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2/디자인

디터 람스전 사진 모음, 그리고 디자인 10계명

MIRiyA☆ 2011. 4. 19. 14:02

3월달에 디터 람스전을 갔다왔는데, 당시 찍은 사진이 혼자 보기 아까워 여기 덤프하고 공유해본다. 

아래 디자인들은 대부분 디터 람스가 브라운사 재직중에 디자인한것도 있고, 람스네 디자인 팀이 디자인한것도 있고, 람스를 추종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것도 막 섞여있으니 양해를.



람스의 디자인 철학. 그래, 디테일은 중요한거라고.



그래, 내 말이 내말이.. 덜 할 수록 좋은거다. 뭘 그리 덧대고 추가하지 못해 안달인가.




람스가 디자인한 각종 플래시들. 별로 감흥은 없다. 요즘에는 안만드는듯.




람스표 라이터들. 구녕에 담배를 들이대고 측면이나 윗면의 버튼을 눌러 불을 붙이는 방식인가보다.




대박. 이렇게 심플하고 아름다운 스피커 디자인이라니..

1968년에 이런걸 만들었단다.




이건 라디오같은데, 맨 뒤에 보이는건 애플까들이 아이팟 클릭휠의 원조라며 들이미는 그 사진의 그것 같다.

저 제품에선 휠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름다운 타공망의 조화가 제일인것 같다. 저 비율 봐라..

뒤쪽에도 쭈욱 나오겠지만, 람스 이 양반 타공망 제법 잘 뚫는것 같다. 구멍을 뚫어도 예쁘게 뚫는게 있다.





이건 뭐 전세계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라나? 뭔가 복잡하면서도 장식 없게 깔끔한 다이얼들이 눈에 확 띈다.

직접 돌려봤으면 좋겠다. 분명 조작감 환상일거야.




이건 뭐라더라, 선풍기랬나? 이런 제품 뒤에서 더 나온다.

모양 자체는 별로 예쁜것 같지 않은데, 흰색과 연회색의 배색이 장난 아니다. 거기다가 옆의 베이지색 다이얼봐라..




이건 레코드 플레이어.. 저 깔끔한 헤드의 모양 봐라. 예전에 우리집에 있던 헤드는 바늘이 다 노출되어있었는데..

바닥 부분에도 장식이 하나도 없다. 브라운사 로고 박아넣은 위치도 아주 절묘하다. 이게 1963년대 디자인인데, 아직도 이정도도 못하는 디자인이 너무나 많아 안타깝다.




연한 목재와 환상적인 색감의 회색 앞판의 조화가 예술, 게다가 저 버튼 색 봐라, 색감이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옆의 스피커 모양새가 정말 예술.




이건 휴대용 레코드 플레이어. 저번보다 더 단순하고 다듬어진 헤드가 보인다.

람스의 디자인은 뭔가 후진 느낌이지만, 그 옛날에 저런게 나왔다고 생각하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

후진 느낌이 나는건 아마 낡고 소재 가공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선들이 많고 재질이 요즘보다 안좋아서 그런것 같다.




뒤에 있는 스피커도 한 면 전체를 타공망으로 처리하고 깔끔함을 자랑한다.

저 앞에 버튼 달고 다이얼 달고 이런건 모독이다.





다이얼 디자인 봐라. 저 똑딱이 디자인 봐라..

그 옛날에 이런걸 다 디자인했다. 내가 태어나기 20년도 전에 저런게 나왔다. 굉장하다.

저 깔끔한 다이얼이라니! 게다가 그 다이얼을 약간 하단에 배치한것도 한몫 한다.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는 음식을 먹어치우는 기분으로 저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을것 같다.




이거 역시 조너선 아이브가 배꼈을거라며 나오는 떡밥중 하나.

측면이 열리는 모양새가 맥 프로의 옆판과 같다는데, 그건 정말 지엽적인 지적이고..

조너선 아이브는 거의 모든 DNA가 디터람스를 계승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저 옆의 타공망 디자인은 지금의 맥북 스피커 구멍이나 아이패드 2의 스피커 그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은색 알루미늄과 검정색의 조합 역시 마찬가지. 람스는 수십년 전에 이런 극치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아이브는 그걸 계승해서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내었다. 정말 온고지신.




뚜껑을 열면 저렇게 노트를 보관할 수 있다.




각종 숫자가 복잡하게 그려져있는건 요즘 시대에 구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건 일단 아날로그 시절 60년대 작품이니까. 흰색 버튼 세개에 주황색 버튼 하나. 근데 AM은 흰색이고 FM은 주황색으로 강조해놓은게 의문이다. 왜 저걸 강조했을까? 그냥 똑딱이 달면 되는거 아냐?




이것도 휴대용 라디오.

좌상단의 스피커, 우하단의 다이얼.. 이 완벽주의자같으니..





보고서 그 세련미에 완전히 놀란 스피커. 

이 미친듯한 작품을 수십년 전에 디자인했다니! 디자인 할 때 마약이라도 먹은걸까.

이런 모양새를 요즘 아이맥이나 애플시네마의 모니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건 레몬 짜는 기계 같은데, 기능성이나 디자인이나 그 깔끔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미묘하게 보라빛이 도는 저 플라스틱은 많이 울궈먹은것 같다. 제품의 디자인상 포인트가 된다.





이건 드라이기라는데, 위쪽 선풍기부터 시작해서 이런거에 브라운사가 특허라도 갖고 있나보다.

우왕, 저 풍량 조절하는 다이얼좀 봐.




이것도 드라이기. 




이건 요즘에도 흔히 보이는 믹서기인데, 60년대에 완성시킨 이 디자인이 요즘도 변하지 않은것 같다.




이건 계산기. 저 버튼 모양을 역시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가 아이폰에 내장된 계산기 디자인에 차용했다고 한다.

진한 회색에 연한 노랑, 진한 녹색.. 디터람스가 즐겨 쓰는 색 배합인것 같다.




좀 재질 자체가 플라스틱 싸구려같긴 하지만 디자인은 맘에든다.






우와앙 나왔어요. 내가 유일하게 브라운사 제품으로 기억하는 전동 칫솔..

브라운사는 요즘 면도기랑 칫솔만 만드나??







이건 각종 비디오 촬영장비인가본데, 그닥 히트쳤을것 같진 않다.

토끼귀같이 열려서 필름을 걸 수 있는 영사기는 끝내준다.






디터 람스가 주로 써먹는 스타일을 깔끔하게 정리한 벽 무늬.




아깐 타공망을 기깔나게 배치하더니, 이번에는 타공망을 배경으로 깔고 거기 조작계를 붙이는 애교도 부려준다.






와, 저 테이프 끼우는 부분 봐.. 디자인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우측의 조작계는 접고 펼 수 있나보다.




예쁜것 같긴 하지만 싸고 흔해보인다.





브라운의 도깨비방망이 같은데, 전시회관측 이거 너무한거 아니냐..








각종 계산기들. 저 진한 녹색, 갈색, 옅은 노랑의 배색을 보라구.

당시 최신 유행이었을 슬림한 태양열 계산기도 이쁘다. 플랫하게 버튼 배열한건 아마 그 당시엔 신기술이었을듯.

과거로 회귀하는 요즘 시절에 저렇게 디자인하면 버튼이 버튼같지 않고 인쇄물 같다고 대차게 까인다.









독일의 공공 광장에 세우는 시계탑 디자인이란다. 시계탑 디자인마저도 이렇게 시크하다. 저 태양열 전지판 봐라..












이건 작품이 많은걸 봐서 많이 팔리거나 많이 밀어준 제품 같은데, 내 눈에 잘 안띄는 이유는 너무 구식이라서인가..








브라운사의 패키지 디자인을 본딴 아이패드의 패키지.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를 배껴도 뭐라 안하는데, 삼성이 애플을 배끼면 뭐라 하냐고 반박할수도 있겠다.

다 맞는 말인것 같고, 회사 이미지나 이런게 많이 반영되는게 아닌가 싶다. 애플 전에는 저렇게 디자인하는 회사들이 거의 없었을 것이고, 있었다 하더라도 존재감이 거의 없었겠지. 브라운사 조차도 요즘에는 거의 관심을 못받고 몇십년 전에 디자인한거니 대중들의 인식 속에 애플이 최초처럼 보였을 것이다. 여튼 똑같이 참조하더라도 예쁘게 못만들면 배꼈다는 소리 듣고, 예쁘면 재창조했다고 소리 들을테니 재미있지 아니한가.




기능성도 제법이다.




람스식으로 꾸민 방 같은데,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뭐가 그리 대단한지 난 잘 모르겠다.




저 버튼은 먹고 싶을 정도다.




저 녹색 뽕뽕이 점 찍어놓은것도 완전 귀요미. 저게 60년대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충공깽.





들고 다니다가 옆으로 열어서 쓸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인듯?




스피커 생긴거 봐. 정말 진보적이다. 타공망 갖고 사람을 울리는구나.






볼록한 브라운관 모니터. 지금 보니 완전 인테리어 소품같네.




이건 68년에 나온 소니의 컬러 TV -_-;;




람스의 다이얼 디자인에 대한 스케치들. 






하나하나 디테일이 환장할 정도로 예쁘다. 헤드의 저 고무 그립 부터 해서 노란 다이얼의 섹시한 모양새, 각종 버튼들은 초코볼처럼 예쁘고 색감 끝내준다. 






응? 이건 뭐야 하고 바라보다가 벙찌게 만드는 내용 ㅎㅎ





이것도 멋진데.




제법 유명한 의자인듯.






아.. 의자가 무슨 마카롱같다.




세개의 쇠 레일에 걸어둔 선반인데, 고정할 때 쓰는 금속 심이 왜 옆으로 안빠지나 궁금해서 확대를 해봤더니..



이렇게 중간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서 걸리도록 되어있다. 굿 아이디어.




BRAUN이 아니라 DRAMS ㅎㅎ







문손잡이 하나도 허투로 디자인 안하는거 보소.



아래의 제품들은 디터 람스에게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

조너선 아이브, 제스퍼 모리슨, 후지사카 나오토 등등..








이 CDP는 후지사카 나오토의 작품인데,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과 닮지 않았는가?

디터 람스가 그들의 아버지격 된다 보면 될것 같다.




요건 디터람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듯.






드디어 나왔다. 구형 아이맥 닮았다는 바로 그놈이다. 보통 브라운관의 툭 튀어나온 전자총 부분은 감춰야 할 부분으로 여겨졌는데, 저렇게 디자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건 저걸 배꼈다는 아이맥. 이쯤 되어야 재창조 소리를 듣지 않겠나.


디터 람스가 이렇게 말했다지 않나.

“사람들이 제게 말하더군요. ‘애플(Apple)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당신 디자인을 베꼈어’라고요. 오, 그건 아닙니다. 애플의 디자인과 제 디자인이 연결돼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복제한 게 아니죠. ‘덜할수록 더 좋다(Less and More)’는 제 디자인 철학을 따른 거죠. 저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여튼..

디터 람스전을 재미있을까 재미없을까 반반으로 생각하다 보러 갔는데, 정말 얻은게 많았다.

간간히 낡은 소재와 심심한 가공을 보면 람스의 디자인이 후져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요즘의 기준에서 보니 그런걸거고 거의 반세기가 다 되가는 디자인이 이 정도로 선방을, 아니 감탄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거 보면 이 사람은 산업 디자인의 교과서나 다름 없는것 같다. 덜 할수록 좋다, 아 멋진 말 아닌가.


이 사람의 10계명대로 디자인하면 세상 모든 제품이 아름다울텐데 참 아쉽다. 


01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혁신의 가능성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항상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제공된다.

혁신적인 디자인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과 나란히 발전하기 때문에 그 자체에 끝이란 없다. 


02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제품은 필요해서 구입한다. 그 필요성의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제품은 기능적으로 뿐만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만족을 주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따라서 필요성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무시한다.


03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제품의 시각적 만족감은 필요성의 일부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대로 작업된 대상만이 아름다다.


04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구조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제품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면 더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다.

Good design is honest. 


05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실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더 강력하고, 더 가치있게 보이도록 하지 않는다.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구매자를 속이려 하지 않는다.


06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달성한 제품은 연장과 같다. 그것은 장식물도 아니고 예술작품도 아니다.

따라서 제품의 다지인은 사용자의 자기표현이 가능한 여백을 남겨두기 위해서 중립적이고 절제되어야 한다.


07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좋은 디자인은 유행을 쫓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구식이 되지 않는다. 

유행을 쫓는 디자인과 달리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요즘 같이 쉽게 쓰고 버리는 시대에도 그렇다.


08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어떤 것도 임의로 혹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자인 과정에서의 배려와 정확성은 구매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09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 보존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 

자원을 보존하고, 제품의 일생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각적 공해를 최소화한다.  


10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더 적은 게 더 낫다. 좋은 디자인은 본질적인 것에 집중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짐을 지지 않는다.

순수함, 단순함으로 되돌아가자!


백년 천년 지속될 수 있는 진정한 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