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키보드를 빨자 - 리얼포스 101 판매

MIRiyA☆ 2010. 2. 18. 23:40

최근에 급전이 필요해져 사용하던 키보드를 팔게 되었다. 아마 키보드 매니아들이라면 들어봤음직한 토프레의 '리얼포스 101'이다. 신품가가 30만원을 넘어가는 리얼포스는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5000원짜리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랑은 차원이 다르다. 키보드의 키 입력 스위치 방식은 흔히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가 일반 사무실 키보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멤브레인식이고, 둘째가 고급 키보드에 쓰이는 기계식, 셋째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펜타그래프 방식이다. 아마 펜타그래프 방식은 자주들 보셨을 것이다. 요즘에 워낙에 노트북이 흔하다보니..

 

 

리얼포스 101에 사용되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기계식의 분위기가 나는 멤브레인 방식의 개량형이라 할 수 있겠다. 기계식처럼 접점을 물리적으로 누르는게 아니라, 일정 허용치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입력으로 받아들이는 뭔가 어려운 방식. 자세한건 검색을 해보자. 나는 그다지 진성 키보드 덕후는 아니라서 지식의 한계가 있다. 이거 무게는 1.4kg이나 되고, 디자인은 일반 키보드랑 별다를게 없이 엄청 심심한 놈이다. 다만 여기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키감'이 몹시 뛰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의 키보드를 몇번 타이핑 해보면 그 진가를 바로 알 수 있는데, 이건 그야말로 구름 위를 사뿐사뿐 노닌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각 키보드의 키 각도는 타이핑하는데 딱 맞게 미묘한 각도로 배열되어있고, 키간의 압력 분포를 55g, 45g, 30g으로 3단계에 걸쳐 차등 적용해놓았다. ESC 등의 일부 키는 55g, 나머지 키들은 45g, 새끼손가락으로 치게 되는 A 등의 키는 30g으로 되어있어서 입력할 때 차이점을 실감할 수 있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키캡의 재질은 내열성이 강한 PBT 재질로, 여기에 염료 승화방식으로 문자를 각인하여 오래 사용하더라도 문자가 지워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 그리고 말하지 않은 장점이 하나 더 있는데, 이 키보드는 N-Key Rollover가 지원된다. 일반 멤브레인식 키보드는 동시에 입력할 수 있는 키의 숫자가 1개에서 2개로 제한되고, 일부 개념있는 고급 기종들만 4~5개의 키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건 내부 회로 기판의 구조랑 관련 있는 부분이라 자세히 설명하면 머리 빠개진다. 여러 키를 동시에 입력 할 수 없기 때문에 고속 타이핑시 오탈자가 자주 나는 현상이 생기는데, 리얼포스는 무한대의 동시 입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럴 걱정이 전혀 없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

 

내가 실생활에서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실감한게 피씨방에서 Armor Games의 Boxhead Zombee Wars라는 게임을 할 때였다. 캐릭터를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시키며 총을 쏴야 하는데, 방향키 두개를 동시에 입력하면서 스페이스바를 누르는데, 총이 발사가 안되는 것이다. 반면에 방향키 하나를 누르면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총이 잘 나간다. 피씨방 싸구려 키보드의 롤오버 기능의 제약에 걸린 것이다-_-;

 

뭐 다른 분들의 사용기는 여기 정도 참고해보시길. 아무튼 리얼포스는 짱이다. 근데 돈이 필요해서 팔게 되었다. 근데 팔라고 하니까, 키보드가 너무 더러운것 같아서 좀 씻어야겠더라. 그래서 키덕들이 심심치 않게 하는 클리닝을 해보게 되었다. 뭐 나는 초음파 세척기도 없지만 몸으로 때워야지. 사진 나간다.

 

 

이게 빨기 전 상태다. 상당히 지저분해보인다. 상단과 키 곳곳에 때가 껴서 그냥 팔기엔 좀 거시기 한 상황.

 

 

일단 이렇게 상판을 열고..(뒤집어서 플라스틱 걸쇠 몇개만 눌러주면 쉽게 열 수 있다.)

 

 

키캡을 다 뽑는다-_-;; 저 리무버로 집어넣고 대각선으로 비틀어서 걸어준다음, 세로로 당겨서 뽑는다.

 

 

완전 더러워 죽겠다. 토하지 말길.. 여러분의 키보드도 필시 저런 상태일터.

 

 

그리고 이렇게 뽑아낸 키보드를 주방 세제를 풀어서 씻는다. 초극세사 타월로 때 낀 부분을 하나하나 닦아주고 손으로 비벼서 최대한 깨끗하게 씻어주자.

 

 

이렇게 소쿠리에 건져내고 탈탈 털어서

 

 

타월에 얹어서 툭툭 치며 물기를 뺀 다음, 하나하나 들고 입으로 불어서 물기를 날려준다.

 

 

요 지저분한 보강판 부분도..

 

 

이정도 수준까지 닦아주었다. 지저분한 부분은 이미 부식이 진행된 부분이라 더이상 닦을 수가 없다.

 

 

꽃단장을 마친 다음의 리얼포스 101. ESC키는 붉은색으로, WASD키는 보라색으로 새로 구입해서 튜닝했다. 내가 덕후라는걸 부인하진 않겠다. 독자들은 이걸 보며 "덕후야, 더러워!"하면서 소리치고있을지도..

 

 

현재 이 매물은 위 USB-PS2 컨버터까지 포함하여 kbdmania.net에 18만원에 매물로 올라가있다. 얼른 팔리기를! 괜찮은 키보드인데, 다음번에 직장에서 쓰게 된다면 리얼포스 101이 아니라 106 등을 사야겠다. 우측의 텐키(숫자키)를 제거한 세이버형 키보드는 불편하고, 윈도우키까지 합친 106이 나에겐 딱. 먹색에 간지나는 무각인으로 사야지. 기계식은 아무리 넌클릭 방식이라 해도 씨끄럽고, 리얼포스에 익숙해진 이상 다 눈에 차지 않을것이다. 해피해킹의 경우 동일하게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이긴 하지만 키 배치가 리눅스 방식이라 나에겐 안맞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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