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예고한대로 컴퓨터를 새로 샀다. 내가 수능 치고 데스크탑을 맞춘지가 2005년이니까, 거의 7년만에 데스크탑을 가지게 된 셈이다. 오늘은 그러니까, 에.. 자랑 글을 쓰는 시간이다. 야호, 나는 자랑이 정말 좋다. 얼른 부러워하라구 다들.
일단 견적은 저번이랑 비교해서 별로 크게 달라진건 없다. 아쉬운것만 좀 남았을 뿐이다.
시간과 택배비 관련 귀찮음으로 ADDA 쿨링팬이 아니라 저렴한 다른 팬을 사용한거 정도?
저 견적은 내 친구중 컴퓨터 관련하여 꽉 쥐고 있다는 QuadXeon이 야심차게 만든건데, 컨셉이 일명 '로리 거유'다. 얼굴은 동안인데 가슴은 큰 여자- 뭐 그런건데 아무튼 크기는 아주 작은데 성능은 상당히 알찬 컨셉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굳이 사진으로 예를 들자면 일본 그라비아 배우인 시노자키 아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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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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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이해가 갔으리라 믿는다. 난 뭐 딱히 거유 페티쉬가 있진 않아서 내 취향은 아니다만, 견적내는 사람이 그렇다는데 뭐 어쩔거야.. 여튼 아주 작으면서 속이 알찬 컨셉. 일단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아이를 영접하기 위해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치원에서 왕십리까지 한달음에 올라갔다. 이미 각종 부품들은 퀵으로 배송이 와 있었고, 나는 QuadXeon과 룸메들을 위한 닭 3마리를 사들고 들어갔다.
램 갯수를 세고 있는 QuadXeon.
왜 램이 4개가 아니라 3개가 왔냐며 욕을 하더니만 주문 목록 확인하고 짜증내며 집 컴에서 4기가 램 하나 빼서 매꿔넣었다. 정말 멍청하다. 옆에 굴러다니는 CPU랑 메인보드가 보인다.
조립의 시작은 메인보드에 CPU를 꽂는 것 부터 시작한다.
메인보드 구경부터 좀 해보자. 일단 여기 보이는 ASUS의 P8H67-M Pro는 mATX 규격 메인보드중 적당히 괜찮은 보드중 하나다. 스펙들 보면 고만고만하게 충실한것 같다.
저 우측 위에 SATA 포트가 여섯개 보이는데, 두개는 SATA3고, 네개는 SATA2다. 컨트롤러 자체의 한계로 인해 SATA3를 더 많이 달아둔 메인보드는 거의 찾기 힘들다. 있다고 하더라도 자체 컨트롤러를 증설하여 때운식 인지라 속도가 늦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저 흰곳에는 필히 SSD를 꽂아줘야 한다. 저기다 안끼우면 SSD 속도를 모두 못내기 때문에 좋지 않다. 나는 SSD 하나에, HDD를 2개, ODD 하나 해서 총 4군데를 사용한다. 케이스 스펙상 HDD용 3.5인치 베이가 3개다. SSD를 아무때나 대충 짱박으면 SATA포트를 최대 총 5개까지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거기다가 보드를 설치했을 때 SATA포트가 하단에 오기 때문에 케이스와의 궁합도 좋다.
번외로 짜증나는건.. 유통사가 뭐가 저렇게 자랑스러운지 밑에 STCOM 이라고 스티커를 붙여놨다. 정말 보기 싫으니까 각종 접착물들은 몽땅 떼어내고 지우개로 지워서 깔끔하게 처리하자. 난 스티커가 정말 싫다. 노트북 사면 키보드 아래 여백 부분에 코어 아이 쓰리니 파이브니 쎄븐이니 나발이니 처발라놓고, 엉, 모니터 샀더니 위에 해상도가 몇이고 색재현률에 응답성능에 빨강 노랑 파랑 녹색 아주 온 세상 총천연색은 다 갖다 처발라갖고 온갖 지랄 자랑질을 다 해놨다. 보급형 디카들도 보면 디카 껍데기에 온갖 몇백만 화소니 뭐니 붙여놓은거 보지 않나. 정말 거지같은 꼬락서니니까 이런거좀 안붙였으면 좋겠다. 이미 제품 샀는데 뭘 더 어필하고 싶은건가? 쓰레기같은 퀄리티의 스펙 홍보 스티커 붙여가면서 제품을 망가뜨리지 마라. 이건 내거지 니들 광고판이 아냐.
좌측 상단의 길쭉한 램 슬롯은 총 4개, 8기가씩 총 4개를 꽂을 수 있는지라 최대 32기가까지 램을 증설할 수 있다. 남자는 풀뱅이라는 마초적인 로망을 가진 나지만, 4기가 풀뱅은 해도 8기가 풀뱅은 가격적인 부담이 커서 못하겠다.
그 외에 뭐 백패널 보면 내장 그래픽카드 달린 놈이고, USB 3.0 지원하고, USB 구멍 총 6개까지 지원하는 놈이란걸 알 수 있다. 뭐 대충 나한테는 아주 쓸만하다. eSATA도 안쓰고 DP포트도 필요없으니까.
흠.. 아수스가 뭔가 삘을 받았는지 냉각핀에 웨이브를 저렇게 넣어놨다. 그것도 파란색으로.. 뭔 바다를 형상한건지 원 ㅋㅋ
요렇게 CPU 슬롯 열고 인텔 코어 i7 2600 CPU를 꽂아준다. 꽂기 전에 메인보드쪽 핀이 휜게 없나 잘 살펴보자. 휜게 하나라도 있으면 CPU가 작동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휘어있으면 칼 같은걸로 대충 바로잡아주면 된다.
CPU에 써멀 컴파운드를 발라주고 있다. 냉각핀과 딱 달라붙어서 열전도가 잘 되게 만드는 용도라는건 대부분 아시리라.
그리고 보드 뒤쪽에 백플레이트를 달고 이렇게 조여준다.
6각 렌치 없는 사람을 위해 저렇게 십자 드라이버랑 호환되는 어댑터 같은것도 주나보다.
냉각핀을 설치하고, 그 위에 냉각팬을 달았다.
여기서 핵심은 냉각팬의 방향이다. 보통 냉각팬은 CPU 위의 공기를 흡입하여 밑의 냉각 핀으로 쏴주는데 반해, 저건 냉각핀의 공기를 빨아들여 위로 뿜어주는 방향이다. 뒤집어서 설치했다는거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램도 4기가 4개 풀뱅크로 꽂아줬다.
컴퓨터 전체에 안정된 전원을 공급하는 중책을 맡은 PSU.
안텍의 Neo ECO 520 80 Plus다. 따로 뭐 오버클럭을 할것도 아니고, 듀얼 그래픽을 쓰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520와트면 충분한 용량이다. 거기다가 각종 케이블 선 말아놓은 재질이라던가, PSU 껍데기의 금속 프레임을 만져보면 "아 젠장 고급이다 이거"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
사용하다가 컴퓨터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돌연사 현상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바로 파워 문제다. 불안정한 전압을 공급하거나, 뜨거운 공기를 계속 흡입하며 혹사당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다. 이 문제가 파워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를 부수고 하드디스크를 부술수도 있다. 실제로 내 친구가 파워 하나 때문에 컴퓨터 하나를 홀라당 망가뜨려버렸다. 그거 들어봤나? 뻥궁이라고. 천궁인가 뭔가 하는 파워는 벤치마크 업체에서 테스트하다가 뻥 터져버렸다더라. 아이구 지랄도 풍년이여. 파워가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CPU나 VGA에만 투자하지 말고 파워나 메인보드에도 신경좀 써주자. 마당쇠도 밥을 잘 먹여야 일을 할것 아니냐..
요새는 이런식으로 다들 모듈러 케이블을 사용한다.
원하는것만 하나씩 꽂아서 쓰면 되는 것이다. 파워는 이정도만 보고..
대망의 그래픽카드 개봉이다.
겉 껍데기는 전형적인 VGA 카드 상자 디자인이다. 꼭 보면 제조사들은 병신같은 세기말 용자 일러스트를 하나씩 집어넣어서 촌티나게 디자인을 하는데, 젖가슴 큰 여전사 컨셉 일러스트 집어넣거나 근육질 군인이 22세기 무기 들고 담배 꼬나문 일러스트 같은걸 집어넣으면 성능이 좋아보이는줄 아나보다. 십덕후들 좋아하는 컨셉 아냐 저것들. 하여튼 앞에서 스티커 문제도 그렇고, PC 업체들의 센스는 진짜 후잡하다. 저 Direct CU II 부분 그라데이션 봐라 ㅋㅋㅋㅋ 포토샵에서 엠보스 효과 그대로 준 것 같은 느낌이다. 디자인 어휴...
오잉? 거지같은 상자를 벗기니 이런게 나왔다.
올 ㅋㅋㅋ 꽤 고급스럽다 이거. 갑자기 분위기 반전이네 이거..
저 넓은 곳에 들어가는게 CD 한장이랑 메뉴얼 작은게 전부라는게 좀 개그.
포장 죽인다. 애플 제품같이 뜨악하는 맛은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한 꽤 고급스럽게 포장해놨다.
대충 맘에 듬. 저 옆은 안에 케이블 등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VGA 카드의 자태. 냉각계 튼튼하고 아주 맘에들게 생겼다.
와따.. 저 측면에 보강판 보소.
그래픽카드는 쿨러 때문에 무겁다. 메인보드에 꽂아놨을 때 무게 때문에 휠수가 있는데, 상단에 저렇게 휨방지 보강판을 길게 대놨다.
냉각 핀의 디테일이 아주 맘에 든다.
스타크래프트의 배틀크루저 측면이 연상되는 멋진 디자인.
이렇게 깨알같이 커넥터 보호용 커버를 씌워놨다.
별거 아닌 부분이지만 구입 후 뚜껑 열어서 아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재질감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디테일도 그렇고 아주 맘에든다. 굿, 굿.
오늘의 주인공인 케이스.
양압 냉각 설계로 유명한 SilverStone 사의 SUGO SG04 모델이다.
케이스는 그냥 미니타워 급으로 아주 아주 작다. 얼마나 작냐면, 내 맥북 프로 13인치를 올리면 상판 면적이 딱 맞을 정도다. 근데 완전 무쇠 재질을 사용해서인지 케이스가 아주 단단하고 무거웠다. 그나저나 케이스 상단의 손잡이는 정말 나를 패닉에 빠지게 만들 정도로 디자인 개센스를 보여준다. 최대한 빨리 제거하기로 했다.
상단 손잡이를 제거하려면 저기 보이는 5.25인치 ODD 커버를 벗겨야된다. 결국엔 전면 패널까지 다 들어내야한다.
총 9개의 나사를 풀어야 제거할 수 있는데, 해당 나사를 풀기 위해서는 거기 연결된 전면 패널 등을 몽땅 뜯어내야 하는지라 아주 힘든 작업이었다. 그리고 저 손잡이는 저게 통짜 무쇠로 되어있다. 저걸로 누구 때리면 진짜 죽을것 같더라. 발에 떨어뜨리면 피멍을 넘어서 골절이 걱정될 정도의 무게다. 튼튼하긴 엄청 튼튼하다. 사진상으로는 하단에 나사 구멍이 7개만 보이는데, 케이스 후면에 90도 수직으로 끼우는 나사 2개도 있어서 9개다. 공학적으로만 보면 이렇게 튼튼하고 안정적이고 강력할수가 없다. 손잡이 부분에 구멍 뚫어놓은것도 강성 보강을 위해서 뚫어놨을거 아닌가. 근데 이런 강력한 공학적인 부분들은 차치하더라도 솔직히 디자인이 너무 쒯구려서 당장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실버스톤이 공학적인 설계는 잘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센스는 평균 이하인것 같다. 푸하하하 이런걸 케이스 위에 올리다니 푸하하하하..
실버스톤의 대척점에 있는 회사라면 리안리 정도를 들 수 있을까? 리안리는 디자인은 참 잘하지만 공학적으로 쓰레기같은 구조의 케이스를 많이 만드는 회사다. 모 IT 뉴스 사이트에서는 저번에 리안리 케이스 갖고 명품 피씨니 뭐니 하면서 만들어서 사람 홀리고 다니던데 암만 협찬사 제품 긁어 모아 만든 이벤트라지만, 컴덕후 입장에서 보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쓴 최악의 사례라 본다. (뭔 놈의 명품 PC는 CPU는 익스트림 에디션 이런거 쓰면서 마우스는 아크터치에, 키보드는 뭔 리얼포스 이런것도 아니고 거실용 HTPC에나 어울릴법한 아크키보드 이런거 추천해놓고 아주 지랄도 풍년.) 아무튼 저 얼간이 광대같은 손잡이는 다 떼버렸다. 손잡이가 없이 나오는 모델도 있는데, 그게 다 품절이라더라. 아이구 젠장. 왜 품절이겠냐, 손잡이가 병신같으니 그렇지.
대충 케이스의 병맛 포인트를 제거하고 메인보드를 설치하는 중. 케이스 상단에 보이는 나사 구멍이 영 거슬린다.
각 부위의 나사를 살짝만 박아넣어 위치를 확보한 다음에, 모두 나사가 잘 들어가는걸 확인하면 그 다음에 꽉꽉 조여주자. 처음부터 하나하나 꽉꽉 조이다간 나중에 한부분이 나사가 안들어가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저 상단에 튀어나온 이상한 구조물은 PSU(파워서플라이) 지지 하는 구조물이다. 전체적으로 케이스 곳곳에서 조립자에 대한 배려와 구조 강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조립 과정 설명하면서 더 확인해보자.
케이스 전면 패널의 냉각팬들이다. 저 120mm 팬들은 외관상 보면 뭔 골프 블레이드니 하면서 가공을 해놨지만, 그래봐야 싸구려 팬이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ADDA 등 괜찮은 팬으로 교환해주자. 케이스에서 사진 위쪽에 노란 뽕 같은게 달려있는 부분이 케이스의 하부쪽이다. 스피커 선과 전면 패널 USB 선 등을 묶어서 케이블 타이로 집어 선정리를 해준게 보이는가?
이건 LG표 ODD인데,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지만 구입 후 저 버튼 부분을 보고 후회해버렸다. 뭐야 저 엄청난 유격은?? 어디 저딴 개 쓰레기같은 품질로 제작을 해놨는지. 어차피 케이스에 가려질 부분이긴 하지만 정말 수준 이하의 개념없는 모양새다.
케이스에 장착을 해준 다음에, 양면 테이프로 전면 커버를 붙여주자.
나는 여기서 또 한번 실버스톤에 실망을 했는데, 케이스의 전면 판 부분은 알루미늄 재질에 헤어라인 처리 해두었는데, ODD 커버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놨다. 그것도 가공을 이상하게 해놔서 영 만듦새가 허접하고 맞물리는 부분도 헐렁하다. 칼같이 딱딱 맞기를 원했지만 일단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실망을 시키니까 짜증이 난다.
전면 120mm 팬 두개, 전면 USB, 전면 오디오 입출력, ODD SATA 케이블 등 각종 부위 선정리 참조.
120mm 팬 두개 사이가 미묘하게 벌어져있는데, 저 위치는 USB/사운드 입출력 전면 패널용 선이 지나가는데 딱 좋은 너비다. 실버스톤사 케이스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조립에 조예가 상당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마법처럼 선이 저기로 딱 지나간다. 조립하면서 계속 감탄. 아주 좋다. 그리고 잘 보면 120mm 팬 중 위쪽에만 철망이 쳐져있는데, 이건 PSU에서 나오는 각종 전원 선이 팬을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기믹이다. 역시 꼼꼼하다.
보통 ODD용 SATA 케이블은 끝이 ㄱ자로 구부러진 제품을 주기 마련이다. 근데 위에 사진 보면 ODD에 끼우는 부분이 ㄱ자가 아니라, 보드에 끼우는 부분이 ㄱ자로 되어있다. 왜 저렇게 했냐고?
그래픽카드를 끼우면 간섭이 생겨서 그 위치의 SATA 포트를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ㄱ모양으로 꽂아주면 아주 좋다.
이제 PSU를 달아줬다. CPU 냉각팬 위쪽을 거의 다 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굵은 선 다발은 꺾어서 120mm 전면 팬들을 가리지 않게 앞으로 뒤로 잘 처리해준다. 보드에 전원 공급하는 선은 뒷판에 딱 붙여서 120mm 팬 뒤로 우겨넣고, VGA에 전원 공급하는 선은 120mm 팬 앞쪽으로 끼워준다. 120mm 팬과 케이스 사이의 간격이 아주 딱 맞는다. 그리고 선이 따로 놀지 않게 꽉꽉 눌러서 케이블 타이로 집어주자.
12mm 팬이 있는 앞면 패널을 들어내고 한컷. 냉각팬용 전원 케이블은 약간 여유를 줘서 패널 열 때 무리가 없도록 해준다. 선들이 정말 복잡한데 최대한 정리한게 저정도다.
이게 QuadXeon표 냉각계 구성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CPU의 위를 바로 PSU가 가리고 있다.
케이스 전면의 120mm 팬으로 들어온 찬 공기가 CPU를 식히게 되는데, 이 케이스는 후면 팬이 없는 구조다. mATX 사이즈 치고 120mm 흡기 팬 두개면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 후면 배기 팬이 없는 대신 전면 흡기 팬만 있으면 케이스 안에 압력이 생겨 자동으로 곳곳의 구멍으로 공기가 나가게 된다. 이런 식의 양압 설계는 실버스톤사의 특기다.
거기에 보통은 CPU위의 냉각팬이 냉각팬위의 찬공기를 위에서 아래로 빨아들여서 식히는데, 이건 냉각팬 아래의 공기를 빨아들여 위로 뿜어버리는 방향으로 배열했다. 사진을 잘 보면 CPU 냉각팬 옆에 화살표가 그려져있다. 저게 바로 바람이 이동하는 방향이다. 저 뜨거운 공기를 PSU가 바로 받아다가 케이스 뒤로 방출하게 된다. PSU에 달려있는 배기팬을 활용하여 공기 터널을 만드는 구조라 할 수 있겠다.
이것저것 다 끼워둔 다음에, 케이스 하단 패널을 벗기고 한컷. 그러니까 이건 케이스 밑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 케이스는 구조상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케이스 하단에 장착하게 된다. 내가 이날 하드디스크 2개를 가져오지 않아 SATA케이블을 모두 끼운 모습은 찍지 못했지만, 선정리 하나는 정말 완벽하게 해서 기분이 좋다.
여기까지 대략 조립 완료.
마지막으로 집에 가져가기 위해 포장중.
이날 밖에 비가 와서 100리터 들이 쓰레기 봉투를 사서 사용했다. 케이스 상자가 두툼해서 100리터 봉투가 아주 빠듯하다. 뭔 콘돔 씌우는 느낌으로 당겨서 포장했다.
성동구 쓰레기 봉투의 위엄. 여기에 160만원짜리 컴퓨터가 들어있다.
사용한 카트는 마그나 카트라고, 영등포 이마트에서 구입한거다. 3만원밖에 안하는데 바퀴가 접히고 손잡이도 접히는데다 아주 튼튼하기까지 하다. 약수터 물통 나를때 쓰는 카트가 2만원대니까 만듦새에 비해 엄청 싸게 느껴진다. 이거 들고 용산에서 키보드 사다가 기차를 타고 조치원으로 이동.
아놔 근데 자다 보니까 기차는 이미 서대전을 넘었고, 결국 논산에서 내려서 다시 타고 올라와야 했다. 이건 뭔 뻘짓인지;; 하필이면 기차역도 논산이라 기분이 묘하다. 군대 한번 더 가자는건가..
집에 와서 하드디스크까지 다 설치한 모습. 옆에 보강판 보이는가? 택배로 컴퓨터를 보냈더니 평행사변형으로 휘어서 왔다니 그런건 이 케이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굉장히 튼튼하다.
바닥면에는 하드디스크를 고정할 수 있는 구멍이 4개씩 총 8개가 있는데, 노란 고무 링으로 둘려싸여있다. 여기 나사를 박되 꽉 조이지 말고 살짝만 조여놓자. 그러면 고무링이 하드디스크의 진동을 흡수해서 좋다. 내가 멍청하게도 각종 남는 나사들을 메인보드 상자에 넣어놓고 본체만 들고와버려서.. 나사가 없어갖고 남는 나사로 어떻게든 고정해놓은게 보인다-_-;; 저 바닥판은 위의 나사 두개만 풀면 통채로 분리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보강판을 열면 한쪽에 3.5인치 베이가 있다. 이놈은 내가 지금 SSD 설치용으로 사용중이다. 여기는 아무래도 진동 흡수재가 없으므로 하드보다는 SSD용으로 쓰는게 좋을것 같다.
보강판 열고 하드디스크 설치된 모습을 보는중. 와, 정말 남는 공간이 하나도 없을만큼 빠듯하다. 보드 아래 남는 공간이라곤 하드디스크 공간 뿐이다. 시게이트 500GB 하드디스크 두개 모두 같은 모델이고, 하나하나 친구들에게 중고로 얻어온 물건이다-_-;; 요새 하드 값이 엄청 비싸서리..
전체적인 선정리 모양새를 보자.
난잡해보이지만 최선이라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120mm 전면 팬의 공기 흐름을 선들이 방해하지 않고, VGA 따로 CPU 따로 공기 통로가 만들어져있다. 이것들 다 케이블 타이로 집어놓지 않았으면 아마 헬게이트가 열렸을듯. 저렇게 정리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조립하다 케이블 타이 조각이 그래픽카드와 CPU 사이로 들어가버려서 꺼내기 엄청 힘들었다. 커피 젓는 긴 스푼에 테이프 붙여서 아크로바틱하게 겨우 꺼냈다-_-;;
이건 전면 패널 옆에 여는 부분. 저 도어 두께가 보이는가? 저게 다 통 알루미늄 재질이다. USB 두개에 마이크, 스피커 선 하나 정도.. 간격이 좁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사용하기엔 좀 불편한듯. 120mm 팬 두께 만큼 앞으로 튀어나와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사를 풀면 저 실버스톤이라 써있는 큰 부분도 열린다.
여기서 단점 하나를 발견했는데.. 도어는 금속 재질인데 힌지는 플라스틱 재질이다-_-; 그래서 부러져버렸다. 어차피 맨날 여는게 아니라 불편하진 않는데 기분이 나쁜건 어쩔 수 없다. 전체 구조적으로는 아주 효율적으로 만들어져있는 명품이지만, 몇몇가지 부분에서 만듦새가 떨어져서 아쉽다.
실버스톤 SUGO SG04
장점
- mATX 사이즈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냉각 구조
- mATX 사이즈에서 확보할 수 있는 최대의 확장성
- 높이가 아주 낮지만 좌우로 넓어 각종 선정리 용이
- 굉장히 튼튼함
단점
- 상단 손잡이 디자인이 아주 구림
- ODD 커버가 플라스틱이고 만듦새가 구림
- 전면 패널 도어 힌지 부위가 플라스틱이라 자칫하면 부러짐
전체적으로 만져볼 때 아주 무겁고 단단하다는 느낌, 알이 꽉 찬 열매같은 느낌이 들었다. mATX 사이즈에서 선정리를 최대한 하면서 조립하다 보니 정말 1시간이 넘도록 조립만 해야 했다. 예전에 ATX 케이스 조립할때는 그냥 케이스에 보드 끼우고 각종 선만 꽂으면 땡이었는데, 이건 그게 아니다. 공임 3배는 더 줘야 하는 아주 난이도 있는, 상급자용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QuadXeon이 "니가 친구라 해주는거지 이건 진짜 공임 10만원은 더 받아야돼" 라고 말했다. 이날 케이스를 처음 보고 재미있는 작업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ㅋㅋ, 정말 조립 후에는 상의가 다 땀에 젖어 있었다.
다 조립하고 켜봤는데, 안켜져서 난감해하다가 틈사이로 손가락 집어넣어서 메모리를 다 뽑았다 껴서 접촉불량을 해결한다음 다시 켜니 되더라. 그 외엔 조립 당시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카트에 묶어서 조치원까지 끌고와서 자취방에서 켜봤더니만 잉, 부팅시에 CPU 팬 에러가 뜨더라. 뚜껑 열어보니 CPU 팬이 돌지 않는다. 알고보니 문제의 원인은 냉각팬 방향이었다. 냉각팬 중앙부가 미묘하게 냉각핀 부분에 닿아서 스티커 부위가 갈리며 저항때문에 돌지 못한 것이다. 갖고 오며 진동 때문에 약간 어긋나서 이렇게 된것 같은데.. 너무 공간이 좁아도 스트레스인지라 CPU 팬을 분해해서 케이블타이 조각 등을 붙여 사이를 1mm 정도 벌려서 해결해주었다. 그 외에는 모든게 다 오케이.
전체적인 세팅샷. 마우스랑 키보드 하나로 윈도우와 맥을 오갈 수 있다.
"형, 부팅되자마자 모던워페어3를 켰는데 바로 실행되었어요."
"와, 27인치에서 풀옵션.. 뽐뿌요? 지금 저 장난 아님."
이게 시스템 파워를 맛본 후배들 감상. 진짜 힘이 넘치는 느낌이 든다.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냉각에 대한거.. QuadXeon이 직접 체크한 데이터를 보여주겠다.
LinX로 테스트하고 Aida64로 모니터링한 결과는 이정도. 원래 한 10시간은 돌려줄라고 했는데, 내가 하도 갖고 내려가고 싶어해서 요정도만 하고 끝냈다. 스로틀링도 하나도 없고.. 이거 외에 Fur Test인가 뭔가 이상한 도넛 모양 털뭉치 나오는 테스트도 돌리고 갖가지 했는데 냉각 성능에는 이상이 없는걸로 판정. CPU 평소 온도 40도 수준이면 양호하지 않은가?
이건 내가 방에 와서 설치하고 해본건데, 암만 CPU와 GPU에게 부하를 100% 가해도 온도가 80도 위로 올라가기 힘들었다. 허허 여튼 기분 아주 좋다. 노트북은 발열이 꽤 되는데 데스크탑은 아주 시원하구나.
에.. 그리고 팬 소음의 경우, CPU 팬만 제외하면 거의 무소음에 가까웠다. 집 컴퓨터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소음에 대한 기준이 바뀌어있었나보다. CPU 팬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긴 하는데, 이걸 ADDA 팬 등으로 바꾸면 정말 무소음의 경지까지 갈 것 같아 기대된다. 월급 타면 팬부터 바꿔야지.
이 좋은 하드웨어에 지금 키보드/마우스 공유를 Synergy를 이용해서 묶어놓고, 사운드 공유를 Airfoil을 사용하여 묶어놓으니 예술이다. 데스크탑에 연결된 키보드와 마우스를 맥에서 쓸 수 있고, 맥에서 아이튠즈로 음악을 켜면 데스크탑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소리가 난다. 거기에 각종 작업 파일들은 드랍박스를 통해 쭉 동기화 된다. 이거 완전 유비쿼터스 파라다이스 아닌가. 정말 굉장하다.
ps. 내 맥북 프로 13인치와 크기 비교.
저 작은 크기가 보이는가? 저 크기에 Core i7 2600 CPU에 GTX560Ti VGA, 16GB RAM 등을 우겨넣었다.
저 부피에 고성능, 저발열에 저소음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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