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사회생활 몇일 소감문

MIRiyA☆ 2007. 1. 18. 01:27

얼마 전부터 올라웍스에서 겨울 방학 동안 어플리케이션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번 네이버 블로그 시즌2 관련 글 끝에 겨울 방학 알바를 구한다고 써놓았는데, 우리 김 팀장님이 슝 날아와서 낚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400만달러 투자 소식이 전해졌지요. 덕분에 사무실 앞에 있던 벽을 부수고 책상 4개를 더 들여놨습니다.

 

 

자~ 짧은 사회생활이지만 몇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1. 강남의 집값이 높은 이유를 알아냄

2. IT업종 종사자의 아스트랄한 퇴근시간

3. 주상복합 건물의 영업 행태

 

일단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이 넘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오느라 강남의 집값이 높은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놈의 회사들은 죄다 강남-역삼-선릉에 주루룩 몰려있지요. 지하철 타고 오는데, 신도림역 플랫폼에 서서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열차 안에 한박스 가득 차 있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다내려, 다 내려! 다 내리란말이야, 싹 내려!! 나 들어가야돼!!'

하지만 정작 두세명만 내리고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우르르르 몰려들어가서 꽉 끼게 됩니다. 차내 공기는 극도로 탁해지고(하악하악 숨소리, 수많은 CO₂배출) 다른 사람의 서류가방이 허벅지를 콱콱 찔러댑니다. 노트북 가방은 허리에 걸쳐져 올라와 갈비뼈 가장자리를 누릅니다.

 

머릿속으로는 오만 상상이 다 떠오릅니다. “차장 아저씨 옆에 타고싶다.”, “2호선같은 순환선을 안쪽과 바깥쪽에 신설해서 교통란을 줄인다”, “강남에서 구로까지 모노레일을 연결한다”, “2호선에 급행열차를 배치한다.”, “지하철 뒤에 체인을 연결해 내 전용 열차에 앉아서 간다”, “2호선 열차를 이층으로 만든다. 근데 아마 2층 올라가는 층계에 사람들이 우글우글 앉을것 같다.”, “가방 놓는 선반 위에 올라가서 쭈욱 눕고싶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무의미한 좌석들을 모두 철거해버리고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더 마련한다.”, “사신의 눈을 얻으면 앉아있는 사람들이 어떤 역에서 내릴지 알 수 있다. 나는 미리 가서 대비할 수 있다.(데스노트)”, “권총을 탕탕 쏴서 다 쫒아버리고 나 혼자 타고싶다.”

 

정 사람이 많을 경우 저는 열차와 열차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립니다.

제게 할당된 공간은 아주 많지만 앉을 자리가 여의치 않습니다. 바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건 아주 불쾌합니다. 어떤 차량의 경우 통로 벽이 아주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그 경우 등을 기대고 쭈그리고 앉아 눈을 붙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왼쪽 엉덩이와 오른쪽 엉덩이가 제각각 흔들리는 고통은 감내해야 합니다. 좌우가 다르게 흔들리는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세로로 앉으면 됩니다. 엉덩이를 뒤차량에, 발을 앞차량 쪽에 놓고 쪼그리고 앉는 것입니다. 몸 크기 때문에 상당히 좁아집니다. 열차가 한창 브레이크를 걸 때 통로가 확 좁아지기에 몸이 오그라드는 불쾌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로 지켜보던 IT업계 종사자분들이 10시가 넘어서도 퇴근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았는데, 막연히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도 생각했으나 몸소 경험하게 되니 꽤 빡쎄더군요.

특히나 집이 지하철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라 에너지가 팍팍 깎이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매일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제 아버지와 너무나 비교되었습니다. 집에 배우자와 자식들이 있는데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제대로된 가정이 이루어질지.. 생각좀 많이 해봐야겠습니다.

일단 편의점에서 판매가 허용된 비타500 대용량 버전으로 체력을 보충하고있으나 아무래도 타우린 2000mg의 박카스D 만큼의 성능은 못내고있습니다. 쌉쌀한 그맛이 각별해집니다.

 

제대로 사회 물도 못먹어본 제가 겁에 질릴 정도인데, 실제로 몇 년동안 이런 생활을 해온 분들은 어떤 정신으로 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집에 돌아오면 지쳐 침대에 쓰러지는데, 블로그에서 만나는 다른 분들은 저처럼 블로깅도 하고 여가 생활도 즐깁니다. 거참 이상하군요. 뭔가 다른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업계 분들의 파이팅 가득한 눈빛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저는 지금 퀭한 동태눈을 하고있거든요. 아직 적응이 안되서 그런것 같습니다. 느슨한 생활에 익숙해져있어서 지금까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네요. 시간 관리하는 법을 더 익혀야겠습니다.

 

강남의 대로변 너머는 대부분 1층은 음식점이고, 위는 사무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평소 혼자 있을 때는 자취하던 습관대로 삼각김밥을 먹거나 파닭을 시켜먹었지요.

헌데 사람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밥을 먹다보니 두루치기라는 음식이 뭔지도 알게 됬고, 된장찌개를 시키면 양푼에 비벼먹게 나온다는 것도 알았지요. 그리고 가격은 죄다 5000원 고정가더군요. 계산하기 편했습니다. 간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더니 점심 시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소화 작용을 위해 내장으로 혈액이 몰려서 두뇌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역시 굶어야 집중이 잘 됩니다.

 

커피는 무제한으로 마실수 있어서 좋습니다. 에이스 크래커를 사서 커피에 살짝살짝 찍어먹는게 완전 좋습니다. 종이컵을 너무 많이 낭비하는것 같아 물 마시는 컵이랑 커피마시는 컵을 구분해놨습니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컵에 꽂아주는 갈색 플라스틱 막대를 저는 빨대 비슷한건줄 알고 써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커피 젓는 용도더군요. 그걸 여태 바보같이 쪽쪽 빨며 혀를 데이게 했다니.. 이거 웬지 팥죽으로 세수한 기분입니다.

 

노트북 키보드로 타이핑중인데, 이게 영 기분 나쁩니다. 깊이가 너무 얕아서 보드가 울리는게 손에 느껴집니다. 좀 손가락에 힘을 싣고 치면 노트북 메인보드를 두드리는것 같아 기분이 위태위태합니다. 게다가 오른손 팜레스트 아래에는 2.5인치 5400RPM 하드도 들어있습니다. 저번에 한번 열받아서 두드렸다가 하드 하나 해먹고서 이제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타이핑을 과격하게 해서 하드디스크가 삑싸리나지나 않을지. 뭐 3킬로그램 가까이 하는 놈들 한손으로 흔들흔들 들고다니며 DVD라이팅도 하고 아무데나 던져놓고 쿵쿵 부딛혀가며 험하게 노트북 쓰던 제가 이러니 웃기네요.

 

사무실 내의 다른 직원분이 사용하는 해피 해킹 키보드가 탐납니다. 첫출근때 신기해서 몰래 한번 꾹꾹 눌러봤는데 역시 뭔가 스냅이 다릅니다. 21만원짜리 프로페셔널 버전이 아니라 6만원짜리 라이트 버전이지만 그래도 노트북에 달린 키보드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지름신이 저 아래에서 텍사스 들소 떼처럼 막 끓어오릅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방문한 NHN 직원분 블로그에서 25만원짜리 리얼포스 키보드를 질렀다는 게시글을 보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몸을 뒤튼적도 있습니다. 친구놈이 적절한 절충책을 알려줬습니다.

 

 

바로 이 키보드입니다.

 

 


키 레이아웃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뭔가 결정을 내릴때는 마우스로 하지 않고 키보드의 엔터키를 강하게 두들기는 저는 요즘 나오는 키보드의 길쭉한 엔터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L자형 엔터키가 맘에듭니다. 큼직하고 좋습니다. 두들기는 느낌이 좋을것 같네요. 홈, 엔드 키 등 6개의 기능키와 방향키 사이에 다른 이상한 키를 집어넣은 변태적인 키보드가 요즘 많이 나오는데, 이놈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깔끔합니다. 오만 쓰잘떼기 없는 기능키를 다 주워넣은 로지텍이나 MS의 키보드에 비해 얼마나 깔끔합니까! 기능키, 맘에안듭니다. 심지어 집에있는 데스크탑 키보드는 어디가 맛이갔는지 키보드를 들었다 놓으면 컴퓨터가 꺼지고 켜집니다.

 

 

 

그리고 컨트롤과 알트키 사이에 윈도우키가 없습니다.

빌어먹을 윈도우키! 게임 등을 하다가 튕기게 만드는 천하의 저주받을 윈도우키가 없습니다.

오른쪽면에도 목록키가 없습니다. 정말 시원합니다.

컨트롤과 알트의 키스, 견우와 직녀의 썸씽, 실로 아름답기까지합니다.

예전 윈도우3.1 시절로 돌아간것 같습니다. 아우 씨원해!! 정말 사랑스러운 레이아웃입니다.

순진한 시골 처녀를 보는것 같습니다.

근데 레이아웃이 클래식한것 뿐만 아니라 이놈이 키도 고급입니다.

 

 

후타바 전자의 스위치를 사용했습니다.

체리의 갈축이니 흑축이니 청축이니 이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지요.

그리고 저거 보입니까? 키캡이 이색 사출 성형 방식입니다. 이놈 이목구비가 뚜렷합니다!

사포로 한참 갈아도 글씨가 안지워질듯 합니다. 아우!! 당장 두드려보고싶습니다.

가격은 6만원입니다. 크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저거 하나 사놓으면 십년은 넘게 쓸테니까요.

윈도우키 눌러서 튕기거나 하던 작업의 흐름이 깨지는 더러운 경우를 없애자는데 6만원은 아깝지 않습니다.

 

근데!!

 

 

 

이런 천하의 고얀녀석... PS/2 방식만 지원합니다.
노트북에는 알다시피 저런거 꽂을데가 없습니다.

원체 오래된놈이라 USB처럼 아름답고 정돈된 규격은 쓰지 않나봅니다.

저번에 아론 기계식 키보드를 노트북에서 써보려고 2000원짜리 젠더를 사다 끼워봤는데, 전혀 안먹히더군요. 자체 컨트롤러가 내장된놈이 있어야 합니다.

 

 

 

이놈을 이용하면 됩니다. 근데 가격이 25000원입니다.
후.....................-_-
아무튼 뽐뿌는 다시 가라앉습니다.

 

 


아무튼, 열심히 일해서 저는 카메라를 살겁니다!!

 

 

펜탁스의 K10D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삼성의, 아니 삼탁스의 GX-10을 살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똑같이 세로그립 나올 예정이고, 버튼들은 쌍둥이 모델인 K10D 보다 예쁘게 나왔습니다.

(h모 님이 K10D를 장만했습니다. 그걸 보고있으니 막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좋겠다, 좋겠다..ㅠㅠ)

 

캐논 니콘 이런거 사면 나중에 빨간띠 두른 L렌즈랑 하얀색의 애기/엄마/아빠 백통을 지르겠다고 카드 긁을까 걱정이 되서 안되겠습니다. 저는 펜탁스계열!

 

그리고 렌즈캡으로 이놈을 살까 합니다.

 

 

시그마의 17-70입니다.

서드파티 렌즈이면서 이렇게 많은 칭찬을 들은 렌즈가 드뭅니다. 참 걸출한 놈입니다.

가격도 삼사십에 적당합니다. 탐론쪽 경쟁 모델보다 광각이 더 넓고 간이 접사 기능까지 갖고있습니다. 색감도 펜탁스와 잘 어울립니다. 그야말로 전천후 렌즈라는군요.

 

 

 

그리고 인물 사진용으로 50.4를 사야겠습니다. 50.8이랑 가격차이는 별로 안나는데 더 빠른 렌즈인 50.4로 가야겠죠. 30D에 단렌즈 끼우고 밤에 길거리에서, 혹은 일식집에서 사진 찍어봤는데 정말 뜨악하더군요. 그날 이후로 컴펙트디카는 영 마음에 안찹니다. 일단 17-70 전천후 줌렌즈, 50.4 인물용 단렌즈로 쭈욱 나간다음 망원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보통이라면 17-70으로 버텨도 되겠지만 주위에 여자분이 있다면 단렌즈를 사는게 좋습니다.

 

견적은 대략 160이 넘어가는군요. 신규가입 쿠폰신공을 더하면 약간 떨어지겠습니다.

렌즈들은 중고로 사도 될테니까 130 정도 나올거라고 예상하고있습니다.

 

블로그 꼭데기에 붙여놓은 카메라, 꼭 살겁니다!

 

자, 열심히 일해서 카메라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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