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스타벅스 커피잔을 들고 사십오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얼짱각도로 사진 찍은 세피아톤 사진을 사진첩에 올린다, 어떤 사람들은 당당하게 사진을 올릴지는 몰라도 그 중 대부분은 현실과는 그다지 관계 없는 사진을 올린다.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누구나 다 심각하고 거창하고 화려하고 공주같아보이고 힘들어보이고 바빠보인다. 세상 모든 짐은 다 지고있는 것 처럼 보이고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가 다 떠안은 것 처럼 보이고 백설공주건 인어공주건 엄지공주건 피오리나공주건 다 그 우아함에 무릎을 꿇는다. 현실은? 매치가 안된다.
방명록을 보면 "비밀이야에 써주세요" "비밀이야에 써주세요" "비밀이야에 써주세요" "비밀이야에 써주세요" "비밀이야에 써주세요".. 싸이월드만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농후하고 나름의 프라이버시 주장으로 신비주의가 물씬 배어나온다. 이 때 떠오르는 짭쪼름한 단어가 ‘된장성’. 이건 일종의 된장성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된장을 그닥 나쁜 뜻으로 쓰는건 아니니 좀 쿨하게 해석해주자. 우리 친구들도 된장이고 심지어는 이 글을 보고있는 당신도 된장스럽게 싸이질을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건 일본의 믹시는 싸이월드와 비교하여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승부하였고, 일본내에서 큰 입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참고]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더 꽉 막혀있을 것으로 보이던 일본은 의외로 방문객들을 죄다 보여주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였다.
싸이월드가 C2를 짜잔하고 오픈하면서 스타의 재림을 천명했지만, 아직 반응이 시원치 않은걸로 알고있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신규 SNS서비스를 내놓아 싸이월드를 끌어내리고 일어서려는 후발주자들이 아마 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발 SNS사업자들이 링크드인이나 마이스페이스, 믹시 같은 외국 서비스를 한국형으로 만들지라도, 앞서 늘어놓았던 싸이월드의 후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싸이월드 유저들은 짭쪼름한 된장맛을 보았다. 싸이월드 유저들이 했던 독특한 행동 패턴을, 그 된장성을 벤치마킹하자. 그 패턴의 일부만 이어나가거나, 혹은 훨씬 된장성을 발휘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혹은 믹시처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면도날 같은 침투력으로 소수 유저를 공략하자. 그리고 입소문으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자. 빛을 잃고있는 싸이월드의 후광을 누르면서 차기 주류를 노리자. 싸이월드가 망한다면 그 유저들은 어디론가는 흘러간다.
자, 검색의 경우. 동양의 검색은 네이버를 필두로 한 인간이 잘 짜맞춘 기획의 검색을 지향하고, 서양의 검색은 구글을 필두로 하여 기계적인 검색을 지향했다. 커뮤니티 서비스도 마찬가지, 동양의 카페, 서양의 포럼 등으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카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주루룩 흘러간다면, 포럼은 글이 차곡 차곡 쌓이고 말꼬리를 물며 확대생산된다. 폐쇄성이나 개방성 등등 따져볼만한 차이점은 매우 많고, 이미 다른분들이 많이 비교들 해놨을 것이다. 한국에서 SNS사업을 하려면 동서양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단순히 서양의 모델만 현지화해서 들여오려고 해서는 안된다. 말이 쉽긴 하지만, 적절한 믹스가 필요하다는거. 지금 한국에서 대중적인 포럼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겠는가? 갖고와 똑같이 개발하여 서비스한다고 다가 아니다.
구글이 번역 서비스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있는데, 이건 장기적으로 보아 랭귀지 배리어를 깨어 거대한 SNS 세계 시장을 만드려고 하는게 아닐까? 현재는 번역 기술이 아주 조악하지만 나중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용납 될만한 퀼리티를 낼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 번역기술을 가진 회사는 아주 중요하게 될것이다. 번역기술을 가진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들은 그 자체로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싸울수 있다. 랭귀지배리어를 깨는 순간, 그리고 시기 적절하게 타 문화의 매력이 각 나라의 문화와 맞물려 들어오는 순간, 각종 아이디어가 샘솟는 그 독점적인 신시장에서 차별화 할 건수가 없는 토종 SNS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싸이월드에는 안된 이야기지만 도토리, 싸이월드 도토리는 현재 미래가 안보인다. 시연회때 화려한 위젯과 스킨들을 보며 떠오른건 단 한가지다. “저거 도토리 꽤나 나가겠군..” 싸이월드 2를 둘러볼 때 더 이상의 인테리어 치장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일반화일지는 모르나, 주변의 웹과 전혀 상관 없는 친구들이 싸이월드 2를 보고 굉장히 실망했고, 복잡한 인터페이스의 장벽에 부딛히고, 이걸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냐는 의문점을 가지며 더 이상 싸이월드 2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 이상의 호의적인 태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묵묵히 방명록에 글만 달 뿐이다. 블로그 이용하는 사람들이 몇 안되는것 같은데, 수많은 동기들 중 중간중간에 점으로 섞여있는 일부 계층들이 네이버 블로그들을 써보고는 “싸이월드에 왜 돈을 써왔는지 몰랐다”며 친구들을 선동한다. 이런게 전국적으로 일어나고있다고 일반화 해볼 때 싸이월드가 도토리로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과연 이용자들이 언제까지 스킨과 글씨체에 돈을 투자할까? 싸이월드는 아마 반년 안에 별다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몰락의 길을 걸을 것 같다. 그 동안 내가 싸이월드의 저력이라 생각했던건 그들이 가진 수천만의 회원수가 아니라 지갑을 연 회원들의 수다. 그들의 지갑을 관리하지 못할 경우 싸이월드2는 순식간에 수익모델이 모호한 서비스가 되어버린다. 2007년은 아마 SNS의 수익모델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직 싸이월드를 믿고있다. 박 그룹장이 시연회때 설레는 모습으로 C2를 선보였고, 그 때의 배경음악인 Romance for Journey는 아직 내 MP3p의 두번째 곡으로 들어있다. (들을 때 마다 싸이월드가 생각난다. 첫번째 곡은 He's Pirate.) 비록 싸이월드 팩토리때부터 뜸을 너무 많이 들여, 나온 작품이 유저들에게 외계인처럼 인식되는 감이 있지만 아직 싸이월드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SK컴즈가 이대로 쉽사리 싸이월드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은 아직 포스트 싸이월드를 외칠만한 강력한 저격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싸이월드의 반격 내지 재림을 기대해본다. 요즘 기존 싸이월드에서 C2로 이동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여럿 열고있지만 이걸로는 그다지 이빨이 먹히지 않는듯 하다. 네이버 카페때의 전지현 마케팅 같은게 필요한 순간이다. 싸이월드가 찌그러지면 우리나라 SNS는 멸종하고, 저번에 말했던 미투데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싸이월드는 지금 뭐하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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