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잠시 짬을 내어 미술관에 갔다왔습니다. 집에 앉아서 밤새도록 키보드만 두드리며 콜라만 마시고있으려니 심히 피폐해지는것 같더라구요. 이 와중에 문화충전을 하지 않으면 웹덕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요. 저랑 비슷하게 사는 분들이 아마 여럿 계실텐데 이렇게 가끔 전시회나 영화관, 컨퍼런스 같은데 참석해서 머리를 정화시키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생은 열심히 사는게 아니라 잘 사는게 최고죠.
11번 출구를 나오면 옆에 이렇게 투썸 플레이스가 보이고, 180도 돌아서 호아빈 쌀국수집 있는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좌회전 하면 덕수궁 돌담길이 나오고, 좌회전하여 돌담 따라 걸어가다보면 서울 시립 미술관이 나옵니다. 11번 출구 나와서 직진하면 훨씬 가깝지만 저는 전시회 보러온 낭만파라 여유를 만끽하며 돌담길을 걷는걸 선호합니다.
우왕~ 다 왔습니다. 배너에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와 페르낭 레제의 '여가 -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가 들어가있습니다.(물론 제가 외우고있던건 아닙니다.) 미술관 들어가서 꼭 놓치지 않도록 합시다. 영화를 영화관 가서 보는거랑, 컴퓨터 앞에서 WAF DVD릴로 보는거랑.. 음악을 MP3로 듣는거랑 라이브로 몸을 울려가며 보는거랑 마찬가지로.. 미술품 역시 실제로 보는것과 웹 이미지로 보는건 안드로메다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드디어 관내로 들어왔습니다. 요 문 앞에 서있는 예쁜 누나한테 표 검사 받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전시를 보려면 2층으로 올라가 빙빙 돌며 3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게, 프랑수아 자비에 라란의 '양떼'입니다.(위 사진과 달리 여러 마리가 녹색 잔디 위에 묘하게 세팅되어있습니다.) 다 세어보니 스물네마리였는데 그중 머리가 없는게 열 네마리입니다.
전시 공간은 펜스가 쳐져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만약 들어갈 수 있었다면 보러온 유딩들이 양 위에 올라탈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묘하게 앉고싶지요.
파블로 피카소의 '누워있는 여인'. 의도적으로 과장된 윤곽과 색채의 조합이 탄성을 자아냅니다.
참 입체적으로 표현되었군요-_-; 하반신의 앞 뒤가 동시에 나옵니다. 피카소 아저씨가 평소에 저렇게 그려왔지요. 실제로 몸 윤곽을 그린 선은 녹색, 피부색은 붉은 톤이 돕니다. 색상도 참 강렬하구요. 위 이미지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이날 구입한 도록을 보니, 작품 중간의 꽃은 '다산'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동행자 분은 머리를 갸우뚱 하며 "오징어같기도 하고...")
이건 역시 이번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중 하나인 앙리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
정말 제가 이 저화질 이미지를 올리면서 한숨 팍팍 쉬던것이.. 저 붉은색과 실제 가서 보는 붉은색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너무 너무 다릅니다. 실제 이미지는 '우와' 소리 나올정도로 화사하고 경이롭습니다. 가까이에서 붓터치를 느끼며 감상해보시지요. 제가 어휘력이 부족해서 이 이상 표현은 못하겠습니다. 원화와는 민망할정도로 차이납니다.
이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있던 지우제페 페노네의 '그늘을 들이마시다'입니다. 큼직한 철망 안에 월계수 잎을 가득 담아서 벽돌처럼 한 공간을 빙 둘러놨습니다. 공간 안에 들어서자 월계수 향이 가득하고, 조명은 어둑어둑하게 세팅되어있고, 위 사진처럼 한쪽 벽 월계수잎 모양 브론즈로 만들어진 폐가 걸려있습.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위는 앙리 마티스의 '폴리네시아, 하늘'과 '폴리네시아, 바다'입니다. 저 색과 형태가 너무 맘에 들어 기념품 판매대에서 엽서로 한장 구입했습니다. 마티스가 병상에 누워서 색종이를 오려붙여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것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페르낭 레제의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인데요, 뭔가 놀러나온 사람들이 묘한 붓놀림으로 표현되어있고, 왼쪽 위의 새가 참 맘에 드는.. 아무튼 희한한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음.. 그럼 중앙의 여자가 손에 쥐고있는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는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저건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렸다고 하는군요.
이것이 바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원작인 '마라의 죽음'입니다.
위는 알랭 자케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입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동명 원작,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풍자한 작품입니다. 비교해보시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블라디미르 두보사르스키와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의 개그본능이 엿보이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입니다.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카미유 피사로,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의 인상주의 화가들을 등장인물로 홀딱 벗겨 어이없게 표현해놨습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 원작을 그렸던 에두아르 마네는 맨 가운데에 모로 누워서 성기가 노출되어있네요. 지못미.. 얼굴 유명한 고흐씨는 왼쪽에 딱 봐도 보이네요. 이 그림 사이즈가 가로 5미터, 세로 3미터입니다. 이 전시회 피날레를 장식하네요.
이건 전시회장 출구에 마련된 액자 판매 코너인데요, 신개념 공법인 뮤라섹에 대해 홍보하고있었습니다. 이건 다음 포스트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아마 중고등학생때 반강제로 수행평가 겸 해서 간 미술 전시회 이후로 오래간만에 가는 전시회 같습니다. 사람은 IQ와 EQ가 공존해야지, 하나만 언벨런스하게 높으면 하향평준화 되버려서 제구실 못한다고 합니다. 이참에 다들 미술관 가서 문화충전 하시죠.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천국의 이미지 '화가들의 천국'
2008.11.22~2009.03.22 서울 시립 미술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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