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부품 동향에 대해 잠깐 정리하고, 차후 발전 방향과 더불어 이에 따라 출시될 신제품에 대해 썰을 풀어보는 시간을 잠시 갖겠다. 아래 내용들은 컴덕후 친구 QuadXeon의 자문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저 친구 요즘 조용하지만 죽거나 다시 군대간건 아니다. 방명록으로 저 문디같은놈 안부 물어보는 사람이 있길래..)
1. SSD 동향/예측
사람들이 흔히 쓰는 HDD 대신 SSD를 사용하게 되면, 정말 미칠듯이 빨라진 컴퓨터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왠만한 쓰레기 똥컴도 SSD만 달아주면 정말 날듯이 빨라지는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너무 좋다고 이걸 섹스 디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뭐 시발 내 개인 블로그에 이런 단어 쓰면 뭐 어때.)
아마 일반인들이 SSD에 대해 듣기 시작한건 2000년대 초반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자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2만달러의 사비를 털어 몇 GB 되지도 않는 고가의 SSD를 구입한것이 시작일 것이다. 이 당시에는 기술 초기 단계라 무척이나 가격이 비싼지라 일반인들은 거의 구입이 어려웠다.(저딴걸 사는데 2000만원이라니. 주지사님 정말 대단한 얼리어답터인듯.) 이후 2007년에 대만의 ASUS가 eeepc701이라는 혁신적인 노트북에 SSD를 기본 탑재하고 나오면서 대중화 되기 시작하였다. (이게 바로 넷북의 시초다. SSD의 출시와 때맞춰 맞물린 인텔의 저전력 ATOM CPU는 넷북이라는 새 장르를 내놓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 2008년에 애플이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SSD의 존재감이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되었다. 저렇게 충격적일 정도로 얇은 노트북이 존재할 수 있다니, 그럼에도 맥북프로만큼, 혹은 맥북프로보다 더 빠르다니.. 이건 SSD의 역할이 아주 크다. 여튼 SSD 짱이라고.
일단 SSD의 수요는 맥북에어 맛을 본 사람들이 서서히 촉발시켰고, 이후 2010년에 삼성이 S470, 인텔이 X25M이라는 걸출한 SSD를 출시하게 되었고, 역시 2011년에 OCZ Vertex 시리즈, 인텔의 G3 등이 출시되며 2011년은 SSD 대중화의 원년이 되었다. 나 역시 2011년에 S470 64GB와 128GB를, 2012년 올해 초에 S830 128GB를 구입하며 얼리어답터질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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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오타쿠 냄새;;
뒤이어 출시된 삼성 S830, 인텔 520시리즈, OCZ Vertex 3 등은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SATA3 인터페이스가 수용할 수 있는 속도 한계를 넘어버렸다. 뭔 말인가 하면, 암만 커다란 들통으로 물을 부어대도 파이프가 좁아서 속도에 한계가 온다는 것이다. 이게 뭐 SATA4 등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면 해결될 문제같지만, 단기간 내엔 해결될 수 없다. SATA3 표준이 완성된게 2009년 5월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데다가, SATA4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고 있다. 그니까 이게 1,2년 안에 해결되기엔 싹수가 노랗단 말이다. 이미 속도 제한에 걸려버린 SSD는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빨라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SSD는 신제품 출시는 뜸해지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내려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그에따라 256기가 제품이 128기가 제품 가격으로 내려오고, 128기가 제품이 64기가 제품 가격으로 내려오는 식으로 고용량화, 대중화가 되는것은 물론이다.
2010년 11월에 내가 삼성 S470 SSD를 살라고 벼르던 글이 검색되는데, 64GB짜리 SSD가 당시에 가격이 16만원이었다. 그리고 2012년 2월 현재 S470의 후속 모델인 S830의 64GB 버전이 가격 12만원이다. 거기에 S830 128GB 모델이 여친 사주던 작년 11월 구입당시엔 30만원이었는데, 3달 지난 지금 가격은 23만원이다. 망할.. 아마 올해 안에 256GB 모델의 가격이 30만원대로 들어올것 같다. 지금은 48만원으로 좀 부담스러운 가격대. 그리고 64GB SSD가격이 마의 10만원대를 깨부수게 되면,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게다가 저번 태국 홍수 이후로 작년 6만원 하던 1테라 하드 가격이 12만원 이 지랄인 상황에 SSD로 눈길이 더 갈 것은 자명하다. SSD 달았다 하면 속도가 진짜 천지개벽하게 빨라지는데 이게 10만원도 안한다.. 상당히 매력적이다. CPU좀 올리고, 램 더 달고 한다고 속도가 확 빨라지는건 아닌데 SSD는 정말 돈값 하니까.
+ 덧붙여서..
위에서 SATA3 대역폭 제한때문에 SSD의 속도 제한이 있을거라 적었다. 하지만 이 속도 제한을 뚫을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바로 흔히 VGA 카드 꽂을때 사용하는 PCI-E 포트를 사용하면 된다. 이게 어떤 차이가 나냐면.. SATA3의 대역폭은 6Gbit/s인데, PCI-E 3.0의 대역폭은 8GB/s이다. Gbit/s와 GB/s의 차이에 주목하자. 대역폭이 600 vs 8000으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이정도면 현재 500MB/s 벽에 닿은 SSD가 더 빨라질 구멍이 충분히 생긴다.
그리고 이걸 실제로 활용해서 나온게 OCZ의 RevoDrive 제품군이다. 이놈은 읽기 속도가 1500MB/s에 쓰기 속도가 1300MB/s에 달하는 그야말로 정신나간 고삐풀린 괴물이다. 현재 960GB 버전이 가격이 499만원이다. 우웩; 120GB 제품은 현재 59만원으로 닿을둥 말둥 한 가격에 포진하고 있다. 속도가 읽기 975MB/s에 쓰기 875MB/s니까 현재 나오는 삼성 S830 SSD보다 두배 빠른 속도를 느껴보고 싶다면 적당히 돈주고 사볼만하다. 뭐 일단 모르겠다. 이건 거의 특수목적 용도고, 현재 일반적인 SSD 속도만 해도 차고 넘치기 때문에 앞으로는 속도보다는 용량이지 않을까..
2. HDD 동향/예측
태국 홍수 여파는 아마 올해 9~10월달은 되어야 예전 가격으로 정상화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큰 HDD 제조사중 하나인 웨스턴디지털 공장이 물에 잠겨 초토화 되었다. 그래서 엄청난 공급 부족이 생겼고, 이에 따라 대기업 메이커 PC 회사들은 온갖 구형 저용량 HDD까지 구입해대며 시장을 쓸어버렸다. 덕분에 재고 부족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HDD 가격이 거의 2배나 올라버린 망할놈의 일이 발생했다.
참 웃기는건 웨스턴디지털과 쌍벽을 이루는 시게이트는 공장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사랑 비슷하게 가격을 올려받고 있다는 것이다. 개놈들 아냐 이거.. 덕분에 시게이트의 이번 매출이 18.5% 증가, 순이익이 375% 증가했다고 한다.(2월 초 기사다) 이때 적절한 시게이트 사장의 멘트 인용하면 분위기 아주 압권.
"솔직해집시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소비자들이 쓰잘떼기 없는 소프트웨어를 더 많이 사고, 야동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Let's face it, we're not changing the world. We're building a product that helps people buy more crap - and watch porn." - 시게이트 사장 빌 왓킨슨, 2006년 말 CNN인터뷰에서
졸라 멋지지 않나. 아주 너무 솔직한 개놈이라 저 수염에 얼굴 부비고 친구하고 싶을 정도다. 여튼 웨스턴디지털 공장 물에 잠기고, 시게이트가 반사이익 보고 이짓 하는건 아마 올해 2012년 9월~10월 정도까진 이어질것 같다. 그 전까지 하드디스크 사는건 몹시 억울한 선택이 될 것이다. 아마 요거때문에 저용량 SSD가 반사 이익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아 저딴거 살 바에야 좀 참고 차라리 SSD를 사자. 뭐 이런거. 용도가 좀 다르긴 하지만.
작년 말 삼성전자가 취미 비슷하게 운영하던 HDD 사업부를 업계 1위 시게이트가 인수했고, 동시에 삼성전자는 시게이트의 대주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업계 2위 웨스턴디지털은 업계 3위 히타치의 HDD 사업부를 역시 인수했다. HDD 업계가 합종연횡하고 있다. 이젠 그냥 Big 2 양사의 시장 싸움이다. 홍수 맞은 웨스턴디지털 어쩔..
뭐 SSD의 등장으로 HDD가 좀 후진 느낌이 드는건 사실이지만, HDD의 그 엄청난 가격대 용량비를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HDD 사업은 향후 한참동안은 큰 문제는 없을걸로 보인다. 아마 한동안은 일반 PC나 하이엔드 노트북은 SSD + HDD 탑재가 일반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역시 뭐 울트라북이나 맥북 에어 등은 고용량 SSD만 탑재하고 클라우드로 보강하는 식으로 갈것으로 예상한다.
홍수로 인한 HDD 가격 폭등, SSD 가격의 하락과 대중화.. 이런 환경적 요인에 힘입어 2012년 올해는 아마 클라우드 서비스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침 OSX Mountain Lion에서도 iCloud를 OS와 좀 더 밀접하게 결합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올해 말에 나올 윈도우8의 클라우드 적용도 기대된다. 정말 미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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