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이야기/카메라 정보

람보르기니로 짬뽕 배달하는 사진

MIRiyA☆ 2009. 2. 10. 12:49

사진 생활을 하다보면 참 재미있는 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좋은 카메라 사용하면 나도 저런 사진 찍을 수 있거든"

"카메라 기사가 하는게 뭐야 들고 셔터만 누르는거 아냐?"

"나도 DSLR있으니까 앞으론 내가 찍을게"


위는 대부분 초보 유저, 혹은 카메라에 거의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이 범하는 오류중 하나입니다.

장비를 우선하면서 내공을 경시한 케이스라 할 수 있지요.

과연 최고의 장비만 있으면 아무나 다 잘 찍을 수 있는가?


요즘 일어난 사건중 재미있는 두가지를 소개합니다.





1. 캐논동 150만원 사건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1922641


위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내가 결혼식을 했는데, 메인기사가 Canon 1D markIII(400만원 상당 엄청 큰 카메라)를 갖고와서 찍었다.

- 8개월이 지나도록 사진을 안주더니만, 이제서야 사진을 줬다.

- 온 사진이 이따구다. 나 몹시 화가난다. 소보원에 신고했다.



위 사진은 축소본이지만 사진을 심히 개판으로 찍어놨습니다.

일단 사진을 확인하면.. 노출 부정확, 수평 문제.. 일단 뭐 총체적인 난감함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찍혀나온 사진을 확인하면 안에 들어있는 EXIF정보로 찍은 당시 세팅을 알수가 있습니다.

각 상황에는 상황에 맞는 세팅이 있는거고, 세팅만 봐도 이 사람이 어느정도 내공을 가지고있나 알 수 있지요.

아래 EXIF정보를 보세요.


위 왼쪽

  • 모델명Canon EOS-1D Mark III
  • 촬영일자2008/04/12 12:43:31
  • 감도3200
  • 노출방식프로그램(자동)
  • 노출모드자동 노출
  • 측광방식다분할
  • 노출시간1/40 s
  • 노출보정2.33 eV
  • 조리개값f/2.8
  • 최대조리개f/2.8
  • 초점거리 45mm


위 오른쪽

  • 모델명Canon EOS-1D Mark III
  • 촬영일자2008/04/12 12:39:55
  • 스트로보강제발광
  • 감도400
  • 노출방식프로그램(자동)
  • 노출모드자동 노출
  • 측광방식다분할
  • 노출시간1/60 s
  • 노출보정2.33 eV
  • 조리개값f/2.8
  • 최대조리개f/2.8
  • 초점거리 35mm


아래 왼쪽

  • 모델명Canon EOS-1D Mark III
  • 촬영일자2008/04/12 12:02:37
  • 스트로보강제발광
  • 감도100
  • 노출방식프로그램(자동)
  • 노출모드자동 노출
  • 측광방식다분할
  • 노출시간1/60 s
  • 노출보정1.33 eV
  • 조리개값f/2.8
  • 최대조리개f/2.8
  • 초점거리 40mm


아래 오른쪽

  • 모델명Canon EOS-1D Mark III
  • 촬영일자2008/04/12 12:02:20
  • 스트로보강제발광
  • 감도100
  • 노출방식프로그램(자동)
  • 노출모드자동 노출
  • 측광방식다분할
  • 노출시간1/60 s
  • 노출보정1.33 eV
  • 조리개값f/2.8
  • 최대조리개f/2.8
  • 초점거리 70mm


보아하니 지지고 볶고 난리 나셨습니다. 일단 첫 사진에서 ISO3200 등장입니다. 충격과 공포죠.

요거 하나만으로 완전 땡초보 증명 되었습니다. 지금 무슨 심야 몰래카메라 찍나요?


그리고 둘째로, 노출방식이 프로그램 자동입니다. 한마디로 자동, P모드를 사용했다는 말이죠.

대부분 카메라 쓰는 사람들은 노출 우선(Av)모드 아니면 메뉴얼(M)모드를 사용합니다.


셋째로, 노출보정이 +2.33입니다. 기절하겠습니다 아주..

1D급 카메라는 반셔터 누르고 휠을 돌리면 바로 노출보정이 적용되죠. 한마디로 이건 아예 조작도 못하는 사람이 찍었다는 이야기.


뻔하죠. P모드로 다분할 평균 측광해서 찍는데, 신부 옷색깔도 그렇고 사진 전체적으로 흰 배경이라 어둡게 찍혔겠죠. 그래서 허겁지겁 노출보정을 올려서 찍었습니다. 노출 보정 올리다보니 셔터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겠죠. 플래시를 끄고 뭐 주워 들은건 있는지 ISO를 3200까지 올립니다. 아이고.. 노출보정은 아직도 +2.33이죠. 그래서 나온 셔터속도가 1/40초 -_-;; 완전 노출오버에..


두번째 사진 보면 일단 허겁지겁 찍는다고 수평도 안맞췄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노출보정이 2.33입니다.

다음 세네번째 사진은 감도가 100입니다. 엽기죠.. 스트로보 강제발광으로 터트리는데, 감도가 100이니 뒤쪽이 다 시커멓게 나옵니다. 감도는 100이지, 70mm 화각에서 두명 전신이 나오고도 남을 정도니 엄청 거리가 있겠다.. 플래시는 최대 발광 하는데 힘이 부치지.. 앞에서부터 계속 측광 잘못하고있고, 노출보정 올려도 안밝아지고.. 찍는 사람 얼만 속 탔을까요.


안봐도 뻔합니다. 웨딩 스튜디오에서 어디 스페어급, 그것도 완전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보에게 1D markIII 쥐어주고 "야 그냥 P로 찍으면 돼!" 해서 와봤더니.. 엉엉 사진이 너무 어두워 노출보정? 응? 이걸 써볼까? 엉엉.. 사진이 너무 밝아.. 어쩌지 ㅠㅠ 사람이 자꾸 흔들려요 엉엉..(사진 수평이나 이런거 보면 필름 쓰던 사람이 맡은것도 아닙니다. 그냥 완전 생초보.) 이러다가 플래시 빼고 감도 3200으로 올려봤더니 ㄷㄷㄷ 노출 완전 오버.


스튜디오 돌아와서 확인하니 사진 완전 초토화. 이거 뭐 어찌해야할까 덜덜 떨다가 8개월이나 있다 주게 된겁니다. 그리고 딱 보니 보정 하나도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원본 파일 보냈는데, 한마디로 손도 못댄거죠. 두번째 사진 정도면 그냥 ACR에서 수평 툴로 찍 그어주고 노출보정만 해도 사람다운 사진이 될텐데,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EXIF 세부 정보 보니 보정 툴이 안나오네요. 그냥 원본인겁니다.


"님아, 이거 사진 완전 좆됬어여.. 보정 해도 거기서 거기니까.. 화푸삼"

"아 십라 이거 어떠케 사진이 이상해 엉엉 보정? 그거 먹는건가여? 할줄몰라 ㅠㅠ"


카메라는 사진 기자들이나 사용하는 플래그십 Canon EOS 1D markIII에, 렌즈는 같은 회사 표준줌 최고 렌즈인 Canon 24-70mm f/2.8L입니다. 플래시는 아마 메츠 45CL-1이나 좀 부르주아라면 76CL-5 썼겠지요. 이건 뭐.. 장비 값만 해도 이미 500만원은 넘어갔습니다. 이런걸로 이따위로 찍은 사진을 150만원 받아먹다니..


그야말로 람보르기니로 짬뽕 배달하는 사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두번째 사건입니다.


2. 웨딩기사 번들렌즈 사건

http://www.slrclub.com/bbs/vx2.php?id=theme_gallery&no=986900


위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나 결혼식장 갔음. 근데 기사가 내공이 좀 있어보임.

- 이 장비는 뭐임? 응? 개 싸구려잖아??

- 장비보다는 내공을 보라! 저 사람 분명 초고수일것이다. vs 시발 돈받고 찍어주며 저따위로 하나? 논쟁.



보시는 바와 같이 장비 구성이 매우 오묘합니다.


바디는 Canon EOS 350D에 18-55mm f/3.5-5.6 입니다.

현재 Canon 450D까지 나온 상황이고, 곧 500D가 나올 예정입니다. 350/400/450 이렇게 나왔으니.. 몇세대 된 완전 캐 싸구려 입문 기종이라는거죠. 저거 지금 중고값이 30만원 약간 넘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건 렌즈. 18-55/3.5-5.6은 각 카메라 회사의 가장 싸구려 렌즈, 그러니까.. 카메라 사면 끼워주는 번들렌즈입니다. 장터 찾아보니 어떤분이 번들렌즈 두개 합쳐서 5만원에 팔고있네요.


플래시는 꽤 괜찮습니다. 메츠 45CL-1에 떡배터리.. 얼핏 보면 꽤 프로페셔널해보입니다.

근데 매우 괴상한게-_-; 잘 보면 카메라 핫슈 위에 케이블이 꽂혀있지 않습니다. 이거 당최 알수없어요..

일단 입문 기종인 350D는 바디 자체에 싱크 코드 꽂는 접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매 어댑터를 슈에 꽂아서, 거기 싱크 코드를 연결해야 사진 찍을때 플래시가 터지죠. 근데 코드가 안꽂혀있네요-_-;;


흠.. 게다가 한손에 45CL을 하나 더 들고있네요. 설마 저거 들고 타이밍 맞춰 찍는건지-_-a

뭐 삼각대는 맨프로토 141RC로 보이고요..


아무튼.. 위 사진 한장으로 몇페이지가 넘어가도록 논쟁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주 장난 아니었지요.

분위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오.. 저런 장비로.. 과연 배테랑입니다.. 연륜이 느껴지는군요."


"시발 번들렌즈에 구닥다리 바디로 뭔 웨딩사진이냐, 프로의 자세가 안되어있다. 니들이 결혼할때 저런걸로 찍어주면 기분 좋겠냐 ㅅㅂ?"


"야 이 장비족들아, 니들은 사진을 카메라로 찍냐? 사진은 사람이 찍는것이다. 장비만 갖고 저 사람이 어떻니 뭐라 하지 마라 이 허접들아 키보드로 사진찍냐?"


"결과물만 훌륭하면 되지 않느냐? 내공이 출중하면 장비는 거들뿐이다."


"번들렌즈는 단체사진 찍을 때 해상력에 문제가 있다. 저건 좀 아니라 본다."


아무튼.. 장비 vs 내공의 고전적인 구도로 흘러가더군요.

그래도 일단 슈에 코드도 안꽂고 찍는거.. 초보인지?; 아니면 아직 안꽂은건지? 그리고 저 생판 구닥다리 바디로 원판 촬영하는거 보면 아예 프로의 자세가 안되어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엄청나게 댓글이 달리고.. 근데 갑자기 엄청난 댓글 등장.


http://www.slrclub.com/bbs/vx2.php?id=free&no=5557663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1887041


현재 저 링크는 삭제되어있습니다. 저 사진사가 찍은 사진을 한 회원이 올려서 뜨거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지요. 아.. 사진이 안보여서 정말 안타깝지만.. 결과물은 그야말로 개판이었습니다. 정말 아예 못찍는 사람이었지요.


이상, 그야말로 프라이드 운전하는 카레이서가 실력이 있냐 없냐를 논하는 논쟁이었습니다.




그 외에 이런 경험도 있습니다. 사건이라 하기엔 좀 약하고요.


3. 도와주세요 돌잔치 후보정

http://www.slrclub.com/bbs/vx2.php?id=pentax_forum&no=170763


사건을 요약하면..

- 아는 사람이 친척 돌잔치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했다.

- 결과물이 호러다. 그 사람이 완전 사정사정 부탁한다.

- 이 사진 어떻게 좀 건져보게 누구 나좀 도와달라

휴... 이거 역시 위의 캐논동 150만원 사진과 비슷한 케이스죠.

뭐 1D markIII 정도의 고급 기종 까지는 가지 않지만, 그나마 '제 구실 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의 카메라'를 빌려가서 엄청 괴상하게 찍어왔다는겁니다. 한 25장 정도의 사진인데, 보정해주실 분 없겠냐고 해서 제가 그냥 해드렸습니다.


EXIF보니 가관-_-;;

실내 돌잔치인데 조리개값이 F8 전후, 셔터스피드는 1/125초,

플래시 안씀, 화이트밸런스는 오토, 그리고... ISO 3200


화이트밸런스 안맞추고 AWB, JPG로 찍어서 얼굴 색이 주황색-_-;; ISO3200이라 노이즈 떡칠.

휴.. 일단 해당 사진들 ACR로 불러다가 한번씩 클릭해서 힘들게나마 화이트밸런스를 맞춰주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괜찮아보이게 레벨 조정, 필라이트, 브라이트니스 조절좀 해주고, 노이즈닌자로 노이즈를 좀 줄였지요. ISO1600도 아니고 마의 3200이라 한계를 넘어선 노이즈가 보이지만요.


그야말로 빌려준 포르쉐로 밭가는 사진이였달까요^^;



이상, 카메라 동호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진은요,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 찍는겁니다. 그러니까 좆도 모르면서 나대지 맙시다.

카메라 들고 찍는 사람들 고생 많이 합니다. 무게만 3kg 넘는 장비를 들고 반나절동안 숨 참고 흔들리지 않게 사격자세 잡고, 한컷 찍기 위해 구도, 감도, 노출, 측광, 노이즈, 셔터속도, 피사체이동, 플레어, 조리개, 심도, 배경압축, 최소초점거리, 렌즈별/구간별화질, 렌즈별/조리개값별화질, 왜곡, 광각원근효과로 늘어남.. 오만거 다 생각해야합니다.


저도 맨날 쪽팔리는 사진 생산하는 셔터 누르는 기계지만 그래도 공부는 합니다. 조금씩 늘어나는걸 느끼고 즐거워하고있고요. 그니까 내공 우습게 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