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사용성 이야기/불편함,사용성

이용자는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다.

MIRiyA☆ 2006. 12. 8. 07:29

이용자는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다.


오늘 새벽, 티스토리의 오픈베타 준비로 몇 시간동안 접속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대신 나오는 화면이 티스토리 로고 하나랑 동영상 하나가 붙은 썰렁한 화면이었다.
접속 불가 안내가 티스토리 닷컴에 사전 공지가 된 일이고, 자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저게 점검 중이라 대신 나오는 화면인걸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 텍스트도 찾아 볼 수 없는 화면에서 이용자들은 ‘멍함’을 느꼈다. 단순히 티스토리 오픈에만 올인 한 테터측의 작은 불찰이었다. 뭐 동영상만 감상하고 몇시간 기다리면 될 일을 이용자들은 왜 쪼잔스럽게 화를 냈을까?


 


 ???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


초고속통신망 가입자 A씨의 동생 B가 새벽에 급한 문서를 보내야 한다. 하필 그때 장애가 있어 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피씨방에 가서 보냈다. 게다가 통신사쪽에 전화를 거니 계속 불통이다. 결국 화가 치밀은 A씨는 장애 발생 24시간만에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통신사를 바꿔버렸다. 고객의 불만이 전환 비용을 완전히 초과한 것이었다.


만약 그 타이밍에 통신사쪽 상담원이 제때 전화를 받아 친절한 목소리로 고객 응대를 해주었다면 가입자 A씨는 계약을 해지했을까?


 

위 이야기는 한 포탈의 검색 기획자 블로그에 올라온 실화를 요약한 내용이다.


(밝히면 불편해하실 듯 하다.)
필자가 지난 몇 번의 포스팅으로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오류창이나 안내창, FAQ, 도움말의 중요성이다. 이용자가 가장 궁할 때 만나게 되는 것이 그것들이다. 가장 불만족스러울때, 가장 화가날 때, 가장 답답할 때 보게 되는 화면들이다. FAQ와 도움말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줘야 하고 항상 최신의 내용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아래와 같은 FAQ는 함량 미달이다.


 

캐쉬가 남아서 어쨌다는건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명시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도움말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있다. 캐쉬가 뭔지 대다수의 고객들은 모른다. 이글 보는 우리만 알 뿐이다. 답변에 만족했냐고 밑에 물어보는데, 매우만족에 디폴트 값 지정되어있는것마저 짜증날 법 하다. 십중팔구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캐쉬 때문인데 뭐 어쩌라고!!”




 


이런 에러 메시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뭐 잘못했길래 보안정책이 날 접근 제한하나”하고 당황하게된다. 전근대적이다. 에러 메시지는 어떤 이유로 에러가 발생했는지, 혹은 알수 없는 에러일 경우 적당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 여기서는 고객센터에 문의하라고 했지만 링크가 무려 self로 되어있어 조그만 에러창에 찌그러져서 나온다.


아무튼 이용자가 가장 짜증을 느낄 시간이 오류창, 안내창, 도움말, FAQ를 볼 때이다. 이때 틀어진 이용자의 마음을 붙잡아주지 않으면 예로 들었던 초고속통신처럼 불만은 배가될것이다.

디카 기사 보는 이용자를 디카 쇼핑몰에 연결시킬 생각은 하면서, 한층 짜증내는 이용자의 짜증을최대한 풀어줄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 잡아놓은 이용자를 더 묶어놓는게 우선이다.


이번 티스토리 관련 해프닝은 위의 두가지 예와 같이 안내 화면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티스토리 오픈 관련 동영상을 예쁘게 찍어서 준비한 시도 자체는 좋았는데 너무나도 바빠서 중요한것을 잊었나보다. 테터측도 이번일 관련하여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일에 관련해서 두가지 경계할 점을 말해보자면,

첫째가 자기 옹호요, 둘째가 베타 면죄부다.

 


자기 옹호는 백해 무익이다.


뭘 오픈하던 뒤에서 개발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은 죽어나기 마련.
피말리고, 피곤하고, 쫓기는 시간의 연속이다.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들의 노력을 이용자가 알아주기를 원하지만, 아쉽게도 이용자는 너무나, 너무나 이기적이다. 서비스 제공자의 노고는 광케이블 너머의 이용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자신들은 진짜 쌍코피가 터지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이용자들은 작은 꼬투리를 잡고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고, 때로는 ‘돈에 미친 새끼들’, ‘이용자 등쳐먹는 독재 권력’이라고 욕을 퍼붓는다.


저런 이용자, 철없는 악성 유저가 맞다. 하지만 저런 이용자들이 이곳저곳에 생기게 되고, 기업 이미지를 갉아먹는게 사실이라는 것. 이용자가 제공자를 이해해 주는것이 바람직하지만, 이용자의 대부분은 제공자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제공자가 어떤 부분을 구현하느라 몇날 며칠 밤을 새었건 이용자는 사소하게 마우스 클릭 한번 더 하게 되면 "뭐하러 이딴 기능 만들어서 귀찮게 하냐"며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 웹은 광속으로 생산된 가치가 광속으로 소비되는 시장이다. 이미 아주 각박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얼굴 안보이는 전화 상담원이나 메일 상담원에게 심한 욕설은 부지기수다.


제공자 입장에서 정말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지인은 CS활동을 하면서 욕을 들입다 먹고 점심때 밥먹으면서 그놈 죽일놈 살릴놈 욕을하며 스트레스를 풀고는 다시 냉철한 마음으로 CS에 임한다. 기업 이미지가 있으니 차마 일일이 고소 대응이나 욕은 못하겠지만 중간에 끼어서 받는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다 프로정신으로 버티는 것 같다.


제공자의 니즈(?)를 이용자가 들어주길 기대하는건 바보짓이다. 기획자나 개발자, 디자이너는 아마도 영원히 외로울 것이다. 오직 이용자의 니즈만이 제값을 받는다. 몇몇 극소의 이용자들은 제공자의 뜻과 열정을 이해하겠지만, 댓글도 안달고 침묵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이용자는 제공자의 사정과 상관 없이 냉엄하게 이용할 뿐이다. 일 벌여놓고 슬쩍 넘어가거나 이용자에게 일방적인 이해나 양해를 구해서는 안된다.


집단에 속하게 되었으면 말을 조심하자. 직원이 되면 회사를 대표하는 커다란 족쇠가 붙는다.
말투 하나하나에 이용자들이 반응하고 이야기가 널리 퍼져나간다. 특히 블로그 같은 공간은 더 빠르고 강렬하다. 깨진 유리창 법칙
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고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목소리만으로도 기업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모든 직원은 기업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다."


"고객이 불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당신의 실수를 알아차리리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것은 자살행위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지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 문장은 모 포탈 기획자 블로그에서..)



앞으로 점점 더 CS와 AS의 중요성이 강화될 것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악평에 시달려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해 질 것이다. 고객 서비스의 중요도는 분명 높아진다.


테터는 이제 조심해야 한다. 테터툴즈는 공개 설치형블로그라 모든 유지보수를 블로거 자신이 도맡아 했지만, 티스토리에선 이제 만만한 샌드백이 생겼다. 탓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겼다.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겼다. 뭐만 잘못되었다 하면 아주 많이 욕을 먹고 많이 바빠질 것이다. 이런 다분히 포탈스러운 상황에 테터는 빨리 적응해야 할 것이다.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었던, 레어했던 티스토리의 특성이 이번 오픈 베타 때문에 사라졌기 때문에 이제 엄청난 양의 하급 유저가 밀고 들어올것이다. 방학을 앞둔 카페 운영자처럼 목욕재개하고 바짝 긴장해야 할것이다. 밉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들이 몰려온다. : )





베타라고 용서해주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베타라는 딱지를 감안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 티스토리 건으로 깊이 느꼈을 것이다. 올블로그 티스토리 태그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티스토리는 베타지만 어제 많은 욕을 먹었다. Web2.0 시대에 beta 딱지는 너나할것 없이 동서양 웹서비스 로고에 유행처럼, 휘장처럼 달려있다.


웹사이트의 베타는 과거의 게임 베타 테스트처럼 그렇게 불완전한 의미, 꽉 막힌 형태가 아니다.
기본 기능만 만들어놓고 오픈한다음 차차 기능 추가하는 웹사이트, 실험적인 웹사이트, 유저의 반응을 봐 가며 서비스 방향을 결정해야 할 웹사이트 등에 베타를 붙인다. 이미 베타는 '미완성작'의 의미를 잃었다. 더 이상 '베타'는 '베타테스트'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저 장기간 업데이트 되어가는 웹서비스일 뿐이다. 이미 어느정도의 규모를 확보한 웹사이트는 더더욱 그렇다. Flickr만 봐도 죽치고 베타를 하다가 감마까지 갔다. Flickr가 불안정한 서비스를 보여주면 과연 이용자들은 '감마'라고 그냥 양해하고 넘어갈까?


티스토리는 솔직히 클로즈드 베타가 아니었다. 티스토리 아이디가 있는 유저만 글을 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올블로그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 대부분 티스토리 계정을 갖고 있어서 티스토리 회원만 불편을 겪었다고 살짝 간과 한듯 한데, 티스토리에 로그인 하지 않아도 일반 이용자들이 블로그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용자들은 티스토리 공지사항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도 생각해야한다. 베타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야, 감안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어제의 일은 베타라 어딘가 있었던 버그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운영의 미숙에서 온 실책이다. 뭐.. 티스토리 운영도 베타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 )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호감어린 말투로 경축해주고 노고를 치하해 줄 수 있지만 제공자는 결코 그에 빗대 자신을 합리화 시키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가혹해지고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열어야 누구나 만족할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NC CEO의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를 보니 이 문제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노정석님은 이미 어제의 속쓰린 경험을 양분으로 소화하고 향후 수십년의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듯 하다.


게다가 티스토리 점검시간동안 제대로 설명글을 올리지 않은것이 티스토리 직원들이 악독해서가 아니다. ^^ 잠깐 실수했을 뿐이다. 동영상을 만드느라 무척 수고했을 것이고, 채 공지 문구를 넣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것이리라.
어제 같이 좋은 날 아침에 약간 흠이 되는 일이 있었던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티스토리의 다음번 점검 화면을 기대해본다. :)


 


ps.

1. 나는 다음의 안티가 아니다. 단지 적당한 스크린샷이 눈에 띄었을 뿐.

2. 나는 테터의 안티가 아니다. 이미 일 끝났는데 이런 글 올려서 송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