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포스팅에 걸쳐 준비한 마우스 스위치 수리하는 법 강좌다. 전기 인두로 방바닥 장판 지져먹고 자전거타고 오다가 까치에게 4번이나 머리를 찍혔다. 아.. 참 드라마틱하다. 내 블로그 레이아웃을 3단형에서 2단형으로 바꿔서 가로 사이즈가 늘어난 기념으로 큼직큼직하게 가로 760px 사진을 올린다. 나는 일단 비주얼!
일단 사전 정독해야 할 포스팅 3개를 안내한다. 일단 읽자.
이미 읽은 열독자분들은 안봐도 된다.
자아.. 말하자면 길다.
2007년 7월에 블로그 검색 전문 엔진 Naaroo에 대한 리뷰 글을 쓰고 공모전 1등을 해서 상금 100만원을 타게 된 미리야, 상금을 타기 위해 신나게 달려내려오다 강남대로 7번출구 CGV 옆 비탈길에서 물을 밟고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리고 병원에 링거 꽂고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중, 네이버 카페 시즌2 간담회를 한다는 말을 듣고 만류하는 의사를 뿌리치고 자가 퇴원을 강행하여 참석. 이 당시에 얼굴 한쪽이 마비되어 물을 마시면 흘러내리고, 한쪽 눈꺼풀이 안닫혀서 세수하면 비누 들어가고, 말을 하면 발음이 새는 상황. 참고로 그때 다친것 덕분에 공익 판정 받고 이렇게 블로깅을 할 수 있다-_- 그때 아싸라비야 방문 기념품으로 로지텍 V320 무선 마우스를 받아왔다. 아마 이게 네이버에게 처음으로 기념품 받고 좋아했던 때인것 같다. 정말 성능이 만족스러워 현재 내가 가진 로지텍에 대한 신뢰감이 이 마우스때문에 구축된것 같다.
그리고 대략 2009년쯤, 그러니까 3년 AS 보증기간 끝나기를 몇주 안남긴 상황에서 마우스 스위치가 고장나버렸다. 클릭을 하면 더블클릭이 되는것이다. 신용산의 로지텍 AS 센터에 방문했는데, 문닫는 시간 오후 3시를 딱 2분 정도 초과했더니 문 잠그고 안열어주는거다. 한번 허탕치고 다시 방문해서 상황을 설명한 끝에 V320 마우스를 V450 마우스로 교환받았다. 당시에는 V320이 단종되어 재고가 없었던 상황이라 땡잡은거다. V320과 V450은 생긴게 거의 동일하고, 다른 점은 수신기의 사이즈 정도다. 기존 V320의 수신기는 엄지손가락만해서 노트북에 끼우면 옆으로 삐져나오지만, V450의 나노 리시버는 노트북에 끼우고 가방에 쑤셔넣어도 영향 없을만큼 작아서 아주 좋았다.
그리고 한참 쓰다가 2010년 5월 현재 V450의 스위치가 고장나버렸다. 예전 V320이랑 마찬가지로 클릭하면 간헐적으로 더블클릭이 되는 터라 뭘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로지텍은 한번 AS로 제품 교환을 받으면 기존 제품의 시리얼 번호 스티커를 떼어 교환품에 붙여준다. 그리고 교환 후에는 AS 기간이 15일로 줄어든다. 나는 이미 AS를 받았으므로 교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아놔 마우스를 새로 사야하나..
구매 전 시장 조사를 해보니, 내가 쓰던 V450을 다시 살 경우 가격은 거의 4만6000원돈 하는 정도다. 똑같이 생긴 후속모델인 M505/B605의 경우 나노 리시버가 유니파잉 나노 리시버로 바뀐터라 로지텍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는 나에겐 V450이랑 다를바가 없다. B605는 비즈니스용 모델로 수입상이 다르고 AS기간이 2년으로 짧다. 이놈은 현재 4만원. M505는 완전 동일하지만 일반용이고 가격은 5만원 정도.
그리고 노트북 상판에 뽕을 붙이고 마우스를 끼워서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V550은 가격이 6만원이나 한다. 게다가 이놈은 옴론 스위치가 아니라하니 구매 의욕 저하. 그리고 이전 모델인 V320은 3만3000원으로 저렴하지만 리시버가 커서 패스.
결론은 수리
.. 해서 쓰자는거다. 인터넷 돌아다녀보니 키덕 마덕들이 마우스 스위치를 교체하는 경우가 제법 있더라. 마침 동생놈이 갖고온 고장난 G1 마우스가 있고, 이 마우스는 내 V450이랑 동일한 옴론 차이나, 일명 '옴차'라는 스위치를 사용한다. 그래서 G1에서 스위치만 뽑아서 내거랑 바꾸기로 했다. 뭐 집에 전기 인두 있겠다, 땜납 있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자.. 덜컥 갖다놨다. 맨 왼쪽이 장기 적출 대상자인 센서가 고장난 G1, 다음이 스위치가 고장나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있는 V450이다. 옆에 무시무시한 인두와 칼 등등이 보인다.
일단 뜯자. 두놈 다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아주 쉽게 분해할 수 있다.
뜯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로지텍 V450 무선 마우스 분해 조립기와 로지텍 G1 마우스 분해기를 참조하라. 나 분명히 아까 읽어보라고 했다.
기판만 남기고 분해 성공. 왼쪽이 G1, 오른쪽이 V450이다. G1은 사랑스럽게도 적출할 옴론 차이나 스위치가 3개나 보인다. 마치 콩팥이 3개 달린 사람마냥 사랑스럽다. 콩팥 시세가 현재 13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하니까, 콩팥이 3개가 달린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인도였나 파키스탄이었나.. 요즘에 행인을 마취해서 잠이든 사이에 콩팥을 적출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니 다들 조심들 하자..
뻘글은 적당히 하고.. 기판을 뒤집은 모습. 이제 저기다 인두를 지져서 스위치를 뽑아내야한다.
난 친절하기 때문에 이렇게 뽀샵 처리까지 해서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봤다. 스위치는 다리가 3개가 달려있다. 먼저 G1의 스위치를 뽑아야하는데, 일반적으로 왼쪽 마우스 버튼이 오른쪽 마우스 버튼보다 사용 빈도가 많기 때문에 빨리 상한다. 그래서 G1 마우스의 왼쪽 스위치를 뽑아다 V450에 이식해봤자 오래 못갈것 같았다. G1은 휠 버튼도 옴론 스위치이므로 하루에 몇번 누를까 말까 한 가운데 휠 스위치를 뜯기로 했다. 그리고 옆에 V450은 왼쪽 버튼을 뜯어낼 것이다. 기판을 뒤집었으니 버튼의 좌우가 바뀐다는거 정도는 잊지 말도록 하자.. 이거 헷갈리면 당신 스스로가 비참해진다..
인두로 지지려고 들이대는중. 근데 내가 중학생때 기술가정 시간에 실습용으로 구입한 전기 인두가 시원찮은지, 암만 갖다대도 납이 녹지 않는것이다. 얘가 삐꾸인가 싶어서 땜납을 들이댔는데, 바로 녹는걸 보니 인두가 그렇게 이상한것 같지도 않던데..
아무튼 뽑아냈다. 하도 안빠져서 인두로 지긋이 누르다시피 해서 뽑아냈다. 나중에 알아보니 사람들이 "디졸더도 없이 스위치를 분리했다니 당신은 용자" 이러더라. 허허.. 디졸더가 없어서 카메라 청소할때 쓰는 뽁뽁이를 대고 해봤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더라. 그리고 다리 부분을 달군 상태에서 들이밀다보니 스위치의 플라스틱 부분이 녹아들어가 키감이 없어져버렸다. 에이 젠장 저 스위치는 버렸네.. 왜 이렇게 납이 안녹는거야? 역시 인두가 시원찮은건가? 예전에 아버지가 납땜할때 인두 집어던지고 십자 드라이버를 가스불에 달궈서 쓰던데.. 역시 인두가 이상한가봐.
밖에 나가서 인두를 하나 사왔다. 디졸더는 안판다더라. 나무 손잡이에 60W의 위엄.. 선도 굵은게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다루기 까다롭더라. 근데 인두를 바꾼다고 잘 되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역시 잘 안녹는다. 10초쯤 대고있어야 겨우 녹을락 말락. 나중에 알고보니 이거 녹는점이 높은 무연납이라 고주파 인두 등을 사용해야 한다 하더라. 어쩐지 들이대는데 납 냄새가 잘 안나더라.
이번엔 이식 대상 V450의 스위치 분리. 어찌어찌 해서 땜납은 대충 녹였는데 스위치가 안빠지네.. 라디오펜치 혹은 롱노즈로 잡고 뽑았더니 저렇게 되었다. 아.. ㅅㅂ.. ㅠㅠ
뚜껑 제대로 덮어주고 다시 뽑아냈다. 어차피 저건 버릴 물건..
그리고 아까 뽑아낸 G1의 우측 버튼 스위치를 이식했다. 가운데 버튼은 플라스틱이 녹아들어가 망했기에 다시 뽑아냈다. 잘 보면 납땜이 아주 지저분하다. 쪽팔리지만 나도 모르겠다.. 중딩때 기술시간에 납땜한건 정말 동그랗게 잘 되었는데.. 땜납도 수명이 있는건가??
아무튼 이식해서 잘 조립까지 했는데, 키감이 참 이상하다. 아무래도 스위치 밑판의 플라스틱이 다시 녹아들어간것 같다. 예전보다 더 이상해져서 누르고 떼고의 구분이 안되고, 수시로 더블클릭이 되어버려 열받은 끝에 마우스를 집어던져버렸다. 젠장 이건 버려야해. 다시 사야지, 다시 사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란말이야. 왜 안사냐고, 왜 수리해서 쓰려고 해, 궁상맞게 이런거 수리해서 쓴다고 부자 될것 같아?? 이렇게 되뇌이곤 누워 자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왠지 분한거다. 마우스따위에겐 질 수 없어, 근성이 부족한거야, 근성이 필요해, 고치고 말겠어. 좋아, 디졸더를 사자. 디졸더가 있으면 납을 더 쉽게 빨아낼 수 있을거야.
자전거를 타고 동네 철물점을 전전한 끝에, 단돈 3천원에 디졸더를 사왔다. 위에 보이는 주사기같이 생긴 놈인데, 저 피스톤을 눌러 압축시켜놨다가, 전기 인두로 납을 녹이고, 그 위에 디졸더 노즐을 들이대고 끝의 검정 버튼을 누르면 "툭!"하면서 납을 빨아들여버린다. 처음 몇번은 실패했지만 이게 있으니 한결 제거하기 편하더라. 기판에서 스위치를 분리해야하는데, 스위치 다리와 기판 사이의 땜납을 제거할 수 없어 무리하게 눌러대다보니 스위치가 상해버린것이었다. 디졸더를 사용할 경우 납을 제거하기가 한결 편하다. 이게 없이 어떻게 작업했나 싶다.
아무튼, 디졸더를 사용한 끝에 G1 마우스의 왼쪽버튼을 무사히 분리하는데 성공. 뭐 원래는 가운데 버튼을 사용하려 했으나 여차저차해서 오른쪽 버튼도 부셔먹고 왼쪽 버튼만 남은거다. 아, 근데 분명히 분리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분리후에 키감이 이상한것이다. '클릭'감이 전혀 없다. 누르면 그냥 꾹 눌린 느낌, 또각거리는 느낌이 없으니 이거 엄청 거지같은 상황.
스위치를 분해했다. 양옆의 플라스틱 부분을 손톱 등으로 재껴서 열어주면 이렇게 얇은 판이 나온다. 저 부분이 키감을 좌우하는 부분이다. 공돌이의 시선으로 확대해보자.
이전에 뽑아낸 스위치의 문제가 뭘까.. 당시에 전기 인두를 이용해 눌러대다보니 가운데 다리로 열이 전도되어 플라스틱을 녹였고, 그게 안쪽으로 뭉그러지며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을 위로 밀어올렸기 때문에 키감이 없어진것이다. 빨간 동그라미친 └ 모양 단자와 위쪽의 ┌ 모양 단자 사이를 따닥거리며 오가야 제대로 클릭감이 산다.
이번에 뽑아낸 스위치의 경우, 밀려 올라간 부분은 라디오 펜치를 이용하여 꾹 눌러 간격을 벌려주었다. 그리고 녹색 사각형 쳐둔 얇은 막이 휘어졌다 펴지며 딸깍거려야 하는데, 밑으로 U자로 볼록하게 나온 부분이 탄력을 좌우한다. 이 부분이 약간 덜 튀어나와있는 상태라 키 눌리는 깊이가 깊지 않았다. 이 부분도 다듬어서 다시 끼워주었다.
참고로 저 스위치 가로 길이가 1cm쯤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금속 막이 뜯어지기 일쑤고, 투박하게 만졌다간 국물도 없다-_-a 뭐 여튼 어려운 작업이었고, 키가 딸깍거리게 만드는데는 성공. 다시 V450 기판에 박아넣어 납땜하고 잘 조립해주었다.
더블클릭 잘못하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세틀러2 10주년 기념판' 게임을 해보니 확실히 더블클릭 되는 문제는 사라졌다. 다만 내가 교체한 왼쪽 마우스 버튼이 기존 오른쪽 마우스 버튼에 비해 클릭감이 구려진게 느껴진다. 다음번에는 지마켓에서 파는 스위치를 새걸로 사서 끼우련다.
자가 수리할 분께 팁을 주자면..
1. 버튼을 클릭했는데 간혹 더블클릭이 되는 증상은 스위치의 수명이 다 되었을때 일어나는 흔한 현상이다.
2. 교환할 스위치는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개당 850원에 편지봉투에 무료 배송하고있다.
3. 디졸더가 없을 경우 분해는 엄두도 내지 말라. 납땜을 빨아들여 제거해야한다.
4. 디졸더(흡입기)는 근처 철물점에서 판다. 하지만 안파는 곳이 더 많으니 고생할 각오 하시고..
5. 인두를 너무 오래 지져서 회로 태워먹지 않도록 조심하자. 특히 스위치 꽂는 부분의 구리 막은 조심하자.
6. 스위치 꽂고 난 후 높이에 유의하자. 영점 몇밀리만 차이나도 클릭감이 달라진다.
6-1. 옴차를 옴제로 바꾸려는 사람도 유의. 옴제는 옴차보다 약간 높다.
ps. 이날 자전거 타고 디졸더 사오는 길에 뒷머리를 뭔가가 세게 치는게 느껴져 급히 내려보니 이건 왠 까치-_-;; 느낌은 강풍에 튕긴 나뭇가지로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는데, 푸드덕거리는 느낌이 까치다. 가다가 괜히 날벼락 맞은 나는 바로 위에서 깍깍거리는 까치를 보며 어디 쏴죽일만한 총이 없나 분노할 수 밖에 없더라. 까치가 동네 깡패 새인건 아는데, 이게 사람까지 공격하냔 말이지..
돌 던지기에도 뭣한지라 역정 한참 내다가 자전거를 타고 다시 가는데, 또 머리를 치는거다. 와, 이번에는 뒤와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놀랬다.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날 치냐고.. 세번째로 날아와 거의 머리를 스친 끝에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아마 산란기라 이놈들이 예민한것 같은데, 어디 둥지를 발견하면 뒤집어 엎어버리고 발로 밟을 기세였다. 근데 잘 보니 보도랑 차도 사이의 수풀에 까치 한마리가 작게 깍깍거리고 있더라. 이자식은 왜 안날아가는건가.. 가까이 가보니 이거 새끼인가봐. 손을 뻗어 잡아도 될만큼 가까이가도 이거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푸드덕거리기만 하고있네. 날 공격한 까치 두마리는 부모 까치였나보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단 두들긴것 같다.
나말고 다른 사람도 많았는데 자전거 타고 가고있어 의심스러웠나-_-;; 못된 놈들.. 아무튼 이날 총 4번 머리를 찍혔다. 피날 정도는 아니고,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모아서 뒷머리를 콕 치는 정도의 느낌이라 많이 아프진 않았다.(친구가 때리는것보다 안아프다.) 안그래도 나 머리 다친 사람인데 까치까지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약간 찡함과 약간 괘씸함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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