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에게 전자제품을 추천해달라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카메라, 컴퓨터 등등..
아마 전자제품 오덕이 가진 숙명 같다.
나는 잘난척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지식 선에서 가장 가성비가 훌륭하고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운 제품으로 골라준다. (이런 말 해서 무척 우습긴 하지만) 나름 '소비자의 편에 선 블로거'라고 KBS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소비자의 날 특집편에도 인터뷰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추천해주고도 자존심상하고 기분이 상하는 이유는, 내가 추천해준 제품에 자체 판단을 더해서 바보 멍청이같은 유사 옵션으로 바꿔버리거나 다른 제품을 사버린다는거다. 이럴 바에야 왜 내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내가 반드시 카메라는 인터넷에서 사라니까 부득부득 우기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 70만원짜리 카메라를 무려 66만원에 구입했다고 자랑을 하더라구. 근데 알고보니까 7000원짜리 듣보잡 8GB SD 카드 따위를 6만원에 사왔다던가.. 삼각대랑 가방까지 추가로 사서 다 바가지 썼다던가.. 아오 빡쳐.
까놓고 말해보자.
나는 너보다 더 잘 고른다. 가장 저렴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다 알고 있다. 몇년에 걸쳐서 누적된 경험이 있고, 각종 다양한 사기 사례, 구매 이후 경과라던가, 회사에 대한 호평과 악평(예를 들어 뻥궁 이런거), 그 회사의 전적(솔리드 캐퍼시터 사건 등), 가격 변동 추세(지금이 제일 비싼 시기 등등..), 신제품 출시 주기(다음주에 아이폰 신제품 국내 출시하는데..) 등등 모든걸 다 꿰고 있다고. 어설프게 조언 구하고 내 말은 듣지도 않을 바에야, 그냥 백화점 가서 정찰제로 사오길 바란다. 여기서 '너'라고 지칭한건 따로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여태 겪은 사람들 모두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번 조언을 구한다면 최대한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무슨 과소비의 화신도 아니고.. 보다 싼건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게 얼마나 마이너스인지는 너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그리고 매번 강조하지만 뭔가 추천해달라 할때는 자기 예산과 용도에 대해 적어놓고 이야기 시작하자. 싸고 좋은 병신같은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니가 좋은거 추천해달라면, 미친놈이, 그럼 뭐 카메라 추천해달라면 1DX나 D4라도 추천해줄까? 돈도 없는놈이, 해봐야 카페에서 음식사진이나 찍을놈이.. 그땐 니 휴대폰이 베스트다.
여태 겪은 사례중 가장 압권은..
가장 저렴한 DSLR 카메라를 이벤트 상품으로 주기 위해 오프 매장에서 샀다가 중고 재포장 제품을 속아서 받아온 홍보 대행사였다. 그거 수령자가 하필 나였으니 어떻게 되었겠냐. 열받다기보단 어이가 없었지. 포장도 미묘하게 허름한게, 액정에 기스있고 마운트에 기스있고, 밑바닥 페인트 벗겨져있고.. 다 어줍잖게 자체 판단 들여서 하면 이렇게 속고 홀랑 당하는거다.
취향들은 존중한다.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나 등등.. 근데 진짜 옳고 그름이 확 구분되는 부분에 대해서 삽질하는 꼴을 보면, 왜 내가 시간을 들여서 저 인간에게 컨설팅을 해줬는지 화가 나게 되는 것이다. 제품 하나 골라주는데만 해도 최소 30분 이상 리서치를 해봐야 하는데, 남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가? 기껏 검색해서 찾아주면 지 마음대로 살거면서, 그 다음엔 안찾아주면 안찾아준다고 뭐라 할거고. 무슨 대학교 이쁜 여자 선배가 PC 고쳐달라는 상황같네.
예전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한 이유가 정보 부족 탓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선입견과 편견이다.
뭔가 추천해달라고 하면 상대의 경험을 좀 존중해주자. 어휴 갤럭시 NX나 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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