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개발자 코스프레’라는 말이 생기겠습니까?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청바지에 하얀티를 입고.. 책상 위에는 물병 하나라니.. ㅠㅠ 너무 암울하지 않습니까? 많은 분들이 한국 IT개발자의 현실에 대해 많은 성토를 하시지만 제가 지적하는 부분도 나름대로 제법 암울합니다.
(대부분의 IT직종에 공통적으로 해당이 되지만 부르기 쉽게 개발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몇 달 전 개인적으로 행사장에서 찍은 수십명의 샘플 사진을 모아서 평가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패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고 생각되는 남자 한명, 여자 두명의 심사원에게 맏겼지요. 세 심사원의 의견이 어느 정도 엇갈린건 스타일에 대한 개인 취향 내지 시각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둘 다 해당 직종 패션의 평균을 보고 경악한건 똑같았습니다.
미리야 : 파일 전송이 성공되었습니다.
B군 : 웁…스
미리야 : 너 지금 기분 어떠냐?
B군 : 착잡하다
오오 여러분 취직하고 결혼에 골인했다고 그게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의 내적 가치에 집중한 그간의 황금과도 같은 시간들도 참 값집니다만 이제 외적 가치에도 어느 정도 투자를 해봅시다. 공대생은 어쩔 수 없이 “Hello World!”를 외치며 코딩만 해야하는걸까요? 어디 회사 기념 티 같은걸 후줄근하게 오버 사이즈로입고 대로를 걸쭉하게 활보하는건 아니되옵니다.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 가방 등을 매면 아주 싱크로 환상적이죠.) 물론 저번에 스마트플레이스에서 받은 초 레어아이템 GEEK 티 같은건 나름 허리 라인이 잡혀있고 앞면 문구도 간결하니 그럴싸해서 맘에들지만(곧 리뷰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기념 티셔츠들은 강렬한, 다양한 색상의 화악 튀는 로고가 찍혀있어 입고다니기 꺼려지기가 일쑤입니다. 그런거 입고다니면 주위에서 오타쿠라고 하지 않나요?? 뭐 해당 회사의 행사에 그 옷 입고 참여하는건 센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이 글 보고 자기에 해당하는게 많아 뜨끔 하십니까?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입니다. 한달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방을 제 손으로, 제 돈으로 사봤고, 얼마 전에 처음으로 바지를 샀지요. 그리고 최초의 레이어드 스타일 적용이라는 대혁명을 이룩했습니다. 박스티 안에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는 기본 철칙을 지키기 시작한건 얼마 안�고요. 여러분! 기분이 어떤지 아십니까? 마치 제가 살면서 여태까지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을 아예 배우지 않고 살아온 기분입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한번 여자에게 차이고 패션에 신경쓰게 되는 순간 눈앞에 완전 엄청난 신세계가 펼쳐지지요. 물론 험난한 가시밭길입니다. 여태 ‘normal’과 벌어진 안드로메다급 갭을 매꾸기 위해 해야할 노력은 중원에 우뚝 솟은 태산같고, 카메라에 200만원 투자할 돈으로 옷을 샀으면 100벌을 넘게 샀을거고, 결과적으로 연애에 성공했을거라는 이상한, 근거없는 후회마저 듭니다.
IT업종은 어쩔 수 없는걸까요? 자, 익스플로러 시작페이지를 about:blank로 지정하신 분들, 윈도우 화면 배색을 클래식으로 설정하신 분들, 이거이거 개발자일 가능성이 급속도로 상승합니다. 개발자는 칙칙하다는 선입관을 강력하게 뽀개봅시다! 아침에 일어나 버티컬을 열어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립톤 아이스티를 마시며 하루의 생활을 정리하는거죠. 생활이 야근에 찌들어 여유가 없다구요? 거 핑계입니다. 마음 먹기따라 충분히 재미나게 살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아침 여섯시까지 Tequila Sunrise로 질펀하게 술마시고 3시간 후에 샴푸냄새 풍기며 깔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짝반짝 기름기 좔좔 흐르는 머리를 모자로 대충 가리고 츄리닝 입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호감이 갈까요? 전 뭐 후자에 가깝지만 분발할겁니다.
그 첫번째 시도로 시즌별로 옷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색감을 고려하기 시작하고, 티 안에 러닝셔츠를 안입게 되었으며, 옷장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태 있던 옷들을 모두 꺼내어 사진을 찍어 엑셀에 저장중입니다. 일종의 DB를 만드는거죠.(아이고 공돌이 기질) 그리고 제가 모시는 두명의 남녀 패션 교수님에게 옷장 상황을 보여주고 매치가 되는 옷을 고르고, 없는 옷은 매꾸고 버릴 옷을 고를겁니다. 제가 지금은 초기라 말만 이렇게 하지 아직 제 ‘스타일’이 정립된것도 아니고 감각이 날카로워진것도 아니지만 서서히 발전하는게 느껴집니다. 아 뭐 까만 박스티 목 부분으로 러닝셔츠가 삐져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많이 발전했지요!
우리 최소한 5년 넘게 목이 늘어나도록 입은 티셔츠를 여태 아무 생각 없이 꺼내입는건 피해야지요. 자자, 스스로를 꾸미고 살자구요. 콘솔 자주 보고 산다고 콘솔을 닮으면 안되죠. 돈 벌어 사는건 뽀샤시하고 예쁘장한 맥북 지르면서, 안어울리게시리 옷은 후줄근하게 입으면 안되지 말입니다. 결국 남는건 자기 자신입니다. 이제 다들 쉬크하게! 쉬크하게! 다같이 노력합시다! 신경씁시다!
Ps. 그리고 여담이지만 PT자료 만들 때 제발 애니메이션 효과좀 도배하지 맙시다. 하늘에서 글자 주루루룩 떨어지고 그림 빙글빙글 쉬익 날아오고 진짜 촌스러워요. 글씨 색도 좀 적당히 사용하고요. RGB 형광 3원색을 그대로 쓰면 가독성 떨어지고 촌티나고 난잡하고 완전 퐈에요. 그 외에 굴림체를 소시지같이 흉물스럽게 보이는 XXL 사이즈로 쓴다던가, PT안에 깨알 같은 글씨로 내용을 왕창 우르르르 집어넣는다던가.. 대학 교수님들 강의자료가 아니지 말입니다. 업계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잡스 아저씨처럼 스크린에 주제만 짤막하게 딱 띄우고 내용은 입으로 낭랑하고 인텔리하게 읊어주는게 포스가 확확 풍기지요.
(대부분의 IT직종에 공통적으로 해당이 되지만 부르기 쉽게 개발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몇 달 전 개인적으로 행사장에서 찍은 수십명의 샘플 사진을 모아서 평가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패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고 생각되는 남자 한명, 여자 두명의 심사원에게 맏겼지요. 세 심사원의 의견이 어느 정도 엇갈린건 스타일에 대한 개인 취향 내지 시각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둘 다 해당 직종 패션의 평균을 보고 경악한건 똑같았습니다.
미리야 : 파일 전송이 성공되었습니다.
B군 : 웁…스
미리야 : 너 지금 기분 어떠냐?
B군 : 착잡하다
오오 여러분 취직하고 결혼에 골인했다고 그게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의 내적 가치에 집중한 그간의 황금과도 같은 시간들도 참 값집니다만 이제 외적 가치에도 어느 정도 투자를 해봅시다. 공대생은 어쩔 수 없이 “Hello World!”를 외치며 코딩만 해야하는걸까요? 어디 회사 기념 티 같은걸 후줄근하게 오버 사이즈로입고 대로를 걸쭉하게 활보하는건 아니되옵니다.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 가방 등을 매면 아주 싱크로 환상적이죠.) 물론 저번에 스마트플레이스에서 받은 초 레어아이템 GEEK 티 같은건 나름 허리 라인이 잡혀있고 앞면 문구도 간결하니 그럴싸해서 맘에들지만(곧 리뷰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기념 티셔츠들은 강렬한, 다양한 색상의 화악 튀는 로고가 찍혀있어 입고다니기 꺼려지기가 일쑤입니다. 그런거 입고다니면 주위에서 오타쿠라고 하지 않나요?? 뭐 해당 회사의 행사에 그 옷 입고 참여하는건 센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이 글 보고 자기에 해당하는게 많아 뜨끔 하십니까?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입니다. 한달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방을 제 손으로, 제 돈으로 사봤고, 얼마 전에 처음으로 바지를 샀지요. 그리고 최초의 레이어드 스타일 적용이라는 대혁명을 이룩했습니다. 박스티 안에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는 기본 철칙을 지키기 시작한건 얼마 안�고요. 여러분! 기분이 어떤지 아십니까? 마치 제가 살면서 여태까지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을 아예 배우지 않고 살아온 기분입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한번 여자에게 차이고 패션에 신경쓰게 되는 순간 눈앞에 완전 엄청난 신세계가 펼쳐지지요. 물론 험난한 가시밭길입니다. 여태 ‘normal’과 벌어진 안드로메다급 갭을 매꾸기 위해 해야할 노력은 중원에 우뚝 솟은 태산같고, 카메라에 200만원 투자할 돈으로 옷을 샀으면 100벌을 넘게 샀을거고, 결과적으로 연애에 성공했을거라는 이상한, 근거없는 후회마저 듭니다.
IT업종은 어쩔 수 없는걸까요? 자, 익스플로러 시작페이지를 about:blank로 지정하신 분들, 윈도우 화면 배색을 클래식으로 설정하신 분들, 이거이거 개발자일 가능성이 급속도로 상승합니다. 개발자는 칙칙하다는 선입관을 강력하게 뽀개봅시다! 아침에 일어나 버티컬을 열어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립톤 아이스티를 마시며 하루의 생활을 정리하는거죠. 생활이 야근에 찌들어 여유가 없다구요? 거 핑계입니다. 마음 먹기따라 충분히 재미나게 살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아침 여섯시까지 Tequila Sunrise로 질펀하게 술마시고 3시간 후에 샴푸냄새 풍기며 깔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짝반짝 기름기 좔좔 흐르는 머리를 모자로 대충 가리고 츄리닝 입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호감이 갈까요? 전 뭐 후자에 가깝지만 분발할겁니다.
그 첫번째 시도로 시즌별로 옷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색감을 고려하기 시작하고, 티 안에 러닝셔츠를 안입게 되었으며, 옷장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태 있던 옷들을 모두 꺼내어 사진을 찍어 엑셀에 저장중입니다. 일종의 DB를 만드는거죠.(아이고 공돌이 기질) 그리고 제가 모시는 두명의 남녀 패션 교수님에게 옷장 상황을 보여주고 매치가 되는 옷을 고르고, 없는 옷은 매꾸고 버릴 옷을 고를겁니다. 제가 지금은 초기라 말만 이렇게 하지 아직 제 ‘스타일’이 정립된것도 아니고 감각이 날카로워진것도 아니지만 서서히 발전하는게 느껴집니다. 아 뭐 까만 박스티 목 부분으로 러닝셔츠가 삐져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많이 발전했지요!
우리 최소한 5년 넘게 목이 늘어나도록 입은 티셔츠를 여태 아무 생각 없이 꺼내입는건 피해야지요. 자자, 스스로를 꾸미고 살자구요. 콘솔 자주 보고 산다고 콘솔을 닮으면 안되죠. 돈 벌어 사는건 뽀샤시하고 예쁘장한 맥북 지르면서, 안어울리게시리 옷은 후줄근하게 입으면 안되지 말입니다. 결국 남는건 자기 자신입니다. 이제 다들 쉬크하게! 쉬크하게! 다같이 노력합시다! 신경씁시다!
Ps. 그리고 여담이지만 PT자료 만들 때 제발 애니메이션 효과좀 도배하지 맙시다. 하늘에서 글자 주루루룩 떨어지고 그림 빙글빙글 쉬익 날아오고 진짜 촌스러워요. 글씨 색도 좀 적당히 사용하고요. RGB 형광 3원색을 그대로 쓰면 가독성 떨어지고 촌티나고 난잡하고 완전 퐈에요. 그 외에 굴림체를 소시지같이 흉물스럽게 보이는 XXL 사이즈로 쓴다던가, PT안에 깨알 같은 글씨로 내용을 왕창 우르르르 집어넣는다던가.. 대학 교수님들 강의자료가 아니지 말입니다. 업계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잡스 아저씨처럼 스크린에 주제만 짤막하게 딱 띄우고 내용은 입으로 낭랑하고 인텔리하게 읊어주는게 포스가 확확 풍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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