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8시 20분쯤, 저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 쪽으로 가고있었습니다.
사당역을 지날때 쯤, 갑자기 컴컴한 선로에 지하철이 멈춰서더니 이런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서울대 입구역에서 선로문제로 인해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연거푸 5분마다 흘러나왔고, 대략 25분쯤 후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선로 문제라... 선로 문제라.... 왠지 수상하지 않습니까?
원래 신도림에서 내려야 하지만 저는 선로 문제가 생겼다는 서울대 입구역에서 내렸습니다.
빽빽하게 사람 들어찬 지하철 안에서 용케 자리를 찾아 프리즌브레이크 시즌2를 보고있었는데..
그 좌석 어드벤티지까지 포기하고 내린거지요.
아... 그리고 보고 말았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코가 시큰해질 정도로 농도 진한 비릿한 공기,
공익근무요원은 사람들을 제지하며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말라고 사납게 밀어붇히고..
플랫폼 한쪽에 파란색 고무 양동이와 포대 자루가 놓여있습니다.
2호선 붐빌때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철길을 비웠는지, 플랫 폼 위에 대충 신문지로 덮어놨더군요.
겹겹이 덮인 신문지에는 빨간 피가 점점이 배어나와 젖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양동이에는 뭔지 모를 찐득한 것이 담겨있네요.
양 팔을 걷어붇힌 채 구석에 앉아서 쉬고있는 역무원의 피로에 지친 모습,
그리고 곳곳에서 들이대는 수많은 폰카들.. 왼손으로는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폰카질을 하는 그들..
인간의 본성이란 그런건가 봅니다.
힘드네요. 어서 자야겠습니다.
라고 시나리오가 흘러가야 정상이라.. 상상을 하고 내렸건만~
막상 내려보니 서울대 입구역은 하얀~ 타일에 플랫폼에는 사람이 몇명 없었고,
무려 스크린 도어가 깔끔하게 설치되어있어 투신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스크린 도어를 따라 걸어가며 유리 너머로 선로를 확인했으나,
핏자국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 뭔 일 있었나요?" 하고 신문 파는 플랫폼 매점 아주머니에게 여쭈었으나 별 일 없었다는군요.
푸하하하.. 낚인거지요.
여러분도 낚이고 저도 낚였습니다.
대체 그놈의 선로 문제가 뭐였을까요? 30분이나 열차를 세워두고 ㅉㅉㅉㅉ
자, 자, 웃읍시다~! 죽긴 누가 죽어요~
-_-; 근데 정말 선로 문제가 생겼다고 방송이 나오고, 이삼십분 정도 안가더군요.
정말 뭔가 있는것 같은데 말입니다.. 혹시 반대 차선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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