건너뛰어 D60을 사용합니다. 근데 D60 이후 모델은 D70이라는 보급기가 한참전에 나와있었으니 아싸리 D3000이라고 써버리지요..
보급기는? D70, D70s, D50, D80, D90 이렇게 나가다가, D100이라는 이름을 중급기에서 이미 사용중이니 D5000이라고 약간 라인업을 내려서 틸트액정 달고 나옵니다.
중급기는? D100, D200, D300, D300s 이렇게 나가고, 아마 다음 기종은 D400일텐데.. 얘도 약간 여유는 있지만 미래는 보장 못합니다. 풀프레임 보급기인 D700이 뒤에 버티고 있거든요. ㅎㅎ 말 나온김에 D700은 어쩔까요.. D800, D900 이렇게 나가다가 D1000이라고 내놓을까요? 저 뒤에는 D3000이라는 입문기가 있는걸요.
아무튼.. 저는 A290과 A390 이후로 소니의 DSLR 보급기는 더이상 안나올거라 생각합니다. 보급기는 그냥 미러리스 NEX로 만들어버리는 편이 무게와 부피 면에서도 훨씬 좋거든요. 어차피 중급기 이상의 고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보급기 유저들이 가장 신경쓰는 스펙은 무게와 화소, 화질 정도니, 소니 입장에선 NEX로 집중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고성능 기종은 렌즈군도 있고 하니 몇년간은 DSLR 방식으로 계속 나오겠지요.
여튼 지켜봅시다. 내년쯤 소니가 보급기 DSLR을 내놓을지 안내놓을지.. 그리고 캐논과 니콘, 펜탁스는 DSLR을 계속 고집할지.. 소니 NEX와 삼성 NX는 어떻게 될지..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마이크로 포서즈 기종들은 어떻게 될지.. 여러분은 지금 카메라 역사의 격변기를 맞고 계십니다.
ps. 이해가 안가는게, 왜 소니엔 1200만화소 기종이 A700 이후로 없고(A450이 나왔군요.), 니콘은 왜 소니 1420만 화소 센서를 사용하지 않는걸까요? 둘 다 똑같이 소니가 생산하지만 니콘과 소니가 나눠먹기로 뭔가 약속이라도 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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