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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이 블로그 이동툴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유

MIRiyA☆ 2006. 12. 11. 08:08

김중태님의 글에 따르면, ‘구글은 사용자를 위해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렸다’라고 하였는데, 필자가 보기엔 그게 ‘작은 이익’이라 보이기에는 너무 액수가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구글이야 애드센스 등 구글 바깥에서 벌 돈이 많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네이버 밖으로 나가면 돈을 벌 방법이 없죠.(한게임 등은 제외합니다.) 네이버 쪽에서는 당연히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빈틈없이 시각적으로 배치된 컨텐츠들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현재의 최선입니다.


루미넌스님의 글에 따르면, ‘MS는 떠날 방법을 만들어주어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을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유도했다’라며 블로그 이동 툴을 제공하지 않는 포탈을 비판하였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MS는 그저 수평 호환성을 맞추어 로터스 유저들을 수렴 흡수한 것이며, 이것이 블로그 환경과 비교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루미넌스님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며 네이버 등 다른 포탈의 폐쇄적인 블로그 정책을 정당화 해보겠습니다.


포탈 블로그는 엑셀이나 워드 같은 프로그램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동 툴을 제공해주면 이용자들은 각 회사별 서비스를 골라 이곳저곳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능해질 겁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음 블로그로, 다음 블로그에서 엠파스 블로그로, 엠파스 블로그에서 야후 블로그로, 야후 블로그에서 네이버로.. 네이버의 큼직한 블로고스피어가 부러워서 갈아타거나, 펌질에 질려서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이렇게 다음-네이버-엠파스-야후 같은 고만고만한 서비스형 블로그와 비교라면 몰라도, 티스토리나 이글루스 같은 CSS편집마저 가능하고 독립 도메인 설정이 가능한 변종이 들어온 이상 자신감이나 서비스 질에 대한 비교가 무의미해집니다.

틀 자체가 너무나 차이 나기 때문에 파워블로거들은, 아니 웬만한 글 좀 쓰는 블로거들은 보다 많은 자유를 주는 이런 곳으로 대다수 이전할 겁니다.


포탈 쪽에서는 블로그 글로 먹고 살기 때문에 글 잘 쓰는 블로거가 떠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겁니다. 만약 다음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티스토리 프로젝트가 보다 안정화 된다면. 즉, 티스토리 블로그가 웬만큼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다음에서 완벽하게 검색이 되고, 애드클릭스나(우선순위는 떨어지겠지만…….) 블로거기자단 연동 작업이 끝나고, 어느 정도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확인 된다면. 다음 측은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전하는 툴 제공을 심도 있게 고민할 수도 있겠죠. 다음 안에서 뿐만 아니라 다음 밖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다음 안에 묶어둘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일단 이 글은 포탈이 블로그를 이용해서 검색 리소스 제공과 이용자 묶어두기의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썼습니다.

검색 이외에 다른 수익 모델이 있다면 누구 알려주세요. ^^; 저도 뭘 좀 배워야 하니까요^^(제발)


다시 정리하면, 다음의 경우 다음 밖에서도 다음 아이디로 로그인하고, 다음에 검색결과를 던져주는 티스토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이 티스토리를 처음 론칭했을 때 참 놀랬지요. 대단한 프로젝트라고.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의 이전 기능은 멀리 봤을 때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티스토리에서 테터툴즈로,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자연히 다음에서 테터툴즈로.


하지만 다른 회사의 블로그, 특히 네이버에서 이전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각 회사가 남의 회사로 블로그 이전시켜서 좋은 것이 있을까요? 이건 문서 포맷과는 다른 겁니다. 문서 포맷의 경우 로터스 파일로 저장하나 엑셀 파일로 저장하나 엑셀에서 다 불러올 수 있으니 이용자는 로터스 파일로만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로터스보다는 엑셀에 호감을 느낄 겁니다. MS의 타 프로그램과 호환성 유지는 각 프로그램 간에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떡밥입니다.(같은 이유로 넥슨이 문방구에서 상품권 팔며 코묻은 돈 뺏는것도 전 옳다고 봅니다. 마케팅을 잘하는거죠.)


하지만 블로그의 경우 이건 떡밥이 될 수 없습니다. 이용자는 블로그에 눌러앉아 지속적으로 글을 생산해내야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용자를 통째로 다른 서비스로 보내버린다? 상상하기 힘드네요. 그렇다면 떠난 이용자가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라면서 돌아올 가능성은? 서비스의 질을 제외하고 슬쩍만 보면 대충 두 명 떠나서 두 명 다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역시, 블로그 이전 툴 제공은 자사 서비스의 이용 인원을 갉아먹는 꼴이 될 것이고, 결코 이익을 주지 못 할 것입니다. 이건 뭐 티스토리 같은 발상의 전환도 안 되네요.


제가 포탈 블로그 담당자라면 이용자가 일단 떠난 다음 ‘구관이 명관이네’하며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기 보다는, 그동안 이용자를 꽁꽁 묶어놓고 시간을 벌며 자사 서비스를 발전시켜 이동 욕구를 줄이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일단 이용자가 떠나면 그때부터 손실이 발생하고, 그걸 흡수할 타사에는 이익이 발생하겠지요.


네이버? 네이버 지금 시즌2 잘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블로고스피어의 우위를 유지하며 서비스의 질을 올리는데 주력하지 다른 블로그 맛을 들이게 하는 위험한 시도는 안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다음은 자체블로그에는 마이너 업그레이드로 일관하고 티스토리 쪽에 힘을 쏟는 것 같습니다. 티스토리 같은 좋은 모델이 있는 이상,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직접 이동하는 툴을 줄 망정, 표준 XML 파일로 뽑게 해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른 회사가 가져오기 기능만 만들고 내보내기 기능을 안 만들어주면 재미없으니까요.


다른 회사 좋은 일 시켜주기 싫기 때문에 내보내기 기능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고, 서비스 품질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내보내기 기능 안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 없어 할 바에야 왜 만들었나’라는 말씀은 상당히 무책임하게 들립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내보내기 기능 만들어주면 고객들이 썰물 빠지듯 조금이라도 좋은 서비스로 이동할 텐데. Changing Cost가 적은 검색이야 언제든 서비스 질로 승부하며 뺏기고 뺏을 수 있지만,(따라서 지금은 다음 검색이 빈곤하지요.) 수익 기반이 내부에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이동 비용을 낮추는 것은 대단한 모험일겁니다.(컨텐츠로 장사하는 이상 즉시 커뮤니티도, 검색도 동반 빈곤해지겠죠.)


서비스형 블로그에 연관된 문제를 MS의 한정적인 경우에만 빗대어 너무 간단하게만 보는 것이 아닌가 씁쓸합니다. 제 자신도 지금 티스토리도 제대로 못쓰고 있고, 이글루스는 방금 조사해본 형편이지만... 지식과 내공의 부족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이익 구조에 맞추어 이용자 편의성을 어느 정도 감안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얼리어답터를 너무 배려하다가 대부분의 수익을 내는 저변을 통째로 뺏기면 회사가 망합니다.

지금의 경우 어느 정도 포탈 블로거의 이동 욕구와 이동 위험도가 균형을 이루어 시장이 안정되어있지만... 지금 내보내기와 가져오기 기능을 만들어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동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포탈 업체에서 개발하다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


지금 구조상 이용자를 뺏기는 것은 수익원을 뺏기는 것과 동일하니까요. 무한 경쟁으로 들어가서 서로 서비스의 질을 겨루게 될 것입니다. 약간만 질이 떨어져도 기피 대상이 되고, 새로운 고객은 줄고 나가는 고객은 늘겠지요. 또, 위에서 말한 것처럼 누구는 가져오기 기능만 열어버리면 내보내기 기능 만든 곳은 바보가 되겠지요. 복잡한 문제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주도권 잡은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고, 다음 블로그는 최대한 시간을 벌고 싶어 할 겁니다.

(정통부의 휴대폰 번호이동 차등 적용 제도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자다 일어나서 쓴 글이라 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다들 하나하나 논문 쓸 만한 비중의 주제인데, 이렇게 압축되어서야^^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한 후 다음번에 논해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ps.

블로그 서비스마다 공략하고 있는 유저 층이 다릅니다.

스킨 편집 부분만 놓고 본다면 다음 블로그나 네이버 블로그는 엔트리유저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서비스입니다. 스킨 자유도에 대한 욕구에 따라 다른 블로그로 이동을 고려하겠지요. 반면 티스토리나 태터툴즈는 하이엔드 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CSS편집을 지원하고, 여러 기능들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딱딱합니다.


여기서 티스토리나 테터툴즈, 포탈의 서비스형 블로그가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 바로 이글루스입니다. 엔트리유저를 위해 간단한 스킨 고르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충분한 안내 메시지와 함께 CSS편집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엔트리부터 하이엔드까지 모든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지요. 티스토리나 태터툴즈의 CSS편집은 이글루스의 모든 기능을 수렴합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기에 엔트리유저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아, 이글루스 한번 훑어보니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